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망념의 자무드는 몹시 불친절한 에니메이션이였다. 상황이나, 시간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고, 케릭터의 입장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흘러나간다.( 뭐 결말도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 하지만 불친절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점점 알 수 있어진다. 그건 이 에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불친절 하니까.  

 
"나는 누구지?"   
 

이토록 불친절한 주제로 에니메이션이 흘러간다. 케릭터가 누군지, 어떤 꿈을 꾸는지, 어디로 향하는지 스스로도 모르는 채로 끌어가는 이야기를 함께 찾아가야 하는거다. 그리고 자기에게만 보여지는 케릭터를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이쯤되면 생각나는 에니메이션 하나. <에반게리온> 

 

 

 

 

 

  

 

안노 히데야키 감독이 에반게리온에서 이미 진작에 던졌던 화두이자, 수많은 스리즈물을 내면서도 끝끝내 그 대답을  알려주지 않은 그 주제 

 
"나는 누구인가? "  
 

 

 2. 익숙하지만 결코 편안하지 않은 주제다. 그래서 이 에니메이션 역시 익숙하지만 결코 편안하게 흘러 가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그래서 증오로 가득찬 자무드가 되어버린 후루이치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  

 

사라지니까 아름답다고.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그가 찾은 자아는 과연 무엇이였을까? 끊임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빛이 되고 싶었으나, 마지막까지 그저 그림자였음을 절실하게 깨닫는 그의 죽음이 왠지 좀 서글퍼 진다. 마지막까지 함께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규하던 그의 결말은 결국.. 사라지는것..    

증오하는 사람을 결국은 인정하는것, 그리고 그를 좋아했던 자신을 인정하는것. 그 힘든 시간을  통해 후루이치는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을 찾아간다.  

후루이치가 증오와, 우정사이에서 대답을 찾아간다면, 카키스는 자신의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아를 찾아간다. 자신의 출생으로 부터 자유롭고 싶고, 자신의 과거로 부터 자유롭고 싶은 그는 결국 과거와 완전히 마주하는것으로 대답을 찾아간다.  모든 사람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나키야미도, 자신의 목소리가 반드시 들릴것이라고 믿고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달려가는 하루도, 이혼한 부부와 한 아들의 부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류조와 윤소도.. 이 에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비중의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모두"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간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이 에니메이션은 매우 불친절해서 그 대답을 분명한 영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서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대답을 가지게 된다.  그저 보여주는 것은 과정일 뿐. 

3. 주인공인 아키유키가 자아를 찾아가는 키로 쓰이는 것은 바로 <이름>이다.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는 자신이 누군지를 깨닫게 된다. 하루에도 수 없이 불러지는 이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 이였다. 그리고 한 순정만화의 대사 한부분이 생각났다.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 그 이름이 가슴에 폭풍이 되어서 와 닿는다>고... 이름이 불러주어야만 누구가도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거라고 김춘수 시인이 말했던가?  같은 이름으로 한사람을 불러도 누군가에는 엄마고, 누군가에게는 딸이며, 누구에게는 친구다. 그 모든것을 그저 나로 만들어 주는 <이름>  어쩌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대답으로 가장 현명한것이 바로 <이름>일 수도 있겠다.  

4. 다시<에반게리온>. 만들어질때도, 보여질때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쭉 로봇만화나 성장만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이라고 쓴 평가가 있었음)  에반게리온과 망념의 자무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주제가 그러하고 색채가 그러하고 또 고민하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러하다. 그리고 뭔지 모르게 에반게리온과 자무드는 생김새도 비슷하다.  

5. <게으름뱅이> 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나온다. 그것은 적조차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란다. 적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은 자기 안에 있고.. 뭐.. 이런 식상한 맨트 뒤에 이런말을 한다. 그러니까. 게으름뱅이는 누군가와 싸울 자격도, 그래서 자신을 얻어낼 자격도, 없는거다.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을 가지는 것 역시 부지런해야만 가능한거 였던거다. 그래.. 게으름뱅이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치인거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가질만한 자격이 있는지 

6. 이토록 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에니메이션에 대해 <재미있으니 한번 보세요>라고 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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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11-02-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에반게리온 극장판 애니가 재밌다고 자꾸 권하던데..저는 왠지 끌리지가
않더군요. 어릴 때 그 만화책을 잠깐 봤음에도 말이죠. 바로 저런 이유 때문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전개의 스토리. 게다가 그 당시에 에반게리온만큼이나 센세이션과 인기를
얻었던 The five star storys 만화를 좋아했기에 에반게리온에 대한 흥미를 쉽게
잃어버린 듯도 해요. 물론 후자의 만화도 꽤나 복잡한 스토리라 나중에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지만 말입니다.-_-

하지만 주인공 '소프'이자 황제였던 '아마테라스'는 좋아했어요.^^

따라쟁이 2011-02-11 10:54   좋아요 0 | URL
에니메이션까지 머리아픈걸 보면 어떻게 하냐고 누군가는 저에게 말했어요.

그말에 일부는 동감할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오랫만에 뵈니까 너무 좋네요. 나의 달콤달콤 엘님~~!!

양철나무꾼 2011-02-11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지니까 아름답고...그래서 사라지고...
리뷰가 이렇게 멋진데 어떻게 안 볼 수 있겠어요?
꼭 보겠어요~^^

따라쟁이 2011-02-11 10:55   좋아요 0 | URL
좀.. 잔인하고 그래요. 자체 검열이 되어버린 작품도 있다고 하던데.. 지금 저 위에 있는 멋진녀석이 죽는 장면도 좀 잔인하고..

마녀고양이 2011-02-11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반게리온은 20대 초반에 미친적 있었지요. 아아,
엔딩을 보고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그 다음 시리즈들은 포기랍니다.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쫒다보면,
다리가 풀립니다. 아하하............. 끝이 없잖아요~

넹넹, 자무드는 보지 않겠습니다.

따라쟁이 2011-02-11 10:56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자무드의 엔딩도 에반게리온 못지 않아요. ㅎㅎㅎ

책가방 2011-02-11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 사춘기때 진짜 열심히 해댔던 질문이네요.
과연 나는 누구일까요..???

따라쟁이 2011-02-11 10:56   좋아요 0 | URL
책가방님은. 따라쟁이가 완전 좋아라 하는 사람이죠~!!!!
저는 사실 저 질문에 대해서 열심히 고민해 본적은 없는것 같아요.
아직.. 자아를 못찾은건가?

감은빛 2011-02-12 0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하기 어렵다는데, 저는 이 리뷰 읽고 보고 싶어졌습니다.
에반게리온은 아주 뒤늦게 버닝해서 보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더라구요.
이것도 그런 의미에서 기대가 됩니다.

따라쟁이 2011-02-12 09:23   좋아요 0 | URL
생각할 거리에 비해 길이가 그렇게 길지 않아요. 26부작인가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길어지면 상업성이 떨어질테고, 그래도 스토리는 이어나가야 하고..

그래서 그런지 전개가 마치 중간을 띄어먹은것 같을 때도 있어요.
기대는 하지 말고 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