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아는 와이프 1~2 세트 - 전2권 - 양희승 대본집
양희승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서로 사랑하는 모습 하나만 보고 결혼한 후 상대방에게 100% 만족하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연애시절엔 눈에 콩깍지가 씌여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지 않거나 이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결혼 후엔 그 사소한 부분이 자꾸 옥의 티처럼 눈에 거슬리며 부부싸움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할 땐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했나 라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tvN에서 종영한 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그런 실제 부부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서로 좋아 결혼했지만 아이들을 낳고 맞벌이를 하며 하루 하루 치열한 전쟁같은 삶을 보내며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하는 우진과 변해가는 와이프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편 주혁의 시간이동 로맨스판타지슬립 드라마이다.
나 역시 주인공부부처럼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로서 매우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아 애정하는 드라마 중 한 편이다.
어린 아이가 있는 부부들에게는 하루 하루가 지옥이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 준비에 옷 입히고 마지막으로 간신히 출근준비를 해야 하는 아침..
바쁜 업무에 쏟살같이 지나가버리는 하루..
퇴근 후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하원전쟁...
집에 간신히 돌아오지만 부부를 맞이하고 있는 건 안식이 아닌 또 다른 육아의 전쟁..
이건 주혁과 우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였고 모든 맞벌이 부부들의 이야기였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대본집을 통해서 읽으면서 다시 한 번 어쩜 이리 실감나게 부부들의 일상을 그릴 수 있을까라며 감탄하게 된다.
우연히 주혁이 첫 사랑 혜원을 만나게 되며 지금의 아내 우진이 아닌 혜원과 결혼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 나 또한 그런 상상을 많이 하곤 한다.
이 사람을 만나기 전에 헤어졌던 그 사람과 결혼했더라면 내 인생이 조금은 수월했을까?
결론은 알 수 없지만 그리고 허무한 상상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웃고 말지만 주혁에게는 지하철에서 만난 노인을 통해 그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간이동을 하게 된다.
이루지 못한 첫 사랑 혜원은 와이프로,
괴물이 되어간 아는 와이프 우진은 직장 동료로..
부자집 혜원과 결혼함으로 직장에서의 달라진 위상, 명품 자동차와 호화로운 일상..
행복하기만 할 것 같던 주혁이 느낀 행복도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발견하는 건 시간 이동 전의 와이프 우진이 느꼈던 슬픔과 외로움이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살 땐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나만 힘들다고 느꼈던 상황들 속에서 혼자 외로워했고 힘든 상황 속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만 했던 상황들..
대본집을 읽으면서도 그 때의 드라마 장면과 오버랩되며 감정이입이 되어 먹먹함에 책을 읽기 힘들었다.
"가족이라는 게 내 편 들어주는 사람들인 거잖아요"라는 대사에서 내가 왜 남편에게 섭섭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정곡을 찌르는 대사...
하나하나가 내 심정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 해 주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했던, 입에 맴돌기만 했던 말들이 주인공 주혁의 대사를 통하여
나의 마음을 말해준다.
결국 부부란 서로를 이해해 주려는 노력이 없이는 결코 존속하기 어려움을 깨닫는다.
잉꼬부부 최수종, 하희라 부부 또한 사랑은 노력이라고 했던 말이 이 <아는 와이프>를 통해 서로 노력 없는 관계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드라마였다.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감동들이 대본집을 통해 글로 읽으니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한 번 보고 훅 지나쳤던 대사들이 글로 읽을 때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콕 찍어 두드린다.
내 마음을 두드린 대사들을 두고 두고 볼 수 있는 게 바로 대본집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싶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전쟁같은 삶을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이 드라마가 서로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 그리고 드라마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글로서의 매력은 역시 다름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드라마와 글 모두 다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내 인생 첫번째 대본집. <아는 와이프> 남편이 미울 때마다 두고 두고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당신은 더 이상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고,
난 당신이 바라는 대로는 살 수 없는 사람이야.
나한테는...
내가 그 누구보다 우선인 사람이 필요해."
"일에 쫓기고 부대끼며,
난 내가 제일 힘들다 생각했다.
내 코가 석자라고, 그러니 니 몫은 니가 감당하라고,
알아도 모르는 척 너를 외면했다".
"니가 괴물이 된 게 아니라
내가 널 괴물로 만든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