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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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에는 두 여인이 있다.

아버지의 총애를 받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된 시집으로 명성을 얻기 원하는 부유한 귀족 출신의 숙녀 일라이저 액턴.

또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잃어 목발에 의지하는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하층민 출신 앤 커비다.

출신부터가 다른 일라이저와 앤 커비. 전혀 만날 일 없을 것 같던 두 여인은 일라이저의 아버지의 파산으로 아버지가 급히 외국으로 피신하고 일라이저가 어머니와 함께 지방에 내려오며 두 주인공은 하숙집 요리 담당과 일라이저를 돕는 주방 하녀로 앤이 일자리를 얻게 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시인을 꿈꿨던 일라이저. 자신의 시 출간을 위해 출판사에 갔지만 편집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여성이 책을 쓰거나 사회활동이 어려웠던 1800년대, 일라이저는 시 대신 요리책을 집필하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자신의 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무시하는 편집장의 말에 부아가 치밀지만 파산한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경제적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일라이저는 하녀인 앤과 함께 요리책 만드는 대장정을 시작한다.

계량법도 없고 들쑥날쑥한 설명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던 요리책,

요리책도 시처럼 간결하고 보기 쉽게 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일라이저에게 앤은 자신의 생각으로 일라이저를 돕는 환상의 파트너가 되어간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의 두 주인공 일라이저와 앤 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한다면 당연히 일라이저가 아닌 앤의 입장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라이저처럼 부유한 귀족 출신도 아니고 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말이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의 두 주인공 일라이저와 앤 중에서 내가 감정이입을 한다면 당연히 일라이저가 아닌 앤의 입장일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일라이저처럼 부유한 귀족 출신도 아니고 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감정이 이입되며 공감되는 인물은 앤이 아닌 일라이저였다.

일라이저는 똑똑하고 하녀인 앤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따뜻한 마음도 가졌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여성들에게 가지는 부정적인 면모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서른 여섯의 노처녀라는 점.

그 당시의 여자라면 응당 출신에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 일라이저가 노처녀라는 사실은 어머니에게는 큰 치부였고 허름한 술집의 술꾼들에게도 놀림거리 대상이었다.

책 곳곳에는 이 수모를 자연스럽게 감당해야 하는 일라이저의 모습이 자세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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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저는 경제적 책임을 감당해야 했음에도 노처녀라는 이유로 어머니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자신의 꿈인 시집은 쓸모없는 낭만이었고

귀족 출신이지만 요리를 배우고 요리책을 내겠다는 건 체면을 깎는 일이었다.

어머니에게 일라이저의 혼사 이외에는 모든 게 못마땅했고 남부끄러운 일이였다.

30대 중반에 결혼한 나 역시 보수적인 부모님으로부터 비슷한 경험이 있다.

명절때마다 누구는 결혼해서 손자가 있다고 하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감당해야했고

집에서 십자수를 하며 취미 생활을 하는 내게 나가서 활동에 가입해서 남자나 만나고 오라는 말도 들어야 했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동생이 효녀 대접을 받았고 나는 꼼짝없이 불효녀가 되었다.

아버지의 강권으로 결혼 정보 회사에 강제 가입되어 몇몇 남자들과 만남을 가지기도 했다.

부모님의 모든 기준은 결혼이었다.

일라이저의 시대와 나의 시대를 보면서 반문해보았다.

100년이 지났지만 과연 이 시대는 얼마나 달라졌나? 하지만 슬프게도 결혼에 대한 인식은 1800년대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라이저와 앤은 시대의 편견을 뚫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물론 그 길이 순탄치는 않다.

편견은 잘 바뀌지 않고 어머니의 비난 또한 여전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두 여인은 본인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며 두 사람이 서로 닮아가며 꿈을 완성해나간다는 점이다.

신분의 차이를 떠나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면서 둘은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고 본인의 삶을 살아간다는 점이다. 그렇게 둘은 꿈을 공유하며 요리책을 완성한다.

레시피들이 말을 한다는 점.

거기에는 나름의 언어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익명으로 남는 것은 겁쟁이나 하는 짓이다.

이름을 지우는 것은,

신세대 가정 관리자에게 꼭 필요한 확신을 지우는 일이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은 실존 인물 일라이저 액턴의 삶을 작가가 각색하여 만들어낸 실화 바탕 소설이다. 실제로 이 요리책을 만들기 위해 10년 이상을 요리책에 투자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꿈을 향한 도전이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한다. 시대에 대한 편견, 두 여인의 우정과 도전 속에 두 사람은 서로 닮아가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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