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리커버 에디션) -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미국 소도시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언젠가 한 책방에서 빌 브라이슨의 책 <나를 부르는 숲>을 보며 사장님께 물었다. "이 책 재미있나요?" 그 분의 말은 간단했다. "빌 브라이슨이잖아요." 맞다. 빌 브라이슨. 그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빌 브라이슨은 항상 유쾌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그의 글. 그래서 그의 글은 생명이 길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횡단기』는 신작은 아니다. 새로운 표지로 다시 찾아온 리커버 에디션이다. 그의 얼굴만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여행 에세이를 알게 한다. 빌 브라이슨은 처음 자신의 고향 아이오와 주 디모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가 말하는 디모인의 모습. 그리고 그의 이웃에 관한 묘사는 매우 신랄하다. 공화당인 파이퍼 영감이 민주당인 자신을 보고 욕하고 후에 빌 브라이슨이 영국에 정착해서 부모님을 뵈러 미국에 올 때마다 영국을 욕하는 파이퍼 영감님은 우리들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웃이다.

중년이 된 빌 브라이슨이 문득 소도시를 꼭 발견하고 말리라는 생각에 무작정 떠난 미국 횡단기가 시작된다. 동부와 서부를 가로질러 38개 주를 여행한다. 여행하는 곳곳마다 그의 박학다식과 발랄한 문체는 여전하다. 그가 피자집에서 주문을 망설이고 있을 때 빨리 주문할 것을 독촉하며 자신을 둔하다고 말하는 여종업원에게 빌 브라이슨은 태연하게 그녀를 한 번에 제압한다.

"빨리 주문하라고 재촉하는 여종업원을 죽였거든요."

아... 역시 빌 브라이슨은 빌 브라이슨이다. 미국을 여행하며 미국의 잔혹한 민영 보건의료에 대해 비판하면서 영국의 NHS 시스템 (영국 보건의료체계)와 비교하며 독자들에게 양 국가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정보를 주기도 하고 여행지에서의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문제 등도 놓치지 않는다.


과거를 그 자체로서 보존하는 일은 그다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정서적 가치 따위를 고려할 여지는 없다.

나는 그게 슬프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뭐든 한 세대를 넘겨 살아남기 어려운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저자는 완벽한 도시, 총알배송, 빨리빨리 문화가 없고 자본주의에 물들지 않는 완벽한 도시를 찾아 미국의 38개 주를 횡단했지만 자본주의의 흐름은 사회 곳곳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빌 브라이슨 또한 이 점을 통감하며 아쉬워한다.

빌 브라이슨의 미국 횡단기를 읽노라면 단지 그 광경 뿐만이 아닌 한 명의 가이드를 만난 느낌이다. 옆에서 종알종알 거리는 빌 브라이슨의 목소리를 듣는 듯하다. 이 책을 번역하기 결코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렵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이 책에 소개된 도시를 한 곳 쯤은 꼭 방문해보고 싶다. 물론 이 책에 묘사된 부분과 많이 다르겠지만 저자의 시대와 지금과 비교하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