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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 ㅣ 라이프스타일 에세이 1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8월
평점 :

긱시대가 왔다고 한다. 회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시대가 코로나19로 빠르게 우리에게 가까워져 왔다고 말한다. 자유를 꿈꾸며 프리랜서를 희망하지만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삶. 과연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로울까? 일본어 번역가 박현아 작가는 자신의 저서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에서 프리랜서로서로 살아가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이야기한다.
<한 달의 교토>, <초보 프리랜서 번역가 일기> 등을 쓴 작가이자 일본어 번역가인 박현아씨는 말 그대로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많은 연차가 쌓인 번역가도 아니고 작가 왈 베스트셀러를 쓴 책 저자도 아니지만 꿋꿋하게 번역과 글을 병행하며 일을 해나간다.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에서 저자는 먼저 프리랜서이기에 감당해야만 하는 일들을 이야기한다. 들쑥날쑥한 업무로 여행 중간에도 번역을 해야 하고 일이 없을 때에는 여러 사이트를 탐색하며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 자유로운만큼 불안정한 생활을 안고 가야하는 프리랜서의 운명을 저자는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나 또한 프리랜서를 꿈꿔온 1인이기에 잘 아는 번역가 또는 작가들의 SNS를 보곤 한다. 그 때마다 간간히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받는 경제적인 압박을 보며 프리랜서가 과연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박현아 작가 또한 이 책에서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운명을 쓰긴 한다. 하지만 작가는 프리랜서의 고충에 중점을 두기 보다 긍정적인 점, 자신을 향한 마음가짐에 더욱 중점을 둔다.
'누가 부탁해서'' 그냥 어쩌다가' 받은 의뢰라며
자신이 한 일을 작게 만들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들고 경쟁하며 프리랜서가 되어 일감을 따내려고
노력하는 그 순간부터
이미 당신은 프로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리랜서의 세계에서 초보든 프로이든 오직 중요한 건 바로 실력이다. 그리고 그 보다 먼저 자기 자신이다.
어떤 일이든 크고 작음이 없으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들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것. 자신의 일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말 것. 프리랜서의 가장 큰 기본은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라는 사실을 저자는 말해준다. 비록 부침이 심한 번역업계지만 자신과 일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기에 지금까지 자신만의 일을 즐길 수 있었다.
『나는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에서 내가 기대했던 프리랜서로 살아가기 위한 체력 관리 등을 포함한 자기 관리, 계속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 같은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책을 출간하고 난 뒤에 겪는 불안감과 초조함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쉽지 않은 생활이지만 결국 저자를 버티게 하는 건 자신을 향한 믿음 (일방적인 믿음이 아닌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었다.
대박나는 작가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히 번역하고 책을 쓰는 작가로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 그래서 저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 상황을 소중히 하며 지금을 가꾸어간다.
저자는 자신이 겪는 고충을 최대한 밝고 간략하게 이야기했지만 아마 말하지 못한 뒷이야기등도 많이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자세하게 말하지 않은 건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얻는 행복을 불행에 잠식당하지 않으려고 하는 저자의 바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 저자처럼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꾼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경제적인 압박과 실력이 미천하기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한 가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프리랜서가 되기 위해 자기 신뢰가 먼저라는 걸. 그래야 불안정한 생활을 견뎌나갈 수 있다는 걸.
『우린 한낮에도 프리랜서를 꿈꾸지』는 작가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책이여서 좋았다. 그동안 프리랜서의 고충과 부담을 강조하는 글들만 많이 읽어왔는데 모처럼 밝게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책이여서 좋았다. 어차피 모든 일에 장단점은 있는 법. 그 안에 긍정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쓰여져서인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어떻게 번역가가 되는가와 같은 글이 아닌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에 행복과 감사가 느껴지는 글이여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