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일의 화학 카페 - 화학의 거장이 들려주는 진짜! 화학 수업
진정일 지음 / 페이퍼앤북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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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화학의 세계”


이 책<진정일의 화학카페>의 지은이 진정일 선생은 화학 연구자다. 유네스코 나노과학 메달, 국가기술훈장을 수상했고, 아시아고분자연합회장,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회장을 거처 명예 석학회원으로 추대됐다. 이 책은 한국화학관련학회연합회의 소식지 ‘화학연합’에 1년에 2~3편씩 올렸던 글을 묶어 낸 것이다. 화학이 늘 어렵게만 여겨졌던 사람들, 미국 드라마에서 화학 교사가 마약을 만들었다는 이야깃거리 등의 사회적으로 충격적이고 민감한 이슈의 바탕에는 ‘화학’이, 일상생활을 들여다보면 여성들이 입고 신는 스타킹, 겨울옷 패딩 충전재, 플라스틱, PVC 상하 수도관 등, 석유에서 유래하는 것들 모두가 화학 분야에서 걷어 올린 성과들이다. 


이 책은 화학 공식이 나오고 이렇게 해서 이런 게 만들어진 거야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나누는 대화처럼,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화학 세계’의 이야기를 풀어내 준다. 이야기 속에는 인문학이 녹아있음을. 이야기는 크게 4장 32꼭지인데, 이런 글쓰기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문영역의 것들을 일반교양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안내하는 것이기에, 또 한편으로는 어른과 청소년을 위한 "화학수업"이라고 해도 어울릴 듯하다.


1장은 일상에 스며든 화학, 건축도 알고 보면 화학이다. 눈물에 담긴 화학의 비밀에서는 슬픔과 악어의 눈물처럼 속임수의 눈물을 구별해낼 수 있다고, 2장 신비하고 놀라운 화학에서는 마치 “오성과 한음” 이야기에서 나오는 한 장면 오성 이항복이 한음 이덕형이 병을 얻어 드러눕자 약 처방을 보냈는데, 독약 처방과 같았다. 한음은 의심 없이 약을 짓게 하여 마시고 회복했다는데, 핵심은 독약과 명약은 한 끗 차이라는 것을, 독성물질의 신비로운 마력이 아닐까, 호르메시스 논쟁이 실려있다.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 화학으로 본 생명의 탄생과 진화, 3장 인류문명 속 화학, 전쟁에 악용된 화학, 나노기술에서 나노과학으로, 4장, 화학 상상을 넘어서 미래로 향하다 에서는 인공 모유 레시피, 고기 없는 식탁,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 등, 일반교양 과학도서로 화학수업의 부교재로도, 청소년대상의 자연과학도서로도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눈물의 비밀, 눈물에는 마음이 녹아있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눈물을 더 잘 흘린다고, 여성의 눈물샘에는 프로락틴 호르몬이 많아서 그런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여성의 눈물 냄새를 맡은 남성들은 성욕이 줄어들고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서 심장 박동과 호흡이 안정, 심리적인 진정 효과가 있다고, 눈물은 상대를 유혹하기도, 진정시키기도 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프랑스 과학자 드 마르셍은 눈물에 마음이 녹아있다고 주장한다. 감동의 눈물은 일반 눈물보다 덜 짜고 꽃향기를 풍기지만, 아파서 흘린 눈물이나 분노와 울분을 토하며 흘린 눈물은 더 짜고 냄새도 고약하다고, 인간의 희로애락에 따라 흘리는 눈물은 그 성분에 차이가 있을 뿐이 아니라 생리학, 심리학적 영향도 다르다고, 하지만, 그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지은이는 화합물 자체의 기능보다는 화합물이 체내에서 합성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흥미로운 주장이다.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 왜 그럴까?


모르면 신비롭고 이상스러운 게 이치다. 모기가 유독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 당신에게서 나는 냄새, 땀, 침, 뭐지?, 이렇게 모를 때, 그 원리가 밝혀지면 더는 신비스럽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아하 과학이구나라고, 그럼 모기는 어떤 유형의 사람을 좋아할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운동과 열, 젖산과 지방산 등의 배출이 많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이른바 맛있는 사람인데, 모기에 덜 물리는 사람들의 피부에는 2-메틸-2헵텐과 제라닐아세톤이 많이 발견됐다. 뭐 나노 수준이지만, 모기가 싫어하는 냄새인 것만큼 확실하다. 모든 모기가 다 이 냄새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문제인 것이다. 



건축도 화학이다


콘크리트와 무언가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일어나는 반응이 어떤 역할을 한 때문인가?, 건물 외관이 순백색, 지을 때 그대로라면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광촉매 콘크리트로 시공을 하면, 콘크리트 건물 표면에 생긴 입자 사이 구멍에 먼지가 끼고 할 텐데, 이산화티타늄 나노입자를 콘크리트에 섞어 쓰면 오염물을 쉽게 분해하기에 백색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대안 연구가 활발했던 적이 있었다. 목재 건축물이 많이 지어지면서 플라스틱 강화 목재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다가 흐지부지됐다가 미국에서 다시 시멘트와 콘크리트의 대안으로 탄소 재료를 강화재로 사용하는 연구가 탄소나노튜브와 탄소섬유를 이용해 시멘트의 균열을 크게 줄였다. 아주 작은 양의 탄소 재료였지만, 경제성 문제가 따르고, 소량을 얼마나 균일하게 섞는가 하는 등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대


생분해성, EU는 6개월 이내에 원래 물질의 90% 이상이 생물학적 과정으로 물과 광물질로 분해되어야 생분해성이 있다고 정의한다. 플라스틱은 생분해성 여부와 원료, 원천에 따라 분류될 수도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박테리아로 제조한 일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PET는 생분해성이 없다)과 합성 플라스틱(PGA, PBS, PCL, PVA, PBAT)도 생분해되는 것이 있다. 이렇게 보면 생분해되든 어쩌든, 폐기물 처리 방법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과학자들의 숨은 이야기가 실려있다. 화학이란 열쇳말로 풀어보는 화학의 세계는 우리가 알아야 할 또 다른 세계다. 요즘 나오는 스마트 의류, 육상 선수의 기록향상을 위해 인체공학인 설계에 더해 신소재까지, 스마트 직물이 장착된 운동복도 배낭으로 심박수, 체온, 혈압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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