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
EBS <예술가의 VOICE> 제작팀.고희정 지음 / EBS BOOKS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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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예술은 재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학문. 그래서 쉽게 접근할 수 없다. 부모에게도 고민이고 당사자 본인도 예술의 길을 결심하기란 솔직히 쉽지 않다.

예술은 과연 재능이 압도적으로 중요할까? 물론 예술은 중요하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듯 부모로부터 물러받은 사람에게 예술의 문턱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낮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어떨까? 예술 은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까? 《어느 날 예술이 시작되었다》에서는 피아니슽, 디자이너, 건축가 등 여덟 명의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설명해준다.

첫 번째 인터뷰이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씨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성인 피아니스트 역으로 나와 마지막을 장식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피아니스트다. 이 분은 여러 수상 경력도 화려하지만 또 한 가지. 바로 드라마 방송 작가 이금림씨의 아들이다. 그래서일까. 김정원 피아니스트가 말하는 예술에는 '언어'가 강조된다.



저는 모든 예술의 어떤 근본이 되는 것은 '문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인간은 감정을 갖고 있는데 그 감정이라는 건 굉장히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것이어서 그것이 기억이라는 보관함에 저장될 때는 언어가 필요하단 말이죠.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문학'이야기를 들을 때 누군가는 생각할 수 있다. 문학을 몰라도, 언어를 몰라도 잘 연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김정원 피아니스트의 '문학'의 중요성은 김영란법으로 유명한 김영란 전 대법관의 말과 맥을 같이 한다. 김영란 전대법관은 법이 인간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자리이기에 인간을 더욱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을 잘 알기 위해서는 문학을 읽어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간접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이 없는 음악은 없다.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 감정을 울리기 위해서는 작곡가의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고 피아노를 치면서 느껴야 한다. 감정의 보관함이 필요하다 . 그래서 예술에 있어 언어는 절대적이다.

기계생명체를 창조해나가는 조각가 최우람씨는 끝까지 질문하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기계란 무엇이지?'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의존하고 있지?'

'이들이 생명을 가지면 어떻게 되지?'

모든 것들에 질문을 하고 답을 찾아나간다. 그 여정 속에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질문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저자는 어려서부터 받은 교육에서 선생님의 영향력이 있었음을 말한다. 그리고 예술에 정답은 없으므로 그저 자신을 믿고 과감히 표현해 나가라고 말한다. 표현해 나갈 때 비로소 하나씩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생각만 하고 하지 않으면 거기서 끝나 버리니까,

어차피 정답은 없으니까,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십시오.


질문에 대한 중요성은 버려진 쓰레기로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디자이너 이영연씨 또한 강조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지,

내가 이 일을 하는 이유와 나는 뭘 해야 하는지,

내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본질적인 질문을 시시때때로 던지는 거에요.



예술. 결국은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야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책 속의 예술가들은 모두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자신에게 음악이 무엇인지, 자신이 왜 이 일을 계속 하는지, 이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나갔다. 그 답을 찾아가고 실행하며 나아가는 것이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자신의 예술은 자신만의 것이니까.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이들의 이야기가 결코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바로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인생을 창조해 나가는 예술가니까. 우리 인생에도 정답은 없으니까 우리만의 방식대로 표현해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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