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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경고 : 6도의 멸종 - 기후변화의 종료, 기후붕괴의 시작, 2022 우수환경도서
마크 라이너스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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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우리가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없다.
저명한 환경 저널리스이자 사회 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2008년 <6도의 멸종>이란 책을 펴냈다.
지구의 온도가 6도 이상 오를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경고하는 책을 출간했던 마크 라이너스는 출간 후 15년만에 <최종 경고>라는 강한 레드 카드와 함께 전면 개정판을 내놓았다. 책을 부분 개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저자는 전면 새롭게 펴낼 수 밖에 없었다. 왜냐고? 더 이상 시간이 없으니까!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은 1도씩 연속적으로 올라갈수록 지구상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현재 1도부터 각 1도씩 더 올라갈 때마다 전에 비해 어떤 비극이 펼쳐지는지 알려주며 더 이상 우리가 물러설 수 없음을 강하게 알리고자 한다.
먼저 저자는 1도 상승한 현재의 세계를 보여준다. 북극의 빙하가 녹기 시작하고 남극 빙하의 '두께가 얇아지는 파동'이 확산되는 현상부터 소개한다. 북극과 남극부터 설명하는 초반을 읽을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또 북극곰 이야기네"
"북극과 남극은 여기에서 멀어. 우리 지역이 아니니까 괜찮아. "
"아직 먼 미래야."
하지만 과연 먼 지역의 이야기일까? 이 기후변화가 단지 북극곰만의 위기일까? 저자는 강하게 No라고 말한다.
북극해의 빙하가 사라진 바렌츠-카라해의 예년과 다른 온기와 동아시아의 혹한은 확실히 연결되어 있다.
수천 년 동안 확립된 북극의 순환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더욱 먼 곳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은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 상승할 시 전세계 곳곳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알려준다.
북극의 빙하 용해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미국에서 강력한 대형 토네이도와 폭풍우가 잦아지고 세계 곳곳은 홍수로 해안가 거주자들은 하루 빨리 피난처를 옮겨야 한다. 최근 미국 6개주를 초토화시킨 토네이도와 필리핀에 큰 피해를 준 태풍 '라이'는 저자가 말한 이 상황을 대변해준다.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의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데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기후협약의 마지노선인 1.5도보다 더 오른 2도에서부터 더 강력한 비극이 펼쳐짐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기온이 2°C 상승하는 세계에서 인류에게 닥칠 가장 큰 건강 관련 위협은 전염병이 아니다. 이 위험은 전염병에 비해 좀 더 평범하고 친숙하지만 그만큼 더 시급한 문제다.
수억 명, 심지어는 수십억 명에게 닥칠 식량 부족이 그것이다.
2°C 상승부터 지구상의 모든 비극이 가속화된다. 현재까지는 북극곰에게 직적접인 영향이 미쳤다면 2도 상승된 세계에서는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뎅기열, 열사병, 가뭄, 홍수도 시급하지만 무엇보다 더 시급한 것은 바로 식량 부족이다. 아시아인들의 주식인 쌀, 옥수수를 비롯하여 주요 곡식이 버틸 수 있는 임계점을 지나 수확량이 급감하고 본격적인 식량 전쟁이 벌어진다. 2도에서는 옥수수가 위함하다면 3도 상승된 세계에서는 바나나와 콩까지 사라질 수 있다. 식량 가격은 급등하며 한정된 자원으로 인한 쟁탈전이 가속화된다.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인 탄소 배출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미국에 대해 강한 이의를 제기한다.
가난한 동아프리카 사람들은 겨우 1제곱미터 미만의 빙하를 녹이는 데 반해 미국인의 경우 1명이 매년 평균적으로 50제곱미터에 가까운 빙하를 녹이며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에 가장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미국의 무책임함을 비판한다.
기후 변화를 가장 적게 일으킨 사람이
그 부작용을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부당함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이런 부당함을 갖아 제대로 겪는 지역은
아마 아프리카일 것이다.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응당 가장 큰 체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가장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아프리카이다. 가뭄도, 식량 부족도 제일 먼저 겪게 되는 곳, 아프리카는 이미 2도 또는 3도 상승한 세계를 겪고 있다. 이 글을 보며 최근 CNN에서 취재한 남수단에서 발생한 홍수 현장을 취재한 기사가 떠올랐다. 집을 잃고 떠도는 사람들, 더러운 물 속에서 생활하기에 질병을 앓고 바깥에서 살아가는 수단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비참했다. 그들은 잘못도 없이 큰 벌을 받고 있다. 미국 뿐만 아닌 화석 연료에 많이 의지하는 한국과 다른 선진국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탄소 중립을 위한 기후 변화에 앞장서야 한다. 이들의 불행은 부메랑처럼 바로 우리에게 닥쳐온다.
이 기후변화가 일어날 경우 우리는 단지 자연 파괴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지적한다. 바로 이러한 기후 붕괴가 발생할 시 자연 재해를 막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이 투입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새로운 방파제를 쌓기 위해 돈이 투입되고 해수면 상승에 따라 도로를 높이기 위해서도 수억원의 돈이 지출된다. 결국 있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세대가 올 것이다. 물론 초반은 약육강식으로 지속되다가 저자가 가장 우려한 6도까지 기온 상승시는 있는 자 없는 자 모두 멸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다.
『최종 경고: 6도의 멸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산화탄소를 억제하기 위한 행동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느냐?"
저자는 먼저 정치인들에게 행동으로 옮길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 특히 미국의 책임감 있는 행동을 요구한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채식 기반 식생활' 등등 평범한 시민들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제안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환경 보호론자들의 주장에 반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계속해서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며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희생의 짐을 분담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맞대고 행동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희생의 상징으로 떠오른 북극곰.
이제 희생의 상징은 북극곰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 변화의 최종 희생양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가장 무섭고도 강력한 경고장 『최종 경고 : 6도의 멸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