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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 나를 슬프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삶을 지켜내는 법
이상희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8월
평점 :

이 책이 내 눈길을 끌었던 건 파격적인 제목 때문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라니... 제목만을 보았을 때는 부부간의 갈등을 그린 에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펼쳐 읽어나가니 두 아이들의 엄마인 저자가 자신을 지켜나간 기록이자 힘을 말한 에세이였다.
『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의 저자 이상희씨는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전업주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을 지켜나간 일상의 사유들에 써내려갔다. 저자는 전업주부이지만 결코 주부라는 역할에 함몰되지 않는다. 자신만의 시간을 지켜나가고 독서와 운동, 상담을 하며 자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말할 수 있다. 독서하고 운동하고 모임에 참석하는 게 뭐가 놀라울 게 있냐고. 하지만 엄마들은 안다. 한 시간의 자유를 얻기가 얼마나 힘이 든지. 전업주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아이들 등교 후 집안일을 하고 나고 한숨을 돌릴 무렵이면 어느 새 아이들이 돌아올 시간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삶 속에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 책에서 저자가 자세히 기록하지 않지만 저자가 아이 등교 후 집안일 대신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는 시간을 내고 연락을 줄이며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건 그만큼 자신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실천이었다.
비슷한 나이, 그리고 두 아이가 있는 주부로서 저자에게 배운 건 주위의 압력과 말에 휩쓸리면 안 된다는 사실이였다. 특히 저자는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자의로 아닌 주위에 의해 모임에 참석하고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단톡방에 초대되는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저자와 같이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엄마인 입장에서 나는 주변의 많은 조언을 듣게 된다.
학부모 모임에는 무조건 나가라.
하루 연차라도 내서 아이들 학교에 가라.
엄마들하고 의도적으로 친해져라...
학부모 인맥이 아이들 인맥을 결정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먼저 지친 기분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과연 아이들에게 중요한 게 무엇일까 생각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 아래 이끌러 참석해야만 하는 걸까. 선택은 No였다. 의미 있는 만남에 집중하자고. 차라리 아이를 더 사랑해 주자고. 그렇게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들 교육만큼 휩쓸리기 쉽다. 주변에서 누가 추천해주면 당장 따라하고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한다. 자신이 손해보더라도 아이들은 잘 되어어야한다며 학부모 모임 등 여러 단체 모임에 필사적으로 참여한다. 학부모의 자발도가 학교 생활을 결정하는 게 표준이 된 현실 속에서도 저자는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을 지켜나가고 차선으로 아이들을 보호하고 사랑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의 저자의 글에 무조건 공감되지는 않는다. 나와 저자의 상황이 다르기도 하고 우리는 서로 다른 인간이니까. 그리고 저자의 사유가 기대만큼 깊은 사유가 아닌 다소 표면적인 듯한 아쉬움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과정 속에 나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무엇을 시작해야할지 배울 수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언젠가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만났던 현지인 할머니 한 분이 말씀하셨다. 이제까지 충실히 살아왔고 삶에 만족하기에 언제 세상을 떠나도 후회스럽지 않다고. 지금 죽어도 좋다고 한 말은 바로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우리에게 확실한 건 지금 바로 우리가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을 지켜나갈 수 있을 때 우리의 생이 다할 때 후회하지 않으리라.
-출판사에서 책을 지원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