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파티에서화재가 나면 시체가 가장 많이 발견되는 장소가 보통 외투 보관소라고들 하지 않는가. 단순히 습관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사람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외투 보관소로 몰려들었고, 결국그들 대부분은 압사했다. 불이 나면, 땅이 흔들리면, 경보음이 울리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그대로 튀어 나가야 한다.
외투를 찾아 든다거나, 가방을 챙긴다거나, 노트북의 데이터를 저장한다거나, 휴대폰을 누른다거나 하는 사소한 행동들이 결국 생사를 가른다.
- P22

재난이 한 세계를 뚝 끊어서 단층처럼 만든다. 카메라는그런 단층을 실감하도록 돕는 도구였다. 카메라가 찰칵, 하는순간 그 앞에 찍힌 것은 이미 인물이나 풍경이 아니다. 시간의 공백이다. 때로는 지금 살고 있는 시간보다 짧은 공백이 우리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었다. 요나는 생각했다. 어쩌면 모든 여행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발선을 넘은 게아닐까, 하고, 여행은 이미 시작된 행보를 확인하는 일일 뿐,
- P35

이제야 요나는 제대로 된 무이의 지도를 그릴 수 있었다.
요나가 5박 6일간 본 무이는 일부에 불과했다. 진짜 무이는그 5박 6일에 서너 배의 그림자를 더 붙인 것이었다. 카메라속에는 그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5박 6일동안 찍힌 것과 그 이후에 찍힌 것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금이 있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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