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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평점 :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 호모 사피엔스
인류학의 어원은 모호하여 잘모른다는 게 현재로서는 정답일 듯 싶다. 지은이 박한선은 의사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고, 호주 유학을,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연구를 한 특이한 경력을 지닌 신경정신과 의사이면서 진화인류학 연구자다. 이 책은 서울대학 교양강좌 ‘진화와 인간 사회’ 교재이기도 하다.
18세기 이후 인류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근대적 인류학이 발전하게 되는데, 이 무렵부터 인류학은 문화인류, 고고인류, 언어인류와 진화인류학이라는 네 가지 분야로 갈라지지만 문화, 유물, 언어 그리고 인간의 진화를 탐구하는 영역은 학제간의 연구 전통이 자리잡아왔다. 진화인류학은 간단히 인류의 진화경로를 탐색하는 것인데, 연구자들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 때때로 이슈가 된다. 피부, 사람은 피부에 따라 유전자도 성격도 문화도 전혀다른 것일까, 아니면 자연환경에 적응하려는 진화과정에서 피부색이 제각각, 이 또한 살아남기 위해 주변환경에 적응한 과정으로 생겨나는 표징인 것인가, 인종, 피부색,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구적인 약속이 세계인권선언이다.
진화인류학자들 중에는 본디 인종, 피부색이 다른 것을 환경 적응의 결과로 보지 않고, 네안데르탈인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사피엔스처럼 다른 인류의 종으로 보려는 태도와 시각이 오랫동안 자리해왔다. 이른바 과학을 빙자한 차별인 셈이다. 과학의 발달로 이런 구분은 편견이요. 차별의식에서 생겨난 것일 뿐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우생학 또한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진화인류학과 과학의 만남의 과정에는 찰스 다원과 같은 이들의 노력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은이는 무지는 편견을, 편견은 혐오를, 혐오는 증오는 낳는다고 말한다. 과학적 증거에 바탕을 둔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 나와 다른 사람을 동떨어진 존재로 폄하하고 우열을 나누고 싶어한다. 지배근성인가,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 그것들의 특성으로 만들어낸 집단의 역사를 과학적 관점으로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각종 이슈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인류의 본성이 늘 작용, 이성과 과학 그리고 편견과 길항관계를 형성한다. 백인종이 우월하고, 다른 인종보다 현대 인간으로 먼저 진화했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고고인류학에서 루쉬 여성의 선조로 상징되는 여성의 피부색는 과연 무슨 색이었을까,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는 추운 곳과 더운 곳으로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나선 것이라는데, 어떻게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형성했을까, 1950년에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소외시키다가 오히려 집단, 무리를 이루었지만, 그 안에서 생겨나는 소외라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제대로 된 사랑, 지은이도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를 제목으로 사랑과 결혼, 가족, 개인이 마음과 집단 문화, 도덕과 종교를 주제로 어떻게 인류가 진화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신이 지배했던’ 중세를 지나, 인간을 탐구하는 시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 인간의 창조성을 되찾는 시대를 관통하는 특징을 찾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구성은 4부 14장이고, 1부 진화인류학의 숲에 들어서기 전에에서는 3개의 장에 걸쳐 진화인류학이 무엇인지, 지구환경 변화에 따른 인류의 진화를 그리고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살펴본다. 2부는 2장에 걸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에렉투스까지 사피엔스가 걸어온 수백만 년의 시간을, 3부는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 즉 인간에 관하여 4개 장에 걸쳐서 두발걷기에서 도구를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큰 뇌가 가져온 인간의 변화를 좇아가 본다. 4부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사랑의 법칙, 혼인을 둘러싼 규칙, 애착의 공동체 가족, 사회를 만드는 마음과 문화를, 그리고 도덕과 종교 이렇게 다섯 개의 장이 들어있다.
이 책의 1~3부는 진화인류학의 역사와 대상에 관한 탐구였다면, 4부는 인류의 진화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각론이라 할까, 특히, 인종, 피부색을 둘러싼 우열 논쟁의 결론은 편견이며 왜곡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있으며, 세계인권선언, 적어도 민주공화국이라 표방하는 국가의 헌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하고 있으니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차별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4부는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 문화라고 해두자. 우선, 사랑과 혼인, 가족, 사회와 문화, 도덕과 종교를 다루는데,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이슈, 사회적 담론 등과 관련된 것들이기에 진화적 관점에서 사랑은 개인적이든 거시적(사회적)이든, 혼인을 둘러싼 문화와 인간의 본능, 왜 건강한 사람에게 끌리는 가,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혼인 상대의 평가 등, 문화인류학적인 면과 겹치기도 하는데, 공동체로서 가족과 의미 등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적지 않아이 책을 읽는 동안 평소 일반적으로(혹은 그저 무심코) 생각하는 진화인류학이란 이미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