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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영화 없는 날 -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 ㅣ 쓰담문고 3
김수진.김시원.황고운 지음, 손희정 해설 / 서해문집 / 2022년 1월
평점 :

미디어는 어린이 또는 청소년들에게 스펀지처럼 사회관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예능,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지는 역할에 따라 세계관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인 미성년자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의 많은 미디어가 남성 중심의 예능, 가부장적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 차별과 폭력이 넘나드는 기존 사회를 답습하는 영화 속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차이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을까? 『볼 영화 없는 날』 은 성평등 교육을 실현하는 현직 교사 세 명이 청소년들에게 성평등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영화 열 일곱 편을 엄선하여 소개해준다.
『볼 영화 없는 날』은 영화관의 구조처럼 1관부터 5관으로 각각 다른 주제로 영화를 소개한다.
먼저 저자들이 소개하는 1관은 바로 '사소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사소할 수 없는 이야기들은 영화 '벌새' 우리집' 그리고 '툴리'와 '82년생 김지영'이 소개된다. 왜 저자들은 이 영화들을 사소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라고 했을까? 이 영화들은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이웃이기 때문이다. '벌새'의 중2 소녀 은지, '우리집'에서의 세 소녀들 '유미', '유진', '하나' 그리고 82년생 김지영과 '툴리'는 평범한 가정 주부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이웃들의 이야기이자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사회의 유명 인사는 아니기에 주목받지 못하지만 이들이 겪는 문제는 분명 존재하고 사회 구조의 불합리와 일상 속의 차별 속에 이들의 생활은 위협을 받고 있다. 너무 개인적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일상 속의 차별. 주류 사회인 남성 성인 세계에서는 그저 사소한 이야기일 뿐이지만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임을 저자는 설명한다.

현재 사회의 뜨거운 이슈인 '차별금지법'이 왜 논란일까? 『볼 영화 없는 날』에서는 영화 속에 보여진 차별의 현장들을 소개한다. 동성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정체성을 거부당하며 원하지 않는 결혼과 삶을 살아야 했던 영화 <윤희에게>, 이란의 여성 차별과 오스트리아에서의 인종 차별 속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프랑스로 떠나야 했던 여인을 그린 <페르세폴리스> 등을 보면서 우리는 궁극적인 질문에 이르게 된다.
"나와 다름이 왜 잘못인가?"
"각 개인은 다르게 태어난 개인임에도 왜 살아가는 방식은 다름을 인정받지 못하는가?"
'나'와 '너'가 다르듯, 삶 또한 다르지만 삶에서만은 같을 것을 강제하는 사회는 얼마나 모순적인가?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결국 사회의 변화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함을 알게 된다.
책 속에 소개된 열 일곱 편의 영화들은 이게 맞는 것일까라는 기성 세대의 세상에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기성 세대가 내린 답을 수정해나가고 또 다른 답안지가 있음을 제시해준다. 삶이 결국 한 가지 답만 있는 것이 아님을, 개인에 따라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한 삶 속에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타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는 나와 너의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책속에 소개된 영화들은 바로 그 디딤돌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