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물 아홉에 노처녀로 늙어가고 있는 평범한 여자 입니다.
그는 내인생에서 존경이라는 단어를 표현하는 몇 안되는 사람이고, 아주 유쾌한 유머감각과 제법 괜찮은 요리 솜씨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좀 먹긴 했지만, 아직도 글레머러스 하고 아주 열린 생각과, 쿨하게 돌아설 줄도 아는 멋진 여자 입니다.
또다른 그녀는 아주 젊고 이쁩니다. 책도 많이 읽죠. 특히 저는 그녀의 착한 몸매가 부럽습니다. 좀 .. 아쉽다면.. 십센치정도 짧은 다리.. -ㅁ-;;;
문제는.. 우리 모두 그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죠. 곧 그의 생일입니다. 아쉽게도 평일이네요. 어쩔수 없죠, 황금같은 주말이지만 그를 보러 가기로 합니다. 세상에 그보다 중요한 일은 저에게 아직은 없으니까요. 케잌을 고르고, 초의 갯수를 말합니다. 생각보다.. 많네요. "쳇.. 나이따윈 개나 주라지.. 여전히 그는 멋진걸" 괜히 혼자 궁시렁 거려 봅니다.
그의 집을 가는 길에.. 젠장할 또다른 그녀를 만났습니다. 또다른 그녀는 여전히 발랄하고 이쁩니다. 킬힐을 신은 탓에 각선미가 더욱 돋보이는군요. 그 신상구두 때문에 저는 왠지 기분이 몹시 나빠져. 뚱하게 인사 한마디만 한 채로 침묵....
그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그의 집이 좋습니다. "오느라고 수고했다"라고 말해주는 그의 따뜻한 목소리도 좋습니다. 아.. 그런데.. 그의 뒤에서 그녀가 나옵니다. 그의 생일에 다정하고 오붓한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는 저의 생각은 산산히 부서져 내렸습니다.. 그의 생일에 나와 그와 그녀와 또다른 그녀가 만나버렸군요
촛불을 붙입니다. 촛불하나만으로도 그는 여전히 멋져 보입니다. 촛불넘어로 아른거리는 기억이 지나갑니다. 비오는 밤 함께 했던 드라이브, 사랑을 논했던 어느 막창집, 둘이 소주 열다섯병을 마셔버린 치킨집, 그의 손에 기대어 잠들었던 어느 오후.. 그에게도 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기억이길 바래 봅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릅니다. 생일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일 축하 합니다.
아.. 많이 늙으셨구나. 나와 어머니와 여동생은 괜히 마음이 짠해 집니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그의 집을 나섭니다. 백미러로 아직 까지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역시 그녀는. 쿨하게 돌어설줄 압니다. 휭하니 돌아서 현관으로 들어가버렸군요. 잠시후 그의 모습도 사라지고 나는 또다른 그녀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한번만 더 언니 카드 가져다가 그따위 구두를 사면 발목을 분질러 버린다" 그녀가 커다란 눈을 뜨며 말합니다
"언니, 그건 폭행이야 범죄라고"
"니가 한건 절도지. 그것도 범죄고"
잠시 침묵이 흐릅니다.. 다음 그의 생일에 나와, 그와 그녀와 또다른 그녀는 또 만나게 될까요?
추신: 그는 내 인생에서 최고로 멋진 남자입니다.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