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예서의시 18
박천순 지음 / 예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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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순 시집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시인은 2011년 계간 ‘열린시학’ 가을호(제27회 신인작품상)에 <붉은 브레이크>외 3편으로 등단했다. 당선작 선정 심사평에서 순간적인 착상을 끈질기게 물고 나가는 추진력을 높이 평가했다. ‘붉은 브레이크’는 이끌어가는 묘사력을, ‘얇은 잠’에서는 심리주의적인 기법이 밀도 있게 형상화돼있다고 했다. 2021년 제9회 정읍사문학상에서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로 대상을 받았다. 이 시집의 제목이 시의 제목이다. 

 

이 시집은 여는 시 ‘하루는 가늘다’로 시작하는데, 꽤 인상이 강렬하다. 바쁜 나날 속에서 하루하루를 위태하게 넘기면서(허리띠를 졸라맨다), 그저 걸어갈 수밖에 없는 허리는 가늘 수밖에…. 손을 펴서 뭔가를 잡으려 해도 읽을 수 없는 우주는 대답 없이 저물어간다. 우리의 생이 그러한 것인가, 그러면서도 끈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여위어 가는 하루하루 몰입, 하자 하자…. 마치 시위의 후렴구호처럼….

 

그런데 ‘하’는 하자를 넘어선다고 마치 큰 소리로 웃는 웃음소리처럼 하·하. 하로 들린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시인은 시를 통해 수도하고 있다고,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다. 

시어는 언어의 함축이다. 상징을 담아내는 글자 하나가, 이렇듯 느낌이 다를 수 있을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시는 읽는 이의 감정 상태에 따라 느낌 속에서 시의 울림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는가, 시인의 감정과 느낌을 그대로…. 시가 어렵다 쉽다는 아마도 읽는 이의 감정에 달렸지 않을까?, 

 

시집은 5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가족의 사랑 2부는 연인과의 사랑 3부는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로, 4부는 ‘길’ 위에서, 5부는 ‘봄’을 노래하며…. 총 88편의 시가 실려있다. 

 

 

 

가족의 사랑, 연인과의 사랑, 그리고 내 마음, 생로병사 흥망성쇠의 ‘길’? 

 

1부에 실린 시 <바다가 사랑이다>에서 

 

‘바다는 토닥토닥 물결뚜껑을 매만진다. 

‘햇살 따라 장독 덮개를 갈무리하던 어머니처럼’ 

 

바다는 어머니의 장독대다. 햇살 따라 장맛을 깃들게 하는…. 세상을 지속하게 하는 힘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또 <바지락칼국수>에서 보듯이 가족은 밥상에 둘러앉아 큰 대접에 한가득한 칼국수를 코 훌쩍 거리“며 먹는다. 저녁이 온기로 출렁….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내일도 견딜 만할 거 같다.”

<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에서는 감자를 먹는 식구들 “뼈마디 불거진 갈고리 같은 손이 닮았어요”….“내일은 별을 구워 먹고 싶어요” 온기 속에 사랑이 피어오르는 풍경이다.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나무는 혼자가 아니란다. 푸름과 높이와 새소리와 함께 있다고, 나무는 키가 커간다. 숲을 벗어난 적이 없지만 자유의 꿈을 놓은 적이 없다. 흔드는 바람, 날마다 의식을 깨운다. 

 

2부에 실린 <나무 그림자> “너와 난 동시에 태어났어…. 너의 호흡을 마시며 자라났어.” “나를 스치는 건 검은 바람뿐 내 몸은 종이처럼 닳은 어둠이야…. 이제 내게로 와줘 네가 오면 난 사라지지 너 또한 사라지지 파랗게 새파랗게 그 순간만 기억할게” 연인은 동시에 태어나는 존재일지라도 영원히 같은 색깔을 유지하지는 못한다. 그림자란 늘 그러하듯…. 표현이 아름답다. <사랑의 눈동자> “태초부터 사랑이었다…. 사랑이 죽으면 도서관에 보관된 끝없는 눈동자가 된다. 사랑의 힘은 흘러간다…. 그가 또 다른 사랑에 목말라 하듯이 사랑은 돌아오리라. 그리고 어둠 속에서 더듬더듬 콩나물국을 끓이리라 안개가 걷히고 다시 길을 떠나는 새벽이다.” 옷이나 이불로 사용했던 사랑은 조금씩 낡아가기 시작한다. 사랑은 숨결, 옷, 이불처럼 낡아가고, 사랑은 죽은 자의 책이 되어 내 눈동자를 가져갔다. 사랑은 기억 속에 남겨지고, 내 눈동자를 가져갔다.

사랑이라는 것, 부부라는 것, 가정을 이루고 사랑을 가꿔간다는 것이 이렇게 우여곡절의 콩나물 끓이기…. 냄비 속에 녹아들어 따뜻한 온기를 가지는 게 아닌가?

 

 

 

3부, <마음에 바람이 분다> 마음 놓고 흔들려 본 적 있는가…. 붉으락푸르락 때론 샛노랗게 저며진 마음 들판에 풀어놓은 적 있는가, 켜켜이 숨죽였던 마음이 춤을 춘다. 내 마음은 한 번쯤은 훨훨 날아가고 싶지 않을까, 

 

4부는 삶의 길에 관한 이야기다 <길을 걷다> “모두들 알지만 모두를 모르는 척하는 길 완벽히 아는 것과 완벽히 모르는 것 사이에는 담담한 마음이 있을 뿐이지요.” 5부 <봄이 온다니> “바람이 몸에 감긴다. 나뭇가지마다 뒤척이는 이파리들 푸릇한 숨소리. 이 세상 다녀간 사람들 다시 태어나고 싶은 봄, 내 몸에서 형용사들 하염없이 나부끼고 흩어지고 떨어지고 다시 솟아오르고” 봄은 생명과 소망의 계절임을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여름을 내달리는 숲은 웅장하다. 마치 역사의 발전법칙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만물소생, 흥망성쇠의 여정을…. 여름을 거쳐, 가을로, 겨울로 어김없이 

 

 

수도에 가까운 몰입과 황홀의 이미지즘

 

 

민용태 시인은 이 시집 해설에서 “수도에 가까운 몰입과 황홀의 이미지즘”이라 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과 묘사, 아마도 등단작품의 심사평과 같은 맥락의 몰입을 발견한 것인가?, 작가의 시는 싱그럽고 상쾌하다고 해야 할까, 작가의 말 “지나가는 시간을 물에 녹여내니 흘러가지 않고 남는 순간들이 있었다”를 되뇌며, 순간들을 두 손으로 건져내어 이름을 붙이고 나뭇가지를 달아주었다. 마치 눈사람에게 손을 만들어주고 빨간 장갑을 끼워주는 상상을 해본다. 

 

 

 

 

시집은 인간사를 노래한다. 시를 읽는 내 느낌이 그런가?, 행간에 갇혀있는 터져 나올 듯한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 움직임의 감정이, 숲과 나무, 우주는 자연이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 하지만 자연의 흐름과 함께, 가족의 사랑은 밥상에 둘러앉아 땀과 정성이 베인 바지락칼국수 소박하고 거칠지만, 콧물을 흘려가며 후루룩후루룩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고 피어오르는 김은 열기와 희망이지 않을는지….

 

나는 ‘시’를 읽을 때마다 찍어서 맛볼 때마다 조금씩 달라짐을 느낀다. 눈으로 읽고, 소리로 읽고, 머리로 보면서, 손으로 더듬어가면서 녹아들어 있는 내 안의 감정의 소리를 듣는다. 

 

 

<출판사에서 보내 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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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블로그로 출근한다
한혜진 지음 / 경이로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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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인생이 바뀌는 블로그 글쓰기

쓰다 보면 브랜딩이 되고 커리어가 생긴다.

 

한 우물을 파면 일가를 이룰 수 있다. 영화<아라한 대장풍>이란 영화에서는 아주 재미난 대목이 나온다. 밥상을 몇 개씩 머리에 얹고 배달하는 여성도 10년을 하면 아주 도사가 된다. 이삿짐센터의 작은 체구의 아저씨도 큰 냉장고 등짐을 쉬이 옮긴다. 이렇듯, 꾸준히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노하우는 물론 자기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직업이 생길 기회가 찾아온다.

 

블로그에 관한 A에서 Z까지

 

이 책은 블로그에 관한 A~Z까지 지은이가 경험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싣고 있다. 글쓰기의 의미와 방법에서 글 제목을 어떻게 실어야 독자의 관심을 끌어낼 것인가까지…. 자기 자신의 성장,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개인적인 정신건강은 물론 경제적 이익까지, 즉, 자신의 심리 캐어와 경제적 활동까지라는 효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내용은 6장으로 나눠보면, 1장은 블로그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 2장, 블로그는 나를 글로 기록하는 것이며, 3장 블로그는 콘텐츠 베이스캠프라고 정의하며, 4장 블로그 글쓰기 시작하기, 5장 시작하는 블로그를 위한 글쓰기 10강을 통해 실전 글쓰기를 그리고 마지막 6장에 잘 읽히고 잘 발견되는 글의 비밀을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한다.

 

블로그는 쌍방통행의 소통 도구다. 따라서 댓글도 소통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글쓰기는 나만이 아닌 읽는 상대가 있음을 염두에 두는 공적 글쓰기임을, 언제든지 내 글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글은 반드시 근거를 토대로 알기 쉽게, 마치 눈앞에 그려지듯 한 입체감을 고려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다.

 

블로그는 내가 생각하고 존재하기 위한 것

 

지은이는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중요한 조언을 하고 있다. 나만의 블로그 글쓰기, 즉 독창성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생각하고, 남의 글을 참고하되 내 글을 가두는 용도로 쓰지 말아라, 공부하되 얽매이지 말고, 엿보되 갇히지 말자. 내 글은 자연산이다. 가두리 양식으로 틀에 가두지 말라. 하고 싶은 글 다 써봐라. 그래도 된다고.….

 

이 책은 위에서 적은 대로 블로그의 모든 것을 망라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블로그 쓰기의 기본은 ‘나만의 글쓰기다’ 남과 비교하거나, 뛰어나 보이기 위한 포장을 하는 순간, 글쓰기를 내 건강을 해치고, 거짓 정보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아울러 적어두고 있다.

 

이 책은 블로그를 어떻게 쓰는가, 블로그는 나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또한,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적어놓고 있어,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다만, 블로그가 반드시 경제적 활동으로 연계되거나 연결되지 않더라도, 블로그는 내가 생각하고 존재하기 위한 것이라고….

초보 블로거를 위한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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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 - 되는 일이 없을 때 읽으면 용기가 되는 이야기
하주현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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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주현의 분투기,

“내 인생은 나의 것, 자존감을 기르기”

“안 된다는 변명은 자기 합리화일 뿐, 껍데기를 깨고 나올 용기가 필요하다.”

 

 

하주현의 ‘아무나가 아니라 “내”가 되고 싶어’라는 메시지는 2030, 아니 4050에게도 통하는 이야기다. 너무 인색한가 6070세대도 아직 짱짱한 세대다. 생물학적 나이란 별 의미 없다. 카네기의 인생론이니 인간관계를 보기보다는 하주현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라.

 

이 책의 메시지를 정리하면 아마도 위와 같다.

지은이 하주현은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시면 열과 성을 다해서 하겠다고 말하는 게 바로 그의 인생의 무기가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자기 자랑이 아니다. 조금은 잘난 척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조차도 그의 절실함을 덮어버릴 만큼 중요하지도 않다.

 

이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어, 삽시간에 읽어내렸다. 그렇다고 대충 읽은 게 아니라 줄을 그어가면서 열심히 읽었다. 아니, 곱씹고 곱씹어 소화불량이 될 정도로….

 

우선 이 책은 보통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청소녀의 20여 년간의 분투기다. ‘누구든 누구나 뭔가 하려고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말’ 이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아주 익숙한 말이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기라 쉽지 않다.

 

 

자, 그럼 하주현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말을 한다. “겉으로 보이는 빛나는 20% 뒤에 가려진 80%는 고군분투하며 버텨 낸 게 녹록하지 않은 날들이었다.” 사실 그는 남들과 비교해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다고 했다. 제일 성적이 낮은 과목이 영어였고, 영어 공포증에 가까웠다고….

 

그런데 어느 모로 보나 자격 미달인 그가 어떻게 미국에서 대학원을 나오고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일할 수 있었을까?, 영어가 능숙하지 못해 늘 가슴을 졸이며 일을 했고, 프랑스 음식을 몰라서 하루에 다섯 끼를 먹으면서 공부했다고….

 

그는 불리함을 유리함으로 바꿀 줄 아는 능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아니다. 그에게는 단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최선’, 목숨을 걸고 그 일에 매진하려는 벼랑 끝에 선 ‘절박함’이 있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다. 영어를 모르지만,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이들보다 손님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그는 머리를 쓰지 않고 실수를 인정하고, 가슴으로 감성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했던 역지사지의 실천을 했다. 남이 모든 보지 않든 그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즉 경쟁상대는 바로 그 자신이었다.

 

이 책은 4부로 나누어 1부에서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겠지만, 적어도 태도는 선택할 수 있잖아, 2부 나마저 나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 3부는 그래서 내가, 나여야만 할 때, 4부는 삶에는 지름길이 없다고 하니까, 라는 제목을 붙였다. 자신의 분투기가 어떻게 보면 4막 혹은 네 번의 전환점이 있지 않았겠냐는 생각을 해본다.

 

 

안 된다는 변명 보다는 최선을 다해, 아니 벼랑끝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필사의 노력으로

 

 

에피소드, 시계열적인 서술이 이어지는데, 이 중에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아예 통째로 지문을 외어버리는 열정, 대학원 면접에서 지금까지 호텔 일의 경험을 적으면서 영어 실력은 별로지만 자신은 성심성의껏 일했고 고객의 감동과 지지,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합격 여부 결정은 학과장에게 위임됐는데, 그를 평하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사람’ 이 말은 화장실에 갈 때와 다녀올 때의 태도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학교에서 인정했다. 호텔 관련 최고 대학원이었다는 코넬대학원에 입학하게 됐다. 말 그대로 한결같은 태도가 그를 지탱하게 한 것이다. 또 하나 보자. 장래 호텔 최고책임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영역 경험도 주저하지 않았다. 식음료 부의 경험을 하기 위해 호텔과 레스토랑 인턴을 하루 16시간, 쉼 없이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일에 무념무상? 아니다. 그에게도 욕망이 존재한다. 그러나 거기에 휘둘리지 않고 먼 미래를 보면서 자신의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한순간의 후퇴도 받아들인다. 르 버나딘이라는 최고급 레스토랑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때의 일이다.

 

하주현은 리더십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카리스마, 서번트, 톱다운이냐 버텀업이냐는 이론에 휘둘리지 않고 현장에 맞는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낸다. 이 역시, 그가 몸담은 조직을 위해, 그가 없더라도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고민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가 인용한 글들…. 꽤 열심히 공부하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성실함이 전해져 왔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늘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의 어머니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고, 그저 나는 나일 뿐, 내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보여주기 위한 삶 속에서는 내가 빠져버리고 대상화될 뿐, 마치 유체이탈처럼, 겉모습은 나인데 내가 아닌 게 되는 그런 우를 범하려 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서의 경험은 바로 그가 20여 년간의 전장에서 싸운 장수의 모습이었다. 소신, 자신감, 옳다는 신념이 생길 때까지 끊임없이 현장을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 태도는 단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음을….

 

이 책은 되는 일이 없다고 자신을 탓하고, 운을 탓하는 이들이 꼭 봤으면 한다. 화려한 스펙을 쌓아도, 그것을 어떻게 쓸 것인가, 쓰는 방법을 모르면 마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처럼…. 자신을 업신여기지 말고, 남들과 비교해 현실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때라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뭐지라는 생각보다는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서…. 이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자양분이 됨을….

 

지은이 하주현 선생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미국에서의 경험을 모두 한국에서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힘들더라도 꼭 그렇게 됐으면 한다. 흔들림 없이….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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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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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하 장편소설-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젖꼭지가 기형적인 세 남자의 이야기, 결론적으로 이들의 젖꼭지는 신의 저주도 아니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변종도 아니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학적인 징후일 뿐,

 

세 남자, 강진(剛進), 중간(中間), 하득(何得), 이름부터가 블랙코미디의 기운이 풀풀 풍긴다.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의미의 ‘강진’, 적당히 ‘중간’만, 살아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얻을지 생각하라는 의미의 ‘하득’ 이들의 이름이다. 강진은 중국집 동방불패의 배달원으로 오토바이 하나는 끝내주게 탄다. 그는 5년 후 독립할 작정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동거녀 사임이 그의 젖꼭지가 이상하다면서 집을 나갔다. 젖꼭지가 문제였다. 강진은 이 일로 자포자기, 며칠째 집안에서 두문불출….

 

중국집 동방불패 사장은 배달꾼이 없으니, 문을 열지 못하고, 강진을 찾아 나선다. 가게에 나가지 않고 잠적했다는 소식을 중국집 사장한테 건네 들은 중간은 하득과 함께 삼겹살과 사임이 좋아하는 케이크와 수입 맥주를 사 들고 강진의 집으로 찾아간다…. 원 세상에 젖꼭지가 이상하다고 집을 나간 사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중간과 하득, 너도, 나도 이상한 젖꼭지를 갖고 있었다. 중간은 아예 한쪽이 없다. 그리고 하득은 두 쪽 모두 형태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 역시 젖꼭지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젖꼭지 성형수술비 마련을 위해서, 과거의 인연들과 얽히고설킨 어설픈 절도 미수범들

 

 

타이의 유명한 젖꼭지 성형의사 따완(태양이란 뜻), 진짜 세 사람에게는 젖꼭지 콤플렉스로부터 해방해줄 태양 같은 존재를 만나러 가자. 동부이촌동 다파니보석상을 털자고 계획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상하게 꼬인다. 다파니보석상에 이 무렵, 과거 세 사람을 쥐락펴락하면서 마구 부려먹었던 연탄구이집 딸 연희, 여고 시절부터 이 세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만 가져오면 팬티를 보여주겠다던 그녀…. 시간이 흘러 외할아버지가 부자인 남편을 만나…. 여전히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삭히지 못하고, 디파니보석상을 들락거린다.

 

또 이 세 사람과 인연이 얽힌 이 보석상 곽 사장, 과거, 한강 다리 위에서 강물로 빠진 사람들이 남긴 돈 가방을 자율방범대원이었던 곽 사장에게 건넸던 일이, 곽 사장을 경찰이라 믿고, 그에게 세 사람을 연락처까지 적어주었건만, 그 돈은 곽 사장의 손안으로, 아니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곽 사장의 다파니보석상 사업은 신통치 않다. 얼마 전 처남에게 억척스레 번 돈 15억 원을 사기당한 일 때문에 열이 뻗친 데다, 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나쁜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모든 보석에 보험을 들고, 건물에 화재보험도, 그래서 다이아몬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다친녀(다이아몬드에 미친 여자)연희,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게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란다. 그런 후에 곽 사장은 건물마저 폭발시켜버릴 요량이었다.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건물마저 불타버린 지지리도 재주 없는 사나이가 되고자 했다.

 

 

일은 꼬이고, 경찰에 체포된 세 사람

 

 

몇 차례 예행연습 끝에 D-데이, 드디어 연희부부도 다파니를 찾기로 했던 날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오토바이를 탄 일단의 젊은이들이 몰려와, 무조건 진품이건 다파니매장의 보석을 몽땅 털어간다. 건물 이 층의 가스 밸브를 살짝 열어두었는데, 이거 잘못하면 자신도 날아가게 생겼다. 경찰이 오고, 이런 풍경을 지켜본 연희부부…. 곽사장이 장난친 거네…. 자신들이 못 미더워 다른 팀을 불렀느냐고 생각하는 동안, 복면을 쓴 세 사람, 경찰이 조사하는 중에 매장에 들이닥치는데…. 이런 황당,

 

 

범죄 이유는 젖꼭지 때문이란다

 

 

세 사람의 범행동기가 뉴스에 보도되고, 이렇게 어리어리한 범죄자들…. 경찰도 실소를 금지 못하는데, TV에서는 환경단체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주장하고, 전문가입네 하는 이들도 제각각의 한 수를 거든다. K 교수는 기막힌 말을 한다. 이들이 미래 인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용불용설, 쓸모없는 것들은 사라진다는 논리로, 이미 수유하지 않은 남성들의 젖꼭지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미래에는 남성들의 젖꼭지를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매스컴은 위력은 막강하다. 집을 나갔던 사임이 강진을 면회 간다. 사임은 강진에게 네 젖꼭지 탓이 아니야. 가난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미래가 없는 너와 산다는 게 자신이 없어 강진을 떠났다고, 젖꼭지는 그저 변명거리였을 뿐이라고….

 

젖꼭지를 바꿔보려는 네 선택이 실패한 게 아니고, 넌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으로 태어난 거라고, 이른바 영원한 흑수저론을 펼친다. 올라갈 사다리는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환영으로 비친 ‘사다리’, 타고난 조건을 바꾸면 뒤틀린 행복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허황한 믿음….

 

이렇게 살아가는 2030세대가 얼마나 될까?, 청년 정책론에서 마치 앙 없는 붕어빵처럼 청년은 빠져있고, 오히려 대상화돼버리고만 MZ세대의 특성을 운운하는 헛소리 바보상자 TV에서 떠드는 소리를 믿는 우리 사회

 

젖꼭지를 환경호르몬의 문제라 주장하고, 인류 미래의 모습 가운데 용불용설은 말하는 이들, 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빠른 전개와 간결한 구도인 듯하면서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엮이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 약삭빠른 곽 사장, 그 위를 나는 그의 처남, 신기루를 좇는 연희, 다이아몬드라면 그 모든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들, 물려받을 재산을 생각하면서, 헛물켜는 군상들,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올라갈 사다리가 없어져 버린 사회, 젖꼭지가 기형이라고 이것만 바꾸면 모든 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읽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했던 이 소설, 그 마무리는 이 세 사람이 절도미수든 뭐든 감방을 다녀오던 어찌하든 간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게 그렇다고 발로 땅을 제대로 딛고 서 있지도 못한 그저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는 깨달음.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 안다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지. 진짜 두려운 건 감방 가는 거는 끝이 아니잖아. 그런데 우리 인생은 그게 아니잖아…. 라는 하득의 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하득의 문자 타령…. 소설을 흥미를 더한다. 충청도 말투의 늘여 빼는 폼새도….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이것이 있다면 여전히 오늘을 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 두려움이 없다면, 어쩌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한국 사회의 강진 그룹, 중간그룹, 하득 그룹 모두 제각각 두려움이 미래를 향한 건강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이상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런 삶을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 말하고 싶은 건가….

불행하게도 세 친구한테는 가족도 사랑도 없었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아버지는 남루했고, 더구나 가족관계를 수직적인 서열로만 환산하는 버릇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도 무능한 자와 관계정리라는 계산서를 내밀었다.

 

김상하 작가의 재밌는 소설…. 그다음을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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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송곳
조동신 지음 / 북오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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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신의 연작소설

 

임진왜란, 이순신 휘하의 첩보, 정탐을 담당한 군관 장만호의 사건기록부, 군영에서 벌어진 사건들, 먹물들은 위급할 때면 제 목숨만 살리려고 별짓도 서슴치 않는다

무지렁이 백성들...나랏님을 원망하고 위정자들을 미워하지만, 구국일념에...참으로 이중적인 시대로고...

 

이 소설<칼송곳>은 임진왜란이란 시대적 배경으로 전라좌수사 이순신, 그의 휘하에 배속된 주인공 초관 장만호가 겪게 되는 살인사건들을 연작으로 묶었다 <칼송곳>, <편전>, <은혜 갚은 두꺼비>과 <보화도>다.

일본수군의 조선침략을 소재로 한 소설은 이순신을 거의 주인공 혹은 주요인물로 다룬다. 이 소설 역시 지혜롭고, 굳건한 장수이면서 경전에 밝은 문무를 겸비한 훌륭한 장수자 탁월한 리더의 이미지로 다루고 있다. 

 

주인공 장만호는 가난한 양반으로 무과에 급제한 후 종9품의 초관(군사 100명을 지휘하는 군관, 중대장정도의 지위랄까)으로 임명받아 첫 근무지로 수군의 전라좌수영에 배치 두 달 정도된 때, 이순신이 이곳 좌수영의 영장으로 부임한다. 아직 임진왜란이 터지기 직전이다. 

 

 

<칼송곳>

 

칼송곳은 거북선 위에 꼽는 철송곳을 말한다. 어느 날 새벽 만호가 격군 영두를 비롯 세 명과 함께 배를 타고 순찰을 돌던 중, 저편에 보이는 어선의 그물에 수영의 (조)선소에서 일하는 대장장이 순길의 시체가 그물에 걸려 올라왔다. 살인사건이다. 범인을 어떻게 잡을 것은가, 순길이 일하는 풀뭇간에는 피를 흘린 흔적이 남아있고, 거북선 모형이 사라졌다. 왜군 간자의 소행인가?, 이순신은 장만호에게 사건을 맡긴다. 용의자는 덕수, 순길이 사라진 무렵 보초를 섰던 군사다. 하지만 특이행동이나 혐의점은 없다. 장만호는 순길이 때때로 주막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사실을 탐문으로 알아냈다. 순길은 수시로 송곳(철)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고 받은 돈으로 놀음을 한다는 사실까지,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결국, 밝혀진 사실, 덕수는 왜군의 간자였고, 이 사건의 범인은 영두였다. 이 추리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단편으로 작가는 2010년 12회 여수 해양문학상 소설부문에서 대상을 거머쥐었다. 탄탄한 줄거리와 흥미로운 전개가 돋보인다. (사건 추리과정은 읽어보시기를)

 

<편전>

 

편전이란 반으로 쪼갠 대나무 통(통아)에 넣어서 쏘는 매우 짧은 특수한 화살이다. 이번 이야기는 임진왜란이 시작(1592년)한 때로 이야기의 무대는 1591년의 경상좌수영의 다대포관아에서다 관비 나해(소라껍질이란 뜻, 소라라고도 부른다. 나해는 사나이란 말이란 뜻에서 온 것이기도 하여, 사내들은 나해라 하면 모두들 웃는다)가 진형석이란 초관에게 닥달을 당하고 있다. 나해가 가지고 있는 활을 첨사에게서 훔친 것이 아니냐며...다대포첨사 윤흥신은 왕의 일가이며 그의 부친이 관료였는데 대역죄에 몰려 관노로 떨어졌던 시절, 주인공 장만호에게 활쏘는 법을 가르쳐주었던 인연으로 그의 스승이다. 장만호는 왜군 간자를 잡고, 영내 살인사건을 해결하여 포상휴가를 얻자 그에게 인사차 들렀다. 나해는 관기의 딸로 어려서 어미를 잃고, 관노로 살고 있다. 군영에서 자란 때문에 활쏘기를 곧잘했다. 재능도 있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왜군의 간자 ‘고토’ 사냥꾼으로 위장하고 이름을 이도문이라 칭했는데 그에게서도 활쏘는 법을 배웠던 것이다. 주인공 장만호와 활쏘기를 겨뤄 이길 정도로 출중한 솜씨를...장만호는 그가 지니고 있던 편전과 나해에게 준다. 

 

때는 1592년, 왜구의 침입, 부산첨사 정발이 막는데 실패하고 죽고만다. 고니시 유키나가(소서행장)군사 다대포로 몰려오는 중이다. 같은 시각 장만호는 윤흥신에게 휴가를 얻었으니 다대포로 가겠노라는 서찰을 보냈다...봉화의 불길이 이상하게 타오르고, 정발이 보낸 군사가 왜군의 침략을 알리고...이제 다대포는 왜군의 진출을 막아야한다. 이곳에 있는 왕 부마의 아들과 다대포의 유력자 김진사의 딸을 피신은 나해가 맡게 된다. 

 

왜군의 간자 고토(이도문로 위장)는 이미 이들의 행방을 파악하고, 성을 빠져나갈 것을 왜군에게 전한 상태...아이들과 아녀자를 데리고 북쪽으로 달아나는 나해일행을 추적하는 왜군, 나해의 전투가 시작되고, 장만호에게서 얻은 편전이 제 역할을 톡톡히...이도문은 왜군의 간자였음이 밝혀지고, 장만호 칼날에 쓰러진다. 나해와의 이별을 하게되는 장만호...

 

<은혜를 갚은 두꺼비>

 

옥포해전이 일어나기 이틀 전, 이순신으로부터 경상우수영쪽의 현황파악을 위해 장만호를 파견했다. 각 곳이 소개된 것을 보며 거제현에 당도한 장만호는 거제는 현령 김준민이 방어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상황파악을 위해 읍성안으로... 이때, 현령의 숙소에서 박군관의 시체가 발견된다. 편전같은 무기로,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장만호, 거제현령은 서자출신으로 이순신장군과 함께 싸운 적을 물리친 적이 있는 용감한 장수다. 하지만, 출신성분 때문에 현령이상으로 승차길이 사실상 막혀있다. 박군관은 양반으로 품계가 낮아 서자 밑에서 명령을 받는 처지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터, 광대 섬돌이와 함께 현령을 죽이고 왜군에게 투항 목숨만은 건사하자고... 섬돌은 현령 김준민이 자신을 인간으로 대해준데 대한 고마움을...그래서 그의 거처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다가 잠이든(실은 뭔가 이상한 기미가 있어 잠든 척을 했던)현령...섬돌은 현령 방 대들보에 올라가 숨어있던 박군관을 죽이고 마는데, 이 추적과정 또한 꽤 재미있다. 

 

 

<보화도>

 

현재 목포의 고하도다. 이곳에 삼도수군통제영을 꾸린 이순신, 난을 피해 이곳으로 몰려든 사람들, 이 속에 보화라는 염부의 딸이있다. 보화는 비가내릴 것을 신통하게 알아맞혀 도사 취급을 받는다. 해남현의 현감 류형과 허군관이 고하도를 찾아온다. 얼마 후 허군관이 벗 집(소금을 끓이는 곳)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누가 그를 살해한 것인가. 염부부녀는 해남에서 살다 고하도로 실은 허군관의 눈을 피해 숨어들었다. 허군관은 왜군에 잡힌 적이 있는 날씨를 기가 막히게 맞추는 처녀도사가 왜군에게 협력했다는 이유를 들어, 이 보화를 첩으로 삼으려 했기에…. 그의 아비가 죽였다. 이 역시 범죄현장을 흔적을 찾아 추리해나가는 장만호의 기민함과 영리함이….

 

 

 

 

이 소설의 시좌는 위선을 떠는 위정자도, 분노한 천민도 아닌, 당대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담담하게…. 서자, 동인, 서인, 남인과 북인의 양반들까지….

 

이 소설은 임진왜란을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작품들과 달리 당대의 조정, 위정자들 그리고 이순신 등 복잡하게 돌아가는 난리 통에서 천한 자들은 어느 세상이건 매한가지라는 생각하고 있었음을 바닥에 깔고 있다. 기실 이건 사실이다. 가토기요마사에게 잡혀 규수로 끌려갔던 강진의 도공들은 그곳에 기술자로 선생으로 존중, 존경받으면서 생활을 하는데, 어찌 강상의 질서, 반상 구분이 엄연한 조선에 돌아와 또 다시 노비로 천민으로 살아갈 것을 각오할 수 있단 말인가. 조선은 그들에게는 지옥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때, 도성의 노비 문서 등을 관리하던 장예원이 불타고, 수많은 천민이 심지어는 임해군과 그 아들을 잡아 왜군에게 넘겼을까?, 우리는 호국불교로 무장한 승려들의 용맹성을 말하지만, 천민들의 반항에 대해서는 별로 말을 하지 않는다. 이때 이순신은 이들과 함께 전쟁을 치렀다. 소설 행간에는 이런 분위기들이 반영돼 있다. 

 

인간의 욕망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건 나타난다. 통제사 이순신 영감의 말, 백성을 돌보라,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라. 답은 늘 백성들 속에서 나온다. 이 말은 지금도 여전히 통한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다. 다소, 주어가 어딘지, 화자가 누구인지 모를 대목이 한두 군데 있지만….

풍부한 상상력으로 엮어낸 줄거리, 순식간에 빠져들게 할 정도로 매력이 있다. 어 벌써 끝나버렸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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