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해보겠습니다

"네?" 

"나한테 이쁨 받고 싶다며? 그럼 연습해 오라고 세마디" 

훌쩍거린다. 훌쩍거리는 소리가 더 커지더니 우엥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잘해보고 싶다고 이쁨 받고 싶다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냐고 선배는 처음부터 잘했냐고 쉴세없이 쏟아 붙는다. 울면서 말하면서 참, 여러가지 잘 하시는 분이시다. 술 마신 사람 상대로 긴 말 하고 싶지 않아서 참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거 술마시고 앵앵거리면 다 해결되는 줄 아는건 아니다 싶었다. 얼음물을 한잔 시켰다. 반쯤 먹이고 반쯤은 내가 마셨다. 내가 하는 말 못 알아먹을만큼 취한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나는 후배님한테 지금 일 잘하라고 하는게 아니거든요~! 말 잘하시라구요 .'제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시해보겠습니다' 대학까지 나온 애 데리고 내가 지금 한글 가르치리?' 

훌쩍훌쩍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이게 아직도 정신을 들 차렸지 싶다. 얼음물을 한잔 더 시켰다. "대답" 얼음을을 가득 머금고 눈을 똥그랗게 뜬채 나를 쳐다본다. 저러다 저거 뿜지 싶다. "대답하시라고요 후배님" 물이 넘어가는 소리가 꿀꺽 들린다. 그러더니 미친듯이 기침을 해 댄다. 폐가 쏟아질것 같다. 더 이상 앉아 있어봐야 고혈압 말고는 돌아올게 없다. 가방을 둘러메고 손을 흔들었다. "미안, 나 도저히 못 앉아 있겠다. 먼저 갈게, 계산하고 간다." 옆에서 후배 한번 나 한번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들 안되보여서라도 내가 일어나는게 낫지 싶다. 급기야 뒤에서는 훌쩍, 딸꾹, 쿨럭, 훌쩍, 딸꾹,쿨럭. 어쭈. 아주 쑈를 한다. 그래, 너는 여기서 다른 선배들과 내 뒷담화 하면서 술이나 마저  마셔라. 나는 니가 펑크내고 '제대로 안 가르쳐줘서 잘 모르겠다'던 보고서 마감하러 간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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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5-31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아직 한참 사회 생활을 배워야할 후배가 속을 썩이는군요?
후배 뒷처리 정말 골치 아프죠. 하지만 어쩌겠어요, 제대로 할 때까지 가르치지 않으면 윗사람들에게 능력없는 사람으로 찍히는 걸. 고생 좀 하시겠어요,, 따라님.

그래도 릴렉스~~~

따라쟁이 2010-05-31 15:29   좋아요 0 | URL
사회생활은 얼마든지 가르쳐줄 의향이 있는데. 이 후배는 한글을 잘 몰라요. -ㅁ-;;; 오늘 아침은 부장님께서 뭐라 뭐라고 하시고 다들 알았지? 이러시는데 거기에 대고 "응" 이라고.. -ㅁ-;;;;;;;; 고문관도 이런 고문관이 없어요.

마녀고양이 2010-05-31 16:5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죄송해요. 웃으면 안 되는뎅.
응 하고 대답한단 말이지요? ㅋㅋ, 좀 더 울려야겠군요.

따라쟁이 2010-05-31 17:29   좋아요 0 | URL
뭐랄까.. 반말의 생활화 라고 해야 하나? 한참 이야기 했는데 잘 못알아 들으면 뭐라고? 이러기도 하고. 선배님 이거 여기놔? 이러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문제는 이뻐요. 아, 정말 젠장맞게 이뻐요. 우는것도 이뻐요

비로그인 2010-05-31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직장생활할때 제 후배는 선배한테 툭하면, "야" 이러드만....
그게 귀여운 짓이리믄서...
근데 또 남자들은 좋아해요.
이쁘면 다 용서가 되나봐~~
미쳤어 증말~~

따라쟁이 2010-05-31 20:46   좋아요 0 | URL
ㅋㅋ 업무의특성상이랄까... 그걸 이뻐할 만한 남자직원은 거의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만은. 그래도 이쁜건 이쁜거에요. 제가 봐도 이쁜걸요.

하는짓이 얼굴의 십분의 일만 따라가도 업고 다니겠어요. 아주.

카스피 2010-05-31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고문관 후배시군요.따라쟁이님 고생하시겠네요^^

따라쟁이 2010-05-31 23:23   좋아요 0 | URL
어차피 저는 교육만 시켜 놓으면 끝는지라, 곧 지 살길 찾아서 나서겠지요 뭐.. 길어야 앞으로 3개월만 더 고생하면 될것 같아요. 그전에 제 복장이 터져나가지 않는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