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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 나로 살아갈 용기를 주는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신현 옮김 / 북다 / 2024년 9월
평점 :
나로 살아갈 용기를 북돋아 준 울프의 편지들
버지니아 울프가 쓴 4000통의 편지, 소설을 통해 그의 생각과 이야기를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는 한계 속에서 울프의 모습, 다행스럽게도 그가 쓴 편지 속에는 적어도 위선 없는 인간으로서 버지니아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편지를 쓴 동기는 ‘사람’에 대한 관심이었다. 받는 사람에 따라 유머도 표현도 제각각, 물론 주제 또한 다양했다. 편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한 듯하다. 버지니아는 생전에 편지 공개를 바라지 않았던 것은 어찌 보면, 작가로서 버지니아로 기억되기를 바란 때문이었을까,
이 책은 버지니아의 생애에 따라 시계열적으로 1부(1882~1922)는 “자유”, 2부(1923~1931)“상상력”, 3부(1932~1941)“평화”로 전개, 각 부의 첫머리에 그에게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과 발표한 작품의 간단 요약을 소개함으로써, 편지의 시대적 배경을 짐작하게 해준다. 여기에 실린 96개의 편지는 엮은이 박신현이 원전을 보고 고르고 고른 편지들이다.
버지니아의 편지는 캐서린 맨스필드와 T.S.엘리엇,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같은 당대의 작가를 비롯하여 자크 라베라트, 로저 프라이 같은 화가, 미술 비평가, 여성 음악가 에델 스미스 등 다양한 인물들과 교류, 자신의 소설 창작에 얼마나 폭넓고 다채로운 예술적 감각을 얻었는지를 보여준다.
자유
편지로 버지니아의 생각들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1부에 맨 먼저 실린 “엠마 본”에 보내는 편지, ‘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 이 세상에 유일한 건 음악뿐, 음악과 책들과 그림 한 두 점, 나는 결혼하지 않는 공동체를 설립할 거야. “슬프고 정신이 멀쩡하여 존경할 만한 시민들은 우리 삶의 모든 순간마다 헛소리하니까 영원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 마땅하겠지”
결혼을 직업으로 여기지는 않을 거야(1912.5.1.)
이 편지는 1912년 8월에 결혼하게 될 신랑 레너드 울프에게 보낸 것이다. 나는 결혼을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다. 당신이 유대인인 것도 이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것, (중략) 당신이 이전처럼 내가 나만의 길을 찾도록 내버려 두면서 여전히 계속해 나갈 수 있고, 그나마 그게 나를 가장 기쁘게 해줄 일이라면, 우리는 둘 다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버지니아는 레너드 울프를 사상적 동지와 함께 활동하는 동지로서 여기지 않았을까 느낌, 후일 그의 지지를 받으면서 활동하는 가운데서도 연애는 별개였으니, 다소. 아무튼, 자유로움, 당대의 여성을 옭아맨 결혼과 가정이란 제도에 관한 버지니아의 인식이 보인다.
상상력의 버지니아
2부(1923~1931)의 주제는 상상력이다. 이 무렵 버지니아는 <제이콥의 방>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게 된 후 1924년 <델러웨이 부인>등의 집필 작업을, 레너드는 정치주간지<네이션 앤드 아레네움>의 문학 편집자로 활동 부부가 모두 문학적 영향력을 넓혀나간 시기였다. 버지니아 생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등대로>를 1927년에 발표, 1928년에 <올랜도>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했던 시기의 버지니아, 이때의 상상력이 담긴 편지를 남겼다.
1924년 10월에 자크 라베라트에게 보낸 편지 “사랑은 질병이자 일시적인 착란이에요”에서 자크에게 버지니아의 캐릭터, 인격은 익살적이며 익살적인 가면이다. 작가로서의 가면들은 나를 짜증나게 한다고, 또 1925.1.24.에 자크에게 보낸 편지 “같은 성별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에서 동성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고. 나도 그런 누가 부추기며 그렇게 하고 싶다고,
편지의 제목 속에 담겨있는 메시지들이 자유롭기도, 작품 안에 담을 상상의 세계를 그려보는 것이 아닌지….
평화를 바라는 버지니아
3부 (1932~1941), 평화,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는 파시즘,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의 행보, 전쟁에 저항하는 강력한 페미니스트 선언문인 <3기니> 를 1938년에 출판한다. 남성 법조인에게 보내는 한 통의 긴 편지 형식으로 ‘어떻게 하면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답하는 이 작품은 전체주의와 가부장제, 파시즘의 기원은 가부장제적인 가족 안에 있다고 질타했다. 마지막 소설<막간>에서는 민주적 공동체에 관한 염원을 담는다.
1940.9.11. 에델 스미스에게 보낸 편지 “내 인생의 열정인 도시 런던이 완전히 파괴된 걸 보았어요.” 런던이 공습을 당해, 초서와 셰익스피어, 디킨스를 대표하는 위대한 도시에 대한 내 열정만이 자신의 유일한 애국심이라고 표현한다.
버지니아 울프는 그저 아름다운 문체의 글쓰기만을 했던 작가가 아니라 현실 참여적인 사회변혁 운동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자기 자신을 “속물이라고” 중상류층에 소속됐다고 여겼던 자신의 계급 의식을 늘 인식하고 성찰했다. 그는 생존의 경계에 서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관심을 두고, 여성참정권 운동에도 참여했다.
한편, 작가로서 버지니아는 <델러웨이 부인> <등대로>처럼 실험소설에 관한 비난적인 서평들을 접하면서 비난의 불쾌하고 찬사는 유쾌하지만, 어느 쪽도 자신이 정말하고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으며, 자기 자신 스스로가 느끼는 즐거움만이 유일한 길잡이라고. 편지 속 버지니아는 작품에 관한 독자들의 의견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작품 속에 반영시키는 등의 협업을….
100여 전에 쓴 편지가 이제 우리 앞으로 배달됐다.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는 길은 작품을 통하는 길밖에 없었는데, 편지로 인간 버지니아를 만날 수 있었다. 동시대의 작가들을 질투도 하고 경쟁심도 드러내며, 페미니스트, 동성애, 애국심, 계급, 여성 참정, 노동자, 문화예술 등에 걸친 그의 생각들, 자유, 상상, 평화라는 열쇳말로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