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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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들에게 몸은 자기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연예 기사만 보더라도 날씬한 여성 연예인의 몸을 찬양하고, 거리의 온갖 운동 센터에서는 Before-After 몸매를 비교해주며 아직도 이런 몸으로 살고 싶냐고 질문한다.

여성에게 콜라병 같은 몸매를 표준이라고 정하며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들은 게으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 사회가 지워 준 표준에 건강을 위한 운동보다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중요시 되어 왔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의 저자 이정연씨는 사회 깊숙이 새겨든 이 관념이 운동과 건강 면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냈음을 근력 운동을 하면서 깨닫게 된다. 여러 운동 방랑생활을 거치고 진정 자신의 몸을 위한 근력 운동을 하면서 느끼게 된 변화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성취감들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보통 근력을 연상할 때 보디 빌더 대회를 떠올리며 우리의 일상 생활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근력이 중요한 건 알지만 지금 당장 일상생활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곤 한다. 저자는 근력이란 바로 실생활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먹고 자는 것은 물론 의자에 앉기, 글씨 쓰기, 세수 하기 등 우리의 근력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고 강조한다. 근력이 약하면 우리의 일상이 당장 위협될 수 있음을 지각하며 금융 통장은 넉넉하게 채우지 못하지만 근육 통장은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근력 운동을 하며 힘을 키워 나갈 때 건강만이 아닌 삶을 바꿔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여성에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레슬링,주짓수등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 기록이 아닌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다는 야망을 만들어준다. 이 작은 성취감이 모여 다른 부분에서의 성취감을 만들어준다.

육아를 하면 항상 아이가 자면 이것 저것 다 해보리라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순간 피곤에 지쳐 아이들과 함게 자게 될 때가 다반사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육아도 내 일상 생활도 너무 힘들었다. 체력 저하는 결국 무기력을 초래했고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오늘만 무사히'를 외쳤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를 읽으며 나는 내 피곤만을 탓했던 내 자신을 바라보았다. 나의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였다. 바로 내 체력, 근력이 문제였다. 내 안에 나를 지탱해 줄 힘이 하나도 있지 않있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저자가 조카 봄이를 바라보며 봄이의 운동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다짐하는 글이였다. 두 딸의 엄마인 나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몸이 튼튼한 딸들을 보면서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귀여운 여자 아이처럼 날씬한 몸매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가끔씩 아이들을 돌봐 주셨던 어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여자는 얍실해야 돼"라고 말씀하실 때도 이건 아닌데 생각했지만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 이런 나와 어른들의 생각이 우리 딸들의 운동장이 더 넓어지지 못하게 했다는 생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얍실하고 날씬한 몸매가 아닌 진정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나가는 길이 결국 내 딸과 다른 여자 아이들을 위한 길임을 알게 해 준다.

최근 코로나로 확찐자가 되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평소처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운동하려던 나를 이 책이 목표를 수정하도록 다잡아준다. 체중 감량도 좋지만 건강과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운동을 하도록 조언해준다.

여성이 건강한 운동을 할 때 비로소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씩 평평해지며 미래의 아이들에게 공평한 운동장을 물려줄 수 있다. 진정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힘을 키우자. 건강한 운동을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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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아더 피플 - 복수하는 사람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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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범죄자들의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불평한다. 최근만 해도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사건을 비롯해 성범죄 사건들은 겨우 1-2년에 그치고 마는 경우도 많다. 이런 법원 판결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대체 정의가 어디 있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그 가해자에게 복수를 해 준다면 과연 정의는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스릴러 소설 《디 아더 피플》은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면 그 대신 나도 다른 사람의 복수를 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쇄 복수 스릴러 소설이다.

《디 아더 피플》의 작가 C.J. 튜더는 2018년 <초크맨>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스릴러 작가이다.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서 그의 작품이 인정 받은 후 차기작 <애니가 돌아왔다>의 연이은 성공으로 그는 스릴러 장르 소설 작가로서 입지를 확보했다. 《디 아더 피플: 복수하는 사람들》은 C.J. 튜더의 세 번째 작품으로 [디 아더 피플]이라는 복수 대행 업체에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은 방 안에 누워 있는 소녀와 방 안의 풍경을 묘사해준다. 빽빽히 둘러싸 있는 의료기기들, 피아노, 아이보리색 소라고둥 등. 기계음과 숨소리만이 존재하는 이 방에 갑자가 '도' 소리가 울러 퍼지며 그 순간 어딘가에서 다른 소녀가 쓰러진다. 침대 위의 소녀와 쓰러진 다른 소녀는 과연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소설에는 세 명의 인물들이 그려진다.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앞 차에서 딸 이지를 발견하고 뒤쫓아 가지만 놓치고 마는 가장 게이브, 연이어 들려오는 부인과 딸의 죽음과 용의자로 지목되는 게이브,

딸 앨리스를 데리고 정체 모를 남자를 피해 끊임없이 도망다니는 프랜과 거울을 두려워하며 잘 쓰러지는 앨리스.

고속도로 휴게실에서 일을 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피곤에 찌든 워킹맘 케이트

이 세 명의 인물 중 가장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는 바로 케이트이다. 게이브는 가족을 잃은 지 3년이 지난 후 일상을 잃고 캠핑카를 이끌고 고속도로를 전전하며 딸이 탔던 차를 수색한다. 직장도 그만두고 집도 팔고 홀로 캠핑카에서 살며 딸을 찾는 그에게 일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프랜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이다. 앨리스와 함께 정체 모를 누군가를 피해 도망치는 프랜의 사연이 무엇인지 그리고 앨리스가 자주 쓰러질 때마다 발견하게 된는 조약돌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인 케이트는 근무하는 커피숍에서 딸을 찾는 게이브를 향해 동정을 느끼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생활에 바쁜 사람일 뿐이다.

초반 <디 아더 피플>에 대해 딸과 가족을 잃은 게이브가 이 단체에 복수를 의뢰한 후 연쇄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이야기를 훨씬 더 영리하게 풀어간다. 먼저 불쌍한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게이브에게 막연한 동정을 느끼다가 조금씩 드러나는 그와 제니의 부부생활, 그리고 결정적인 그의 전과 이야기등은 게이브가 피해자가 아닌 범인이 아닐까라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프랜과 앨리스의 관계가 밝혀지며 갈수록 심해지는 앨리스의 기면현상 그리고 이 세 명의 연결관계가 드러나기까지 읽는 이들은 이 사건의 연관성을 추리해갈 수 없다. 소설 속 간간이 등장하는 침실 속 소녀의 이야기가 이 세 명을 둘러싼 이야기들의 중심이리라 짐작하지만 과연 이 소녀에게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종잡을 수 없게 한다.

경찰이 아닌 억울한 사람들이 대신 복수해 주고 의뢰인이 다시 다른 의뢰인의 복수를 대행해 주는 이 검은 사이트 이 <디 아더 피플>에서 딸과 부인을 잃은 게이브가 의뢰인이였다면 이야기는 다소 전형적인 스토리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디 아더 피플> 사이트의 누군가로부터 지목 받은 복수 대상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이야기는 급반전을 맞는다. 과연 누가 그의 딸과 아내를 죽이게 했는가. 뭔가 단서가 잡히려 할 때마다 또 다른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져 나오며 긴장감을 조성하는 이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해 준다.

《디 아더 피플》 복수 대행 사이트에 얽힌 이들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조금씩 되찾아가는 일상. 소설은 비로소 매일 반복되는 지겨울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해준다. 이 일상이 너무 가까이 있기에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알려주며 우리의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게 해 준다.

다만 이 소설 속에 아쉬운 건 병실에 누워 있는 소녀와 다른 맞은 편에 쓰러진 앨리스와의 관계가 옥의 티가 아닐까 싶다. 이 두 소녀의 연결고리가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서로 촘촘이 이어져 있는 이야기들 속에서 약간 튀어 나온 느낌이랄까. 다른 연결고리가 있었다면 좀 더 완벽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나의 복수를 해 준다는 설정은 진부하다. C.J 튜더는 이 진부한 설정에 "복수 의뢰인은 다른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라는 한 가지를 더 추가하여 지루할 수 있는 설정을 흥미로운 소재로 바꾸어 놓았다.

주인공이 의뢰인이 아닌 복수 대상자로 지목되어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설정한 점 또한 작가의 트릭을 엿볼 수 있다. 이 많은 이야기들이 마무리 된 후 느끼는 평안함 속에서도 뭔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여운을 남긴다. 이 불안함 속에서도 자신의 일상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이 소설은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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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 도시생활자를 위한 에코-프렌들리 일상 제안
신지혜 지음 / 보틀프레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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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되며 환경에 민감해진다. 이제 나만 잘 사는 시대가 아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비록 내가 부를 물려줄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커져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내가 어린 시절 바깥에서 자연과 더불어 뛰어 놀던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마트나 대형 시설만을 전전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고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늦기 전에 내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운동'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고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또한 그 결심으로 읽게 되었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내가 최근에 읽은 제로 웨이스트 책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와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가 저자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주로 다루었다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의 식습관과 화장품 등 더 포괄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신지혜씨는 쇼핑을 하며 물건을 채워감으로 욕구를 채웠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힘들어하던 시절 창밖의 연둣빛이 눈에 띄고 무작정 나가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며 걸었을 때의 희열을 시작으로 정상궤도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건을 채워가는 것이 아닌 비워가는 미니멀리즘, 축소주의의 삶, 요가를 배우면서 느끼게 된 자연에 대한 존중감등은 저자를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꾸어나갔다.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되고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며 함께 동참해 주기를 요청한다.

사실 나 또한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텀블러를 생활화하고 일회용 생리대에서 다회용 천 생리대를 사용하며 나무칫솔을 사용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채식주의였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육 동물의 문제점들이 이슈가 되면서 나와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고기 반찬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일들을 저자는 어떻게 채식주의자로 바꾸어 나갈 수 있었는지 소개해주며 의외로 우리 주변에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음을 많은 예로 설명해준다.

채식주의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사육형 동물도 문제지만 가축이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메탄가스를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우리가 버리는 것만이 아닌 먹는 것 마저도 환경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항상 처음이 어렵다. 저자 또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반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먼저 배려해주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저자만의 채식주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처음부터 단식하기보다는 서서히 양을 줄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또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바로 채식주의나 완벽한 환경 보호자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양을 조금씩 줄여갈 것을 요청한다.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이 실천이 자신의 생활 습관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다.

한 가지 물건을 살 때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닌 한 물건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며 소비를 지양하는 것 또한 저자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을 자제하고 바로 코 앞 동네 슈퍼를 이용하며 불필요한 비닐 포장과 포장 박스를 줄여 나가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생활이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주며 삶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회사에서 소비를 자유롭게 하는 회사 동료들을 부러워만 했는데 내가 자연을 위해 (돈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무리한 구매를 하지 않고 아끼는 삶이 더 자연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하자 내 자신에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이 전보다 더 충만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더 나아갈 길이 많다. 함께 사는 사회. 지금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삶의 생존요건이 되었다. 나 역시 배운만큼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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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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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연극을 좋아한다. 아무리 3D영화가 실감난다고 하지만 배우들이 관객 가까이에 호흡하고 연기하는 그 생동감은 영화가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스크린으로 비춰진 연기와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는 그 생생함을 비교하지 못한다. 소설에도 그런 소설이 있다. 멀리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소설과 내가 바로 그 현장에서 인물들과 함께 있는 듯이 느껴지는 소설. 연극처럼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소설.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내 인생은 열린 책》은 <청소부 매뉴얼>로 먼저 국내에 알려진 작가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세 번의 결혼, 생활고에 시달린 작가가 청소부 ,병원 접수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그녀는 일하고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만 써왔다. 전작 <청소부 매뉴얼>에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 43편이 실렸고 《내 인생은 열린 책》에는 22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2편의 단편 중 처음 실린 소설 <벚꽃의 계절>에는 아들 맷을 돌보는 주부 카산드라가 나온다. 육아에 지친 카산드라는 남편이 귀가하는 다섯 시 사십 오 분이면 남편 옆에 가서 하루 일과를 물어보며 이야기를 한다. 아이와 산책하고 공원에 가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는 카산드라를 보면 지금이나 그 때나 엄마들은 변함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매일 기계적으로 일하는 우체부 이야기를 하면 소설가 직업 답게 항상 "우편집배원"이라고 정정하는 카산드라의 남편을 보면서 꼭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남편도 내가 단어를 잘못 말하면 항상 지적하기 바빴던 남편. 어쩜 남자들은 이리 똑같을까.

똑같은 일상에서 다소 변화가 있었던 특별한 날, 카산드라는 또 남편에게 변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똑같다. "우편집배원"이라며 그녀의 단어를 지적할 때 카산드라가 던진 한 마디가 유독 통쾌하다.


"데이비드, 제발 나하고 이야기 좀 해."


이 22편의 소설 중 가장 연극 같은 느낌을 고른다면 단연 《1956년 텍사스에서의 크리스마스》이다. 아... 이 단편소설. 주인공 타이니의 대사가 아주 찰지다. 모든 인물들을 통통 튀는 인물로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이 소설 속에 느껴진다. 지붕 위에 올라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친척들을 바라보는 타이니가 꼭 연극 관객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크리스마스답게 비행기를 타고 식량을 뿌려대며 산타 행세를 한 후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남편 타일러와 렉스의 행위 뒤 연이어 들려온 라디오 뉴스는 정말 이 소설 중의 가장 큰 웃음을 안겨준다.


"조금 전에 들어온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후아레스의 빈민촌에 신비한 산타가 나타나 장난감과 함께 그곳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식량을 떨어뜨리고 갔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깜짝 놀랄 크리스마스 소식에 비극적인 일이 합쳐졌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햄 깡통에 한 양치기 노인이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표제작인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는 클레어 베이미가 아이들을 맡겨두고 외출했을 때 아이 조엘이 사라진 해프닝을 그린다. 아이 조엘이 수로에 빠졌다고 생각해 헬리콥터와 경찰이 출동하고 클레어의 전남편이 오고 시어머니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집합한다. 단 한 사람. 아이 엄마 클레어 베이미만 없다. 이 사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클레어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먹고 마시는 동네 사람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아들 조엘을 클레어가 발견하고 시시하게 마무리 지었을 때 경찰은 클레어에게 왜 새벽 3시에 전화했냐고 묻는다. 그저 안부차 전화했다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클레어의 답변에 경찰은 할 말을 잃는다.


"맙소사! 윌트, 가세. 이 정신병원 같은 집에서 어서 나가자고. 가서 아침이나 먹세."


루시아 벌린의 소설의 특징은 어느 상황이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청소부 매뉴얼>에서도 느꼈지만 이 소설의 인물들 또한 자신의 환경에서 견디어 가는 수동형 삶이 아닌 자신만의 능동적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 살아감을 소설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끝은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끝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 단편들의 인물들이 아직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청소부 매뉴얼>도 좋았지만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루시아 벌린의 작품을 더 깊게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소설. 바로 연극 같은 소설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 인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 동네 이웃을 만난 듯한 느낌. 그들의 사는 모습 속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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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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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의 신분을 이용해 살고 있다면이란 생각은 더 이상 상상에서만 존재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 발달은 신분증 및 여권 위조 등을 감쪽같이 해 주고 해킹, 다크 웹 등은 거짓 정보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 《내가 너였을 때》는 부유한 한 여성이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음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내가 너였을 때》의 저자 민카 켄트는 전작 『훔쳐보는 여자』에서 지켜보는 여자와 관찰당하는 여자의 비밀을 그린 스릴러로 이름을 알렸다. 《내가 너였을 때》는 브리엔 두그레이가 강도에게 습격을 당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후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런 강도 사건 후 브리엔은 그녀의 사무실 보험 대리점도 철수한 후 트라우마로 약에 의지하며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다. 사고 후 연락하던 친구들도 무슨 연유인지 연락을 끊고 이제 브리엔에게 남은 건 그녀의 집에 세입자로 있는 의사 나이얼이다. 2층에서 생활하는 나이얼은 항상 친절하며 그녀의 공포를 이해해준다. 브리엔은 나이얼에게 심적으로 의지하며 그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브리엔의 일상에 균열이 온 건 그녀 앞으로 온 아파트 열쇠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이 된 아파트에 혼란이 온 브리엔은 직접 찾아간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과 같은 향수와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정체에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그 여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녀를 추정해간다. 가짜 브리엔의 정체에 가까워질수록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온다.


1부 브리엔의 관점에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면 2부는 역시나 라고 다소의 실망을 할 수도 있다. 1부에서 주어진 단서로 브리엔과 나이얼의 관계를 예상할 수 있지만 3부에서 저자는 그런 나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급반전을 선사한다. 브리엔과 나이얼 양자의 입장에서 교차로 사건이 진행되는 이 소설은 공격하는 자와 막는 자의 심리를 더욱 극대화함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내가 너였을 때》는 강도 사건 이후 힘들어하는 브리엔의 심리를 이용하여 그녀를 조종하고 거짓 진실을 믿게끔 유도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을 이용한다. 브리엔이 갖고 있는 과거의 기억까지 모두 거짓으로 몰며 상대의 말에 조종당하는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읽는 나조차도 나이얼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게 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가짜 브리엔과 진짜 브리엔이 만나 급반전되는 부분도 꽤 흥미롭다.


다만 다소 아쉬웠던 건 브리엔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다른 사건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 계기의 개연성이 더 촘촘했다면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강력한 페이지터너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까지 조종하는 나이얼의 가스라이팅에 속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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