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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 - 세계 15개국 헌법으로 본 민주주의의 얼굴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
헌법(憲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필사를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문”이다. 헌법의 헌(憲)은 법이다. 헌법은 법 중의 법, 최고의 법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질 때, 광장에 모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가 되는 인민이 되어 자유와 민주를 국가가 제한하는 대상으로서 국민이라는 포장을 뜯어내고, “민주주의”를 외친다. 노무현 탄핵 반대시위, 소고기 수입반대, 세월호 참사 시위, 박근혜 퇴진시위, 윤석열 탄핵시위까지,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았다. 강물은 배를 띄울 수도 엎어버릴 수도 있는 저력이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 국왕만 잡으면 정벌을 끝날 것이라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관념과 달리, 싸움이 일어나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다가 이긴 편에 몰려들어야 할 피지배계급의 천민과 노비, 양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일본군에게 대항했다. 조선 사회에서 그렇게 천대받던 이들이 말이다. 이를 뭐라 표현할 것인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하자, 조선의 내놓으라 하는 집안은 둘로 갈린다. 친일군와 독립군으로, 조선이 일본에 병탄 되자“국치”라 여기며 뼈대 있는 가문들의 자손들은 독립을 위해 전답 등 전 재산을 팔아 만주의 척박한 땅으로 가서 밭을 일구고, 학교를 짓고, 무관양성소를 만든다. 언제 해방될지 모르는 그 장고한 세월을 풍찬노숙하며, 이국땅 길거리에서 병들어 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의 인민을 위한 영웅적인 행동에 절반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아! “독립군”“잘난 독립군 자손”이라고...여전히 폄훼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과거나 지금도 “민주공화국”이었던 적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때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해방 후 고국에 돌아온 독립군과 그 자손들은 친일 모리배가 만든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1948년 제헌의회가 소집됐고, 헌법을 만든다. 헌법 제1조는 1919년 3.1운동 직후 만들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에 해당하는 ‘임시헌장’ 제1조와 같지만, “임시”딱지를 떼고 “정식”헌법이라고, 임시의 법통을 이어받았는데, 건국이라고 말하면서 이 사회는 뒤틀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는다. 그 틈을 파고든 파시즘(민족주의, 반공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성향의 지도자, 독재, 인종주의, 유일 정당, 준군사조직, 반자유적, 반의회적, 반입헌주의 등을 포함하는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지은이는 “반민주주의”로 정의한다)이 고개를 쳐든다.
파시즘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노크라시 상태라 할 수 있다. 반민주주의 체제, 헌법 형식으로는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그 이름 아래 반민주주의적 행태, 즉, 독재, 전체주의를 기술적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 현상을 들여다보며 지은이 박홍규는 파시즘이 다시 대두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제1조를 음미하고, 그 의미를 넓히고 충실하게 다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에서는 서방과 비서방,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15개 나라를 2부로 나누고 1부에서는 20세기 이전의 헌법 1조를, 2부에서 20세기 헌법 제1조를 다룬다. 1부에서는 헌법은 없지만, 의회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펼친 영국을(1장), 최초의 성문헌법을 제정한 미국(2장), 프랑스(3장), 스페인(4장), 독일(5장)을, 그리고 멕시코(6장), 이 나라는 1826년에 멕시코 공화국 헌법을 제정, 20세기 헌법이 1917년 멕시코 헌법을 효시로 삼았을 만큼 선구적이었다. 이어 이탈리아(7장), 아시아 최초 입헌군주국이면서 70년 동안 평화헌법(전쟁포기)개정 논란에 휩싸인 일본(8장)과 최초의 공화국 헌법인 1899년의 필리핀(9장), 2부에서는 20세기에 제정된 헌법으로 이란(10장), 러시아(11장), 한국(12장), 인도(13장), 중국(14장), 남아프리카 공화국(15장)
헌법이란 무엇이고, 그 주체는 누구인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문장을 읽는다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헌법 제1조에 이런 규정을 둔 나라는 드물다고(신우철) 했다. 하지만, 지구상에 이런 규정을 두든 그렇지 않든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나라는 많다. 우선, 헌법은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이며, 주체는 인민이다. 영어를 한자로 표기하면 people, person은 “인민(人民)”으로 후일 “국민(國民:nation)”으로 슬쩍 바뀌치기 하는데, 여기에는 “공산당이 쓰는 용어이기”라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제헌의회에서 윤치영의 발언, (이 책 33쪽)이나 반공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반공 콤플렉스는 “인민”을 헌법에서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국민을, 노동기준 혹은 노동 기본법의 "노동"은 북쪽의 "노동당"을 연상하게 한다며 “근로기준법”으로, 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꿔버린 것이다.)
우리 헌법이 모법처럼 여긴 1919년 바이마르 헌법 제1조는 1949년 독일 기본법으로 바뀌면서 제1조는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 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인간 존엄, 인권 보장을 첫머리에 두게 된다.
국가 정치체제를 규정하는 헌법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이란 말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노동에 기초한 민주공화국’ 중국은 ‘인민 민주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로 베트남민주공화국, 동독은 ‘독일민주공화국’ 인민공화국은 냉전 시대에 공산국가와 자국과 자유주의 내지 자본주의 국가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다.
헌법 제1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헌법 전체를 살펴야!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는 경우, 그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루마니아, 폴란드처럼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그러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권한대행이 선출직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나 장관 등으로 규정됐다.
왜 권력분립인가?
우리가 요즘 날마다 접하는 대법원장 청문회, 법관회의, 1798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권력분립과 인권보장 없이는 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둘의 근본에는 개인의 자율성과 인간 존엄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가 있다. 권력분립은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헌법 제1조의 함의가 이해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화중지병이 되지 않도록, 용의 얼굴에 눈을 그려넣는 것은 인민, 즉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