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의 미라클 감사일기 - 불안한 크리스천 은혜로 일어서다
박은혜 지음 / 바이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안에 기도가 끊긴 건 엄마의 병 진단때부터였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결혼하고부터였다.

서로 불같은 성격에 말다툼은 기본이고 우리의 관계는 하루에도 냉온탕을 몇 번이고 들락거렸고 나는 한없이 우울해졌다. 든든한 내 편을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이름 그대로 '남의 편'이라는 사실을 매일 깨달았다.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한 쌍둥이를 바라보며 하나님을 원망했다.

'제가 한꺼번에 두 명을 돌볼 수 있는 체력과 재력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아시잖아요. 왜 제게 이런 힘든 짐을 주세요!'

내 원망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가되었다. 아이들에게 소리지르고 그저 오늘도 빨리 지나만가라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돌보았다. '엄마도 좀 쉬게 빨리 빨리 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일상 속에서 당연히 교회 출석은 들쑥날쑥했다. 그런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엄마의 병진단을 받았다. 평생 고생만 하시며 열심히 하나님을 믿어왔던 엄마에게 닥친 병을 보면서 나는 하나님을 불신하게 되었다. 초반에는 치유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는 치료법과 엄마와 우리 가족 모두 지쳐가면서 내 기도는 멈춰버렸다.

《100일의 미라클 감사 일기》 를 읽은 시기는 웃프게도 남편과 다투고 혼자 마음을 삭히고 있던 때 읽게 되었다. 저자 박은혜씨의 성경통독과 감사일기를 통한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저자의 신앙 간증이다.

먼저 저자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삶의 행적은 내게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 대학 1학년때 뇌출혈로 돌아가신 어머니, 다한증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달고 살아야 했던 신체적인 약점, 그리고 무엇보다 첫째 딸과 쌍둥이 총 세 명의 아이까지.. 나또한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삶은 저자가 표현한대로 '마이너스'의 삶이었다.

저자의 삶 속에서 가장 공감이 되는 부분은 같은 쌍둥이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감정이었다.

다중인격인가? 자주 극한 코너에 몰리다 보니 나의 본성이, 나의 바닥이 있는 그대로 너무 쉽게 드러난다. 나는 우아하지도 선하지도 않다. 쌍둥이 육아로 개고생을 하며 내 안에 사랑이 없음을 명확히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 형제는 엄격한 엄마 밑에서 자랐다. 엄밀히 말하면 맞고 자랐다. 지금 같은 시절이라면 학대라고 말하겠지만 그 당시에는 부모의 체벌은 당연한 것이었다. 우리 또한 당연히 엄마의 체벌에 어떤 이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엄마의 체벌을 받았다. 성적이 떨어지거나 또는 엄마의 비위를 상하게 할 때면 집마당에서 나뭇가지를 꺾어와서 때렸고 심지어는 코피가 나기도 했다. 그런 엄마 밑에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친구같은 엄마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발견한 내 모습은 바로 내가 닮고 싶지 않다고 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말해서 듣지 않으면 버럭 소리지르고 화를 냈다. 한바탕 소리를 지르면 그 후 심한 죄책감이 나를 휘감았다. 나도 어쩔수 없구나. 보고 배운게 있는데 이걸 벗어나지 못하구나 깊은 한탄에 동생에게 하소연했다.

"결혼은 행복한 과거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할 것 같아. 내가 불행하다보니까 다른 사람들까지 불행하게 하는 것 같아."

내 어린 시절은 나와 동생만이 (엄마가 오빠는 잘 때리지 않았다) 알 수 있었기에 동생 또한 비슷한 육아 문제를 겪고 있었고 우리는 어쩔 수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저 엄마이니까 엄마로서의 책임감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언제 또 내 안의 쓴뿌리가 튀어나올까 불안함과 죄책감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기대도, 믿음도 없었다.

내가 과거로부터 벗어나기를 체념했다면 저자는 '성경통독'으로 극복하기를 시도한다. '한 달 성경통독'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저자는 믿을 수 없는 변화를 경험한다. 일상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들 육아는 여전히 힘겹고 가족 교통사고도 겪게 되지만 성경통독을 하면서 그 상황에 대할 때마다 마음의 변화를 깨닫게 된다.

어렵기만 했던 육아에서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을 더 발견하게 하시고

자신만 다친 교통사고에서 자신만 다쳐 감사하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극적인 고백은 바로 '사랑'을 찾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나는 내 안의 '분노'를 체념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성경통독을 통해 자신의 '분노'를 다스려가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꼈다. 40년 넘게 엄마의 분노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던 나도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변화는 변화를 일으킨다.

저자의 성경통독은 기도와 감사로 이어진다. 온갖 상황에서도 감사제목을 쓰게 하시고 어린 시절 잘못을 고백하며 나눔으로 더 큰 감사로 이어지게 된다. 그 변화가 너무 구체적이라서 매우 놀랍다. 저자 혼자만 변한 게 아닌 저자가 변함으로 온 가정이 달라지는 변화를 보면서 결국 나 먼저 실행하고 변화할 것을 독려해준다.

이 글을 읽으며 내 삶의 감사제목을 살펴본다.

우리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나와 남편이 지금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내가 힘든 시기에 책이라는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활동이 지옥같은 일상에서 나를 지탱하게 해 줄 수 있음에 감사하다.

《100일의 미라클 감사 일기》 의 저자처럼 내가 가장 원하는 기도는 나의 분노, 나의 마음을 지키고 싶다.

어린시절의 쓴뿌리로부터 해방되고 싶다. 저자도 해냈으니 나도 해냈다는 걸 주위에 말하고 싶다.

이 책으로 체념하고 있던 희망이 삐쭉 고개를 내민다. 우선 시작해보라고 내게 손짓한다.

그래. 한 번 해 보자. 시작이 반이라지 않는가. 나의 감사 일기는 오늘부터 시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수묵화의 본질과 함께 상처를 치유되는 과정이 잘 어울러져 빛이 나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선은 나를 그린다』의 주인공 아오야마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었다. 그 후 작은 아버지 가정에서 자랐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혼자에 익숙한 아오야마. 그는 항상 마음 속에 두 가지 마음이 존재한다. 부모님에 대한 추억은 평온함으로, 사고의 이미지는 죽음과 절망으로 . 정반대의 두 감정이 아오야마를 더욱 고립되게 한다.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그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금의 부속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별난 친구 고마에를 만나지만 그와의 우정은 언제나 거리가 있다. 어느 누구도 아오야마의 세계에 침투할 수 없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살던 아오야마가 '수묵화'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계기는 친구 고마에의 아르바이트 부탁때문이었다. 전시회 가벼운 소일거리만 도와준다고 했던 말과 달리 막노동꾼과 같은 작업량에 놀라 도망가버린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아오야마는 홀로 묵묵히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을 겨우 마치고 홀로 전시회 그림을 보던 그에게 한 유쾌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며 아오야마에게 다가온다. 바로 수묵화의 거장 '시노마 고잔' 선생이었다.

소설은 짐작할 수 있듯 아오야마가 수묵화를 본격적으로 배워나가면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수묵화의 가르침과 치유의 과정이 어울러져 아오야마가 숨기고 있던 상처를 직면하게 해 주는데 있다.

처음 고잔 선생이 시도한 가르침은 바로 그림을 그리며 즐기는 일이었다.

수묵의 본질은 이 즐거움일세.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서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게

그림을 그리는 일이지.

오늘 강의는 이걸로 끝일세. 와줘서 고맙네.


그림을 그리며 즐거움을 찾는 것. 그것은 바로 안에만 갇혀 있던 아오야마를 밖으로 걸어나오게 만드는 행위다.

그림으로 표현하며 뭐든 시도해보게 하는 것. 그 첫걸음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다음 단계는 남에게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던 아오야마에게 힘을 빼게 하고 가장 중요한 건 그림이란 바로 순간 순간마다의 마음이었다.


순간을 즐기는 것. 마음을 중시할 것. 그 과정 과정을 넘어 결국 본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부분까지 가르침을 받고서야 아오야마는 왜 고잔 선생님이 자신을 수묵화의 세계로 불러들였는지 깨닫게 된다.

이제까지 평온함과 불안함 양면된 마음 속에 괴로워하던 마음을 그저 바라만 보다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


이 소설에는 수묵화의 세계와 함께 선의의 경쟁을 하는 고잔 선생의 손녀 지아키와 아오야마의 우정 또한 빛을 발한다. 처음에는 불청객처럼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아오야마의 존재에 적의를 드러내던 지아키가 아오야마를 동료로 받아들이며 함께 성장해간다. 그때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함께 할 때에 더욱 발전할 수 있음을. 서로의 존재가 서로를 성장시켜줄 것임을 그들은 알게 된다.

소설을 읽노라면 수묵화의 세계가 매우 궁금해진다. 이 책이 코믹스로 동시 발매도 되었다고 하는데 과연 그림으로 수묵화가 어떻게 펼쳐질지 매우 기대된다. 과연 책에서 표현된 거장 고잔 선생님과 스이잔 선생님의 수묵화, 수제자 니시하마와 사이토의 수묵화 등이 만화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 책에서 그려낸 설명등이 충실하게 반영되었을까도 기대된다. 이 책이 한 편의 영화 소재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뭔가에 몰입하는 사람이 가정 멋있다는 말을 저절로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뭔가를 몰입할 수 있다는 게 매우 부럽다. 수묵화의 본질과 함께 상처를 치유되는 과정이 잘 어울러져 빛이 나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블랙아웃 - 나는 왜 민주당을 탈출했나
캔디스 오웬스 지음, 반지현 옮김 / 반지나무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은 이유는 간단했다. 진보 성향이 강했던 2-30대 젊은이들이 보수로 돌아선 한국의 MZ세대를 이해하고 싶었다. 비록 한국과 미국의 정치환경은 다르지만 미국 민주당에 우호적인 흑인들인 데 반해 민주당을 나와 보수의 길로 들어선 정치 보수주의 평론가 캔디스 오웬스를 통해 그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본래 캔디스 오웬스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그녀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이였다. 하지만 캔디스 오웬스는 자신이 정치를 공부할수록 민주당, 흔히 자유주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공화당 지지자로 전향되었다. 그리고 지금 '블랙시트 Blexit'운동을 출범하고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복지주의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삶을 살게 함과 동시에

어떤 사회에든 대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을.

이 진실이 우리의 최초 흑인 대통령이자 리버럴 진영의 대표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놀라운 것은 저자가 복지를 확대하는 복지 개혁 정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푸드 스탬프, 사회 보장, 면세 혜택 등의 복지 정책 등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인간은 무책임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남성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사라지고 여성도 남성 가장의 필요성을 예전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 정부에서의 복지 정책이 있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가정이 깨지는 효과가 낳게 되며 개인 또한 무책임하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국의 보수 정치인들이 말하는 '복지 포퓰리즘'을 생각했다. 퍼주기만 하면 결국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보수 정치인들처럼 저자 캔디스 오웬스도 의견을 같이 한다. 물론 완전히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호주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체류했을 때 청년들이 일하지 않아도 매년 실업 수당이 나오기에 굳이 일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일부 호주인들은 정부의 복지 정책이 젊은이들을 오히려 일하지 않게 만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저자의 의견에 반박하고 싶은 건 바로 내 주변에서 볼 때, 복지 정책으로 가정이 깨지기보다 경제난으로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미국은 한국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보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경우 불화가 잦고 깨지기 쉽다.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다르기에 비교하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복지정책이 한부모 가정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데 나는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

페미니즘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초기 페미니즘에 비해서 후기 페미니즘이 심하게 변질되었다고 비판한다.


인민 재판에서 남성의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모든 남성은 기본적으로 유죄라는 관점 말이다.


전세계를 들끓게 했던 '미투'운동에 대해 저자는 이 운동이 남성은 유죄라는 잘못된 관점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초기 페미니즘은 평등, 또는 선거권 운동과 같이 현실적이면서 바람직한 방향이었다면 지금의 페미니즘은 남성을 죄인으로 만들어간다고 비판한다.

저자의 말을 들으면 남성들이 주로 하는 말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남편 역시 내게 말한다. 모든 남성이 그런 건 아니라고. 소수일 뿐이라고. 나는 이 이야기에서 '피해자 중심주의'가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우리는 피해자를 중심으로 사건을 파악해야 한다. 그 원칙하에 가해자 측의 의견을 들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이론은 오히려 피해자를 더욱 움츠려들게 만드는 것 아닐까?

책을 읽다보면 미국의 유명한 백인우월주의 집단인 KKK단이 바로 민주당이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흑인들을 위한 정책이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에서 나온 정책이 많음 또한 저자는 밝히며 저자는 자신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방향을 돌릴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한다.

앞서 말했듯, 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론 생각한다. 내가 꼰대라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처음 읽던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게 될까 봐 두렵기도하다. 내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더 열린 마음으로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EBS <예술가의 VOICE> 제작팀.고희정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많은 사람들은 예술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학문.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부모에게도 고민이고 당사자 본인도 예술의 길을 결심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

예술은 과연 재능이 압도적으로 중요할까? 물론 예술은 중요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사람에게 예술의 문턱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낮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어떨까? 예술 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까? 《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에서는 피아니슽, 디자이너, 건축가 등 여덟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씨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성인 피아니스트 역으로 나와 마지막을 장식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피아니스트다. 이 분은 여러 수상 경력도 화려하지만 또 한 가지. 바로 드라마 방송 작가 이금림씨의 아들이다. 그래서일까.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말하는 예술에는 '언어'가 강조된다.



저는 모든 예술의 어떤 근본이 되는 것은 '문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인간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그 감정이라는 건 굉장히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것이어서 그것이 기억이라는 보관함에 저장될 때는 언어가 필요하단 말이죠.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문학'이야기를 들을 때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다. 문학을 몰라도, 언어를 몰라도 잘 연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문학'의 중요성은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김영란 전대법관은 법이 인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자리이기에 인간을 더욱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을 잘 알기 위해서는 문학을 읽어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간접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이 없는 음악은 없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 감정을 울리기 위해서는 작곡가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느껴야 한다. 감정의 보관함이 필요하다 . 그래서 예술에 있어 언어는 절대적이다.

기계생명체를 창조해나가는 조각가 최우람씨는 끝까지 질문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계란 무엇이지?'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의존하고 있지?'

'이들이 생명을 가지면 어떻게 되지?'

모든 것들에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나간다. 그 여정 속에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질문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자는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에서 선생님의 영향력이 있었음을 말한다. 그리고 예술에 정답은 없으므로 그저 자신을 믿고 과감히 표현해 나가라고 말한다. 표현해 나갈 때 비로소 하나씩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생각만 하고 하지 않으면 거기서 끝나 버리니까,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십시오.


질문에 대한 중요성은 버려진 쓰레기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디자이너 이영연씨 또한 강조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나는 뭘 해야 하는지,

내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시시때때로 던지는 거에요.



예술. 결국은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예술가들은 모두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자신에게 음악이 무엇인지, 자신이 왜 이 일을 계속 하는지, 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나갔다. 그 답을 찾아가고 실행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자신의 예술은 자신만의 것이니까.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인생을 창조해 나가는 예술가니까. 우리 인생에도 정답은 없으니까 우리만의 방식대로 표현해나가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