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 도시생활자를 위한 에코-프렌들리 일상 제안
신지혜 지음 / 보틀프레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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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엄마가 되며 환경에 민감해진다. 이제 나만 잘 사는 시대가 아닌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진다. 비록 내가 부를 물려줄 수 없지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커져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내가 어린 시절 바깥에서 자연과 더불어 뛰어 놀던 그 추억을 아이들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마트나 대형 시설만을 전전하는 아이들이 안타까웠고 그나마 코로나로 인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 늦기 전에 내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운동'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고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 또한 그 결심으로 읽게 되었다.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내가 최근에 읽은 제로 웨이스트 책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와 비슷한 책이다. 하지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가 저자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주로 다루었다면 《무해한 하루를 시작하는 너에게》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우리의 식습관과 화장품 등 더 포괄적으로 다룬다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신지혜씨는 쇼핑을 하며 물건을 채워감으로 욕구를 채웠다고 말한다. 그런 저자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고 힘들어하던 시절 창밖의 연둣빛이 눈에 띄고 무작정 나가 천천히 자연과 호흡하며 걸었을 때의 희열을 시작으로 정상궤도를 찾게 되었다고 말한다. 물건을 채워가는 것이 아닌 비워가는 미니멀리즘, 축소주의의 삶, 요가를 배우면서 느끼게 된 자연에 대한 존중감등은 저자를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바꾸어나갔다. 이런 생활이 습관이 되고 생활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자신의 생활을 보여주며 함께 동참해 주기를 요청한다.

사실 나 또한 환경보호를 외치면서 텀블러를 생활화하고 일회용 생리대에서 다회용 천 생리대를 사용하며 나무칫솔을 사용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채식주의였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사육 동물의 문제점들이 이슈가 되면서 나와 가족들을 먹이기 위해 고기 반찬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함이 따라다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던 일들을 저자는 어떻게 채식주의자로 바꾸어 나갈 수 있었는지 소개해주며 의외로 우리 주변에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음을 많은 예로 설명해준다.

채식주의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사육형 동물도 문제지만 가축이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메탄가스를 내뿜어 대기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우리가 버리는 것만이 아닌 먹는 것 마저도 환경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준다. 항상 처음이 어렵다. 저자 또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반감을 가졌지만 이제는 먼저 배려해주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저자만의 채식주의 삶을 바꿀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처음부터 단식하기보다는 서서히 양을 줄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또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바로 채식주의나 완벽한 환경 보호자가 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양을 조금씩 줄여갈 것을 요청한다.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할 때 이 실천이 자신의 생활 습관으로 바뀌어 나갈 수 있다.

한 가지 물건을 살 때도 단순히 필요에 의한 구매가 아닌 한 물건이 내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며 소비를 지양하는 것 또한 저자는 중요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온라인 쇼핑을 자제하고 바로 코 앞 동네 슈퍼를 이용하며 불필요한 비닐 포장과 포장 박스를 줄여 나가는 사실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이 생활이 불필요한 지출을 막아주며 삶의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나 또한 회사에서 소비를 자유롭게 하는 회사 동료들을 부러워만 했는데 내가 자연을 위해 (돈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무리한 구매를 하지 않고 아끼는 삶이 더 자연에게 이롭다는 생각을 하자 내 자신에게 견뎌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그리고 내 삶이 전보다 더 충만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번 느끼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더 나아갈 길이 많다. 함께 사는 사회. 지금보다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싶다. 제로 웨이스트는 이제 삶의 생존요건이 되었다. 나 역시 배운만큼 더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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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은 열린 책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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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연극을 좋아한다. 아무리 3D영화가 실감난다고 하지만 배우들이 관객 가까이에 호흡하고 연기하는 그 생동감은 영화가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스크린으로 비춰진 연기와 관객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는 그 생생함을 비교하지 못한다. 소설에도 그런 소설이 있다. 멀리서 인물들을 바라보는 소설과 내가 바로 그 현장에서 인물들과 함께 있는 듯이 느껴지는 소설. 연극처럼 인물들이 생생하게 움직이는 소설.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바로 그런 소설이다.


《내 인생은 열린 책》은 <청소부 매뉴얼>로 먼저 국내에 알려진 작가 루시아 벌린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세 번의 결혼, 생활고에 시달린 작가가 청소부 ,병원 접수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생활해 온 그녀는 일하고 네 명의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장편 소설이 아닌 단편 소설만 써왔다. 전작 <청소부 매뉴얼>에는 루시아 벌린의 단편 43편이 실렸고 《내 인생은 열린 책》에는 22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22편의 단편 중 처음 실린 소설 <벚꽃의 계절>에는 아들 맷을 돌보는 주부 카산드라가 나온다. 육아에 지친 카산드라는 남편이 귀가하는 다섯 시 사십 오 분이면 남편 옆에 가서 하루 일과를 물어보며 이야기를 한다. 아이와 산책하고 공원에 가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야기를 이어가는 카산드라를 보면 지금이나 그 때나 엄마들은 변함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온다. 매일 기계적으로 일하는 우체부 이야기를 하면 소설가 직업 답게 항상 "우편집배원"이라고 정정하는 카산드라의 남편을 보면서 꼭 내 옆에 있는 남편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아버지도, 남편도 내가 단어를 잘못 말하면 항상 지적하기 바빴던 남편. 어쩜 남자들은 이리 똑같을까.

똑같은 일상에서 다소 변화가 있었던 특별한 날, 카산드라는 또 남편에게 변화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똑같다. "우편집배원"이라며 그녀의 단어를 지적할 때 카산드라가 던진 한 마디가 유독 통쾌하다.


"데이비드, 제발 나하고 이야기 좀 해."


이 22편의 소설 중 가장 연극 같은 느낌을 고른다면 단연 《1956년 텍사스에서의 크리스마스》이다. 아... 이 단편소설. 주인공 타이니의 대사가 아주 찰지다. 모든 인물들을 통통 튀는 인물로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이 이 소설 속에 느껴진다. 지붕 위에 올라가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친척들을 바라보는 타이니가 꼭 연극 관객이 된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크리스마스답게 비행기를 타고 식량을 뿌려대며 산타 행세를 한 후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남편 타일러와 렉스의 행위 뒤 연이어 들려온 라디오 뉴스는 정말 이 소설 중의 가장 큰 웃음을 안겨준다.


"조금 전에 들어온 뉴스를 전해드립니다. 후아레스의 빈민촌에 신비한 산타가 나타나 장난감과 함께 그곳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식량을 떨어뜨리고 갔다는 소식입니다. 하지만 이 깜짝 놀랄 크리스마스 소식에 비극적인 일이 합쳐졌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진 햄 깡통에 한 양치기 노인이 맞아 숨졌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표제작인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는 클레어 베이미가 아이들을 맡겨두고 외출했을 때 아이 조엘이 사라진 해프닝을 그린다. 아이 조엘이 수로에 빠졌다고 생각해 헬리콥터와 경찰이 출동하고 클레어의 전남편이 오고 시어머니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집합한다. 단 한 사람. 아이 엄마 클레어 베이미만 없다. 이 사건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클레어의 집에서 자연스럽게 먹고 마시는 동네 사람의 모습이 익살스럽게 그려진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아들 조엘을 클레어가 발견하고 시시하게 마무리 지었을 때 경찰은 클레어에게 왜 새벽 3시에 전화했냐고 묻는다. 그저 안부차 전화했다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클레어의 답변에 경찰은 할 말을 잃는다.


"맙소사! 윌트, 가세. 이 정신병원 같은 집에서 어서 나가자고. 가서 아침이나 먹세."


루시아 벌린의 소설의 특징은 어느 상황이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청소부 매뉴얼>에서도 느꼈지만 이 소설의 인물들 또한 자신의 환경에서 견디어 가는 수동형 삶이 아닌 자신만의 능동적인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아갈 뿐이다. 그 살아감을 소설에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끝은 항상 현재진행형으로 끝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각 단편들의 인물들이 아직도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청소부 매뉴얼>도 좋았지만 내게 《내 인생은 열린 책》이 루시아 벌린의 작품을 더 깊게 알게 해 준 책이었다.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소설. 바로 연극 같은 소설이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이 인물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내 동네 이웃을 만난 듯한 느낌. 그들의 사는 모습 속에 친근감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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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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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의 신분을 이용해 살고 있다면이란 생각은 더 이상 상상에서만 존재하지 않다. 디지털 기술 발달은 신분증 및 여권 위조 등을 감쪽같이 해 주고 해킹, 다크 웹 등은 거짓 정보로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스릴러 소설 《내가 너였을 때》는 부유한 한 여성이 누군가 자신의 이름으로 살고 있음을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내가 너였을 때》의 저자 민카 켄트는 전작 『훔쳐보는 여자』에서 지켜보는 여자와 관찰당하는 여자의 비밀을 그린 스릴러로 이름을 알렸다. 《내가 너였을 때》는 브리엔 두그레이가 강도에게 습격을 당하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후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갑작스런 강도 사건 후 브리엔은 그녀의 사무실 보험 대리점도 철수한 후 트라우마로 약에 의지하며 정상적인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한다. 사고 후 연락하던 친구들도 무슨 연유인지 연락을 끊고 이제 브리엔에게 남은 건 그녀의 집에 세입자로 있는 의사 나이얼이다. 2층에서 생활하는 나이얼은 항상 친절하며 그녀의 공포를 이해해준다. 브리엔은 나이얼에게 심적으로 의지하며 그가 마음을 열고 다가오기를 기다린다.


그럭저럭 버텨나가는 브리엔의 일상에 균열이 온 건 그녀 앞으로 온 아파트 열쇠였다.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이 된 아파트에 혼란이 온 브리엔은 직접 찾아간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과 같은 향수와 물건을 사용하고 있는 한 여성을 발견한다. 그녀의 정체에 혼란스러워진 그녀는 그 여성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녀를 추정해간다. 가짜 브리엔의 정체에 가까워질수록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은 점점 그녀를 옥죄어온다.


1부 브리엔의 관점에서 혼란을 가중시켰다면 2부는 역시나 라고 다소의 실망을 할 수도 있다. 1부에서 주어진 단서로 브리엔과 나이얼의 관계를 예상할 수 있지만 3부에서 저자는 그런 나의 반응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급반전을 선사한다. 브리엔과 나이얼 양자의 입장에서 교차로 사건이 진행되는 이 소설은 공격하는 자와 막는 자의 심리를 더욱 극대화함으로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내가 너였을 때》는 강도 사건 이후 힘들어하는 브리엔의 심리를 이용하여 그녀를 조종하고 거짓 진실을 믿게끔 유도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을 이용한다. 브리엔이 갖고 있는 과거의 기억까지 모두 거짓으로 몰며 상대의 말에 조종당하는 심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전까지 읽는 나조차도 나이얼의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게 하는 영리함이 돋보인다. 가짜 브리엔과 진짜 브리엔이 만나 급반전되는 부분도 꽤 흥미롭다.


다만 다소 아쉬웠던 건 브리엔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다른 사건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 계기의 개연성이 더 촘촘했다면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강력한 페이지터너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독자까지 조종하는 나이얼의 가스라이팅에 속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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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2
강영숙 지음 / 민음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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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 작가의 《라이팅 클럽》은 2010년 출간되었던 소설을 민음사에서 독자들에게 재발견되어야 할 소설을 엄선해 <오늘의 작가 총서>시리즈에 편입하며 새롭게 만들어진 소설이다. 재발견되어야 할 소설이라는 글만으로도 이 소설은 나의 관심을 더욱 흥미롭게 한다.

《라이팅 클럽》은 계동에 사는 모녀의 이야기이자 글쓰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아버지라곤 본 적 없는 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와 작가라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변변한 작품 하나 없는 무명작가이자 아이들 글쓰기 교실의 엄마 '김작가'가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엄마를 엄마가 아닌 김작가로 부르며 모성이라고는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는 이 모녀의 관계는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소설 초반은 이 독특한 모녀 관계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시작된다. 글쓰기 교실을 열고 집안일에 관심 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도맡는 딸의 모습을 그리지만 저자는 '나'의 모습을 결코 불쌍하게 그려내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이 소설의 힘 중 하나는 저자가 이 모녀의 형편이 대학 진학을 시킬 수 없을만큼 궁핍하지만 불쌍한 정형화 된 모습이 아닌 현실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반대였다. 

내가 김 작가의 작고 큰, 그 숱한 사고 수습만도 몇 차례를 했는지 

기억하고 싶지도 않다.

따지고 보면 김 작가는 평생토록 제멋대로 살았다. 

좋게 말하면 순수했고

나쁘게 말하면 머리가 아주 나빠서 한 치 앞도 못 보고 사고부터 치는 천치였다.

모성이라는 것이 자연법칙이 아니라는 것,

아이를 낳고 젖을 물리는 순간 저절로 여성의 신체 안에 부여되는 선천적 기질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라이팅 클럽》에서는 글쓰기를 대단한 행위로 묘사하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바로 '일상'이었다. 나에게 어느 순간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은 난로 위에 끓고 있는 주전자를 내려 놓는 일상적인 순간이었다.보리차가 너무 뜨거워 욕이 터져 나온 그 순간. 또는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김작가에게 화가 나 분노에 치미는 순간,쌀 살 돈이 없어 허기진 배고품의 순간 그러한 일상들 속에 화자인 '나;는 글을 써 내려간다.

소설을 써서 마을에 사는 유명 인사인 J작가에게 글을 보여주면서 저자는 화자인 '나'의 배움을 통해 글쓰기란 이런 것이다를 실생활에 보여준다. 일반적인 글쓰기 수업에서 전문가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강사와 달리 저자는 아마추어 아니 견습생인 '나'의 입장에서 글쓰기란 어떤 것인가를 찬찬히 보여준다. 글의 소제목부터 '글쓰기 모드' -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너의 라이프 스토리를 말해 줄래' 등등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과정과 더불어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작품이 가진 백미다. J작가가 '나'에게 글에 대해 설명해 주는 부분을 읽노라면 마치 이 《라이팅 클럽》의 강영숙 작가가 생각하는 글쓰기를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소설이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떄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 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 주라구.


작가의 사고 과정이 소설에 드러나려면 공부를 해야 해.

많이 읽어야 한다구.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를 거야.

작가들이 진실한 문장 하나를 가지려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는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


무엇보다 이 《라이팅 클럽》의 백미는 바로 글쓰기 공동체이다. 처음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진 '김작가'와 '나'라는 두 명의 공동체, 아이들 글쓰기 교실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교실로 변모하며 그 공동체 안에서 글쓰기란 바로 우리의 일상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말해준다.

J작가가 '나'에게 설명해주는 글쓰기의 이론 또한 좋지만 우리의 일상 속에 글쓰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시작하는 방법을 글쓰기 공동체를 향해 보여준다. 집과 시장 등 집안일만 하는 아줌마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는 김작가의 말에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지만 결국 아이들과 남편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그들의 해프닝과 그럼 아이들과 남편의 이야기라도 쓰라고 격려하는 김작가는 그들과 함께 웃고 느끼며 성장해간다. 김작가라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존재였던 김작가가 이 아줌마들과 글쓰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고 글을 씀으로 희열을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간다. 그리고 이 글쓰기 공동체가 화자 '나'가 미국에 가서도 글쓰기 공동체인 '라이팅 클럽'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과정은 함께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에 큰 위안이 되어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라이팅 클럽》은 독자들에게 강력하게 글쓰기를 유혹하는 책이다. 

이 계동 모녀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나' 또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매점에서 일하지만 커피 배달이 주업무라 매일 다리가 퉁퉁 붓고 매일 먹고 살기에 바쁘다. 미국에 가서도 사람들의 손톱을 꾸며주는 고된 일을 하지만 '나'는 꿋꿋히 써내려간다. 순간 순간의 감정을 붙잡고 기억하기 위해 순간 순간을 써내려간다. 그 글쓰기가 무의미한 일상을 소중한 순간으로, 의미를 재정립해 준다.


한번 써 봐.

인생이 얼마나 깊어지는데.


그건 그냥 그렇고 그런 글일 뿐이었다.

그러나 왠지 일거수일투족이 다 의미가 있는 것 같고

내가 느끼는 걸 표현하지 않으면

중요한 걸 다 놓쳐 버릴 것 같았다.


이 모녀의 삶이 힘들었지만 불쌍해 보이지 않았던 건 그들에겐 글쓰기가 있어서가 아니였을까. 항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책을 읽고 글로 표현할 줄 알았던 이 모녀에게 글쓰기는 위로였고 감정의 배출구 역할을 해 주었을 것이다. 혼자 하는 글쓰기도 의미있지만 김작가가 주부들과 함께 글쓰기 공동체를 하고 나가 미국 교포들과 함께 글쓰기를 할 때 더욱 글쓰기는 빛이 났다. 글을 쓸 때 행복해지며 이겨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라이팅 클럽》은 독자들에게 글을 쓰고 싶어지게 한다. 어쩌면 이게 저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인지도 모르겠다. 《라이팅 클럽》을 읽으면서 행복했다. 지금도 이 모녀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여전히 투닥거리며 글을 쓰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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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
마크 러셀 지음, 섀넌 휠러 그림, 김태령 옮김 / 책이있는마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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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유치원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지만 한 번도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은 없다. 창세기부터 읽다가도 율법과 성막이 소개되는 레위기 부분에 막혀 포기했고 신약성경에서는 마태복음의 ~가 ~를 낳고라는 계보에 또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내가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라는 책을 성경 통독하기 위해 읽게 된 계기는 아니다. 나는 현재 기독교가 보지 못하는 현 사회의 문제들에 관한 내용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기 기대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른 내용일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의 저자 마크 러셀과 섀년 휠러는 먼저 비기독교인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이들이 왜 3년에 걸쳐 성경 66권을 압축하는 글과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 그 이유에 대해 저자는 기독교 학교를 다니고 성경을 배웠음에도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음을 설명한다. 미션 스쿨의 선생님이나 목사님들이 설명해 주는 이야기들 중 누락된 부분이 많음에 착안하고 이 성경의 전체 이야기를 압축하여 사람들에게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함이 목표라고 말한다. 목사님이나 교역자가 들려주는 성경 일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맥락을 알 수 있도록 해 주고자 한다고 했다.

《성경에 정말 이런 내용이 있어?》는 모세5경, 역사서, 예언서,시가서, 복음서, 바울 등 각 분류별대로 기록되어 있다. 기독교인인 내가 기대해던 건 성경의 숨은 맥락을 알 수 있는 책이리라 생각했지만 이 책은 성경 텍스트를 풍자한 느낌이 강하다. 가령 예를 들면 성경 말씀 중 가장 기초인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부터 시작하는 창세기에서 하나님만이 우주에 계셨다는 걸 작가는 태초에 하나님은 외로우셨다라고 풀어쓴다. 기독교에서는 하나 저자는 저자가 느낀 감정으로 풀이하렸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한다. 또한 하나님의 뜻으로 가르치며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부분에서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며 솔직하게 고백한다.

시가서인 시편은 저자가 압축하기 어려웠음이 짐작된다. 서사가 아닌 찬양과 호소로 이루어진 이 시편을 저자 또한 어려웠기에 우리가 많이 인용하는 부분들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신약 성경의 예수님이 나오는 부분에는 예수님의 신성한 이미지 대신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면으로 그려낸다. 기존 기독교 영화에 보여지는 이미지를 깨뜨리며 색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냈다. 할례, 십자가 등에 대해서도 그림과 글의 풍자는 돋보인다.

저자는 이 책이 성경을 쉽게 알 수 있게 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3년에 걸쳐 이 책을 저술했다. 저자와 같은 비기독교인에게는 현대인이 자주 쓰는 말로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 쓴 이 책이 이해하는데 도움은 될 듯 하다. 성경이 이렇게 재미있었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 줄 책이다. 다만 기독교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조심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이 책을 권한다면 나는 안 믿는 기독교인보다는 믿음이 확실하게 정립된 기독교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먼저 기독교에 대한 믿음이 확실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오해 없이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 책을 읽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닌 성경을 직접 읽어보고 비교해 보길 강력하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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