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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경제학 - 립스틱부터 쇼츠까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경제 이야기
조원경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년 11월
평점 :
90년대 인기가요 중 김국환씨가 부른 "타타타"가 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김혜자씨가 즐겨 부르며 드라마의 인기 상승과 함께 노래도 많은 이들에게 불리워졌다. 드라마에서 김혜자씨는 독단적인 가부장 남편이 아내인 자신과 가족들의 마음도 모르는 마음이 쌓여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 의미에 많은 사람들이 가사의 의미에 동의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곤 했다.
예전에는 당연시되던 이 공식이 요즘에는 달라짐을 느낀다.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남들은 나를 너무 잘 아는 느낌. 나는 나를 몰라서 잘 속지만 남은 나를 잘 알기에 파고든다. 이해가 안 되는가?
그걸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조원경 교수의 《감정경제학》이다.
나는 이 책을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소비자'의 관점과 '생산자'의 관점이다.
1. 소비자의 관점 - 우리는 자신을 너무 잘 모른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이다.
소비자들 중 과연 몇 프로가 자신의 구매가 합리화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감정 경제학』에서는 우리가 믿고 있는 똑똑한 소비의 기준을 와장창 깨뜨려준다.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하는 마케터들은 모두 감정을 건드린다.
마트에서 흔히 쓰이는 1+1 전략, 재고가 있음에도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며 폐기 처분해버리는 '스놉 전략' "써 보고 결정하세요"의 체험단 전략 등. 온갖 마케팅 전략은 차고 넘친다.
저자가 설명한 전략들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느끼는 건 한 가지이다.
'체험단 전략'에서는 한 번 써보고 반품하길 귀찮아하는 나의 특징을 어쩜 저렇게 잘 알지?
지금 필요하지 않은데 '1+1'으로 지금 아니면 놓쳐버릴 수 있다는 마음을 어떻게 잘 이용하지?
'한정판'이라는 말에 무조건 프리미엄급처럼 생각하게 되는 내 마음을 관찰하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의 욕구를 치밀하게 연구하는 마케터들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소비자들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마케팅에 당하기 쉽다. 우리의 감정 하나하나 마케터들에 의한 표적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궁금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쉽게 마케터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는가?
그건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감을 알기 때문이다. 일명 '도파민 중독' 시대에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이끌려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강력한 자극에 우리의 목표와 가치를 빼앗기고 만다.
그러므로 저자는 말한다.
소비하기 전에 생각하라.
이것이 내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원하는 것인지 그 기준선을 확실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한순간에 '눈 뜨고 코 베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해준다.
2. 마케팅의 관점 -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소비자의 감정을 이용하면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감정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여 실패한 여러 예시를 보여준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예시는 바로 NFT 홍보를 위해 불에 탄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다.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1000만 달러짜리 그림을 불에 태우는 쇼를 벌였지만 끝내 실패한 쇼.
그들의 실패 원인은 바로 '본질'에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좋은 품질이라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 믿을만한 품질이라는 점이다.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감정에 잘 휘둘리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 전에 신뢰가 먼저 성립되지 않으면 고객은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00만 달러 짜리 그림을 불에 태웠던 브랜드는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제품이 1000만 달러짜리보다 더 희소하다는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할 수 있는가?
그 부분에서 철저한 객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다고 하면서도 '스타벅스'를 사고 '코카콜라'를 이용하는 건 이 제품은 다르다는 생각이 있기 떄문이다. 비싸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인정받는 제품만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
감정을 이용하는 마케팅은 바로 그 다음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지향하는 사람들 역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시대를 떠나 정말 자신이 남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확신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았다.
나 또한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남들에게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가령 <감정 경제학>을 검색하는 분들 중 타인에 의한 부분보다 내 글이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 차이점이 있는가. 나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글을 쓸 수 있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좋아요'와 '구독'을 외치는 시대이지만 결국 먼저 나의 본질을 확실히 하는 게 먼저라는 걸 돌아보게 한다.
자본주의의 적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뼛속까지 스며든 욕망'이라고 했다.
진정한 싸움은 소비자와 생산자에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욕망에 맞서
좋은 소비를 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과정에도 있다.
319p
다시 '타타타'로 돌아가본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마케팅에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너무 모르지만 생산자는 우리의 욕망을 너무 잘 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올바른 소비를 하는 첫 번째 단추는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알아야만 속지 않는다. 내가 나를 모를 때 나는 모든 것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