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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한민국 청년입니다
서장미 외 지음, 김현주 기획 / 메이드마인드 / 2024년 9월
평점 :
우리는 대한민국 청년
세 청년의 이야기 <우리는 대한민국 청년입니다>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은 오늘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평범한 이야기다. 작가 김현주가 기획했고, 1991년생 서장미, 정태진, 1996년생 이혜영이 쓴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다.
MZ세대라는 세대 구분 용어 안에는 대한민국의 청년이 들어있을까?, 정부의 “청년 정책” 안에는 진짜 우리 이웃에 사는 젊은이들이 담겨있을까?, 지자체의 인구소멸, 인구감소의 대응방안으로 “돌아오는 청년” 구호를 외치지만 아무리 봐도, 청년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이 책은 추상적이고 플레임이 덧씌워진 청년에서 벗어나, 지금 우리 곁에서 이웃으로 살아 숨쉬며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청년이란 그리고 그들의 가치체계는
Z세대의 특징에 초점을 맞춘, 김상하의 <Z세대의 라이프스타일>(클라우드나인, 2024)에서는 Z세대를 향한 세상의 편견과 오해, 남의 일에 관심 없고 오로지 제 것에 몰입하며, 나이 많은 사람을 배척한다는 것인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힙(새로운 가치를 찾는)한 세상은 새로운 가치 발견이다. 고정된, 획일화된 그런 것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에 누군가에게 민폐 끼치는 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을 싫어하고 피하려 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불편함은 반대로 힙한 게 되기도 한다. 플라스틱 없는 삶, 일회용 용기가 없는 삶 같은 말은 이제 참신하지 않을 정도로 이들 세대에서 실천행으로, 즉 가치 소비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한다고 말하는 순간, 힙한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다수의 신세대인 Z세대의 가치체계다.
서장미의 “버티고 보니 지금이야”
아홉수, 비혼, 결혼, 독박 육아, 왕초보 엄마의 레벨업이란 작은 주제로 이루어진 글이다. 마치 “1982년생 김지영”처럼, 물론 평론가들의 평론 또한 엇갈리지만, 100만 부 이상이 팔린 화제작이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을 사는 젊은이의 이야기라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지 않을까,
직장에서의 여성, 밤낮으로 일한다. 새벽까지 직장 상사인 남성은 스마트 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을 때, 그는 상사의 일까지 떠안아야 했다. 몸도 마음도 소진, 우울이란다. 글쓰기 모임에 나갔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도 해소할 길은 내 안의 것을 모두 글로 토해내는 것밖에. 그리고 평범한 수다쟁이지만 나를 아껴주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웨딩홀에 주는 돈이 아까워, 작수성례하고…. 가수 왁스의 “황혼의 문턱”이란 노랫말 “그렇게 나는 결혼을 하고, 날 닮은 예쁜 아이를 낳고 (중략) 어느덧 세월은 날 붙잡고 황혼의 문턱으로 데려와”라는 대목과 겹쳐진다. 서장미는 삶의 이유가 있다는 감사함, 퇴사 후 지금까지 배우고 있는 ‘수어’를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배우고 있는 나 자신? 정말 기특하다고 칭찬한다. 우선 나부터 세상에 우뚝 서야겠지만, 아마도 굳이 Z세대를 특징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이렇게 산다.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정태진의 “인생, 그것 참 쓰더라고요”
담담하게 그려낸다.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게임알바도 하고, 죽을 둥 살 둥 목표를 향해 당시에는 공상이었지만,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대기업에 들어가고 지금도 열심히 산다.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작가가 되고 싶지만, 우선은 일하면서 웹 소설을 쓴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대로 언제나 작은 꿈과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마음으로, “재밌으니까”, 먹고 살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해서 먹는 삶을 선택했다. 중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천위안은 <유비는 왜 그랬을까 1>에서 유비가 조조를 벗어나려 했던 건, 누군가에 의해서 주어진 자리는 결국 그것을 만들어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여야 하는 게 필연이라서...라는 말처럼 그가 경험했던 게임계의 이야기가 꼭 그러했다. 내 삶의 주인공인 '나'라는 점을 정태진은 아주 정확히 이해하고 있고, 또 그 길을 향해가고 있다.
이혜영의 “내 꿈은 게으른 사람”
“세상은 어떻게 할 수 없는데요.”, “그냥 자는 듯하지만 머릿속에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라는 이혜영,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대상(2024년 기준), 미혼, 부부합산연소득 5천만 원 이하, 신혼부부 최대 연소득 7,500만 원까지, 실익을 따지자, 미혼으로 신청하는 게 2년이면 840만 원 적게 낸다. 결혼해서도 그와 동등하게 서로를 존중하며 살자고 약속한 참이었으나, 집과 대출 앞에서 우리는 이미 동등하지 못했다. 대출은 내 명의로 혼인신고도 뒤로 미뤄야 하는 처지, 어쩐지 “축복받지 못한다.”라는 기분이 들었다. 뉴스에서 떠들던 “영끌족”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1인 사업가가 된 지도 3년, 공방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쉬는 날이 불안하다. 쉬면 쪼그라들까 봐…. 유튜브 편집도 하고 환경, 경제, 체험활동 강사로 번잡(여러 직업 활동으로 바쁘다) 하다. 그래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업황의 부침이 심하다. 겨우겨우 꾸려왔지만, 또 하강 곡선,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10년 뒤쯤이면 좋아질까?, 불행회수보다 행복횟수가 더 많을 것이라는 긍정 생각으로 오늘을 산다.
저출생초고령의 인구절벽 사회를 향해가는 한국, 출생률을 높여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 여기저기 넘쳐나는 청년 일자리, 청년 정책도 시대의 유행병처럼 전국각지를 소란스럽게 한다. 정작 청년들은 그게 뭐냐고 묻는다. 디딤돌이 되고, 구름판이 되어야 할 것들이 안 보인다. 생활방식도 바뀌었다. 1인 가구가 40퍼센트대다. 마트에서는 나 홀로 가구를 위한 상품이 즐비하다.
대한국민의 세 명의 젊은이의 삶이 평범, 보통이 아닐 수도 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청년 삶의 한 모습이다. 직장, 연애, 결혼, 육아, 내 집 마련, 아이들의 장래, 이런 고민을 안고 여전히 청년들은 오늘을 살고 있다. 이제 이들이 원하는 청년 정책은 무엇인지 들어보는 게 더 빠를 듯한데.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