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있던 자리에
니나 라쿠르 지음, 임슬애 옮김 / 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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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자리에』 소설을 읽으며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최근 읽었던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소설이다. 두 소설 모두 갑작스런 지인의 사망 후 일상을 담는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가 사랑하는 친언니였다면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절친이었던 잉그리드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가족이든 친구이든 성인에게도 어려운 준비되지 않은 이별... 하물며 가장 밝은 미래를 꿈꿨던 친구가 자살을 했다면 그 충격은 더욱 큰 아픔일 것이다.


소설은 친구를 잃은 후 일상으로 돌아온 케이틀린이 학교에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케이틀린의 부모님은 딸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며 딸에게 애써 웃으며 관심을 놓지 못한다. 부모님의 마음을 알지만 케이틀린에게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 친구 잉그리드와 함께 듣던 사진반 델라니 선생님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듯하고 친구들 또한 잉그리드의 죽음을 벗어나 모두 일상으로 돌아온 것만 같다. 함꼐 이야기하고 웃으며 일상을 나누던 친구의 영원한 부재. 그 부재의 슬픔이 십대들의 느낌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케이틀린이 죽은 친구 잉그리드의 일기장을 읽게 되며 자신도 몰랐던 잉그리드의 진실. 그리고 잉그리드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친구 딜런이 오면서 이 둘의 이야기가 나란히 전개된다. 하지만 잉그리드의 일가장과 새로운 친구 딜런은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케이틀린은 일기장은 잉그리드와 비로소 작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딜런은 케이틀린이 현재를 새롭게 시작하는 역할을 해 준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떠올랐다. 바다에 자녀와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 유가족들은 슬픔에 매몰되지 않고 또 다른 재난 유가족들을 찾아가 위로해주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신의 슬픔에 매몰되기보다 다른 피해 현장에 찾아가 그들을 안으며 했던 메세지는 한 가지였다.


"당신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어요."

"우리가 함께 해 줄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가 있던 자리에』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 혼자 친구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케이틀린은 시간이 흐르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했던 친구 잉그리드를 애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특히 잉그리드만을 아낀다고 생각했던 델라니 선생님마저 방법을 잘 몰랐을 뿐 케이틀린처럼 똑같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아픔을 통과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그렇게 모두 슬픔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애도의 시간을 지난 후 케이틀린과 친구들은 친구 잉그리드와 아름다운 작별을 하게 된다.



《하늘은 어디에나 있어》에서 주인공이 앞으로 나아가는 매개체가 음악이었다면 이 소설은 가족과 친구들의 힘이 유난히 돋보이는 소설이다. 어느 글에서 긴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거쳐야 비로소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이 소설은 십대 케이틀린이 친구와 가족의 사랑으로 애도의 시간을 서서히 통과해 나가는 소설이다. 그리고 새로운 친구 딜런이 퀴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애도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건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것. 곁에 있어주며 함께 통과하는 것임을 보여준 소설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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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 영어 같은, 영어 아닌, 영어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
박혜민.Jim Bulley 지음 / 쉼(도서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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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상 해외 거래처와 이메일을 많이 주고받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네이버 영단어 사전의 도움에 의존한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네이티브인 거래처들이 보낸 회신을 읽다보면 언어에 대한 시각이 다르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게 된다. 단지 영단어 사전만 찾아서는 알 수 없는 영어식 사고방식과 뉘앙스, 그리고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네이티브처럼 쓰고 말 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곤 한다.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는 영어책이다. 언젠가 어느 분이 언어는 생물이다라고 말한 글을 읽었다. 수많은 언어들이 생겨나거나 사라진다. 코로나 시대는 '코로나블루' '확찐자'와 같은 단어를 만들어냈다. 시대에 따라 말의 생명력은 달라진다.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곁들어 상황에 알맞은 단어를 설명해 준다. 한국에서만 쓰이는 콩글리쉬 신조어도 알려주어 영어를 잘 못 쓰게 하는 오류를 바로 잡아준다.

코로나 시대인만큼 코로나로 생겨난 영어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우리가 그토록 즐겨 말한 언택트 untact 가 실제 영어에는 없는 말이며 정확한 표현이 non-contact라는 표현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언택트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금, 잘못된 단어로 말해왔다는 사실도 우리는 눈치채고 못하고 있다.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에는 코로나, 정치, 경제, 성평등,스포츠, 유행어 등 폭 넓은 분야의 영어를 숙지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 따라 달리 쓰이는 말들, 영어에서 남녀 평등 원칙에 의거하여 하나의 단어로 통칭되는 영어 직업명은 물론 성 소수자와 같은 성평등 단어까지 자세하게 다뤄준다.

영어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을 본다면 중간 레벨의 영어 학습자에게 좋을 듯하다. 무엇보다 문화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서 언제 이 단어가 쓰이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유익하다. 다만 아쉬운 건 단어로만 그친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물론 이 책이 영어 학습 교재보다 영어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단어들을 이용한 짧막한 예문이라도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럼에도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는 제목대로 번역기도 알지 못하는 영어를 알려준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어느 번역기가 해당 언어에 대한 문화적 의미와 뉘앙스까지 설명해 줄 수 있겠는가. 경험과 감이 아니고서는 결코 알 수 없다. 번역기가 채워주지 못하는 공간을 이 책이 잘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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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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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한 책방에서 빌 브라이슨의 책 <나를 부르는 숲>을 보며 사장님께 물었다. "이 책 재미있나요?" 그 분의 말은 간단했다. "빌 브라이슨이잖아요." 맞다. 빌 브라이슨. 그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빌 브라이슨은 항상 유쾌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그의 글. 그래서 그의 글은 생명이 길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횡단기』는 신작은 아니다. 새로운 표지로 다시 찾아온 리커버 에디션이다. 그의 얼굴만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여행 에세이를 알게 한다. 빌 브라이슨은 처음 자신의 고향 아이오와 주 디모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디모인의 모습. 그리고 그의 이웃에 관한 묘사는 매우 신랄하다. 공화당인 파이퍼 영감이 민주당인 자신을 보고 욕하고 후에 빌 브라이슨이 영국에 정착해서 부모님을 뵈러 미국에 올 때마다 영국을 욕하는 파이퍼 영감님은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다.

중년이 된 빌 브라이슨이 문득 소도시를 꼭 발견하고 말리라는 생각에 무작정 떠난 미국 횡단기가 시작된다. 동부와 서부를 가로질러 38개 주를 여행한다. 여행하는 곳곳마다 그의 박학다식과 발랄한 문체는 여전하다. 그가 피자집에서 주문을 망설이고 있을 때 빨리 주문할 것을 독촉하며 자신을 둔하다고 말하는 여종업원에게 빌 브라이슨은 태연하게 그녀를 한 번에 제압한다.

"빨리 주문하라고 재촉하는 여종업원을 죽였거든요."

아... 역시 빌 브라이슨은 빌 브라이슨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미국의 잔혹한 민영 보건의료에 대해 비판하면서 영국의 NHS 시스템 (영국 보건의료체계)와 비교하며 독자들에게 양 국가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여행지에서의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 등도 놓치지 않는다.


과거를 그 자체로서 보존하는 일은 그다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서적 가치 따위를 고려할 여지는 없다.

나는 그게 슬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뭐든 한 세대를 넘겨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저자는 완벽한 도시, 총알배송, 빨리빨리 문화가 없고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는 완벽한 도시를 찾아 미국의 38개 주를 횡단했지만 자본주의의 흐름은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빌 브라이슨 또한 이 점을 통감하며 아쉬워한다.

빌 브라이슨의 미국 횡단기를 읽노라면 단지 그 광경 뿐만이 아닌 한 명의 가이드를 만난 느낌이다. 옆에서 종알종알 거리는 빌 브라이슨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이 책을 번역하기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렵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이 책에 소개된 도시를 한 곳 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다. 물론 이 책에 묘사된 부분과 많이 다르겠지만 저자의 시대와 지금과 비교하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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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리스 Fearless - 한국 최초를 써 내려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정공법
유나양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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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나만의 브랜드가 무엇이며 나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되새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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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리스 Fearless - 한국 최초를 써 내려가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정공법
유나양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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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브랜드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은 홍보에 전념한다. 단시간에 자신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면 막상 인지도가 올라갔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이 사라지기 쉽다. 정체성이 사라진 브랜드는 곧 사람들의 관심을 벗어난다.

『피어리스 Fearless 』 는 미국 뉴욕에서 "YUNA YANG"이라는 패션 브랜드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옷을 만들어 할리우드 스타들과 상류층 인사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유나양의 에세이다. 대학시절 밀라노로 어학 연수를 와서 우연한 기회에 접어든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패션 회사에 취직하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성공해나가기까지의 그녀의 이야기가 찬란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저자의 직업 에세이지만 유나양의 브랜드 철학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의 밀라노, 미국 뉴욕 등 경쟁이 치열한 패션 세계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선 보이는 과정 속에 저자의 브랜드에 담긴 철학이 매순간 강조된다.



신규 브랜드가 출시되면 당연히 사람들은 인지도를 높이기에 집중한다. 브랜드의 정체성보다 먼저 시장 진입이 목표이다보니 정체성과 안 맞은 시장 진입에 집중하게 된다. 브랜드는 그 시장과 지향하는 바가 다른데 론칭에 대한 욕심만으로 강행한다면 결국 그 브랜드는 오래 가지 못한다.


<YUNA YANG> 이라는 브랜드 또한 신규 브랜드로 소개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저자에게 조언했다. 느리더라도 저자가 지향하는 패션 철학인 '오트 쿠튀르 haute coutrue' 수준의 쿠튀르 생산 방식을 지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진입 장벽이 쉬운 컨템포레러 디자이너 브랜드로 대중적인 디자인을 선호할 것인가. 저자의 대답은 항상 '원칙'을 지키자였다. 남들이 가는 똑같은 길이 아닌 자신이 생각한 길을 가는 것. 그것이 느리더라도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 철학을 고수해서 디자인을 수정해 백화점 입점 제안하자는 유혹을 비롯하여 좋은 기회들에 No라고 말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갔다.


나 자신을 믿고 스스로 가장 자신 있는

나만의 개성으로 승부성을 던지는 것,

그렇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이야말로

내가 생각한, 브랜드를 키워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저자 유나양씨는 자신의 '일'에 대한 철학 역시 'YUNA YANG'이라는 브랜드와 일치시켜 나간다.

자신의 직업인 패션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이 단지 옷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옷으로 사회에 메세지를 던지며 동시대의 고민을 함께 해결해나가는데 집중했다. 옷에 메세지를 주며 시대와 소통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 그래서 그녀는 '유니클로'와 같이 한 시즌 입고 쉽게 버려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문제점인 패스트패션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환경 보호를 강조하고 21세기 여성상에 대해 고민한다. 시대와 동떨어지고 소통하지 않는 패션은 결국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함을 저자는 알고 있었다.


패션사에 이름을 남긴 디자이너들은

모두 동시대의 고민을

패션으로 소통한 디자이너들이었다.


크리에이터로 사는 삶. 화려함 뒤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심리적 압박. 그리고 쇼에서 날카로운 비평가들의 평가를 감내해야 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색다른 도전을 했다가 비평가들로부터 '유나양의 색을 잃었다'라는 뼈아픈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간다. 3대가 물러줄 수 있는 옷, 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옷.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저자의 표현대로 매번 자신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삶이지만 자신의 길이기에 후회하지 않고 즐기면서 자신의 길을 간다.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는 인생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매 순간 절박한 심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야만 하는 삶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YUNA YANG"이라는 브랜드른 내건 만큼 저자 역시 자신을 브랜드와 일치시켜나갔다.

지향하는 바를 실천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유나양이 만약 자신과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가 달랐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저자를 보며 퍼스널 브랜딩의 의미를 알아간다.

어느 분이 '퍼스널 브랜딩'이 자신을 '브랜딩화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는데 저자 유나양이야말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의 브랜드를 가꾸어가고 일치시켜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내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과연 나는 나만의 브랜드가 무엇이며 나라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곰곰히 되새기게 된다. 패션 디자이너에 관심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관심있는 모든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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