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이상하든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희진 작가의 소설 『얼마나 이상하든』은 제목 그대로 이상한 소설이다.

책에 소개된 모든 인물들 모두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2년 전 사고로 자신만 살아남고 절친 커플과 첫사랑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는 정해진.

정해진은 그 사고로 생긴 많은 강박증이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가장자리로만 건너야 하고 맨홀도 피해야만 한다. 트라우마로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정해진은 영화음악 감독 지망생이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곡을 받아주는 레이블은 없다.

해진이 일하는 편의점 이름이 '불면증'이라는 것부터 이 이름에 뭔가 사연이 있음을 짐작케 한다.

직장을 그만둘 만큼 한숨도 자지 못할만큼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리는 편의점 사장님.

배달을 하지 않는 편의점임에도 항상 해진에게 배달을 요청하고 냉장고에 음식 정리까지 부탁하는 게으른 작곡가.

배우 지망생이지만 사채에 쫓겨 수녀복을 입고 해진의 집에서 몰래 생활하는 안승리.

한국 여행 후 일본으로 떠나려다 출국때마다 공황장애가 생겨 7년째 한국에 머물러 있는 편의점 단골 영국인 마크... 심지어 사람도 아닌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정해진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 달라고 한다.

『얼마나 이상하든』 의 모든 인물들은 우리 눈으로 보기에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정신 좀 차리라고 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책 속의 인물들은 아무렇지 않게 서로를 품어준다. 자신이 이상한 걸 알기에 타인의 이상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서로 학교를 자퇴하고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는 점만으로 쉽게 친구가 되는 안승리와 정해진도 그렇고 공황 장애로 한국을 뜨지 못하는 마크에게 잔소리를 해대며 건강을 챙기는 해진과 마크의 우정은 서로를 품어주기에 가능한 우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으로 어쩌면 그들은 패배자에 가깝다. 고졸도 되지 않는 학력, 불면증으로 일만 하는 사장, 영국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떄우며 학원 강사하는 마크, 그리고 짙어졌다 옅어지길 반복하는 김만초. 탓하거나 나무라지 않고 그들이 머무는 상황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민해준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게 한다.

사람들은 우리들에게 자꾸 앞으로 나아가라고 다그친다.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혀를 쯧쯧 차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책망이 아닌 현 상황에서 함께 있어 주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한다. 『얼마나 이상하든』은 그저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 어느 새 한결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설사 자신이 원하는 자리만큼의 성장이 아니다 하더라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뭔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게 자신의 집에 몰래 있을 것을 권하는 해진의 모습도,그리고 사람도 아닌 유령도 아닌 검은 형체의 김만초와 친구가 되어 가는 현실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이 진행될수록 중요한 건 서로의 존재라는 걸 알게 한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제목 그대로 '얼마나 이상하든' 괜찮다고 말해주는 소설이었다. 소설 뒷표지에 "이렇게 이상하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 속에 작가는 당연하게 말한다. 『얼마나 이상하든 』 상관없다고. 어떤 모습의 삶이든 그대로가 소중하다고 말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