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 숙명 같은 삶을 딛고 전설이 된 15명의 여성 작가들
김대유 지음 / 시간여행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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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이야기는 햇빛에 비추면 “역사”, 달빛에 비추면 “신화”


지은이 김대유는 열다섯 명의 여성 작가의 에세이를 이 책에 담았다. 이야기는 햇빛에 비추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비추면 신화가 된다. 참으로 촌철살인이다. 세상에 드러내면 역사의 한 장을 기록하는 여성의 눈에 비친 일상이 밤에 남몰래 홀로 숨어서 읽는 이야기는 신화가 될 수밖에, 모든 시대 2등 인류로 살았던 여성들의 그리움은 무슨 빛깔이었을까?, 달빛에 바랜 진실을 찾는 일, 그것이 이 책을 쓴 목적이지 않았을까? 이 책<높고 쓸쓸한 영혼 여성 작가들>, 숙명 같은 삶을 딛고 전설이 된 여성들이라는 지은이의 평가, 어떤 기준으로 그렇게 생각했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실존철학자 시몬느 드 보부와르의 1949년 책<제2의 성>(을유문화사, 2021)에서 여성은 남성과의 관계에서 한정되고 달라지지만, 남성은 여성에게 그렇지 않다. 여성은 우발적 존재이다. 여성은 본질적인 것에 대해 비본질적이다. 남성은 주체이다. 남성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여성은 타자이다. 비본질로서의 여성이 본질로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자기 힘으로 그러한 반전을 이루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23쪽)


이 책 속에 담긴 열 다섯 명의 작가는 활동했던 시기도 제각각이지만, 여성은 2등 인류라는 점을 인식, 그 벽을 넘어서 보려 했던 이들이다. 어떤 의미에서건, 물론 페미니스트인 작가도 있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박완서, 미우라 아야코는 일본의 박완서 같은 존재일 듯, 그가 1964년에 쓴 <빙점>은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그리고 귀족 출신 작가로 평민 여성들의 눈물을 닦아준 버지니아 울프, 허난설헌, 에쿠니 가오리, <오만과 편견>으로 유명한 제인 오스틴, 일본의 잔혹성인 동화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 모더니즘의 시를 연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 에밀리 디킨슨, 릴케, 니체와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준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높고 쓸쓸한 영혼 <토지>의 박경리, 복잡성의 페미니즘, 실비아 플라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욕먹는 여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제2의 성>으로 무신론적, 여성주의적 실존주의를 탐색한 시몬느 드 보부와르, 노벨문학상 작가 한강, 엄마를 부탁해 작가 신경숙까지


욕먹는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에 쏟아진 비난, “기획출판”의 의도


그의 연작<로마인 이야기> 시리즈에 푹 빠져 지낸 적이 있었던 만큼, “욕먹는”이란 지은이의 표현에 눈길이 간다. 왜? 라는 의문과 함께, 시오노 나나미에 대한 평가는 일본다움으로 로마사를 재조명하여 매우 성공한 작가라고, 지은이는 인터넷상에서 그의 글쓰기에 관한 시비로 비난을 많이 받는 작가라는 것인데, 그만큼 다양한 논점이었나, “로마인 이야기”가 뭘 기준으로 써야 하는가?, 정사 삼국지보다는 나관중의<삼국지연의>를 정사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지은이는 시오노 나나미를 향한 비난의 몇 가지로 정리해서 싣고 있다. 흥미로운 지적이다. <로마인 이야기>가 한국 내에서 400만 부가 팔렸으니, “시오노 나나미” 현상이 일어날 만하다. 그런데 이런 수입소설은 기획출판으로 인기를 만들어 내는 마케팅?,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왜 한국에서 인기가 높고 책이 많이 팔렸는지 의아스럽다. 기획출판이 어떻게 국내 독자들은 유인하는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강의 책도 3, 4백만 부가 팔렸는데, 노벨상 수상 이후에 그렇다는 것이다. 작가와 작품의 세계화가 일으킨 결과다. 


“시대의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낸 작가들, 활동했던 시대가 달랐지만, “공통점”이다


지은이의 탁월한 분석이 돋보인다. 2024년 노벨문학상의 트렌드 기준이 미래를 여는 ‘비폭력이성주의’에 있었기 때문이고 <채색주의자>가 이런 기준에 맞았기에 작가 한강의 수상이 가능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수긍할 만한 견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숲>은 군부독재가 끝나고 대통령 직선제가, 젊은이들의 뜨거운 사랑과 갈망의 욕구와도 관계가 있었다. 과학적 사고가 트렌드였던 88 올림픽 이후 분위기에 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가... 


신경숙의 이야기, 질박하고 깊은 사유가 담긴 작품들


신경숙의 사유, 가난했던 작가는 전두환의 과외 금지령으로 기회를 얻었다. 술집 여주인의 외동아들 중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입주 과외를 하게 된다. 입주한 외딴방 옆에는 기생 술집 ‘다정’과 YWCA 야학이었다. 작가와 같은 또래의 여성들이 한쪽에서는 젓가락을 두들기며 웃음을 팔고, 또 한쪽에서는 낮에는 공장 생활을 하고 밤에는 야학에 나와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곳, 작가는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그녀들과 비교할 처지는 아닐지 모르지만, 1980년대를 지나는 내 이십 대의 청춘 역시 불우했다고... 저마다 자기 이름을 부르며 우는 새처럼 오직 가전 것은 자신이 처한 ‘내 인생뿐’이었다고, 물론 신경숙을 이야기할 때면, 박완서도 빼놓을 수 없는 작가다. 


색깔이 다른 이들, 미우라의 빙점도 눈여겨 봐야!


이렇게 펼쳐지는 열 다섯 명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에 끌린다. 신경숙이 그렇고, 박완서, 박경리, 허난설헌, 일본 가정에 한 두 권쯤 놓여있는 소설책 중에 아마도 <빙점>은 적지 않을 듯, 고서방 서가에 꽂혀있는 소설군 속에 빙점은 늘 몇 권씩은 있었으니. 미우라 아야코는 그만큼 힘 있는 작가였다. 그 힘의 원천은 ‘반성’이다. 1922년생이었던 미우라는 7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천황 군국주의를 교육한 자신의 부끄러움을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그녀는 그 죗값으로 평생 자신이 결핵 등 온갖 중병에 시달리는 것이 잘 된 것이라고 성찰하여 일본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휴머니즘이 그의 작품의 키워드였다. <빙점>에서 일본인의 심리구조 혼네와 다테마에(본심과 겉이 다르다는)를 끄집어 들고 해부하고 끝장을 보여줬다. 


지은이의 작품을 보는 각도, 접근하는 태도... 이 책은 세계의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들의 작품을 읽어볼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된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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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중앙아시아 4개국 여행 두 발로 여행
위전환.임귀옥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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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두 발로, 중앙아시아 4개국 여행

 

지은이 위 전환이 중앙아시아의 스탄(땅) 7개 나라(보통 4개 나라와 투르크메니스탄을 포함하여 5개국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다) 4개 나라(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와 파미르 고원을 돌아봤다. 이 책은 배낭여행객, DIY 관광객들에게 유용한 “중앙아시아 일기”다. 4개국 일정에 벅차다면, 우즈베키스탄의 히바, 부하라만이라도 들러보라고 지은이는 권한다. 

 

여행의 조건은 돈, 건강, 시간이 필요한데, 이는 그저 하는 말일 뿐이다. 더 나이 들면 가보고 싶은 곳도 가볼 수 없지 않겠냐, 학창 시절이 아니면 어떻게 시간을 내서 이런 모험을 할 수 있겠냐.. 이른바, 미지의 세계 탐험에 나서는 설렘과 가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런 조건적 장벽을 허물어버린다. 그래서 여행의 맛이라는 말을 하는 모양이다. 

 

지은이는 부인과 함께 둘만의 33일 동안의 여정에 올랐다. 책 내용은 1일째부터 33일째까지,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타슈켄트, 이곳은 중국과 유럽을 잇는 그레이트 실크로드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한 곳인 만큼 볼거리 가득, 무슬림이 대다수인 만큼 히즈라티 이맘 모스크도, 끝없이 넓고 깨끗한 도시라는 인상이다. 넷째 날은 말라버린 바다를... 히바성을 거쳐,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부하라로, 첫날 도착한 날 밥집(식당)에서 일어난 헤프닝, 주문한 샤슬릭은 나오지 않고, 주문한 적이 없는 샐러드가 나온다. 뭔가 잘못된 듯, 샤슬릭 주문이 잘못됐음을, 10인분가량이 나온다. 이런 낭패, 새옹지마라고 택시 기사에게 한 팩을 건넸더니, 택시비를 안 받는단다. 호텔비를 잘못 계산해 돈을 더 냈고, 환급을 요구하자 돌려줬다는데, “아직 인심이 살아있는 곳, 사람들이 정직하구나” 바로 민간외교관들이었다. 

 

결제의 팁, 트레블 하나, 신안 카드를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카드 수수료 없이 결제된다고, 다만, 반드시 와이파이 결제를 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라고 한다. 

 

8일 째 여정, 실크로드의 중심지 사마르칸트를 거쳐, 중앙아시아의 타지마할 레기스탄으로, 인도의 타지마할이 있다면 우즈베키스탄에는 레기스탄(모래땅)이 있다. 9일 째,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의 오페라하우스, 루다키 공원이 있다. 물론 파미르 고원으로 가는 출발지이기도 하다. 


10일째, 파미르고원 길을, 여름  과일의 명물 수박을, 그리고 오아시스 호로그를 지나 12일째는 실크로드 시대에 번성했던 상인들의 길을 따라, 파미르 중심 랑가르에서 숙소 잡는 법까지,  절반의 여정에서 "중앙아시아 알프스"라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에 들어간다. 알프스 카라콜을, 


25일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접어들어, 27일째 고려인 강제 이주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로, 고려인이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지 160년이 흘렀다고 한다. 1922년 자료에 따르면 소비에트연방(소련) 전역에 걸쳐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1937년 강제 이주로, 아무튼 소련해체 후, 1국에서 15개국으로 분화는 제1언어가 분화된 국가에서 쓰는 언어가 아니었고, 스스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난관에 처하기도, 이들이 남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88 서울 올림픽 중계를 보고서야 현실로 남과 북의 존재를 인식했다는 사연, 충남 당진 등지에 고려인의 집단 이주지가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이들은 여전히 "이방인"이었다.  

 

형식적이고, 마케팅 차원이라는 묘한 배경에서 나온 “현지 안내서” 또는 “여행 가이드 북”과 이 책의 다른 점은 지은이 대신에 “나”를 넣고 여행 일정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곳곳에 실린 사진을 보면서, 지은이처럼 어리둥절, 좌충우돌, 맛집 탐색, 누군가가 알려준 현지 먹을만한 집, 현장경험이 녹아 있어, 당장에 이 책 한 권을 들고 지은이가 다녀왔던 여정을 답습해도 좋을 듯하다. 미지의 세계에 다녀온 여행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글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은이 33일 동안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지는 못한 듯한데, 실제로는 강행군이었지 않나 싶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지은이들이 거쳐간 곳의 먹거리(지나친 곳의 먹음직스런 음식 사진이 상상을 끌어낸다)또한 입체적이다. 그저 맛있다. 식당 소개하고 1인 분에 얼마, 주의할 점으로 끝났더라면, 재미있는 상상은 못했을 것이다.  사진은 휴대전화로 찍었나, 삼사와 만티라는 튀긴 요리 사진이 선명하다.  화질이 좋은 편이라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이 책은 여행기는 "음식 사진" "랜드마크 격의 건축물들"  이것들만으로도 선전홍보효과는 거둔 듯하다.  


그리고 이 책의 특징, 살아있는 중앙아시아 4개 여행 팁이다. 책 뒷부분에 “도움이 되는 중앙아시아 4개국 기본 정보”가 실려있다. 각 나라의 인구, 면적, 수도, 화폐와 환율, 언어와 시차와 여행 적기까지, 여기에 간단한 언어 표현, ‘살롬’ ‘앗살롬 알레이쿰’ ‘라흐맛’ 이것만은 외워두어야 “이거 얼마예요?: 부닝 나르히 칸차?다. 또 일정표도 실려있다. 참고할만하다. 여기에 꼼꼼하게 배낭에 넣을 것은 그대로 따라 하면 될 듯하다. 교통요금도, 모스크에 들어갈 때, 행동도... 아무튼, 눈 앞에 펼쳐지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지는 묘미가 있다. 

 

이 책은 몰입도가 좋다. 읽다 보면 벌써, 여운이 남는다. 꿀팁을 읽고 여행 일정을 다시 읽어봤다. 언제 또 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고, 여기저기에 점을 찍어두었다. 자, 언제가 아니라 시간을 만들자, 돈을 모으자, 그리고 33일 정도 버틸 체력을 기르다. 그럼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겠지... 이 책에 나에게 준 메시지는 ”마음먹기에 달렸어“ 자, 이제부터 준비 시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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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 -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지침서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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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유언 노트”는 죽음의 역설인가,


삶과 죽음은 쌍둥이처럼 동전의 양면이나 명암과도 같이 늘 함께 움직인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 보지 않을 뿐, 어느 날 갑작스레 죽음이 다가왔다는 문학적 표현이 바로 그 느낌이다. 어제까지 내일을 생각하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면 덜컥 겁부터 난다. 퀴블러로스의 죽음의 5단계(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를 밟아간다는 건 일반적인 이야기다.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못 한 죽음이 눈앞에 와 있다면... 실은 죽음이란 자체를 무의식 속에서 애써 지워버리려는 것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그날을 맞이한다는 게, 불안하기에 기억 저편 어두운 곳에 묻어버렸을 뿐이다. 인지 편향을 유도했다고나 할까, 아니면 뇌가 이런 걸 귀찮게 여겨서일까?, 어쨌든 죽음은 불안하다. 제아무리 준비해둔다고 해도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장자는 아내의 장례를 치르면서 북을 치고 춤을 췄다고, 이 험한 세상에서 고생하다 이제 해방되어 편한 곳으로 갔다며 기뻐했다는 것인데 이는 “생사관” 죽음 어떻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다. 소크라테스 역시, 철학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궁리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데, 이 역시 삶과 죽음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책의 지은이 유성호 역시, 죽음은 준비하는 것이라고, 귀천 구분 없이 평등하게 찾아오는 노화와 죽음, 단지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그는 “죽음을 떠 올릴 때 삶은 선명해진다”라는 표현을 했던 게 아닐까 싶다. 무소유의 법정대선사도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려 늘 주변을 단출하게, 꼭 필요한 것만, 소유욕이 생기면 번민이 생기고, 죽음과 삶의 자연 섭리 또한 바꿔보려는 과욕을 부리게 되니, 내일 죽더라도 오늘 정리를 깔끔히 해두었으니, 편히 갈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옛 한국인에게 죽음은 삶의 완성이었다는 점 또한 잊지 않아야 한다.


책 구성은 세 개의 노트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노트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죽음은 섭리이며, 노년의 불가역임을, 죽음을 접하는 세 가지 관점이라는 인식, 2인칭 죽음에 필요한 대처, 죽음의 준비와 유한한 삶, 좋은 죽음 없이 좋은 삶은 없다는 명언을 남긴다. 두 번째 노트는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준비’ 생사관, 죽을 권리, 딜레마, 마지막 선택, 존엄사 1과 2, 그리고 전환을 말한다. 세 번째 노트는 ‘삶을 기록하는 작업’에서는 유언, 명사의 말, 기록, 나의 장례식, 작별, 인생의 의미, 젊은 그대에게, 삶의 지침서다. 지침서는 오늘의 유언이 삶을 향한 다짐이 되는 것이다. 죽어서 남기는 후회와 바람이 유언이 아니라 앞으로 죽음에 이르는 그 날까지 나는 어떻게 살겠다는 자기 다짐이다. 

아무튼 이 책의 핵심은 “죽을 떠올릴 때 삶은 선명해진다.”라는 문장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읽는 이의 몫이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나는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힘껏 살아가기 위한 동력이 되는 것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더 잘살기 위해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역설이 아니라 참이다. 


죽음을 애써 외면하기보다는 마주하라.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 


지은이는 후회 없는 삶을 원한다면 죽음과 대면하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한 해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고 했다. 즉, 내 삶을 향한 다짐이랄까, 자기 성찰이기도 하다. 지난 세월 내가 어떻게 살아왔나를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돌이켜 볼 여유가 없었던 게 아니라 실은 두려워서다. 내가 내 모습을 자신 있게, 또 용기를 내서 돌아볼 수 없었던 것일 뿐이다. 되돌아보면서 반성하기보다는 변명을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노라고. 죽음 앞에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은 정신건강이다. 제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지금 여기에서 죽는다는 마음으로 유언장을 작성하라고 하면, 어떤 말을 담을 것인가, 바로 이 대목이 전환이다. 앞으로는 과거처럼 살지 않겠다든가 하는 따위의 말은 나올 여지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조금이라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이렇게 살겠노라, 예전에도 이렇게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노라며,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것이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의 욕심도, 인색한 사랑도, 무한정 솟아나는 애정으로 그렇게 자중자애는 물론 주변을 사랑할 것이다. 배려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은이가 말했던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유언을 쓴다”라는 것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자신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잡아줄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세 개의 노트는 “죽음에 관한 입문”으로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듯하다. 독자의 연령층은 관계없을 듯하다. 보편적인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기에 말이다. 


죽음의 역설일까, 죽어야 산다는 말과도 같다. 지금에 있는 나를 죽이고 내일의 나를 태어나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 후회없는 삶을 위한 삶의 지침이란 바로 이런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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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 - 인생, 마음, 가치관을 읽는 관상 수업
    길해 지음 / 온더페이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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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코스모스 도서 평가단>


    얼굴은 살아온 인생을 그대로 보여주는 창

     

    이 책<내 인생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의 지은이 길해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스타 채널 우수상을 받은 역술가다. 그는 누구나 이치를 깨닫게 되면, 인생을 알고, 사람 보는 눈을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전문적으로 관상을 보는 관상가나 역술가가 되기 위한 입문이 아니다. 일반인이 관상에 관한 공부를 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담았다. 관상은 고정불변의 그 무엇이 아니라 살아온 인생에서 깨우치지 못한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인생을 개척하는 데는 내가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삶은 운명에 정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관상에 관한 원리 등 기본을 읽혀두면, 인간관계 물론 고정관념이나 관상의 그것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관상이란 사람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이고, 나중에 이를 떼어내어 얼굴과 손 등으로 분화하여 세밀하게... 

     

    책은 8장으로 구성됐고, 1장 ‘누구나 쉽게 관상을 보는 법’에서는 관상학의 의미와 신체 부위별 의미 등 기초를 다룬다. 2장 ‘관인팔법:얼굴에서 느낌을 읽어라’에서는 상(相)을 본다. 청수지상을 비롯하여 일곱 개의 상(후중지상, 위맹지상, 고괴지상, 고한지상, 박약지상, 완악지상, 속탁지상)을, 누군가와 초면일 때, 상대에서 느껴지는 기운, 분위기, 아우라 등 여러 표현이 있지만, “감”이다. 3장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얼굴’에서는 눈썹과 머리카락에서 성격이 보이기도, 4장 ‘연애운을 끌어오는 얼굴’에서는 어떤 눈을 가진 사람을 만나야 할까? 등이 실려있다. 6장에서 8장은 재물, 숨겨진 얌양과 내면의 욕심을 드러내는 얼굴, 결혼상대자의 이면을 볼 수 있는 얼굴, 처세에 도움이 되는 얼굴 등이 실려있다. 

     

    하루아침에 관상가가 될 수는 없다는 점은 당연한 말이지만, 내 얼굴과 주변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상인지, 얼굴을 보고 감정을 읽을 수 있고, 처세에 도움이 되는 얼굴만 구별해도, 인간관계에서 낭패를 보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후인상도 눈여겨봐야, 인간관계가 고민이라면 우선은 이 책을

     

    우선은 기억해 둘 내용으로 사람에게는 체와 용(用)이라는 두 가지 모습이 있음을, 전자는 첫인상이고 용은 후인상이다. 첫인상과 겪고 난 후에 인상은 달라지기 마련인데, 사람의 성격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니... 평소 온화하던 사람이 화가 나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경우다. 첫인상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체와 용 모두를 봐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 책은 관상을 공부해보려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인간관계를 잘 풀어내고 싶은 사람, 자꾸 주변 사람에게 휘둘리는 사람들, 도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챙겨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얼굴 구분법이라도. 익혀두자. 사주든 관상이든 단편적인 판단은 오류를 범할 수 있기에 첫인상에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고 시간을 들여 드러나지 않는 모습까지 알아가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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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 상식과 통념을 부수는 60개의 역설들
    조지 G. 슈피로 지음, 이혜경 옮김 / 현암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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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상생활에서 논리학, 문학, 정치학, 법학, 수학, 통계학, 물리학, 언어학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역설, 상식과 통념을 깨는 60개의 역설, 새로운 인식론적 전망을 여는 모순, 우리의 사고력을 높여 줄 사고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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