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아. 왜냐하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시를 듣고 울거든. 슬픔이 아니야. 감격도 아니고,
감동도 아니고 환희나 기쁨도 아니지. 그 사이 무언가 어떤 것이야. 그것의 이름을 돌멩이라고 하면 어떨까. 듣다보면 무언가 움직이거든. - P134

어둑어둑해지더니 한두 방울 비가 떨어진다. 동양서림은 벌써 우산꽂이를 내다두었다. 하나둘 색색으로 꽂히는우산들, 노란 바닥 위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큼지막하게맺혔다 말라간다. 무언가 가라앉고 있다. 가늘게 눈을 뜨듯 세심해지면 알 수 있다. 공중에 떠도는 희미한 비냄새와 더불어 읽는 마음을 독려하는 얇고 투명한 한 꺼풀. 책위에. 책을 살펴보는 사람들 위에도 덮여 있다.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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