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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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라해도 박완서 작가님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 이름만으로도 문학계의 큰 거목인 박완서 작가님은 돌아가신 2011년 이후 9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작가님의 작품들은 새로운 옷을 입고 독자들을 찾아오고 있다.

작품이 아닌 자신의 모든 작품에 수록한 서문과 발문만 발췌하여 낸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제목을 접했을 때 과연 이 짧은 발문만으로 박완서 작가님을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 의구심 속에 시작된 나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박완서 작가님은 다른 작가들과 달리 사십 세의 늦은 나이에 집필을 시작했다. 결혼과 출산 후 아이들이 자신의 손이 닿지 않게 될 만큼 성장한 뒤에 작가님은 그 남는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뒤늦은 출발, 그리고 남들이 하는 문학 수업 또는 스승도 없이 덜컥 쓰기 시작한 자신의 위치가 하나의 짐이 되는 작가의 고백은 화려한 여성이 아닌 뒤늦은 출발에 선 한 여성의 홀로서기와 고뇌를 엿보게 해 주며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때때로, 내게 불청객처럼 찾아오는 나의 불신과 내가 해 낼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는 나의 질문 속에 작가님 또한 열등감 속에 더 열심히 뛰어야 했노라는 글은 내게 한 없는 위로를 주었다.

그 뒤늦게 작가의 길을 달려가는 자신의 제2의 인생의 첫 작품 <나목>이 작가님에게 개인적인 애정을 품게 된 건 어쩌면 엄마와 아내의 이름에서보다 박완서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쓰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설프게 틈입자처럼 문단에 뛰어들었다는 열등감과 소외감이 항상 나에겐 있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조건, 사물의 허위에 속지 않고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직관의 눈과,

이 시대의 문학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지워준 짐이 아무리 벅차도

결코 그걸 피하거나 덜려고 잔꾀를 부리지 않을 성실성만은 갖추었다라는 자부심 역시 나는 갖고 있다.


박완서 작가님은 1.4후퇴 후 텅 빈 서울에서 몰래 숨어 있으며 그 긴장과 공포를 언젠가는 꼭 기억해서 글을 쓰리라고 다짐한다. 자신이 이 역사의 산 증인이며 그 기억을 자신의 작품 <목마른 계절>에 자신의 경험을 써내려간다.

6.25와 1.4후퇴 등 자신의 경험등을 모두 차곡차곡 글에 담아 하나의 작품을 쓰며 회상하는 작가님의 모습은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나의 경험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함으로 모든 경험이 소중하며 우리는 우리만의 경험과 기억을 붙잡아야 한다.


무의미한 현실도 좋은 추억이 있으면 의미 있는 것이 되고,

나쁜 기억도 무력한 현재를 고양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절로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40세의 나이에 등단한 작가님이 1985년 집필한 소설<서 있는 여자>에서 보여준 발문이다.

지극히 가부장 시대를 살아온 작가님이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평등 없는 관계를 고민하고 질문한 사실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어 매우 놀라웠다.

1931년생으로 출간 당시 54세의 연세에 결혼과 평등에 대해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는 건 그 시대상에 비추어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자가 평등을 얻기 위해서 애쓰고 고되게 획득할 수 있는 문제라고 쓴 글에 보며 성평등이 예전보다 향상되었다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 2020년을 한참 거슬러 1985년에 결혼과 평등한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글은 훨씬 시대를 앞선 것이었고 그 글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가 있었음에도 끝까지 밀고 나간 작가의 뚝심은 존경스러웠다.


남자와 여자의 평등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결혼이

과연 행복할 수 있나 없나라는 내 딴엔 좀 새로운 문제였다.


평등을 자신이 앞으로 애써 지혜롭고 고되게 획득해나갈 문제라고 여기지 않고

자기만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었다.

독자는 거기서부터 비롯된 똑똑한 여자의 중대한 착오를 주의 깊게 봐주었으면 싶다.

글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소설이 단명하는 시대를 걱정하는 저자의 글은 갈수록 어려운 출판계를 나타내며 씁쓸해진다. 2000년도에도 책 특히 소설이 차지하는 위치가 급격히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저자의 고민을 보며 순수한 읽기의 즐거움을 상실해가는 현 사회의 모습에 아련해진다.

좁아지는 출판시장에서 자신의 글이 출판계에 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며 활자공해가 되지나 않았으면 하는 작가님의 바램을 읽노라면 거목 답지 않은 겸손함과 자신이 그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이 과연 작가를 표현해 낼 수 있을까로 시작되었던 독서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순전한 나의 우려였음을 깨닫는 시작이였다.

내가 읽지 못한 작품들이 많지만 이 서문과 발문만으로도 나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이 더 사랑스러워졌고 작가의 인생관과 글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세월과 함께 더욱 폐가 되지 않으려는 저자의 겸손을 엿볼 수 있었다.

단어 하나 하나의 선택에 몇 시간을 고민하고 경쟁 사회의 힘이 아닌 자연과 노동 사이에서 생겨나는 힘을 가르쳐주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으로 지은 동화책, 우리의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내려가면서도 쉽게 읽힐지언정 가벼운 글을 쓰지 않으려는 작가의 글을 보며 박완서 작가가 돌아가시기까지 그렇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자신의 글이 결국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말한 작가의 고백처럼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은 박완서 작가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그리고 자신의 더 깊은 작품의 세계로 읽는 독자들을 초대한다.

이 글을 읽고 초대에 응하지 않을 독자가 누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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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 일터로 나가다 - 현장실습생 이야기 사탐(사회 탐사) 5
허환주 지음 / 후마니타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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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율이 80%가 넘는다이제 대학은 전형적인 교육 과정처럼 느껴질만큼 대학 진학은 당연하게 되었다.

매년 수능 난이도, 대학입시 경쟁률 등 보도하며 고3 수험생 이벤트등 시끌벅적하지만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현장실습이라는이름으로 험한 작업장에서 힘겹게 버티는 어린 아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김군이 스크린 도어 수리 도중 그 처참한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 그리고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 군의 안타까운 사고가 있기 전까지 그 어린 현장실습생들은 이 사회에서 잊혀진 존재들이였다.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의 저자 허환주 기자는 인터넷 언론매체 "프레시안"의 기자로 현장실습생들의 산재 사건에 관한 현실 그리고 왜 이 사고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일어나는지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그 원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하는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먼저 전주의 한 LG유플러스 하청업체로 콜센터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성과제 압박과 쏟아지는 고객으로부터의 폭언 끝에 결국 자살을 택한 18세 홍은주 양의 죽음을 소개한다. '애완동물'과를 공부하고 애완동물 미용사가 되고 싶었던 은주 양에게 학교가 소개해 준 곳은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통신사의 콜센타.. 그 곳에서 끊임없는 압박과 시달림 끝에 홀로 마지막을 택한 은주양에게 회사의 변명은 가정의 불화로 인하여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구차한 변명뿐이었다.

한 노동자의 인권보다는 실적만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으로 인해 끝내 죽음에 내몰리게 된 은주양의 죽음과 함께 현장실습에 취직했지만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 박영수 군의 죽음을 통해 저자는 그 원인의 뿌리를 추적해간다.


저자는 박정희 시대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전 국민의 과학화"를 외치며 기술력을 갖춘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공업고등학교를 육성하고 한국과학기술원을 설힙했던 시대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직업계고의 설립으로 '산업역군'을 배출하였지만 IMF로 인한 고용유연화 이후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희생되면서그 외주화의 한 가운데 직업고교를 나온 학생들이 그 외주화란 이름으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차근차근 분석해간다.


대학 진학이 당연시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집안 형편에 스스로 공고 또는 직업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밖에 없던 중학생들, 또는 성적이 되지 못해 어쩔수 없이 직업고등학교로 내몰린 아이들은 처음부터 문제아라는 딱지를 떼고 임하게 된다. 같은 직업고교이지만 재학생들의 취업률에 따라 학교 예산이 정해지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회사의 구조와 학생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작정 아이들을 위험한 일터로 내모는 이 교육정책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아 버린다.



평등한 교육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공교육에서마저 소수의 엘리트들만을 집중적으로 교육하며 나머지 아이들은 방치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의 현장.. 취업률 하나로 회사에 대한 변변한 정보 없이 아이들을 일터로 내몰고 책임을 지지 않는 학교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변변한 근로계약서 없이 이용하지만 사건이 일어나면 아이의 태도를 문제삼고 아이들의 부주의라고 매도하는 사업주들.. 그들의 무책임 속에 아이들이 죽어간다.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의 죽음에는 외주화가 있었고 21조의 안전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고 태안화력발전소에서의 23세의 김용균도 그 위험한 장비 앞에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목숨을 잃어야 했다.

돈이 많이 투입되는 안전에 관한 부분은 외주화로 돌려버리고 편한 사무직 정규직은 있는 자들이 독식하는 그 시스템에서 위험한 외주화의 자리는 현장실습생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 끝나지 않는 악순환 속에서 이들의 이름을 건 법안이 제정되지만 여전히 변한 건 없는 사회.. 현 정권마저 주변의 압박 속에 정책은 진보는 커녕 후퇴해만 간다.


이 막막한 현실 속에 아직도 고 김용균군의 어머니는 거리에 나와서 온전한 법 개정을 외치며 더 이상 이런 사고가 없어야 한다고 외치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안전을 위한 바램은 기득권들에 의해 막연하기만 하다.

저자 또한 이 현실 앞에 대안을 마련해주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그들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일 때, 음지에 있던 그들을 양지로 끌어낼 때 조그마한 변화라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일하러 가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세상은 과연 정상인가?

                     바로 이 세상 끝에 열여덟 우리 아이들이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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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집에 온 날 - 운명과 기적으로 만난 엄마와 딸
차예은.신애라 지음, 김물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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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내가 우리 집에 온 날》만을 보았을 때 제목에 의아함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두 딸을 입양한 배우 신애라씨와 입양한 딸 예은 양의 사랑편지임을 아는 순간 책 제목은 의아함에서 감탄사로 바뀌게 됩니다.

이 그림책이 특별한 건 바로 엄마인 신애라씨의 글만이 아닌 딸 예은양의 사랑이 묻어나는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우리 집에 온 날》 은 바로 짐작하듯이 예은양이 입양되어 엄마 아빠의 품에 오게 된 날입니다.

바로 12월 15일이죠.

부모와의 인연으로 만난 예은양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밝힌 부모님 덕분에 자신의 입양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때로는 안 됐다는 동정도 받을 때도 있고 처음부터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걸 하며 말하는 예은양에게 어린 시절의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이는 예은양의 마음은 결국 차인표·신애라 부부의 진실된 사랑이였음을 느끼게 해 줍니다.

입양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보다 아이를 위해 사실 그대로 말해주며 이겨낼 수 있도록 더 큰 사랑을 주는 마음이 닿아서 있는 모습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도 더 큰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됨을 느낍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미 아기 예은양을 자신의 딸이였음을 고백하는 신애라씨의 고백과 붉은 실로 연결 된 아이 그림은 이 모녀가 처음부터 서로 가족이 될 수 밖에 없음을 더 깨닫게 해 줍니다.

비록 핏줄은 아니지만 서로가 없는 존재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사랑으로 맺어진 이 가족은 누가 뭐라 해도 가족임을 알게 해 줍니다.

부모의 사랑이 만나 자신도 입양을 하겠다고 고백하는 예은양과 그 딸을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하나의 사랑이 또 하나의 사랑을 낳게 됨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해 줍니다.

평소 딸에게 편지를 많이 받는다는 신애라씨의 이야기와 이 그림책에 담긴 예은양의 엄마를 향한 고백을 들으며 편지에도 이런 사랑의 고백이 듬뿍 담겨 있겠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사랑.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게 결국 사랑임을 느낍니다. 그 사랑이 두 모녀의 편지와 따뜻한 그림이 어우려져 깊은 감동을 줍니다.

특히 자신을 입양해 줘서 고맙다는 예은양의 고백과

앞으로 자신도 다른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예은양의 다짐을 보며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예은양을 단단하게 만들었는지 알게 해 줍니다. 그리고 저 또한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랑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해 줍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부모인 신애라씨의 마음은 잘 알고 있었지만 처음으로 접한 딸 예은양의 마음을 알게 되어 많은 감동을 줍니다. 많은 부모들에게 이 책이 이 겨울의 끝자락을 따뜻한 온기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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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 시절 소설Q
금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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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한석규와 최민식이 주연하던 시절의 [서울의 달] 드라마가 있다.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성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는 여러 소시민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에서 한석규가 동경하던 그 상류층의 모습과 초라한 달동네가 대비되며 그들의 애환을 보여주곤 했다.

금희 작가의 소설 《천진 시절》을 읽고 있노라면 그 드라마가 떠오른다.

중국이 급성장하던 시기, 많은 젊은이들이 성공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상하이, 천진 등 대도시로 몰려와서 자리잡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인 시절, 그 한계에서 만족하는 사람도 있고 그 한계에 좌절하거나 쉬운 방법을 택하는 사람 등 그들이 타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그들의 모습이 소설 속에 그려진다.

소설 《천진 시절》은 주인공 상아가 우연히 천진에 거주하던 시절 직장 동료였던 정숙과 통화하게 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천진 시절을 회상하며 시작된다.

사랑하기보다 고향을 떠나 도시로 갈 수 있다는 희망에 남자 친구 무군과 천진행을 택한 상아는 무군과의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일을 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인 자신과 무군의 모습을 보며 한계를 느껴간다.

밑바닥 인생이지만 현실에 만족하는 무군과 성공하기 위해 구사장과 동거를 하며 풍족한 생활을 하는 미스 신과 남자에게 스폰서를 받으며 생활하는 친구 춘란을 보며 상아는 무군과 그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 초라한 생활에 만족하며 해맑게 웃는 무군의 모습이 상아에게는 영원히 이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자각으로 다가온다.


나의 약혼자가 저런 사람이었던가,

내가 저런 사람이랑 결혼하려고 여태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갈마들 때마다 나는 맛도 없는 음식을 허겁지겁 먹다가 체한 사람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나는 삶의 어떤 변화, 질적으로 더 나은 변화를 원하고 있었다.

내 욕망이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 [서울의 달]이 남자인 한석규가 상류층 사모님들을 공략하며 출세를 꿈꿨다면 이 《천진 시절》에서는 여러 여자들이 성공을 위해 헤어지거나 또는 스폰서를 받는 등의 방법을 통해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자 한다.

한 때는 외로운 타지 생활에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연인 관계도 자신들의 현실과 욕망 앞에서는 사랑도 더 이상 존재되지 못할 뿐이다.


어떤 의미에서 사랑은 음식에 가해진 '알맞게 뜨거운 열기'였다.

사랑이 떠나면서 가지고 간 그 열기는 음식을 냉랭하게,

더이상은 맛없는 요리로 만들어버렸다.




지금과 달리 교육은 오직 소수자의 몫이었고 타지에서 힘들게 일하지만 여전히 밑바닥 인생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갈등과 고민이 그려진다.

그리고 작가는 살려고 버둥거리는 그녀들의 선택을 비난 대신 그 땐 그럴 수 밖에 없었노라며 그들을 감싸준다.

성공을 위해 각자 다른 선택을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현 모습은 과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 때의 모습을 회상하며 정숙은 묻는다.

"넌 혹시 후회한 적 있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없지만 상아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자신들의 욕망을 꿈꾸던 천진 시절, 상아와 정숙의 연인들은 그녀들에게 충실했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다. 비록 결과는 달라진 게 없다한들 그녀들에게는 삶과 자신의 결정을 택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상아와 정숙은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읽노라면 내가 가장 욕망에 충실하던 시절이 언제였는지 생각한다. 나 역시 상아처럼 현실에 안주하는 애인을 다그치며 노력하라고 다그치다 이별을 고한 시절이 있었다.

비록 지금은 그 꿈과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인정 속에 계속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현실이 꿈 꾼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는 상아와 정숙 모두 천진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선택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가듯 상아와 정숙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기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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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 2021-07-29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하는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를 소개해드리고자, 이렇게 댓글을 남깁니다. :)

이번 독후감대회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내외 애독자 모두가 참여 대상자이며,
미주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 디아스포라 문학작품으로 구성된 총 25종의 대상도서 가운데 한 권을 읽고 독후감 작성 후, 독후감대회 공식 홈페이지에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제출 기간은 2021.8.31.(화)까지입니다.

독후감 대상 작품 중 하나인 [천진 시절]에 대한 북리뷰를 써주신 것을 읽고,
저희 대회에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리고자 이렇게 초대 댓글을 남깁니다. :)
37명의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총 1,750만원 상당의 상금이 기다리고 있으니,
해외한인문학작품에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보다 자세한 내용은 “소통과 평화의 플랫폼” 웹사이트(www.diasporabook.or.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제5회 한민족 이산문학 독후감대회 사무국 드림-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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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쓰기 공동체에 등록해 글을 쓴다. 남편에게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겠다고 말했을 때 남편은 "너 작가가 되려고 그려냐? 등단하기가 쉬운 줄 아냐?"하며 나를 비아냥거렸다.

글쓰기를 쓸모 없는 일로 치부하며 반대하는 남편을 가까스로 설득해가며 수업을 시작한 내게 남편 이외의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특히 최근 글쓰기 주제였던 '나의 가족'이라는 주제에서는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비록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도 해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글쓰기의 힘을 믿었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무한 공감을 해 주었던 입장과 달리 중년 남성도 상당수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에 숨막혀하는 나의 모습을, 모성애라는 이름에 짓눌러 사는 나의 모습이, 가족이 내게 보금자리보다 무거운 십자가로 받아들여지는 나의 정의가 타인에게 특히 남성분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거짓으로 행복한 척 쓸 수 없었고 솔직한 나를 말하자니 두려웠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멈춰져 있었다.

사전서평단으로 만나본 홍승은 작가님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상대방과의 키스가 첫키스였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던 과거를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질문해가며 자신의 일을 글쓰기로 치환해낸 과거를 이야기한다. 글을 쓰면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숨겨져 있던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써보라고 이야기한다.

앞서 내 이야기를 쓰는 데 힘들어하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내 삶의 서사를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 것을 이야기하며 당당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 웅크린 말들을 꺼내서 들려주라고 말한다. 말하는 순간, 글을 쓰며 표현하면서 그 언어가 힘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좋은 글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삶을 공적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홍성은 작가님은 좋은 대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당했던 경험들 속에 과연 이것이 옳은지를 질문해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나의 삶에 몇 번의 질문을 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해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까지 이 사회는 너무 많은 부정의 의미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회가 정의해 준 부정의 의미에 따를 것을 강요받으며 판단되어야 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함께 글쓰기를 배우는 남성분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 또한 사회가 정해 준 판단에 나를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주눅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해 주었다. 무엇이 되든 내 서사의 편집권은 남성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며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따뜻하게 권유해준다.

"이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라고 질문하는 내게 저자는 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리고 대답해준다. 내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와 엮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자고 격려해준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내 이야기를 '없던'일로 만들지 말자. 말하면서 내게 주어진 부정의 의미를 긍정으로 바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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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1-3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발 더 나아가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