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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김상하 지음 / 창해 / 2022년 1월
평점 :
김상하 장편소설-공중에 매달린 사내들-
젖꼭지가 기형적인 세 남자의 이야기, 결론적으로 이들의 젖꼭지는 신의 저주도 아니고 환경 오염으로 인한 변종도 아니다. 인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유전학적인 징후일 뿐,
세 남자, 강진(剛進), 중간(中間), 하득(何得), 이름부터가 블랙코미디의 기운이 풀풀 풍긴다.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의미의 ‘강진’, 적당히 ‘중간’만, 살아가면서 무엇을 어떻게 얻을지 생각하라는 의미의 ‘하득’ 이들의 이름이다. 강진은 중국집 동방불패의 배달원으로 오토바이 하나는 끝내주게 탄다. 그는 5년 후 독립할 작정으로 열심히 일하는데, 동거녀 사임이 그의 젖꼭지가 이상하다면서 집을 나갔다. 젖꼭지가 문제였다. 강진은 이 일로 자포자기, 며칠째 집안에서 두문불출….
중국집 동방불패 사장은 배달꾼이 없으니, 문을 열지 못하고, 강진을 찾아 나선다. 가게에 나가지 않고 잠적했다는 소식을 중국집 사장한테 건네 들은 중간은 하득과 함께 삼겹살과 사임이 좋아하는 케이크와 수입 맥주를 사 들고 강진의 집으로 찾아간다…. 원 세상에 젖꼭지가 이상하다고 집을 나간 사임을 이해할 수 없다는 중간과 하득, 너도, 나도 이상한 젖꼭지를 갖고 있었다. 중간은 아예 한쪽이 없다. 그리고 하득은 두 쪽 모두 형태만 희미하게 남아있을 뿐 역시 젖꼭지가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젖꼭지 성형수술비 마련을 위해서, 과거의 인연들과 얽히고설킨 어설픈 절도 미수범들
타이의 유명한 젖꼭지 성형의사 따완(태양이란 뜻), 진짜 세 사람에게는 젖꼭지 콤플렉스로부터 해방해줄 태양 같은 존재를 만나러 가자. 동부이촌동 다파니보석상을 털자고 계획한다.
그런데 사건은 이상하게 꼬인다. 다파니보석상에 이 무렵, 과거 세 사람을 쥐락펴락하면서 마구 부려먹었던 연탄구이집 딸 연희, 여고 시절부터 이 세 사람에게 다이아몬드만 가져오면 팬티를 보여주겠다던 그녀…. 시간이 흘러 외할아버지가 부자인 남편을 만나…. 여전히 다이아몬드를 갖고 싶다는 열망을 삭히지 못하고, 디파니보석상을 들락거린다.
또 이 세 사람과 인연이 얽힌 이 보석상 곽 사장, 과거, 한강 다리 위에서 강물로 빠진 사람들이 남긴 돈 가방을 자율방범대원이었던 곽 사장에게 건넸던 일이, 곽 사장을 경찰이라 믿고, 그에게 세 사람을 연락처까지 적어주었건만, 그 돈은 곽 사장의 손안으로, 아니 주머니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곽 사장의 다파니보석상 사업은 신통치 않다. 얼마 전 처남에게 억척스레 번 돈 15억 원을 사기당한 일 때문에 열이 뻗친 데다, 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으니, 나쁜 쪽으로 머리를 굴리는 중이다. 모든 보석에 보험을 들고, 건물에 화재보험도, 그래서 다이아몬드라면 사족을 못 쓰는 다친녀(다이아몬드에 미친 여자)연희,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게 다이아몬드를 가져가란다. 그런 후에 곽 사장은 건물마저 폭발시켜버릴 요량이었다. 고가의 다이아몬드를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건물마저 불타버린 지지리도 재주 없는 사나이가 되고자 했다.
일은 꼬이고, 경찰에 체포된 세 사람
몇 차례 예행연습 끝에 D-데이, 드디어 연희부부도 다파니를 찾기로 했던 날이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오토바이를 탄 일단의 젊은이들이 몰려와, 무조건 진품이건 다파니매장의 보석을 몽땅 털어간다. 건물 이 층의 가스 밸브를 살짝 열어두었는데, 이거 잘못하면 자신도 날아가게 생겼다. 경찰이 오고, 이런 풍경을 지켜본 연희부부…. 곽사장이 장난친 거네…. 자신들이 못 미더워 다른 팀을 불렀느냐고 생각하는 동안, 복면을 쓴 세 사람, 경찰이 조사하는 중에 매장에 들이닥치는데…. 이런 황당,
범죄 이유는 젖꼭지 때문이란다
세 사람의 범행동기가 뉴스에 보도되고, 이렇게 어리어리한 범죄자들…. 경찰도 실소를 금지 못하는데, TV에서는 환경단체가 환경호르몬의 영향을 주장하고, 전문가입네 하는 이들도 제각각의 한 수를 거든다. K 교수는 기막힌 말을 한다. 이들이 미래 인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용불용설, 쓸모없는 것들은 사라진다는 논리로, 이미 수유하지 않은 남성들의 젖꼭지는 거추장스러울 뿐이라고, 미래에는 남성들의 젖꼭지를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매스컴은 위력은 막강하다. 집을 나갔던 사임이 강진을 면회 간다. 사임은 강진에게 네 젖꼭지 탓이 아니야. 가난은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미래가 없는 너와 산다는 게 자신이 없어 강진을 떠났다고, 젖꼭지는 그저 변명거리였을 뿐이라고….
젖꼭지를 바꿔보려는 네 선택이 실패한 게 아니고, 넌 애초부터 실패한 인생으로 태어난 거라고, 이른바 영원한 흑수저론을 펼친다. 올라갈 사다리는 애초부터 그들에게는 없었는지도 모른다. 환영으로 비친 ‘사다리’, 타고난 조건을 바꾸면 뒤틀린 행복은 다시 돌아올 거라는 허황한 믿음….
이렇게 살아가는 2030세대가 얼마나 될까?, 청년 정책론에서 마치 앙 없는 붕어빵처럼 청년은 빠져있고, 오히려 대상화돼버리고만 MZ세대의 특성을 운운하는 헛소리 바보상자 TV에서 떠드는 소리를 믿는 우리 사회
젖꼭지를 환경호르몬의 문제라 주장하고, 인류 미래의 모습 가운데 용불용설은 말하는 이들, 다 맞는 말이다. 어쩌면, 이 소설은 빠른 전개와 간결한 구도인 듯하면서 우연이 아닌 필연으로 엮이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 약삭빠른 곽 사장, 그 위를 나는 그의 처남, 신기루를 좇는 연희, 다이아몬드라면 그 모든 인생을 걸겠다는 생각들, 물려받을 재산을 생각하면서, 헛물켜는 군상들, 아무리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해도 올라갈 사다리가 없어져 버린 사회, 젖꼭지가 기형이라고 이것만 바꾸면 모든 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
읽는 동안 웃음이 끊이지 않게 했던 이 소설, 그 마무리는 이 세 사람이 절도미수든 뭐든 감방을 다녀오던 어찌하든 간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게 그렇다고 발로 땅을 제대로 딛고 서 있지도 못한 그저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는 깨달음.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죽은 뒤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니까, 죽은 뒤에 어떻게 될지 안다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는 거지. 진짜 두려운 건 감방 가는 거는 끝이 아니잖아. 그런데 우리 인생은 그게 아니잖아…. 라는 하득의 말, 약방의 감초처럼 끼어드는 하득의 문자 타령…. 소설을 흥미를 더한다. 충청도 말투의 늘여 빼는 폼새도….
미래를 알 수 없는 두려움, 이것이 있다면 여전히 오늘을 살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이 두려움이 없다면, 어쩌지….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한국 사회의 강진 그룹, 중간그룹, 하득 그룹 모두 제각각 두려움이 미래를 향한 건강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이상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이런 삶을 ‘공중에 매달린 인생’이라 말하고 싶은 건가….
불행하게도 세 친구한테는 가족도 사랑도 없었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아버지는 남루했고, 더구나 가족관계를 수직적인 서열로만 환산하는 버릇에서 벗어날 줄 몰랐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도 무능한 자와 관계정리라는 계산서를 내밀었다.
김상하 작가의 재밌는 소설…. 그다음을 기대해본다.
<출판사에서 책을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