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불치병이 있다. 그중 하나가 길치,(방향치는 보너스~~) . 기계치. 그리고 몸치다. 아직까지 길치와 기계치의 불치병은 고쳐질 기미도 보이지않고, 고칠 방법도 보이지 않은채 나와 함께 살아가는 중이고, 그나마 몸치(운동치)는 차차 나아져 가고 있는 중이다. 몸치가 나아져 가고 있는데는, 나의 노력외에도 피와 살을 깍아가며 나에게 병을 치료해 주고자 애섰던 선생님들이 계신다. 아!!!!! 다음주가 스승의 날이란다. 그럼, 이번에는 그들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시해보자.
사부1.
심씨 집안의 네명의 아들들. 나에게 기본적인 피하기와, 반사신경을 가르쳐 주신 분들이시다. 그나마 '맞으면 죽을것 같은 주먹'을 피할 수 있는건 이분들의 가르침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홉살 꼬맹이 시절부터, 기습적으로 복부로 파고 들어오는 펀치와, 견갑골로 날아드는 발차기와 함께 하다 보니, 살기위한 기본적 몸가짐을 가지게 됐다. 그후, 꼬맹이는 성장과 함께 단순한 피하기에서 막기를 배우게 되고, 그 이후 반격을 배우게 된다. 아직까지 내 가슴에 살아 있는 그분들의 가르침.. 선빵은 곧 합의금이다. 먼저 한대만 맞으면 뒤에 합의가 편하다는 그분들의 피와 돈이 묻은 가르침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지혜가 반짝이는 살아있는 교육으로 남아 있다. 나는. 이 4분을 '사촌오빠'라고 쓰고'사부'라고 읽는다.
사부2 .
대학시절, 태보가 유행을 타고 다이어트의 왕좌로 자리매김했다. 대학교 근처에서 태보를 가르치는 곳은 없었고, '다이어트 복싱'이라는 프랜카드가 펄럭이고 있었다. 늘씬한 몸매로 취업의 문을 조금더 넓혀보자는 의지로 찾아간 그 곳은 나의 생각과는 좀 다른 '도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관장님은 내게 물어왔다 " 운동할꺼지?" 이양반 장난하시나, 그럼 내가 여기에 당신이랑 연애하러 왔겠수? "네, 운동할껀데요" "그럼 줄넘기하고, 윗몸일일으키기 부터 시작해." 했다. 윗몸일으키기랑 줄넘기. 열심히 했다. 그런데 한 한달쯤 지났을까. 몇명의 여자애들이 단체로 등록했다. 그러더니, 이 여자애들은 줄넘기도 안하고, 윗몸일으키기도 안하고, 음악에 맞춰서 이리저리 잽을 몇번 날리더니, 샤워를 하고 집으로 휭 가버리는거다. 억울했다. "관장님, 왜 저애들은 줄넘기 안해요?" "저 애들은 살빼러 온 여기 근교 대학생 애들이고, 넌 운동한다며?" 그랬지... 내가 분명히 운동한다고 대답은 했지.... -ㅁ-; 그래서 계속 했다. 운동. 삼개월이 넘는 기간동안 기본스텝을 못밟고 발과 팔이 동시에 나가는 나의 고질병을 이십년만에 고쳐주신건, 내가 처음 복싱을 했던 곳의 관장님이셨다. 머리에서 명령을 내려서 움직이는 몸은 늦는거라고, 몸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그 분의 가르침 덕분에 그 이후에도 여러명 턱이 아작났다는건.. 비밀에 붙이겠다. 숱하게 등짝을 두들겨 맞으면서 나의 반사신경은 점점 더 좋아졌고, 체력은 일주일 밤샘 야근도 버텨낼 정도가 되었다.
사부 3
나의 몸치중에, 심각한 것이 있는데. 그건 오른쪽으로는 턴을 못한다는거다. 못돈다. 오른쪽으로는.. 이상하다. 스포츠 댄스도, 방송댄스도, 에어로빅도, 째즈댄스도. 하여튼 음악에 맞춰서 몸을 잘 흔들다가도 오른쪽으로만 돌으라고 하면 일시정지가 되어버린다. 그나마 이것을 조금은 고쳐나가고 있는것은 최근에 만난 에어로빅 선생님. 한시간수업이 끝나고 나면 "언니~~~"라고 나를 불러 세운다. 아무리 봐도, 선생님이 훨씬 언니같은데.. -ㅁ-;;; 그리고 날마다 이어지는 방과 후 수업. 선생님이 쓰시는 방법은 나의 왼발을 꾹 밟는거다. 왼발을 꾹 밟으면 아파서 몸을 틀게 되는데, 왼발을 움직일 수 없게 되니,당연히 몸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것. 엄지발가락과 발톱사이가 몇번 깨졌다 붙었다 벌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나는 오른쪽으로 절반쯤(?)턴을 하는것에 성공했다. 이십구년만에, 사부는 나의 불치병을 절반쯤 고친것이다.
그 외에 쓸대없는 이야기
수많은 스승을 만나면서, 언제나 늘 이토록 열성적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을 만난것은 아니였다. 공을 치라고 했더니, 라켓채로 벽면으로 던져버리고, 벽면에 맞고 튕겨나온 라켓에 다시 맞아서 코피가 났던 스쿼시 선생님이나, 한달동안 죽도록 가르쳐도 물에 뜨지 않는 나를 붙잡고 소주한잔 기울이면서 삶의 회의가 느껴진다고 했던 수영선생님, 일주일만 잘 배워도 골반이 움직일꺼라고 장담했다가, 질환에 가까운 나의 몸에 좌절하시고 잘 아는 한의원을 소개시켜주셨던 벨리댄스 선생님까지, 그동안 나의 몸치에 희생되섰던, 그분들께도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를 키운건 팔할 바람이 아니라, 그분들의 잔소리와 때론 애정어린 손짓(?)이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득. 스승의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그분들이 생각나는건. 결코. 그제 밟힌 엄지발가락이 깨져서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