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23 소설 보다
강보라.김나현.예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과 지성사에서 각 계절에 맞추어 출간하는 시리즈인 <소설 보다, 봄>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출간되었다.  수많은 단편 속에서 이 시리즈에 수록되는 영광을 얻은 세 명의 작가는 강보라 작가의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 김나현 작가의 <오늘 할 일>, 예소연 작가의 <사랑과 결함>이다. 

 

첫 번째 단편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에서는 발리섬 우붓에서 펼쳐지는 나와 다른 여행자들의 괴리감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일명 문화 엘리트측에 속하는 '나' 는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미술업 비즈니스를 하는 남자친구 현오가 있고 현오의 출판사에서 책 출간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유명 명상가의 워크샵을 보기 위해 인도네시아까지 여행을 가게 된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다. 그런 '나'가 여행지에서 만난 인물들인 '호경' '오반장' 그리고 '송기호'는 다르다. 그들은 터를 잡지 못하고 여행자로 이 곳에 잠시 닻을 내린 장기여행자이다. 

 

여행자 중에 나이도 제일 많고 6인실을 쓰는 여행자들과 달리 독방을 쓰는 나의 입장은 오반장의 입장에서는 부유한 '언니'이자 부르주아 여행자이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스스럼없이 언니라 부르며 일종의 비아냥을 받게 된다. 

<뱀과 양배추가 있는 풍경>의 묘미는 이것이다. 문화 엘리트측인 '나'와  부유한 남자친구' 현오' 또한 성공한 사람들을 비아냥거림으로 자신의 입지를 정당화한다.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 이 책의 화자인 '나'가 보기에 떠돌이 인생인 '오반장' 또한 자신보다 잘 나 보이는 소설 속 '나'를 향해 서슴없이 비아냥거리며 쉽게 판단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저 바깥에 보이는 대로 쉽게 말하고 쉽게 판단한다. 이 모습이 계급의 차이를 떠나 너무 쉽게 벌어진다. 나름 자유롭게 지내는 오반장처럼 보이지만 이 사회의 정한 규범과 표준 속에서 이들은 서로를 쉽게 재단한다. 

 

그런 모습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또 한 명의 장기여행자 '호경'이 균열을 나타낸다.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양측 사이에서 판단하기보다 즐기는 호경의 모습은 얼핏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소설 말미에 드러나는 호경의 본모습은 강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리 안의 농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 

그 일시적인 감흥이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최선 아니겠느냐고. 

 

이 책에 수록된 세 편 중에서 가장 좋아하고 이해하기 쉬웠던 작품은 김나현 작가의 <오늘 할 일>이었다. 

맞벌이 부부에서 남편 선일의 퇴사로 외벌이 부부가 된 이 부부는 남편 선일의 퇴사와 함께 더욱 체계적인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펼치며 계획해간다. 

 

출근길에 책 읽기, 바닐라라테 마시기, 업체 선정하기 등등...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늘 변수는 생기고 하루는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주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서로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불안한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바라며 다이어리에 계획을 세우지만 또 다시 오늘과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며 불안해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도 괜찮은 것인지 아무에게나 묻고 싶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눈앞에는 없었다. 

정말로 오긴 오는 것인가.

다가올 계절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았다. 

 

일상의 긴 슬럼프를 통과하고 있는 나는 이 문장 앞에 깊은 한숨을 내 쉰다. 

나 역시 묻고 싶었던 거니까. 이래도 괜찮은 거냐고. 어제와 똑같은 내 상태가 정말 괜찮은 거냐고, 밝은 미래가 오긴 오는 걸까 회의감과 절망감으로 다가올 계절이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슬럼프 속에서 나는 답을 한다면 어제를 살아낸 이 부부가 오늘도 살아내는 것만을도 괜찮다고. 어제도 살아냈는데 오늘을 못 살아내겠느냐고 말하고 싶다. 

인생의 하락기를 걷고 있다고 느껴질 때 미래의 거창한 계획이 아닌 '오늘을 잘 살아내기'가 가장 큰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그래서 나는 하루를 살아갈 때 이 단편의 제목처럼 '오늘 할 일'만 적어내려간다. 이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보자는 의미로 말이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 오늘의 할 일이 나를 지켜준다. 오늘의 할 일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휩쓸러가는 나를 보호해준다. 그렇게 나는 이 하락하는 나에게 최소한의 방어막을 선물하며 오늘을 버티어간다. 

 

이 소설 속의 불안해하는 나의 마음을 알지만 함께 오늘 할일을 채워가며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을 잘 살아내어주어서 대단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반면 마지막 단편 <사랑과 결함>은 내게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이었다. 

'고모'와 '순정' 으로 불리는 이모, 사랑을 주고 미워하는 이 관계 속에서 내가 이  소설을 말한다면 우리는 모두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하는 점이다. 아이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주는 존재라는 점, 그리고 모녀관계가 연민과 증오가 함꼐 섞일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 이 소설이 그런 걸 말하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내 안에서 그런 양가적인 감정을 더욱 이해하게 되었다. 

사랑을 주지만 결함이 있는 관계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이 결함을 껴안고 나아가는 관계가 로봇청소기에 투영된다는 점을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서 다시 이해할 수 있었다. 

 

<소설 보다 봄>에서 예소연 작가는 인터뷰에서 소설이 타인의 고통, 우울, 그리움을 마주볼 수 있고 끌어안게 해 주는 역할을 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이 세 편의 소설들 속에서 타인의 삶을 잘 볼 수 있는 작품이 선정되었음을 알게 해 준다. 그래서 내가 소설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완벽한 챗GPT 강의 - 행시 수석 인공지능 전문 경제학자 이정혁의
이정혁 지음 / 성안당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챗GPT가 출연한 이래 현재까지 챗GPT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다.

여전히 많은 챗GPT관련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사람들은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만들어나갈 미래를 두려워한다.


『완벽한 챗GPT 강의』 를 읽기에 앞서 나는 먼저 챗GPT에 관해서

저는 현재까지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과 <챗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를 먼저 읽어보았다.

책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인간의 개입없이 챗GPT가 책을 만들 수 있는가를 시험해보는 한 출판사의 시험무대 였다면, <챗GPT 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뇌과학자와 챗GPT와의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챗GPT가 어디만큼 왔는지를 알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앞의 두 권에 이어 읽은 『완벽한 챗GPT 강의』는 앞서 읽은 두 책에 비해

머신 러닝 활용한 경제학 이정혁 박사가 챗GPT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서문을 살펴보면 챗GPT의 정의부터 시작하여 이 책으로 알게 될 내용과 어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문으로 시작한다.


그런데 다음 장을 넘겨보면 저자는 이 서문이 저자가 쓴 것이 아닌 챗GPT가 쓴 서문이었음을 밝힌다. 기계가 쓴 글이라고 전혀 의심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색없는 글이라는 점에 읽는 독자를 놀라게 한다.

자, 이제 챗GPT의 글쓰기 실력을 대충 맛보았으니 이제 본격적인 챗GPT가 과연 능력이 어디만큼인지 알기 위해 저자는 챗GPT와의 대화를 시작한다.

미국에 거주하는 저자가 아이들과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추천해 달라고도 하고 저자의 전공인 경제학 최저 임금에 대해서도 챗GPT에게 의견을 묻기도 한다. 저자는 챗GPT가 주는 놀이터 정보에 따라 실제로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기도 하고 저자의 전공에 대한 토론에서도 챗GPT가 결코 뒤지지 않음을 확인한다.

내가 앞서 읽었던 <챗GPT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에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챗GPT가 자신의 기능과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었다. 가령 챗GPT는 문맥에서 '주의' 매커니즘 (attention) 을 활용하는 작동을 한다고 알려주었지만 그래서 이게 왜 뛰어날 수 있는지 기계가 나와 같은 초보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저자가 직접 그 차이를 인간의 학습법과 비교하며

어린 아이들에게 설명하듯 친절하게 알려준다.

'주의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우리가 영어로 대화할 때 100%를 이해하는 게 아닌 중요한 단어를 연관하여 이해하는 것과 같은 방식과 유사하게 작동하는 원리가 기존 AI와 다른 점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챗GPT를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지만 정말 두려워할 부분을 저자는 강하게 경고한다. 바로 챗GPT로 인해 생겨날 수 있는 '거짓' 정보이다.


AI는 인간이 주입하는 학습에 따라 반응하는 기계이다. 그래서 AI를 학습시키는 인간이 누구인가에 따라 AI도 똑같이 반응합니다.

챗GPT의 회사 OpenAI의 담당자가 인종 차별론자라면 챗GPT 또한 인종 차별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챗GPT의 답변을 맹신한 나머지 우리는 잘못된 편견과 거짓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그 편견을 시험하기 위해 저자는 세계의 뜨거운 논쟁인 '동성애, '종교', '개고기 등을 가지고 챗GPT와 토론하기도 한다. 윤리적인 질문에 대해 극도로 조심하는 방향은 똑같지만 '개고기 식용' 만큼은 확연히 거부하는 챗GPT의 대답은

개발진의 생각이 들어간 부분임을 간과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 챗GPT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남을것인가만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단편적인 걱정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인공지능이 야기할 사회적인 이슈등을 미리 점검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시급함을 강조한다.


기존의 책들이 챗GPT의 기능을 설명하기에 중점을 두거나 챗GPT가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막연하게 설명했던 데 비해 『완벽한 챗GPT 강의』 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분석해준다.


대화에 따라 더 높은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 챗GPT를 알기 위해 이 책은 기존의 책들보다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장점이 있다.

챗GPT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려주는 데 더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AI가 만들어내게 될 노동시장, 윤리적인 문제, 인간이 나아갈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실제 챗GPT를 활용하는 방법까지 기술해 놓아 이 AI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해 주려는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챗GPT를 이제 막 시작하거나 두려워하는 독자들에게 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여인의 우정으로 시대에 대한 편견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미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에는 두 여인이 있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으로 명성을 얻기 원하는 부유한 귀족 출신의 숙녀 일라이저 액턴.

또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잃어 목발에 의지하는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하층민 출신 앤 커비다.

출신부터가 다른 일라이저와 앤 커비. 전혀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두 여인은 일라이저의 아버지의 파산으로 아버지가 급히 외국으로 피신하고 일라이저가 어머니와 함께 지방에 내려오며 두 주인공은 하숙집 요리 담당과 일라이저를 돕는 주방 하녀로 앤이 일자리를 얻게 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시인을 꿈꿨던 일라이저. 자신의 시 출간을 위해 출판사에 갔지만 편집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여성이 책을 쓰거나 사회활동이 어려웠던 1800년대, 일라이저는 시 대신 요리책을 집필하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자신의 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무시하는 편집장의 말에 부아가 치밀지만 파산한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경제적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일라이저는 하녀인 앤과 함께 요리책 만드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계량법도 없고 들쑥날쑥한 설명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던 요리책,

요리책도 시처럼 간결하고 보기 쉽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일라이저에게 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일라이저를 돕는 환상의 파트너가 되어간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의 두 주인공 일라이저와 앤 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한다면 당연히 일라이저가 아닌 앤의 입장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라이저처럼 부유한 귀족 출신도 아니고 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말이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의 두 주인공 일라이저와 앤 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한다면 당연히 일라이저가 아닌 앤의 입장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라이저처럼 부유한 귀족 출신도 아니고 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감정이 이입되며 공감되는 인물은 앤이 아닌 일라이저였다.

일라이저는 똑똑하고 하녀인 앤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도 가졌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가지는 부정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서른 여섯의 노처녀라는 점.

그 당시의 여자라면 응당 출신에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 일라이저가 노처녀라는 사실은 어머니에게는 큰 치부였고 허름한 술집의 술꾼들에게도 놀림거리 대상이었다.

책 곳곳에는 이 수모를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하는 일라이저의 모습이 자세히 드러난다.




\\


일라이저는 경제적 책임을 감당해야 했음에도 노처녀라는 이유로 어머니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자신의 꿈인 시집은 쓸모없는 낭만이었고

귀족 출신이지만 요리를 배우고 요리책을 내겠다는 건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

어머니에게 일라이저의 혼사 이외에는 모든 게 못마땅했고 남부끄러운 일이였다.

30대 중반에 결혼한 나 역시 보수적인 부모님으로부터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명절때마다 누구는 결혼해서 손자가 있다고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감당해야했고

집에서 십자수를 하며 취미 생활을 하는 내게 나가서 활동에 가입해서 남자나 만나고 오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동생이 효녀 대접을 받았고 나는 꼼짝없이 불효녀가 되었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결혼 정보 회사에 강제 가입되어 몇몇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부모님의 모든 기준은 결혼이었다.

일라이저의 시대와 나의 시대를 보면서 반문해보았다.

100년이 지났지만 과연 이 시대는 얼마나 달라졌나? 하지만 슬프게도 결혼에 대한 인식은 1800년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라이저와 앤은 시대의 편견을 뚫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그 길이 순탄치는 않다.

편견은 잘 바뀌지 않고 어머니의 비난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두 여인은 본인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며 두 사람이 서로 닮아가며 꿈을 완성해나간다는 점이다.

신분의 차이를 떠나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둘은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고 본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둘은 꿈을 공유하며 요리책을 완성한다.

레시피들이 말을 한다는 점.

거기에는 나름의 언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익명으로 남는 것은 겁쟁이나 하는 짓이다.

이름을 지우는 것은,

신세대 가정 관리자에게 꼭 필요한 확신을 지우는 일이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은 실존 인물 일라이저 액턴의 삶을 작가가 각색하여 만들어낸 실화 바탕 소설이다. 실제로 이 요리책을 만들기 위해 10년 이상을 요리책에 투자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꿈을 향한 도전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시대에 대한 편견, 두 여인의 우정과 도전 속에 두 사람은 서로 닮아가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박산호 지음 / ㅁ(미음)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소설이 쓸모없다고 말한다. 자기계발서, 실용서는 날개 돋친듯이 팔려도 소설은 영상화 되지 않는 한 사람들의 눈에 띄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작가가 만든 허구의 세계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쓸모 없어 보이니까. 한 마디로 필요없으니까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소설은 정말 읽을 가치가 없는 것일까? 

여기 이 시대의 소설의 쓸모없음을 단정짓는 이 담론에 강하게 거부의사를 표하는 책이 있다.  스릴러 소설 전문 번역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로 글쓰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산호 작가이다. 

 

『소설의 쓸모』에서는 17편의 소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그려진다. 이 책에 소개된 열 일곱 편의 작품 중 아는 작품도 몇몇 보이지만 읽지 않은 작품들이 더 많다. (나 또한 나름대로 소설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데 모르는 소설이 더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렇지만 상관 없다. 작가가 작품을 소개할 때마다 대략적인 줄거리와 함께 우리가 생각할 부분을 짚어 주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얼마나 좋은 질문을 품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시녀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저자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이 소설을 쓴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마거릿 애트우드가 동유럽에서 잠시 근무하면서 억압적인 여성들의 환경을 보며 받은 충격 속에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현 상황을 그저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고민하며 그 현상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기 위해 써내려갔다. 

 

나는 소설이 쓸모가 되기 위해서는 독자 또한 '좋은 질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 <소설의 쓸모>에서 소개된 <베이비 팜>에서 출산마저도 외주화 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그리는 이 모습에서 그냥 소설이니까라고 읽고 넘겨버릴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게 편의에 따라 외주화되는 이 시대에 "경험"마저 빼앗기는 이 시대에 대한 경고등으로 바라볼 것인가. 그것은 바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힘에 따라 달려있다. 우리가 소설 속 그려진 상황을 이해하고 질문하고 비판할 때 소설은 바로 힘이 생기고 독자에게는 문해력이라는 힘이 길려진다. 그래서 정여울 작가는 에세이 <가장 좋은 것을 너에게 줄게>에서 문학이야말로 문해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한다. 

 

이 『소설의 쓸모』에서는 저자의 시선으로 묻고 답을 찾아가는 저자의 사유가  담긴 책이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미처 그 언저리까지 생각하지 못한 저자의 혜안에 놀라기도 하고 나는 앞으로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를 길잡이 삼아 보기도 한다. 

 

소설은 쓸모있는가? 그건 바로 읽는 독자에 달려있다. 

질문하고 생각하는 독자만이 소설은 풍성한 선물로 다가올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