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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서경 ㅣ 옛글의 향기 10
최상용 엮음 / 일상이상 / 2023년 11월
평점 :
“서경”이란 세계를 둘러보며
옮긴이 최상용 선생은 서경을 두고 “인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 평했다.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 알려진 <서경>은 58편 체제로 요, 순 시대를 기록한<우서 5편>, 하나라 시대<하서 4편>, 상나라<상서 17편>, 주나라 <주서 32편>인데 58편 중 33편을 <금문상서(今文尙書)>라 한다. 이는 후대의 학자들이 그 당시 문자로 고쳐 썼기에 금문(今文:지금의 글이란 뜻)이라 부르는 것이고, 나머지25편은 <고문상서> 즉 옛 글자 그대로라는 말이다. 학자들은 기원전 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
2,500여 년 전 만들어진 것이지만, 우서는 요순시대, 하서는 우왕을 비롯한 그의 자손들이 중화 지역을 다스리던 하나라의 역사를 기록했다. 이야기의 무대는 기원전 2183년에서 기원전 1752년으로 상정한다. 세상사는 이치는 그때 사람이나 지금 사람이나 그 생각하는 바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왜 그런지 굳이 따지자면 세상을 어떻게 “경략” 하는가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라서 일 것이다. 즉 <서경>은 나라를 통치, 경영하는 것에 관한 책이다. 그 안에 담겨진 보편적인 진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5천여 전이 지난 후에도 변함이 없기때문이다. 권력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하는지 이른바 베풂과 정의의 균형에 관한 원칙에 관한 것이기에...
태평성대를 일컬을 때, “요, 순시대처럼”이라는 상용구가 따라붙는다. 5천 년 전에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후대 사람들이 적어도 어떤 바람직한 상태를 그리면서 여기에 요, 순을 붙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미자(微子) 은나라의 멸망에 앞서[상서(商書)·미자(微子)/서경(書經)]
주왕의 이복형인 미자가 비간과 나라의 앞날에 대해 논하는 장면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듯싶다. 공자가 정치철학의 이상으로 여겼던 주나라의 주공(周公)단처럼 어린 조카를 보필하여 나라를 잘 경략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지만, 조선 시대에 형제를 죽이고,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이들이 있어, 미자 이야기는 음미해볼 만 하다. 동생을 죽여서라도 나라를 바로 잡아야 하나?...
당시 은나라는 세력의 크고 작음을 막론하고 모두가 도둑질하고 약탈하고 안팎으로 분란이 일어 멸망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이른바 막바지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미자는 태사와 소사에게, 은나라를 떠나야 하는지, 집안에 틀어박혀 늙거나 황야에 묻혀 은둔이라도 해야 할지 묻는다. 태사인 기자(기자조선설)는 나라의 상하가 모두 하나같이 죄를 저질렀으니, 선량한 백성은 병마에 시달리고 큰 고통을 당하면서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다고 말한다. 이제 상(은)나라에는 큰 재난이 내릴 것이며, 우리 모두 그 화를 받게 될 것이라고, 왕자께서 떠나시지 않으면 우리 상나라는 조상을 받드는 후손까지도 끊어지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나(기자)는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상(은)은 주에게 멸망했다.
미자지명(微子之命) 성왕이 미자를 송 땅의 제후로 봉하면서 훈시한 글
주나라 성왕은 미자에게 이르기를, "아, 은나라 임금의 맏아들인 원자여, 옛일을 잘 살펴 덕이 있는 이를 숭상하고 현인을 본받으시오. 그리고 선대 임금들의 대통을 이어받아 그분들의 예의와 법도를 닦도록 힘쓰시오. 그리고 우리 주 왕실의 귀빈이 되어 자주 찾아오고 우리 주나라와 편안함을 누려 무궁하게 하시오." 라고 거기에 덧붙여 그대의 선조인 탕 임금께서는 성덕을 바로 하시고 넓고 깊게 펼치셨다는 말을 잊지않는다(중략). "그리하여. 그 공이 세월을 따라 더해져 그 덕이 후손인 그대에게까지 미치게 된 거랍니다." "그대는 조상님들의 덕행을 힘써 실천하고 닦아 오래전부터 훌륭하다는 소문이 있었음을 알고 있소이다." (중략) " 송으로 가서, 여러 나라의 모범이 되어 우리 주나라에 배척받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라고,
이 두 편에서 무엇을 읽고 보고 느낄 것인가,
요순시절을 거쳐 하, 은, 주를 내려오는 이야기, 은에서 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은의 왕자이며 장자인 미자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는다. 은이 망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그리고 주나라 성왕에게서 송나라의 제후로 임명되어 떠날 때, 성왕이 미자에게 하는 말, 그는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성왕의 말대로 태평성대를 위해 전력투구했을까? 그의 선택은?
모든 역사의 흥망성쇠의 사이클이 그렇듯 쇠퇴기는 혼란하다. 위와 아래 모두 썩을 데로 썩어 기강도 이른바 삼강오륜도 물구나무서게 되니말이다. 뭘 기대하거나 바랄 게 없으니, 이판사판 아무래도 좋다는 식으로 달리게 마련이다. 은나라의 왕자 미자, 동생이 다스리는 나라 꼴은 이미 손 쓸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러, 결국에는 주나라에 망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왕에게 충고하는 것 외에 없었을까?, 호미로 막지 못하고 가래로도 막지 못하면 둑은 터진다. 아주 작은 균열이, 사회는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아주 정밀한 기계처럼 서서히 그리고 급격하게 무너진다. 그 시작은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었을텐데...
미자는 주나라에 등용되어 송나라의 제후로 가는 길, 성왕이 그에게 남긴 훈시는 정치드라마의 한 장면,
주나라의 성왕을 언설을 보라. 상대의 아픈 곳을 감싸며, 만고의 역사에 남을 미자의 선조를 칭송하여 한껏 미자의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장면을, 덧붙여 그 현자들처럼 당신도 처신하여 주나라가 송을 배척하는 일이 없도록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쐐기를 박는다. 이런 걸, 정치 9단의 수라고 해야 하나, 병 주고 약 주는 것이다. 나는 늘 너를 지켜볼 것이라고, 나를 실망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말이다. 밖으로 극진한 예를 갖췄지만, 안으로는 바로 이런 것이다. “똑바로 해라”라고,
무릇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지 않을까, 명분이다. 나라 꼴이 험할 때, 그 나라의 핵심 인물로 어떻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만약 미자가 동생을 징치하고 은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상태였을까?, 그리고 주나라는 은나라를 완전히 평정했을까?,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라서 송나라 제후로 은나라의 왕자였던 미자를 보내, 주나라의 포용력을 무기 삼아 있을지도 모를 반발세력의 부드러운 복종을 끌어내고, 연착륙을 유도해내려는 고도의 전략이었을까?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문다.
또 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정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이다. 성왕처럼 패자에게 굴종을 강요하지 않고, 그의 배경과 인품, 이른바 아킬레스건을 찾아서 적확, 적절하게 어루만지면서(혹은 시늉을 하면서), 이게 네 약점인 줄은 알고 있다고 넌지시 암시한다면.
서경은 그 역사만큼이나 단단히 뭔가가 들어차있다. 간단하게 읽힐 것 같지만, 전혀 간단하지도 게다가 쉽지도 않은 책이다. 훑어볼 때는 당연지사라 여겼지만,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그 말을 한 인물의 배경 또한 궁금해진다. <서경>의 세계란 그리 간단하게 엿볼 수 없는 그 무엇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