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척하기 딱 좋은 짧지식
최청하 지음 / 경향BP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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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아는 척하기 딱 좋은 짧은 지식


지은이는 최청하는 어릴 적부터 세상은 끝없는 질문으로 가득한 놀이터였다고 말한다. 궁금증을 못 참는 아이, 세상 곳곳의 정치, 경제, 역사, 문화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수많은 이야기에 관심을 참지 못하고 어딘가에 쏟아 놓아야 하는 이른바 현대판 지식 노마드다. 


현재 유튜브 “짧지식” 채널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에 소개된 글 모음이 이 책이다. 짧은 영상 하나로 지식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일념으로, 마치 “틱톡”에 올라온 신박한 생활꿀팁에 다이어트, 기상천외한 이야기까지.. 


이 책은 258가지 이야기를 11장으로 나누어 1장 ‘아는 척하기 딱 좋은’으로 시작하는 생존상식(17가지), 생활꿀팁(24가지), 음식(26가지), 돈(25가지), 과학(29가지), 패션&스포츠&미스터리(18가지), 인체(16가지), 한국&해외(28가지), 동물(37가지) 등 각종 이야기, 그리고 10장 ‘자투리 지식’(18가지), 철학상식(20가지)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세상만사가 여기에 담겨있다. 


자투리 지식 속으로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뜻하게 된 이유, 글쎄다 여러 쌀이 있는데, 가장 유력한 설은 나폴레옹의 일화에서 나왔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전쟁 중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허리를 숙여 주우려는 찰나 적의 총탄이 날아와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에서 행운의 상징이 됐다고 믿거나 말거나,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법 세 가지가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방귀금지법’, 네베수엘라 볼리바르 국제공항에서는 2014년부터 공항이용객에게 숨을 쉬는 비용으로 ‘호흡세’ 20달러를 받는다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금지법, 하와이에서는 2017년부터 산만한 보행 금지법 시행으로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걷다가는 최고 95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고... 세상은 요지경이다. 


철학적인 문제를 풀어보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의 결론


닭이 있어야 알을 낳지, 알이 있어야 닭이 생기지... 이런 질문을 어린아이에게 한다면, 아이는 의외로 쉽게 답할지 모른다. 닭이 먼저라고, 엄마가 있어야 아가를 낳지라고, 과학적으로는 어떨까? 결론은 닭이 먼저라는 것, 셰필드 대학 연구팀이 슈퍼컴퓨터로 달걀 구조를 분석했는데, OC-17이라는 단백질 성분이 달걀 형성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러니 닭이 먼저지, 그럴싸하지만, 철학은 꽤 심오하다. 왜, 아니 그렇다면 최초의 닭은 어디서 왔다는 말인가? 꼬꼬무다. 


세상은 가짜일 수도 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눈에 보이는 세상은 우리 눈에 익숙한 건물, 카페, 신호등, 거리를 달리는 차량이지만, 실상은 기계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것, 지은이가 예를 드는 건 몇 개월 전에 있었던 실험이다. 챗GPT를 기반으로 NPC(Non Player Character=플레이 불능 캐릭터) 25 명을 만들고, 각 NPC에게 특성만을 부여한 다음 가상의 마을에 모여 살게 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이 NPC들은 진짜 사람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시장 선거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파티를 열고, 배고프면 밥을 먹으라는 알고리즘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했다는 것이다. 실제 NPC 둘에게 “이 세상은 가짜야”라고 말하면 화를 내기도 하고, 그만하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NPC가 아닐 확률은 얼마나 될까? 수많은 시뮬레이션 가운데 진짜 세상은 단 하나밖에 없을 테니까, 그 안에서 또 다른 시뮬레이션을 만든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진짜일까? 영화 매트릭스가 현실처럼 다가온다. 이는 양자역학의 핵심이론인 “불확정성의 원리”다. 


고래가 잘 때 몸을 꼿꼿이 세우는 이유


대체 고래는 왜 이렇게 자는 걸까? 이유는 고래는 아가미가 아니라 폐로 숨을 쉬기 때문이란다. 언제든지 물 밖으로 나와 숨을 쉬기 편하도록 이렇게 자는 것이란다. 고래는 신기하게도 가수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양쪽 뇌를 따로 사용한다. 한쪽 뇌가 잠들면 한쪽은 깨어있기에 자는 동안 수영을 하거나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는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는가?


한국 젓가락이 중국보다 짧고, 일본보다 긴 이유


한, 중, 일 삼국의 식문화가 달라서 그렇다. 중국은 식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기에 멀리 떨어져 있는 음식을 집을 수 있도록 길이가 긴 것이고, 일본은 개인적인 문화가 강해 모든 음식이 가까이에 있어서 짧고 가벼운 형태의 젓가락을, 한국은 나물 같은 얇은 음식을 더 많이 먹어왔기에 얇은 반찬도 쉽게 집을 수 있도록 끝이 둥글고 납작하다고, 일리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일본의 젓가락이나 한국의 그것의 길이가 크게 차이 나 보이지는 않는다. 


의외로 한국이 세계 1등인 것들


세계에서 유통되는 김의 70% 이상을 한국에서 만들어 내는데, 규모는 1조 원을 넘는다. 버너에 넣어 사용하는 부탄가스, 전 세계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e스포츠는 다른 나라들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저만치 달아나 있는 부동의 1위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값, 인터넷 속도는 부동의 1위를 물려주고, 1인당 라면 소비량도 베트남에 밀려났다고... 


외국인이 본 한국인의 이상한 행동


한국인은 침대를 옷장으로 의자를 옷걸이로 소파를 등받이로, 배불러 죽겠다면 연신 먹어대거나, ‘힘들어 죽겠다.’ ‘줄려 죽겠다.’라면서 각종 비타민과 홍삼도 열심히 챙겨 먹으니. 단둘이 이야기를 하면서 ‘아 저요?’ 궁금한 걸 물어보면 ‘아, 몰라~’하면서도 그게 뭔지 친절하게 알려주는 헷갈린 대응과 태도, 이게 한국 문화인가? 싶을 때도, 본디 이렇게 친절하고 몸을 혹사해서라도 일을 마무리 짓는 태도, 어쩌면 우리가 지금 이 책을 읽으면 이게 맞나 하면서 끝까지는 읽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이런 짧고도 흥미로운 신박한 이야기가 무려 258개이니, 1년 동안 월~금요일까지 5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휴식시간에 여러 사람 앞에서 아는 척하기 좋은 이야기들이다. 즉 1년 동안은 일할 때 날마다 하나씩 풀어냈다가, 1년 후에 또다시 되풀이하면 누가 알까?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수준이 아니라 꽤 검증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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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개츠비 소담 클래식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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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위대한 개츠비


    고전이 된 소설을 쓴 F. S 피츠 제럴드의 책은 국내에서 김욱동, 송관식, 김의승 등과 이 책의 번역자 유혜경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이 번역을 했다. 번역자의 손끝에서 미묘하게 결이 달라진다. 이 책의 작품해설과 번역의 어려움을 적은 역자 후기 또한 읽어볼 만한 대목이다. 번역은 새로운 창작이다. 번역의 어려움과 이를 대하는 태도를 책 서문에 무려 90여 쪽을 실었던 박홍규의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트, 교보문고, 2015)도 꼭 읽어봐야 한다. 


    일본의 유명작가로 여러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인구에 회자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가에 길에 들어서 영어로 쓰인 소설을 필사했던 책이 바로 피츠 제럴드 작품들이었다. 하루키는 영어로 생각하고 썼다. 다시 일본어로 바꿔쓰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훈련을 거듭해왔다. 언어의 섬세함과 표현, 결국 보편성과 예술성을 어떻게 함께 녹여낼 것인가가 그의 목적이었던 건 아닐까 싶다. 이런 맥락에서 김석희의 초월 번역에 돋보였다는 평가(이는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반론도 적지 않지만) 시오노 나나미(그에 대한 평가는 별론으로 하고) 역사에세이 이른바 로마사 연의(삼국지연의처럼)를 일본어로 번역할 때, 완전히 새로 쓰는 느낌이었다고, <위대한 개츠비>를 원작으로 읽어보기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위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일본어로도 아주 흥미로웠고, 한국어 번역본이 오히려 결이 다름을 흐름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나 싶을 정도였다. 


    짧게 "위대한 개츠비 "속으로 들어가보자


    미국의 중서부에서 대학을 졸업한 닉은 1차 대전이 끝난 후 초라한 변두리처럼 변한 중서부를 떠나 동부로 이주해 증권업을 배우기로 했다. 그는 뉴욕 교외에 있는 웨스트에그에 작은 집 한 채를 빌려 살게 되었다. 그 이웃에 개츠비란 사람이 대저택에서 호화롭게 살고 있었는데, 개츠비는 거의 매일 같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개츠비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데이지란 대단한 미모를 지닌 여자와 사랑하던 사이였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개츠비는 유럽의 전쟁터로 가게 되었다. 그사이 데이지는 톰 뷰캐넌이라는 부자와 결혼을 했다. 전쟁에서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의 결혼 사실을 알게 되지만 데이지가 톰과 결혼한 것은 단순히 돈 때문이며 그들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다고 믿는다.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돈을 버는 데 몰두한다. 데이지를 사로잡은 것이 돈이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돈을 벌게 되자 데이지의 저택과 강 하나를 사이에 마주하고 있는 저택을 사들인다. 그리고 매일 밤 파티를 열어서 데이지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개츠비는 이제 돈이 그녀와의 사랑을 되돌려 줄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는 데이지와의 사랑에 집착하고 있으므로 그때까지 독신이었다. 개츠비는 데이지의 육촌인 닉의 주선으로 데이지와 재회한다. 순진한 개츠비는 데이지의 태도를 보고 그녀의 사랑을 되찾았다고 마음대로 믿어 버린다. 닉이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고 말해 주어도 과거와 똑같이 만들어 보겠다고 단언한다..


    그러나 개츠비와 데이지가 뉴욕에서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데이지가 운전한 차에 어떤 여자가 뛰어들었는데 미처 피하지 못하고 치고 만 것이다. 차에 뛰어들었던 여자는 데이지 남편 탐의 정부(情婦)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탐은 데이지에게 입단속을 시키고는 여자의 남편인 윌슨에게 사고를 낸 차의 주인이 개츠비라고 알린다. 결국, 개츠비는 자기 집 수영장에서 윌슨의 총에 맞아 죽는다. 개츠비의 장례식 날, 데이지는 남편 탐과 함께 여행을 떠나고 장례식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는다. 닉은 이들의 허망한 사랑과 동부의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고향인 중서부로 돌아간다. 


    왜 지금 위대한 개츠비가 인기가 있을까, 지금 소환한 이유는 


    1차 세계대전의 승리로 부를 축적하면서 세계 강대국으로 자리 잡았던 1920년대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게 위대한 개츠비였다면 30년대의 노동소외를 블랙 코미디로 보여준 것이 찰리 채플린이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모던 타임스>였다. 문학작품이 당대의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건 상식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회적 변화의 부침이 심할 때일수록 “고전” 읽기의 열기는 높아지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이런 문화 현상 자체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쓰고 남을 것이다. 아마도 불안, 패배감을 떨쳐내고 일어서려는 안간힘이 아닐까 싶다.


    위대한 개츠비는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고,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 자신의 의지만 있으면 빈손으로 부를 일굴 수 있는 시대 “아메리칸 드림”의 시대였다. 이상적인 꿈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면서 장애를 뛰어넘고, 신은 죽었다고 외친 프리드리히 니체“위버멘쉬(초울, 극복)”의 실천행을 보는 듯하다. 


    사회경제적으로 궁핍한 처지에 놓인 개츠비는“돈”을 벌면 그의 모든 희망, 사랑한 여인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념으로, 풍요로웠던 미국의 시대를 살았던 미국 시민이었다. 하지만, 그가 독신으로 지낼 만큼 평생 그리워했던 옛사랑 “데이지”는 미국 사회 가치 변화 그 자체였으니, 결론은 비극적일 수밖에... 조정래의 소설“황금종이” 즉 돈만 있으면 세상만사가 해결될 것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죽는데, 당대 황금만능에 젖어있던 젊은이들에게 <위대한 개츠비>는 신기루를 좇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인간에게 소중한 것들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열심히 그리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결코 좌절하거나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위버멘쉬)는 사랑과 꿈이다. 왜 개츠비는 위대했을까?, 바로 이점 때문이다. 꺾이지 않는 의지, 좌절하지 않고 이루려는 사랑과 꿈은 바로 미래의 내 모습을 정한다는 강렬한 메시지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위대하다는 수식이 붙는다. 


    1920년대부터 미국은 떠오르는 신천지였다. 아메리칸 드림, 하지만 지나친 물질문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지적처럼 고정된 가치관도 질서도 아름다운 풍속과 문화도 모두 흔들리는 “유동 시대”로 접어들었다. 꿈도 사랑도 흔들리는 그런 시대, 유동 시대의 인간상은 데이지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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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 - 세계 15개국 헌법으로 본 민주주의의 얼굴
      박홍규 지음 / 틈새의시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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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헌법 제1조, 파시즘을 쏘다


      헌법(憲法) 제1조“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필사를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문”이다. 헌법의 헌(憲)은 법이다. 헌법은 법 중의 법, 최고의 법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가 혼란에 빠질 때, 광장에 모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체가 되는 인민이 되어 자유와 민주를 국가가 제한하는 대상으로서 국민이라는 포장을 뜯어내고, “민주주의”를 외친다. 노무현 탄핵 반대시위, 소고기 수입반대, 세월호 참사 시위, 박근혜 퇴진시위, 윤석열 탄핵시위까지, 역사의 물줄기를 바로 잡았다. 강물은 배를 띄울 수도 엎어버릴 수도 있는 저력이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 국왕만 잡으면 정벌을 끝날 것이라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관념과 달리, 싸움이 일어나면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다가 이긴 편에 몰려들어야 할 피지배계급의 천민과 노비, 양인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일본군에게 대항했다. 조선 사회에서 그렇게 천대받던 이들이 말이다. 이를 뭐라 표현할 것인가?, 일본 제국주의가 조선을 침략하자, 조선의 내놓으라 하는 집안은 둘로 갈린다. 친일군와 독립군으로, 조선이 일본에 병탄 되자“국치”라 여기며 뼈대 있는 가문들의 자손들은 독립을 위해 전답 등 전 재산을 팔아 만주의 척박한 땅으로 가서 밭을 일구고, 학교를 짓고, 무관양성소를 만든다. 언제 해방될지 모르는 그 장고한 세월을 풍찬노숙하며, 이국땅 길거리에서 병들어 죽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이들의 인민을 위한 영웅적인 행동에 절반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아! “독립군”“잘난 독립군 자손”이라고...여전히 폄훼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과거나 지금도 “민주공화국”이었던 적이 얼마나 될까?, 아니 그런 때가 있기나 한 것일까?, 해방 후 고국에 돌아온 독립군과 그 자손들은 친일 모리배가 만든 대한민국에서 또다시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1948년 제헌의회가 소집됐고, 헌법을 만든다. 헌법 제1조는 1919년 3.1운동 직후 만들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헌법에 해당하는 ‘임시헌장’ 제1조와 같지만, “임시”딱지를 떼고 “정식”헌법이라고, 임시의 법통을 이어받았는데, 건국이라고 말하면서 이 사회는 뒤틀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혼란을 겪는다. 그 틈을 파고든 파시즘(민족주의, 반공주의, 국가주의, 전체주의, 권위주의 성향의 지도자, 독재, 인종주의, 유일 정당, 준군사조직, 반자유적, 반의회적, 반입헌주의 등을 포함하는 스펙트럼이 다양하지만, 지은이는 “반민주주의”로 정의한다)이 고개를 쳐든다.


      파시즘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아노크라시 상태라 할 수 있다. 반민주주의 체제, 헌법 형식으로는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면서 그 이름 아래 반민주주의적 행태, 즉, 독재, 전체주의를 기술적으로 관철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 현상을 들여다보며 지은이 박홍규는 파시즘이 다시 대두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제1조를 음미하고, 그 의미를 넓히고 충실하게 다듬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책에서는 서방과 비서방,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15개 나라를 2부로 나누고 1부에서는 20세기 이전의 헌법 1조를, 2부에서 20세기 헌법 제1조를 다룬다. 1부에서는 헌법은 없지만, 의회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펼친 영국을(1장), 최초의 성문헌법을 제정한 미국(2장), 프랑스(3장), 스페인(4장), 독일(5장)을, 그리고 멕시코(6장), 이 나라는 1826년에 멕시코 공화국 헌법을 제정, 20세기 헌법이 1917년 멕시코 헌법을 효시로 삼았을 만큼 선구적이었다. 이어 이탈리아(7장), 아시아 최초 입헌군주국이면서 70년 동안 평화헌법(전쟁포기)개정 논란에 휩싸인 일본(8장)과 최초의 공화국 헌법인 1899년의 필리핀(9장), 2부에서는 20세기에 제정된 헌법으로 이란(10장), 러시아(11장), 한국(12장), 인도(13장), 중국(14장), 남아프리카 공화국(15장) 


      헌법이란 무엇이고, 그 주체는 누구인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문장을 읽는다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헌법 제1조에 이런 규정을 둔 나라는 드물다고(신우철) 했다. 하지만, 지구상에 이런 규정을 두든 그렇지 않든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나라는 많다. 우선, 헌법은 가장 기초가 되는 법이며, 주체는 인민이다. 영어를 한자로 표기하면 people, person은 “인민(人民)”으로 후일 “국민(國民:nation)”으로 슬쩍 바뀌치기 하는데, 여기에는 “공산당이 쓰는 용어이기”라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제헌의회에서 윤치영의 발언, (이 책 33쪽)이나 반공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반공 콤플렉스는 “인민”을 헌법에서 지워버리고, 그 자리에 국민을, 노동기준 혹은 노동 기본법의 "노동"은 북쪽의 "노동당"을 연상하게 한다며 “근로기준법”으로, 노동자를 근로자로 바꿔버린 것이다.)


      우리 헌법이 모법처럼 여긴 1919년 바이마르 헌법 제1조는 1949년 독일 기본법으로 바뀌면서 제1조는 “인간의 존엄은 침해되지 아니한다. 모든 국가 권력은 이를 존중하고 보호할 의무를 진다.”라고 "인간 존엄, 인권 보장을 첫머리에 두게 된다.


      국가 정치체제를 규정하는 헌법


      헌법 제1조는 ‘민주공화국’이란 말을 사용하는 이탈리아, ‘노동에 기초한 민주공화국’ 중국은 ‘인민 민주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로 베트남민주공화국, 동독은 ‘독일민주공화국’ 인민공화국은 냉전 시대에 공산국가와 자국과 자유주의 내지 자본주의 국가 구별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다. 


      헌법 제1조의 구체적인 내용은 헌법 전체를 살펴야!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는 경우, 그 권한대행은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총리가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루마니아, 폴란드처럼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공화국의 원리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그러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우리 헌법에는 권한대행이 선출직이 아니라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나 장관 등으로 규정됐다. 


      왜 권력분립인가?


      우리가 요즘 날마다 접하는 대법원장 청문회, 법관회의, 1798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권력분립과 인권보장 없이는 헌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 둘의 근본에는 개인의 자율성과 인간 존엄의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가치가 있다. 권력분립은 권력에 대한 불신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노라면 헌법 제1조의 함의가 이해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화중지병이 되지 않도록, 용의 얼굴에 눈을 그려넣는 것은 인민, 즉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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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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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계엄의 희극인지 비극인지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오류가 반복되지 않도록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지를 새롭게 확인해보는 좋은 책,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자리잡게됐고, 어떤 위험에 처해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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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 - 국가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
      윤비 지음 / 생각정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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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위험한 국가, 위대한 민주주의 


      정치학자, 윤비의 책<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에 담긴 내용의 함의를 담은 존 레논의 노래 <이매진>의 노랫말로 시작한다.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강조한 민주주의 위기와 후퇴 현상, 국가와 민주주의 그리고 정치이론을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바이든이 지적한 민주주의 후퇴는 선진국에서 총칼, 군사독재 등, 뚜렷한 현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질서와 각자도생은 공동체의 희박화와 연대의 해체, 공동체적인 돌봄의 붕괴, 복지시스템 기반침하 등, 민주주의는 지배자들이, 권력자들에게는 결코 달갑지 않은 제도였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민주주의 신봉자인것처럼 떠들었지만 그들의 공화주의자였을뿐이었다. 오래되지 않은 민주주의 역사, “민주주의”에 관한 이해의 폭은 여전히 편차가 크다. 


      2024. 12.3. 비상계엄을 지은이는 “계엄의 희극(또는 비극)”이라 불렀다. 홍준표는 “헤프닝”, 윤석열은 “계몽령”, 이른바 3일 천하도 아니고, 45년만에 발동된 계엄령은 우리 사회의 시대를 80년으로 그날로 되돌려놓았고, 전남과 광주에서 이에 항의하는 시민을 향한 계엄군의 발포, 그리고 6월 민주항쟁, 대통령직선제로 이어지면서 제6공화국은 시작됐고, 이제 그 수명을 다하여, 사회 대개혁의 국민적 요구와 함께 제7공화국의 개헌논의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민주주의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지구촌을 흔들어대고 있다. 


      책 구성은 4부 13장이며, 1부에서는‘국가란 무엇인가? 묻는다. 인공 창조물 국가가 조폭과 다른 이유는 “정당성”이 있는지다. 국가는 어떤 이유로 생겨난 것인지?, 국방비는 국가가 동원할 수 있는 폭력의 양과 수준으로 보여준다. ‘국가 없는 세상을’주장했던 것은 아나키만이 아니라 실은 내용상으로는 꽤 많은 철학자가 주장했다. 도대체 인민을 억압하는 통제력 없는 국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일까에 천착한 이들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우리는 괴물 리바이어던의 등에 올라타고 있다. 이른바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탄 신세라는 말이다. 당신에게 봉사하지 않을 국가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에서는 복지국가와 포퓰리즘을.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권력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민주주의에 관해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사상적 흐름과 정치 세계의 모습을 톺아본다. 2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에서 의회가 그들만의 리그가 됐을 때, 리더의 권모술수에 속을 준비가 된 국민, 관료의 무능과 부패, 3부 ‘괴물이 된 국가’에서는 베네수엘라, 이탈리아, 칠레와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서 설명한다. 4부 ‘한국, 어떤 국가를 꿈꿀 것인가?’에서는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세력의 역할과 리더의 역할과 조건, 정치, 사회, 경제 체제들을 들여다본다. 



      지은이는 민주주의 역사 검토는 눈여겨 볼만한 정도가 아니라 우리의 고정된 관념을 깨뜨리는 아주 신선한 내용이 들어있다. 데모스, 데모크라시의 모습은 애초에는 오늘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이른바 중우정치처럼 대중은 바보이며, 교양해야 할 대상이지,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받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국민이자, 시민이 아니었다는 지적은 오늘의 위험한 국가인 대한민국과 광장 민주주의를 펼친 시민들의 지켜낸 위대한 민주주의와 그 주체, 주인이 된 사회는 순간에서 영원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늘 긴장감과 불안,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었고 이런 면에서 이 책 내용은 아주 중요한 시사다. 


      12.3 계엄의 희극 혹은 비극에 관하여


      법치주의와 다원적 의회주의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자로부터 비롯됐다고 본 지은이, 그는 윤석열을 이렇게 평한다. 평생 검사로 살면서 법의 문구를 늘이고 비틀어서라도 정당화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어버린 지도자, 야당의 반대와 비판을 곧 반국가로 오해하는 지도자라 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자기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가 통한다고 생각한 지도자를 누가 뽑았는가, 그를 지도자로 만든 시민들도 그 책임을 나눠야 한다. 처벌과 함께 다시는 이런 오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 미래의 경쟁력은 무엇이 좌우하는가?


      이 책의 결론 격이다. 한국의 정치와 사회 그리고 경제시스템을, 오늘날 정상적인 민주주의적 법치국가에서는 과거처럼 지배자가 시민들의 몫을 힘을 뺏는 일은 허용되지 않기에 대신 국가의 힘은 다른 곳에서 강화된다.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고 미래를 위해 당장 수익에 연연하지 않으며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조직은 국가밖에 없다. 국가는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를 더 힘을 가진 조직일 수밖에 없다. 국가의 미래경쟁력은 첫째, 공정과 참여다. 이는 이상적일 만큼 손에 닿을 거리에 있지만, 신기루처럼 다가서면 사라져버린다. 이를 어떻게 확보 보장할 것인가가 과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적 효율성이 모든 것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또, 사회 전체의 이익을 내세워 시민의 자유나 권리를 무시하는 것도 안 된다는 점이다. 팬데믹과정에서 보였던 K-방역의 어두운 그림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듯, 동전의 양면처럼 늘 긴장감을 가지고 살펴야 한다. 


      둘째는 국가 시스템 개혁이다. 저출산 고령사회 중 마지막 단계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한국, 신자유주의 확산 대신에 분배로, 복지로 눈을 돌려야 한다. 세계 경제 6위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의 기형적인 복지시스템은 항상 그 위치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성 평등 사회 지향, 경력단절과 제2의 노동시장으로 내몰리는 차별적 구조는 혁파해야 한다. 사교육, 노동력 부족 문제 등 우리 사회의 이슈에 관해서 장기적 안목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셋째는 인재 전쟁과 개방성이다. 이민청 논의와도 맞물린다. 고급인력의 외국유출을 막는 소극적인 대책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화교가 살 수 없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 대한민국, 외국인에 관한 차별과 혐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이다. 코스모풀리탄(세계 시민)으로서 개방성이 절실하다. 



      이 책 한 권에 담긴 방대한 내용,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민주주의, 제대로 알아야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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