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첫사랑 이금이 청소년문학
이금이 지음 / 밤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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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서툴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는 만큼 순수하기도 하지만 실수가 잦기도 한다.

그래서 흔히 첫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다고들 말한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미련이 남고 아련한 첫사랑. 이금이 작가의 《안녕, 내 첫사랑》은 13세 소년 동재의 서툴고 짧은 첫사랑이 그려진다.

13세 동재는 배가 아프다. 자신이 먼저 연아를 좋아했는데 유명한 아역 배우 찬혁이가 연아에게 먼저 고백하는 바람에 연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어디 그것 뿐인가. 부모님은 이혼하셔서 엄마는 스페인 번역가라는 오랜 꿈을 향해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나고 아빠는 은재라는 아이를 둔 아줌마와 재혼하셔서 낯선 이들과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게 되면서 집안일을 해야 용돈을 받는 규칙도 마음에 들지 않고 자신보다 한 살 어리면서 아빠에게 스스럼없이 아빠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은재도 얄밉기만 하다. 집에서는 자신만 제외하고 행복한 듯한 가족의 모습에 배가 아프고 학교에서는 짝사랑하는 연아와 찬혁이의 애정행각을 보고 있는 게 배가 아프다.

구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고 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그래서일까. 동재는 동생 은재가 연아와 같은 성당에 다니는 사이라는 걸 알게 된다. 끝까지 친해지고 싶지 않았는데 연아와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은재의 도움이 필요하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동재는 은재의 도움을 받으며 연아와 찬혁이 헤어지는 틈을 타서 고백에 성공한다.

동재는 그토록 원했던 만남이니만큼 잘 해보려고 그 욕심들은 오히려 연아와 멀어지게 한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자신은 빚을 지면서까지 최선을 다하는데 왜 결과는 이 모양일까.

《안녕, 내 첫사랑》에는 동재의 사랑뿐만 아니라 여러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도 함께 소개된다.

재혼이니만큼 더욱 조심스럽고 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와 아줌마.

햇빛 알레르기라는 지병으로 사랑하는 첫사랑과 헤어지고 아직까지도 잊지 못하는 앞집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미 동재만큼 사랑의 열병을 지나간 어른들은 동재에게 말해준다.


네 엄마랑 헤어지고 나서 아빠가 깨달은 게 있는데 사랑은 자전거 타기랑 같다는 거야.

자건거 탈 때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잖아.

사랑을 제대로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페달을 밟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지.


동재는 뒤늦게나마 알게 된다. 자신의 열심이 연아의 마음에 닿지 않을 수 있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에서 노력을 해야 책임지는 노력을 할 수 있음을. 자신의 과잉욕심으로 계속 잘못된 페달을 밟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뒤늦은 사랑의 후회 속에 아빠가 재혼한 후 왜 달라졌는지 알게 되고 앞집 할머니를 향해 할아버지가 그토록 열심히 멀리서 할머니를 지켜보고 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들을 만날 때마다 진심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엔딩인 거야.


너무 서툴렀기에 빨리 끝나버린 동재의 첫사랑. 비록 단시간에 끝나버렸지만 좀 더 성숙한 사랑을 알게 된 동재는 예전보다 더욱 성숙해 있을 것이다. 비록 첫사랑은 아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동재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온다면 지금과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안녕, 내 첫사랑》은 서툴고 풋풋한 동재의 사랑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과 앞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적절히 버무러진 소설이다. 모두가 실수를 한다. 아이든 어른이든. 하지만 중요한 건 이루어지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닌 상대방이 내 옆에 있을 때 내가 최선을 다하느냐이다. 이루어지지 않다 하더라도 모든 사랑이 소중함을 알려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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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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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작가의 소설 『얼마나 이상하든』은 제목 그대로 이상한 소설이다.

책에 소개된 모든 인물들 모두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2년 전 사고로 자신만 살아남고 절친 커플과 첫사랑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정해진.

정해진은 그 사고로 생긴 많은 강박증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가장자리로만 건너야 하고 맨홀도 피해야만 한다. 트라우마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정해진은 영화음악 감독 지망생이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곡을 받아주는 레이블은 없다.

해진이 일하는 편의점 이름이 '불면증'이라는 것부터 이 이름에 뭔가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직장을 그만둘 만큼 한숨도 자지 못할만큼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편의점 사장님.

배달을 하지 않는 편의점임에도 항상 해진에게 배달을 요청하고 냉장고에 음식 정리까지 부탁하는 게으른 작곡가.

배우 지망생이지만 사채에 쫓겨 수녀복을 입고 해진의 집에서 몰래 생활하는 안승리.

한국 여행 후 일본으로 떠나려다 출국때마다 공황장애가 생겨 7년째 한국에 머물러 있는 편의점 단골 영국인 마크... 심지어 사람도 아닌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정해진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한다.

『얼마나 이상하든』 의 모든 인물들은 우리 눈으로 보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정신 좀 차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책 속의 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품어준다. 자신이 이상한 걸 알기에 타인의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서로 학교를 자퇴하고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점만으로 쉽게 친구가 되는 안승리와 정해진도 그렇고 공황 장애로 한국을 뜨지 못하는 마크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건강을 챙기는 해진과 마크의 우정은 서로를 품어주기에 가능한 우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어쩌면 그들은 패배자에 가깝다. 고졸도 되지 않는 학력, 불면증으로 일만 하는 사장, 영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떄우며 학원 강사하는 마크, 그리고 짙어졌다 옅어지길 반복하는 김만초.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그들이 머무는 상황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해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한다.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다그친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책망이 아닌 현 상황에서 함께 있어 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한다. 『얼마나 이상하든』은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어느 새 한결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설사 자신이 원하는 자리만큼의 성장이 아니다 하더라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 자신의 집에 몰래 있을 것을 권하는 해진의 모습도,그리고 사람도 아닌 유령도 아닌 검은 형체의 김만초와 친구가 되어 가는 현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될수록 중요한 건 서로의 존재라는 걸 알게 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제목 그대로 '얼마나 이상하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소설 뒷표지에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 속에 작가는 당연하게 말한다. 『얼마나 이상하든 』 상관없다고. 어떤 모습의 삶이든 그대로가 소중하다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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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책세상 세계문학 2
안네 프랑크 지음, 배수아 옮김 / 책세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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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학창 시절 『안네의 일기』를 읽었다. 오래 전 이 『안네의 일기』 중 기억이 나는 건 안네와 피터 (이 책 속에는 페터)의 첫사랑이었다. 독일인의 눈을 피해 은신처에서 숨어 있는 사이 사랑이 싹트는 그들만의 사랑이 순수하기도 한 만큼 그들의 미래를 알기에 더욱 애틋해하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세상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시리즈로 새롭게 출간된 『안네의 일기』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안네의 일기>와 그간 공개되지 않아 알려져 있지 않던 일기까지 모두 모아 완전한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더욱이 독일어 번역가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배수아 작가의 번역으로 섬세한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1942년 6월 12일부터 시작되는 안네의 일기. 이 시기는 히틀러가 네덜란드를 점령하고 유대인에 대한 압박을 하며 본격적인 유대인 학살 정책이 시작되는 전조를 보이던 때이다. 안네의 가족 또한 얕은 얼음판 같은 불안한 나날들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유대인에게만 부착되는 노란 별.

유대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대중 교통과 자가 수단.

유대인에게만 있는 통행 금지 시간...

갈수록 늘어만 가는 규제 속에 안네와 그의 가족들은 언제 소환장이 날아 올지 몰라 긴장을 멈출 수 없다.

그 긴장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며 안네를 다독이는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말은 더욱 애처롭기만 하다.




너는 겁낼 것 없다.

우리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넌 그냥 아직 자유로울 때

하루하루의 삶을 걱정 없이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야.



소환장은 안네의 가족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안네의 가족은 그동안 마련해 둔 은신처로 피신한다.

아버지가 일했던 사무실 은신처에서 안네의 가족, 판단씨 가족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뒤셀 씨가 함께 불안한 일상을 해나간다.

어렸을 때 읽었던 『안네의 일기』에서 안네의 모습이 사랑이 시작되는 소녀에 그쳤다면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안네의 일기』에서는 주변에서 끌려가는 유대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자신만 안전하다는 죄책감에 힘들어 하는 안네의 모습이 떠오른다. 비록 예전 집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누추하고 마음이 안 맞는 뒤셀씨와 판단 부인의 잔소리 폭격에 매일 시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지금 안전하다는 사실과 바깥의 누군가는 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강제수용소로 보내져야 한다는 사실은 어린 안네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있어도 괜찮은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웃어도 괜찮은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먹고 마실 수 있어도 괜찮은걸까?

안네의 잘못이 아니지만 다른 유대인의 불행에 침묵해야만 한다는 사실은 결코 안네와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안네의 일기』 속에는 안네를 이해해주지 못해 생긴 엄마와의 갈등,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은신처 식구들과의 갈등 뿐만 아니라 병이 나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홀로 감당해내야만 하는 일상 등이 자세하게 소개된다. 자신을 어리다고만 생각하고 안네의 말을 듣지 않았던 어른들 틈 속에서 안네에게 유일한 친구는 바로 이 일기장이었다.

어떤 말을 해도 자신을 탓하거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었던 이 일기장에서 안네는 불안한 하루 하루를 버티어 갈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위안을 삼을 건 일기장밖에 없어.

키티, 너는 내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참을성 있는 내 친구 키티. 난 키티에게 약속해.

지금의 시간이 아무리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겠다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아내고,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어도 울음을 꾹 참고 가겠다고.


안네의 일기 곳곳에 과연 은신처의 식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 속에서도 전쟁이 끝난 후 하고 싶은 미래를 그려 보는 안네의 글은 이미 마지막을 알고 있는 독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경험자가 들려주는 그 당시의 상황은 소설가의 창조 속에 기록된 소설들보다 더욱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10대 소녀인 안네의 일기는 전쟁의 참상과 유대인 학살에 대하여 어느 소설가 못지 않게 자세하게 쓰여 있다. 마치 안네가 옆에서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게 읽히는 건 배수아 소설가의 매끄러운 번역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조해진 작가는 『안네의 일기』 독후감에서 안네의 죽음에 빚을 졌다고 했다. 안네. 그녀는 힘껏 일기를 씀으로 그 당시의 상황을 많은 이에게 알리며 전쟁의 잔인함과 자유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게 해 주었다. 유명한 정치인이 아닌 어린 소녀의 목소리로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알게 해 준다.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일할 수 있다는 사실. 비록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이 하루가 그들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했는지 알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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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 망가진 책에 담긴 기억을 되살리는
재영 책수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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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책 수선가가 있는 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요즘 같은 시대에 수선이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에 수선의 대상이 다름 아닌 책이라니! 독서 인구 절벽을 향해가고 중고 서점이 판을 치는 이 때 책을 수선하는 직업이라니! 흔치 않은 직업을 살아가는 책 수선가 재영 작가의 수선 기록은 매우 신기하기만 하다.

재영 작가는 도서관에서 책 수선하는 일을 하다 독립해 <재영 책수선>을 열어 망가진 책을 수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과연 책을 수선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재영 책수선>의 첫번째 고객의 책은 <89 시행 개정 한글 맞춤법 수록>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사전을 가지고 놀고 첫번째 고객의 직업으로 갈 수 있게 한 오래된 친구였다. 책이 한 권의 물건이라기보다 친구처럼 그 세월을 함께 견뎌나갔기에 그 고객은 망가진 책을 고쳐주고 싶어했다. 재영 작가는 그 의뢰인의 눈빛과 말투에서 책을 통한 애정을 느끼며 작업을 해 나간다. 재영 작가의 손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고객에게 돌려졌을 때 감동에 찬 그 한 마디.

어렸을 적 친구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요.

이 고객의 한 마디는 지금까지 책을 수선하는 재영 작가의 마음을 다잡아주는 계기가 된다.

"차라리 사고 말겠다." "그냥 귀찮게 뭘 고치냐? 얼마 안 하니까 그냥 새로 사."

예전 어른들은 사서 오래 쓰는 걸 소중히 했지만 대량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는 시대에 수리 비용이 차이가 나지 않으면 과감없이 수리를 포기하고 새 물건을 산다. 하지만 새로 사는 만큼 그 물건에 대한 애정은 갈수록 줄어든다.

조금 쓴 후 버리고 마는 소모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된다. 수선이 줄어든 다는 건 그렇게 물건을 소중하게 대하는 우리의 마음 또한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 에서 소개 된 여러 고객의 사연을 듣다 보면 요즘은 사라져 가는 수선하는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첫 번째 고객처럼 '어린 시절 친구'처럼 여기는 마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남긴 옥편을 수선하여 할아버지를 기리는 마음',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낡은 앨범의 수선을 통해 아내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일'...

각 고객들의 수선 의뢰에는 각자의 사연이 담겨 있었고 그들은 어쩌면 더 저렴할 수 있는 새 책 구매 대신 망가진 책을 수선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을 택한다. 의뢰인의 사연을 듣고 마음을 헤아리며 형태를 바꿔 하며 재영 책수선가는 하나 하나 망가진 책을 수선해나간다.

책 수선이 다른 수리보다 더 특별한 건 모양과 수리가 일정한 일반 공산품과 달리 책 수선은 추억에 따라 또는 고객의 마음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수선될 수 있다는 점이다. 종이에 따라 수선 방법이 다르고 표지를 새로 바꿔 새로운 모습으로 재단장하거나 희귀본인 '초판'의 특징을 살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습으로 수선되는 책 수선의 세계는 그야말로 창의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결국 재영 책 수선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책을 대하는 마음'이었다.

한 권의 책이 의뢰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한 권의 책을 소중하게 대하기 바라는 재영 책수선가의 마음이 더해져서 망가진 책이 새롭게 태어난다. 반려견, 반려동물처럼 함께 마음을 나누는 대상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하기를 바라며 책을 수선한다.



평생을 함께하고 아낄 책이라면,

비록 반려동물처럼 살아 있는 생명체는 아니어도

사람과 책 역시

그에 못지않게 마음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다.

만약 그 관계 안에서 서로가 닮아가게 된다면,

책 수선을 통해 그렇게 된다면, 꽤 멋진 일이지 않을까?


소중히 여기는 마음. 우리 시대에 잊혀진 마음이다. 만약 내가 책 수선을 한다면 어떤 책을 의뢰할까 책장을 훑어본다. 부끄럽게도 내게 많은 의미를 두고 있는 책은 찾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내가 의미를 두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내게 있는 책 뿐만 아니라 다른 물건들 또한 소중히 여기는 마음부터 챙겨야 할 것 같다.

재영 책 수선가의 첫 책, 『어느 책 수선가의 기록』은 의뢰인들의 마음과 수선가의 마음이 만나 읽는 내내 따뜻했다. 단지 수선하는 기록인데 이렇게 따뜻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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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비행
헬렌 맥도널드 지음, 주민아 옮김 / 판미동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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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자연에 대해 가진 잘못된 관점을 깨닫게 하고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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