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에서 출발하여 하루키는 해변의 키프카에서 어떤 철저한 반전을, 즉 운명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운명을 마주한 채 용감하게 운명의 폭풍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임을 표현하려 했다. 그폭풍이 아무리 강하고 무서워도 오직 그래야만 운명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 P116

여기에서 우리는 하루키가 독자들을 절망시킬 리 없..
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이것이 그가 아무리 무거운 주제로 글을 써도 독자들이 기꺼이 그의 작품을 읽는 이유이다. 그렇게 많이 카프카적 내용을 서술한 뒤, 그는 여기에서 사람과 사람 간의 사랑으로 카프카에 수정을 가한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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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나의 기록들이 자꾸만 좋은 사람들을 내 곁으로데려다 준다. 그래서 계속 쓰게 된다. 글을 잘 쓰는 게 아니라 가감 없이 나를 드러내며 솔직하게 쓴다. 그러다 보면 점점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이 조용히 겉으로 다가와 남는다.
- P57

여름의 풍경에는 생동감이 넘쳐난다. 가로수 사이를 걸으면 들려오는 매미 떼 소리. 촉각을 자극할 정도로 따가운 햇볕. 온 세상이 푸르고 자연의 냄새가 다른 계절보다 유독 더짙다. 이러한 것들이 느껴진다면 나의 모든 감각이 잘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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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파티에서화재가 나면 시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소가 보통 외투 보관소라고들 하지 않는가. 단순히 습관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외투 보관소로 몰려들었고, 결국그들 대부분은 압사했다. 불이 나면, 땅이 흔들리면, 경보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그대로 튀어 나가야 한다.
외투를 찾아 든다거나, 가방을 챙긴다거나, 노트북의 데이터를 저장한다거나, 휴대폰을 누른다거나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결국 생사를 가른다.
- P22

재난이 한 세계를 뚝 끊어서 단층처럼 만든다. 카메라는그런 단층을 실감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카메라가 찰칵, 하는순간 그 앞에 찍힌 것은 이미 인물이나 풍경이 아니다. 시간의 공백이다. 때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보다 짧은 공백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요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를 확인하는 일일 뿐,
- P35

이제야 요나는 제대로 된 무이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요나가 5박 6일간 본 무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진짜 무이는그 5박 6일에 서너 배의 그림자를 더 붙인 것이었다. 카메라속에는 그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5박 6일동안 찍힌 것과 그 이후에 찍힌 것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있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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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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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주인공은 재난여행 수석 프로그래머 고요나. 요나가 일하는 여행사 정글 은 세계에 재난이 일어난 지역을 관광상품으로 파는 곳이다. 한때 잘나가던 요나는 자신도 기억안나는 파울과 옐로카드와 함께 입지가 불안정한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그런 와중 관광지 퇴출위기인 베트남 무이의 사막 싱크홀 코스에 위장여행을 간다.

처음엔 여행을 다녀와서 등급을매기는 것만 할줄 알았는데 기차서 일어난 돌발상황으로 무이의 숙소로 돌아가게된 요나. 그리고 숙소 벨에포크의 매니저와 관광객중 한명이던 황작가와 무이가 꾸미고 있는 8월 첫째주 일요일의 ˝예정된 재앙˝ 에 대해 알게된다. 무이는 이미 관광으로 먹고사는 지역이 되어 정글과 계약으 끊기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새로운 싱크홀 사고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새 재난 프로그램으로 계속 관광업을 하고 싶다는 것. 그 프로그램의 몫을 계약으로 약속받은 요나는 그들과 공범이 되고 무이에 머물며 관광객을 위해 연극된 무이와 진짜 무이의 모습을 호텔 직원 럭 을 통해 알게되는데....

<밤의 여행자들> 을 읽게된건 아무래도 80% 는 영국 대거상 수상때문이다. 번역추리소설 부문 상을 탄데서 오는 궁금함과 재난여행 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바로 선택했다.
(언제나 주문한 책을 빨리 구해주시는 엠프티폴더스 사장님 최고!)

일단 평단의 말처럼 ˝에코스릴러˝ 라는 말에 걸맞게 이 소설의 독특함은 인간이 돈을위해 인위적으로 재앙까지 만들어내려는 상황이다. 그리고 말미에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은 이런 인간의 행태에 대한 자연의 분노, 혹은 역습 으로 보이기도 한다. (스포일러를 안하기 위해 무슨일이 일어나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나에게 호불호를 묻는다면 답 내기를 기권하겠다. 일단 불호는 아니다. 처음에 아주 빠르게 몇가지 상징적 사건으로 요나의 정글에서의 입지를 설명하고 베트남 무이로 배경을 옮기고, 여행과 사고, 그리고 장기체류하게되는 요나의 이야기는 흡입력이 있었다 . 하지만 완전히 호 라고도 할수는 없는게 요나가 한국과 무이에서 만나늨 사람들과 대면하는 사건들이 다 비인간적이다 . 이는 내가 겪고 느끼는 한국의 자본주의에 잡아먹혀 인간성을 잃은 어떤 모습을 묘하게 현실적으로 재현한것 같았다. 다들 절차상 그래서 난 모른다, 이것만 하라고 지시받았다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상황. 책임자는 없지만 모두가 공모자가 되는 상황. 여기서 느껴지는 비정함은 좋아하긴 어려웠다. 말 그대로 자낳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의 생얼을 보는기분.

마지막으로 들은 질문은 제목에 관한거였다. 왜 <밤의> 여행자들일까? 밤이 물리적인 의미였을까 아님 자본주의에 잡아먹혀 깜깜한 세상을 말하는거였을까? 여행자는 관광객들인가, 인생을 사는 모두인가?

300쪽 이내의 짧은 소설이지만 많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묵직한 에코스릴러 <밤의 여행자들> 이었다.

#밤의여행자들 #2021대거상수상작 #추리소설 #에코스릴러 #재난도관광이되나요 #관광의민낮
#자낳괴스릴러 #베트남무이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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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 왜냐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를 듣고 울거든. 슬픔이 아니야. 감격도 아니고,
감동도 아니고 환희나 기쁨도 아니지. 그 사이 무언가 어떤 것이야. 그것의 이름을 돌멩이라고 하면 어떨까. 듣다보면 무언가 움직이거든. - P134

어둑어둑해지더니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진다. 동양서림은 벌써 우산꽂이를 내다두었다. 하나둘 색색으로 꽂히는우산들, 노란 바닥 위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큼지막하게맺혔다 말라간다. 무언가 가라앉고 있다. 가늘게 눈을 뜨듯 세심해지면 알 수 있다. 공중에 떠도는 희미한 비냄새와 더불어 읽는 마음을 독려하는 얇고 투명한 한 꺼풀. 책위에.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 위에도 덮여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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