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질구질한 슬픔을 읽었더니 생각나는 그러나 연관없는 일

그날은 눈이 많이 온 다음날이였고, 당일도 눈이 많이 내렸어요. 그리고 발렌타인데이였죠. 그는 군대를 막 재대하고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침8시에 퇴근하는 그를 위해 저는 아침 7시쯤 여의도에 있는 편의점에 도착 했어요. 그는 약간 놀랐고, 그것보다 조금더 좋아했어요. 퇴근하고 돌아가면서 무엇을 할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타임 알바가 오기를 기다렸죠. 아침타임 알바는 무슨일 때문인지 아홉시가 다 되어 도착했는데 그것도 모자라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사장님이 오실때까지 30분만 같이 더 있어 달라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보아버렸어요, 그녀의 손가락에 실반지를, 당시 저와 그 사람은 5개 실반지를 제가 3개, 그사람이 2개 이렇게 나눠 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중 하나가 그녀의 손가락에 있는거예요. 이쁘다고 하도 달라고 하면서, 거의 반 강제로 뺏어간거라고 변명을 하더군요 (저는 믿을 수 없었어요, 그는 183cm의 키에 80kg정도 나갔으니까요)  

화가 났죠. 저는 선물과 초콜렛을 편의점에 던지듯 주고 그곳을 빠져나왔어요. 잠시후 옷을 갈아 입은 그가 따라왔어요. 그리고 뭐라고 뭐라고 변명을 하면서 그가 내 팔을 잡았고, 저는 냉정하고 뿌리치고 앞으로 걸어나갔죠. 오,, 그런 우리둘 사이로 눈은 쏟아붇고 있었어요. 그가 두번째로 제 팔을 잡았을때, 저는 그 눈발날리는 여의도 한 복판에서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그렁이고 그에게 말했어요 "당신은... 그걸.. 그 반지를.. " 하고 머리카락을 날리며 휙 돌아섰어요. 그때 그의 말을 빌리자면 표정이 너무 애절해서 차마 잡을 수 조차 없었래요. 아.. 이여자는 돌아서는 것 조차 이렇게 애절하고 마음아프게, 마치 소설처럼 눈내리는 아침에 나를 떠나는 구나. 싶었다는 군요.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힘껏 그의 팔을 뿌리치고 휙 돌아서면서. 그것도 머리카락까지 나풀거리면서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멋지게 휙 돌아서면서 말이예요  

미 끄 러 졌 어 요 

그것도 완전 철퍼덕 쿵 하고 말이예요. 허리가 땅에 닿게 대자로 드러누웠어요. 정말 땅바닥이 괜찮을까 싶은 소리가 들린거에요. 그러니까. 뒷상황은 대충 이래요. 여자는 쩔뚝거리면서 남자의 팔을 간신히 잡고 걸어가고 있고, 남자는 여자를 달래긴 해야 겠는데 너무 웃겨서 차마 괜찮냐고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러면서 그 사이 간간히 여자는 한 다섯번쯤 더 넘어지고.  

그리고 그날 저녁 9시 뉴스에 빙판길로 많은 시민들이 넘어졌고, 교통이 혼잡했다면서 여러사람 넘어지는 뒷모습이 약 1분간 TV에 나왔을때. 저는 뭔가 말입니다. 엄청난 유대감을 느꼈어요. 9시 뉴스와 느끼는 유대감이라니, 그것도 눈내리는 발렌타인데이에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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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1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왜 아무리 그녀가 졸랐다고 한들, 강제했다 한들, 손에 끼워진 반지를 빼줄수가 있습니까? 아, 기분 나빠요. -_-

따라쟁이 2010-04-16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는 잘 몰랐는데 그 이후. 수많은(응?)연애 경험을 겪다 보니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남자들은 상대방이 정말 간절히 뭔가를 계속 조르면 (그게 여자일 경우는 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냥 알았어. 알았어.. 하고 말아버려요. 예를 들면.. 반지는 줬어도,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거죠.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많지만요. 저는 그 이후에, 그 나머지 반지 하나도 여동생을 줘버리는 장면도 목격했어요 ㅋㅋ

다락방 2010-04-17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곱번째 파도는 다 읽었어요?

따라쟁이 2010-04-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 읽었어요. 말 그대로 읽기만 다 읽었어요. 뭐랄까.. 새벽세시처럼 가슴에 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것 같아요

다락방 2010-04-1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말은 역시 새벽 세시가 최고죠!

윤슬천사 2010-04-19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10년 전 아닌가요? 2000년..

따라쟁이 2010-04-19 18:49   좋아요 0 | URL
누... 누구신가요? -ㅁ-;;;; 나.. 점점 알라딘이 무서워 지려고 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