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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다정하고 강한 여자들의 인생 근력 레이스
이정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평점 :

한국 여성들에게 몸은 자기 혐오의 대상이 되기 쉽다. 연예 기사만 보더라도 날씬한 여성 연예인의 몸을 찬양하고, 거리의 온갖 운동 센터에서는 Before-After 몸매를 비교해주며 아직도 이런 몸으로 살고 싶냐고 질문한다.
여성에게 콜라병 같은 몸매를 표준이라고 정하며 표준에 미치지 못하는 여성들은 게으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이 사회가 지워 준 표준에 건강을 위한 운동보다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한 운동이 중요시 되어 왔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의 저자 이정연씨는 사회 깊숙이 새겨든 이 관념이 운동과 건강 면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냈음을 근력 운동을 하면서 깨닫게 된다. 여러 운동 방랑생활을 거치고 진정 자신의 몸을 위한 근력 운동을 하면서 느끼게 된 변화 그리고 함께 운동하는 여성들과의 연대와 성취감들을 통해 삶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보통 근력을 연상할 때 보디 빌더 대회를 떠올리며 우리의 일상 생활과는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근력이 중요한 건 알지만 지금 당장 일상생활에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곤 한다. 저자는 근력이란 바로 실생활을 지탱해 주는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먹고 자는 것은 물론 의자에 앉기, 글씨 쓰기, 세수 하기 등 우리의 근력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없다고 강조한다. 근력이 약하면 우리의 일상이 당장 위협될 수 있음을 지각하며 금융 통장은 넉넉하게 채우지 못하지만 근육 통장은 든든하게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무엇보다 여성들이 근력 운동을 하며 힘을 키워 나갈 때 건강만이 아닌 삶을 바꿔 나갈 수 있는지 이야기한다. 여성에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레슬링,주짓수등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물론 기록이 아닌 더 나은 나를 만들고 싶다는 야망을 만들어준다. 이 작은 성취감이 모여 다른 부분에서의 성취감을 만들어준다.
육아를 하면 항상 아이가 자면 이것 저것 다 해보리라 다짐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잠자리에 드는 순간 피곤에 지쳐 아이들과 함게 자게 될 때가 다반사이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육아도 내 일상 생활도 너무 힘들었다. 체력 저하는 결국 무기력을 초래했고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오늘만 무사히'를 외쳤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를 읽으며 나는 내 피곤만을 탓했던 내 자신을 바라보았다. 나의 문제는 아이들이 아니였다. 바로 내 체력, 근력이 문제였다. 내 안에 나를 지탱해 줄 힘이 하나도 있지 않있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은 저자가 조카 봄이를 바라보며 봄이의 운동장이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다짐하는 글이였다. 두 딸의 엄마인 나는 또래보다 키가 크고 몸이 튼튼한 딸들을 보면서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귀여운 여자 아이처럼 날씬한 몸매였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가끔씩 아이들을 돌봐 주셨던 어머니께서 아이들에게 "여자는 얍실해야 돼"라고 말씀하실 때도 이건 아닌데 생각했지만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 이런 나와 어른들의 생각이 우리 딸들의 운동장이 더 넓어지지 못하게 했다는 생각을 느끼게 만들었다. 얍실하고 날씬한 몸매가 아닌 진정 건강을 위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 나가는 길이 결국 내 딸과 다른 여자 아이들을 위한 길임을 알게 해 준다.
최근 코로나로 확찐자가 되어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평소처럼 체중 감량 목적으로 운동하려던 나를 이 책이 목표를 수정하도록 다잡아준다. 체중 감량도 좋지만 건강과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건강한 운동을 하도록 조언해준다.
여성이 건강한 운동을 할 때 비로소 기울어진 운동장이 조금씩 평평해지며 미래의 아이들에게 공평한 운동장을 물려줄 수 있다. 진정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힘을 키우자. 건강한 운동을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