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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DNA -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앤드루 로버츠 지음, 문수혜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전쟁사학자 앤드루 로버츠의 <승자의 DNA>, 이 책의 제목이다. 부제는 300년 전쟁사에서 찾은 승리의 도구
내 안에 잠든 전략가를 깨우는 책, 이 책은 순응하는 삶보다는 척박한 세상으로 나가 도전하는 삶을 살라는 게 핵심이다. 이른바, 보고 배우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 책의 첫머리에서 뉴욕역사 협회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7인의 지도자 반열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들어있다. 알렉산더 대왕, 프리드리히 대왕, 율리우스 카이사르, 한니발 바르카, 구스타프 아돌프, 말버러 공작과 함께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나폴레옹을 비롯하여 넬슨 제독, 처칠 수상, 마셜 미 육군참모총장, 드골 사령관, 아이젠하워와 대처, 그리고 히틀러와 스탈린 이렇게 아홉 사람이다.
이들의 품성이나 인간성이 어찌 됐건, 이 책의 주제는 전쟁을 둘러싸고 발휘한 초인적인 힘의 원천이 어딘가, 이들은 한 걸음만 잘못 내디뎠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이들에게는 승자그룹의 DNA에는 어떤 요소가 숨겨져 있을까, 지금도 어디선가 조용히 제 할 일을 하는 승자들의 DNA도 그러할까,
우선 지은이가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뉴욕역사 협회 연구원으로 대서양을 오가며 영미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2000년에는 역사학계의 노벨상(나는 이 상이 뭔 의미인 줄 아직 잘 모른다.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다. 아무튼)이라는 ‘울프슨 역사상’을 탔다고 하니, 꽤 기본이 탄탄한 연구자라는 정도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가 여기에 실은 인물이 왜 승자인지?, 지은이는 단지 전쟁사라는 측면에서 빛을 비췄을 뿐인데…. 우선 지은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자.
무엇이 한 인간을 더 나은 존재로 만드는가?
지은이가 이 책을 쓴 의도랄까 목적은 과거의 지혜를 통해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려는 사람들에게 9명의 이야기는 삶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인 듯하다.
이들은 언뜻 보기에는 모두 과대망상증 환자이거나, 막무가내다. 그런데 이들이 다른 이유 하나는 누구로부터 신뢰를 받고, 신망을 받았다는 점이다. 거기에 더해 이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확신이 넘쳤다. 거대한 꿈을 꿨다. 심모원려 하였기에 그들은 언행일치, 표리부동, 대의를 위한 희생정신 이런 요소들을 전략적으로 끝까지 관철한 삶을 살았다.
아주 전략적이라고 표현하련다. 개개인의 삶에 어떤 계기들을 극복하는 기제가 어떻게 작동했는가 하는 것까지 이 책은 말하고 있지 않기에 때문에 그렇다. 만약 역사 심리 학적인 접근을 했다면 과연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나올까?, 전쟁의 천재, 전쟁의 신 나폴레옹, 뚝심의 넬슨, 팔삭둥이 처질, 이들과는 조금 성향이 다른 쿨한 마셜을 들여다보련다.
가벼운 과대망상과 초지일관은 영웅을 만든다?
책 속으로 돌아가 보자. 지은이는 나폴레옹은 한 마디로 "가벼운 과대망상증"이 있었기 때문에 위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절반의 성공과 실패의 복합물인가, 뭔 말인고?, 나폴레옹은 자기 자신을 크게 생각했다. 이른바, 대인의 풍모를 지녔다는 뜻이다.
‘실력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일관된 행동으로 정실주의의 앙시앵 레짐(프랑스혁명 이전의 구체제) 질서를 철저하게 깨부수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냈다. 그 동력이 바로 가벼운 과대망상의 효과다. 법전과 체제, 제도의 모든 것을, 핵심은 실력주의다 출신성분도 출세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없고, 논공행상은 정확히, 자신이 걸고 있던 십자가, 훈장도 그 자리에서 떼어내어 공을 세운 병사에게 그 자리에서 바로 준다. 이쯤 되면 나폴레옹이 왜 천재적인 전략가인지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이를테면 인의예지 즉 싹수가 즉 싸가지가 있었다는 말이다.
불복종의 명수 넬슨, 그는 앞날을 내다보고 있었다.
영국해군의 최고의 제독이라는 넬슨, 그 역시도 불복종의 명수다. 즉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보통 사람은 둘 중 하나, 살거나 죽거나(망가지거나), 하지만 이들은 살아남았고 영웅으로 칭송된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점이 바로 심모원려다 그랜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략가이든 아니든, 일에 미치면 온 힘을 기울여 매진하면…. 바로 이런 증거 중 하나가 넬슨이다.
오랫동안 넬슨을 지켜본 그의 상관 저비스 제독은 “만용은 넬슨 경이 지닌 유일한 장점이었다. 그의 성격과 개인사는 문자 그대로 추했다.” 그러나 넬슨에게는 그 누구도 지니지 못한 특별함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정신을 타인에게 주입하는 마법의 기술을 갖고 있었다(85쪽)
지은이는 이 대목에서 오늘날 소신껏 원하는 바를 주장하는 대신 남들의 눈치를 살피며 도전을 보류하는 현대인들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처칠 또한 근거 없는 망상의 대가다.
밑도 끝도 없이, 나는 나중에 크게 쓰일 제목이라고, 마치 우리나라 김모 대통령처럼 중학교 때부터 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는데 그게 글쎄 되더라고, 자신에게 최면은 거는 것도 미래를 위한 준비라면 옳은 소리다. 처칠은 용기라는 것도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강화할 수 있는 자질이라고 여겼다. 출생과 함께 죽음이라는 벗을 곁에 두고 살았던 팔삭둥이 처질에게 전쟁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무대였다. 여러 번의 죽을 고비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그는 살아남았다. 그리고 남들이 은퇴할 나이를 넘은 64세 세계 2차대전 일어나자 영국의 전시내각 수상으로 돌아와서, 그의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마셜은 전쟁을 관리 개념으로 본 냉철한 전략가다. 이성으로 감정을 통제한 인물
마셜?, 미 국무장관 마셜, 마셜 플랜의 그 마셜이 미군의 최고수장이었다고. 아이젠하워나 맥아도 등 유명한 장군들의 상관인 마셜, 그런데 왜 우리는 군인 마셜을 기억하지 못할까?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기획자였다고, 무대의 배우가 맥아도요, 아이젠하워였다면 그는 연출자, 감독이었다. 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는 사고의 소유자다. 이른바 무식하게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마셜은 전쟁회고록을 쓰지 않았다. 할 말이 많은 사람인데도 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친구이기도 하면서 단 한 번도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었다. 공사의 구분이 엄격했다. 또한, 이 최고사령관 마셜은 늘 냉정한 두뇌 상태를 유지하려 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피곤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셜은 2차 대전을 결정적으로 끝낼 승리를 기획한 사람이다. 그는 전쟁을 관리했다, 이른바 전략의 핵심 건축가였다. 장기판의 말처럼 움직이는 전쟁터의 지휘관과 이를 조정하는 정치권 사이에서 냉철하게 미래, 즉 전쟁판을 그랜드 디자인했던 사람이다. 그는 절대로 자기를 내세우지 않으려는 절제심으로 명성을 얻어보려는 노력, 즉 전쟁회고록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와 비슷한 인물을 찾는다면 아마도 제갈공명이나 사마의, 정도라 할까? 물론 두 사람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지만 말이다. 역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 진리가 통하나 보다.
지은이는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아니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라 말한다.
첫째는 방어벽을 치고, 그 안에 사는 선택과 그 반대로 방어벽을 걷어내고 세상 밖으로 나가 죽기 살기로 맞서는 것. 우리는 어느 쪽일까?, 여기에 소개된 9명의 인물은 후자였다. 이판사판으로 즉, 진짜로 심각하게 세상 밖에서 살려고 하면 죽을 것이요.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生卽死 死卽生)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들은 바로 죽을 각오로 매사에 임했다. 모든 힘을 다해서, 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에 자신을 맡기겠지만, 비합리적인 사람은 세상을 자신에 맞게 만든다. 이름 없는 승자의 DNA를 가진 이들이 우리 사회는 많다. 이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용기를 잃지 않도록….
<출판사에서 도서를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