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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기회 : 모두에게 열리는 문 - MZ 청년과 함께하는 한국 사회에 대한 담론
장철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모두에게 열리는 문
지은이 정철길은 “공정한 기회, 우리의 꿈”, 모두가 함께 만드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MZ청년과 함께하는 한국 사회의 담론을 이 책에 담았다. 그의 삶, 일의 경력은 중견기업, 대기업, 중소기업, 유통업체를 거쳐 제조와 수출업체를 운영한다. 삶의 역정 속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밑바탕이 돼 있다.
이 책 3장으로 구성됐다. 1장 ‘공정한 사회’에서는 공정의 사회적 가치를 논하며, 한국은 공정한 사회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른바 공정 화두다. 선관위의 채용 비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불공정한 채용, 동계올림픽 여자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문제를 예로 들고 있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정책으로 로스쿨, 대학입시, 노동의 이중구조, 외국인 근로자제도 등 우리 사회의 오래되고도 새로운 이슈를 다룬다. 2장 ‘혁신’에서는 의대 증원과 연관된 갈등 해결을 통해 혁신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한국을 혁신 사회로 만들기 위한 정책들로 정부, 교육시스템, 기업, 3장 ‘중산층을 늘려서 잘사는 사회 만들기’에서는 중산층, 왜 주목해야 하나?, 중산층 확대 정책 등, 주로 정책론을 펴고 있다.
“공정”이란 무엇인가?
미국의 사회학자 마이클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020)에서 하이에크 말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가진 재능이 우연히 사회에서 높은 가치를 쳐주는 재능인 것은 나의 노력의 결과가 아니며 도덕적 문제도 아니다. 단지 행운의 결과일 뿐이다.”(209쪽) 라고, “우리는 결코 자수성가적 존재나 자기충족적 존재가 아님을 깨닫느냐에 달려있다...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 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353쪽)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公正=공평하고 올바름)은 우리가 만들어 낸 상상에 불과한 것이다. 공정이란 진짜일까?, 절대적일까? 상대적일까?
구약 성경에 나타난 "공정"은 약자 배려 차원의 동정심과 친철, 이른바 측은지심
대학에서 구약성서학을 연구하는 김회권은 “구약성경에서 공정은 기회균등이 아니라, 약자 배려 차원의 동정심과 친절로 표현될 때가 많다. 구약성경은 절대적인 기회균등 조건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공정 충족의 조건이라고 보지 않는다. 구약성경은 세상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보는 경향이 농후하며, 오히려 처음부터 불공평 요소를 안고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정심을 공정의 적극적 측면으로 보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 사회를 “공정 화두”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에서 ‘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킨 쟁점들은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가들의 자녀들이 덧입은 각종 특혜였다. 취업, 입학, 사업, 기타 국책 사업 지원 등에서 부모의 권력 후광을 덧입은 특혜 사례들에 온 국민은 분노했다. 이런 사안들이 제기한 ‘공정’ 쟁점은 특혜를 반대하는 논리가 공정이라고 믿게 했으며 나름대로 의미 있는 여론 형성에 이바지했지만, 의대생들과 의전원생들의 의사 국가시험 거부 사태를 봐주면서 재응시 기회를 주는 문제나,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공정’ 시비는 공정 쟁점의 또 다른 측면을 생각하게 한다.
의사 국가시험 거부자들에게 재시 기회를 부여한 것은 예비 의사나 의사 집단의 특권적 지위 요구에 대한 정부의 굴복이라는 차원에서 여론의 공분을 샀고,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은 특정 정당에서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공정’ 위반을 공격하는 빌미를 잡기 위해 일부 언론을 등에 업고 억지로 문제 삼은 측면이 있어서 전국민적 안타까움(인천공항 비정규직 당사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초래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특권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건 무리 "공정화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위의 사례들 중에서 인국공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공정’ 시비는 한마디로 특권이나 특혜에 대한 비판이므로 정당한 공정 시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화는 ‘공정’ 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 오랫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기회균등을 앗아가는 행위도 아닐뿐더러, 20대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앗아가는 불공정 사태라고 보기 힘들다. 비정규직으로 2년간 일하면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법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김회권의 말처럼 긴 세월 비정규직으로 남아 있던 일군의 직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는 일은, ‘공정’의 위반이 아니라, 공정의 증장(增長)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 역시 “공정화두”에 빠진 듯하다. 정책론으로 들고 있는 내용은 일반적으로 주장된 것이며, 로스쿨 제도 비판에서 일본의 사례를 오해한 듯한 구석도 없지 않다. 일본의 로스쿨 도입배경과 논의에서 주요하게 지적된 내용은 “빠진 곳, 미치지 않는 곳 없는 사법 서비스”와 “법관의 인성과 품성”의 훈련이었고, 의사처럼 국가고시를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는 측면에서는 법조 일원화와 삼원화의 논의도 빠뜨릴 수 없다. 결국, 일본의 로스쿨 제도의 결함은 지은이가 지적했듯이 금수저에게 유리한 제도로 왜곡,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변모하게 돼, 예비시험을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공정”이 모든 경우의 잣대가 될 수 없다. 공정의 과잉화, 다시 마이클 샌델이 말한 “공정”의 의미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중산층 확대 정책?
중산층이 존재하는가?, 중산층이란 환상이 아닐까?, 양극화 시대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질서 가운데 각자도생이란 구도에서 같은 계급 사이의 연대가 아닌 갈등과 경쟁이란 전혀 자연스럽지 못한 현상과 더불어 초개인화, 혼밥과 혼술이라는 사회 현상에 대한 철학적 접근과 복지국가 건설에 천착해야 할 듯 보이는데, 중산층의 확대 정책의 핵심이 청년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의아하다. 차라리 모두가 잘사는 사회, 즉 복지국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저출산초고령화사회, 89개 기초자치단체가 인구감소지역이다. 전국의 3할 이상의 기초자치단체에서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청년 일자리와 노인 일자리,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담론”제기가 나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