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배우는 시간 -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더욱 빛을 발하는 침묵의 품격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서교책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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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란, 침묵의 효용은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상대와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려 보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열린다. 마치, 동물들의 말소리가 들리듯이 상대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침묵”은 중요하다고, 때로는 금과 같고, 때로는 목숨을 구하기도,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인의 유명한 말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과 고사성어에 나오는 침묵과언(沈默寡言), 함구무언(緘口無言), 출처어묵(出處語默) 따위는 사람이 처세하는 데 근본이 되는 일이다. 출처어묵은 나아가 벼슬하는 일과 물러나 집에 있는 일 또는 의견을 발표하는 일과 침묵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말할 때 말하고, 침묵을 지킬 때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불가의 묵언수행 또한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침묵의 효용이다. 


1937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또한 이와 맥이 닿아있는 말을 담고 있다. 대개 사람을 다루는 경우 상대를 논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상대는 감정의 동물이고 심지어 편견에 가득 차 있으며 자존심과 허영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일상의 대화에서 직장 내 생활에 비즈니스협상까지 모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나만의 침묵(도구)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책<침묵을 배우는 시간>의 지은이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가나출판사, 2019)와 각 장의 소제목이 바뀐 곳이 몇 군데 있을 뿐, 내용은 그대로다. 51꼭지의 침묵(배움)을 9장으로 나눴다. 1장 말 비우기 연습(4가지 배움), 왜 이게 필요할까? 말은 할수록 힘이 즉 약발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눈짓만으로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데, 굳이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반복적으로 해대면, 말의 알맹이보다 우선 소음이 듣기 싫다, 그러면 귀를 닫아버리기에, 벽에 대고 하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2장 침묵도 소통의 방식이다(6가지 배움). 듣는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3장 우리는 모두 ‘관종’이다.(7가지 배움) 맞는 말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도, 말하는 자가 통제권을 잡는다는 착각 속에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소리를 내게 마련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어서면 소음일 뿐, 아무런 영향가가 없다는 말이다. 4장, 비울수록 커지는 말의 무게(5가지 배움), 자중자애하며 자신과의 대화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5.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5가지 배움) 6장. 대화를 유리하게 이끄는 법. (8가지 배움) 7장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5가지 배움) 8장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침묵할 권리, (6가지 배움), 9장 고요한 관조의 힘, 지혜의 힘은 소란함이 아니라 고요에서 온다. (5가지 배움) 


침묵하기 어려운 사회- 프로필 사회, 관종-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나, 보여야만 하는 내 모습, 그리고 보였으면 하는 내 모습,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건강하고 멋있게 보여서 안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그게 나인가 하는 점에서는 성실함도 진정함도 없다. 그저, 프로필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한스 게오르크 뮐러, 폴 J.담브로시오<프로필 사회> (생각이음, 2022) 이런 현상은 개인적인 욕망이나 허영심을 넘어 정치적으로까지, 이른바 “관종”이다. 우리가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다. 어떻게든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고, 말을 해야 자기가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


윗집 아줌마와 단둘이 있거나 직장 상사와 둘 만 탄 엘리베이터 안,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미팅 직전의 서먹한 분위기……. 이런 난감한 순간은 끝도 없이 많다. 오로지 어색한 침묵을 피하고자 주섬주섬 말을 늘어놓는 상황들. 이런 상황에서 말은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그저 고문 같은 정적을 깨뜨리기 위한 소음일 뿐이다. 왜 우리는 온종일 떠드는 헛소리를 듣는 것보다 ‘침묵’을 난감하게 여길까? 정답은 조용할 때 찾아오는 생각이 두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두려움 떨쳐내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동하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말의 무게를 싣는 법이란


말 대신 침묵하라는 것이 아니라, 말의 “양”을 조절하여 침묵을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이 책의 본래 취지다. 지은이가 추천하는 최고의 침묵 비율(황금비율), “최고의 대화는 고스톱”이다. 스톱(Stop)-고(go)든 고-스톱이든 매한가지라 생각하지만, 말 1: 침묵 3이다. 입을 다물어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상대는 조용해질 때의 두려움 때문에 말을 쉬지 않을 것이므로 아무리 에둘러서 말하더라도 본심이 드러나게 마련), 스톱-고 원칙을 실천하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침묵, 이른바 “침묵의 생활 습관화”를 하라는 말이다. 


언어학자 뤼시 미셀은 <말의 무게>(초록서재, 2022)에서 우리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말의 특징을 전한다. 구분 짓고 차별하고, 상처 주는 말, 세상을 만들고 나를 비추는 말 등이 그것이다. “침묵”이란 주제는 말의 무게로, 현대 사회의 자기 PR시대, 관종들, 가짜뉴스, 소통 없는 사회라는 여러 현상을 관통한다. 그저 침묵이 되지 않는다. 입이 근질거려서, 즉답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해서, 침묵은 인내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신뢰를 얻는 도구 수단이며, 나 자신이 실수하지 않도록 살필 수 있는 여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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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 - 질병 없는 50~60대를 위한
송은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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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영양제 상식이 당신의 건강을 지킨다

 

이 책<질병 없는 50~60대를 위한 날마다 젊어지는 처방전>은 현직 약사가 알려주는 100세 건강 가이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내 몸을 살리는 영양제를 처방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다. 인간의 갱년기, 노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시기에 어떻게 당신의 건강을 지킬 것인가, 노화를 늦추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이것만이라도 알아두고, 실천해보자는 제안이다.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책이다. 

 

영양제를 제대로 알고 먹어야 

 

삼시 세끼 잘 먹고, 마음 편하게 지내는 게 건강에 지름길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게,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어떨까, 우선 심리적으로 영양제를 찾게 되는데, 이 영양제의 선택은 유명인사의 TV 광고나 입소문이다. 사람마다 생활방식이 다른데, 일반화가 가능할까?, 지은이는 영양 요법으로 많은 환자가 건강을 되찾도록 도우면서 경험했던 것은 우리가 알고 있던 영양제 상식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그래서 영양제를 제대로 알고 먹어야 한다. 비싼 영양제보다는 제대로 된 영양제와 내 몸에 관한 관심과 사랑, 인내가 중요한 것이다. 

 

이 책은 10장으로 구성됐다. 좋다는 영양제, 아무리 먹어도 소용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1장은 영양제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2장에서는 심장, 혈압, 스트레스, 부정맥과 고혈압 환자의 운동방법을, 3장에서는 혈관을, 고혈압, 심혈관질환 환자는 이렇게 드시라고, 지중해식이든 뭐든 연구결과는 넘쳐나지만, 이를 종합해보면, 가공육을 피하고, 식사량과 열량조절을 하면서, 올리브유와 견과류를 필수적으로 챙겨 먹으라고 권한다. 우리가 챙겨 먹는 것이기는 하지만, 좋다니까 먹는 수준이다. 4장 만성피로 해결, 5장 갑상선, 6장 간과 쓸개, 7장 위와 식도, 8장 신장, 9장 눈, 10장. 뼈와 관절, 이 정도면 온몸의 장기를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는 말이다. 

 

내 몸에 관심과 사랑을

 

이른바 메타볼릭신드롬(대사증후군), 4대 성인병(고혈압, 고지혈, 당뇨, 비만)은 언제든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지은이는 가격에 과장 과대 제품홍보에 휘둘리지 말고, 자중자애, 내 몸에 관심과 사랑과 올바른 생활습관, 식습관 유지를 위한 노력 없이 영양제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본말전도라고 말한다. 마무리해도 개선되지 않으니 말이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하는 습관과 영양제를 고르는 방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우선 이 책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지, 지은이의 영양 요법과 그 경험에 귀 기울 필요가 있겠다. 질병을 걱정하는 50~60대는 물론 모든 연령층이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북코스모스 도서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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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수민 지음 / 해커스공무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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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은 많은 양과 낯선 개념으로 어려운 과목이라고

“합격은 시험 날에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이 결정한다.”라는 말이 첫머리에 등장하는데, 행정법은 많은 양과 낯선 개념 때문에 비교적 어려운 과목으로 알려져 있다. 법적 사고방식, 이른바 리걸마인드가 없으면, 법학은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우선 행정법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무엇을 규정하고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이른바 조감도를 보듯이 전체를 개략적으로 그려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대충대충 넘어가거나, 핵심개념정리, 핵심문제만을 푸는 것만으로는 모래 위에 성을 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선은 기본개념을 정리한 후에, 수험서를 접하는 게 일반적으로 말하는 수험대책이다. 이 책은 이런 기본바탕이 형성 후에 어떻게 효율적, 효과적으로 학습을 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행정법이 수험과목에 들어있는 7.9급 공무원, 소방직, 국회직, 군무원 시험대비용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서문에 “수험 목적으로 행정법과 학문으로서의 행정법은 엄연히 다릅니다. 즉, 우리는 시험합격을 위해 정확한 방향을 잡고 중요한 부분을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적고 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내용과 학습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이 책 기본서의 특징은 핵심정리, 관련 판례, 참고, 함께 정리하기 등, 입체적으로 구성, 행정법 총론의 이론, 판례, 법조문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도록 했으며, 관련 판례와 기출문제 등을 싣고 옆에 *표시를 하여, 기출 빈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학 과목의 학습은 조문이 기본이고, 판례는 조문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한국은 판례법 주의 아니어서, 판례가 법원(法源:재판에서의 법률조항과 같은 역할)은 아니지만, 경향성, 일반적으로 이 조문은 이러저러하게 해석된다(하급심과 대법원판결의 집적)는 것에 비추어 해당 케이스(사건)를 판단한다. 



책 구성은 6편이며, 1권(1~3편), 2권(4~6편)이며, 분량으로는 3000여 쪽이다. 행정법과 행정소송(절차법)까지를 한데 묶은 것으로 1편은 행정법 통론으로 의의, 행정상 법률관계, 법률요건과 사실을, 2편에서는 행정입법, 행정행위, 행정의 주요행위 형식을, 3편에서는 행정절차와 행정정보를, 4편 행정의 실효성 확보수단으로 행정 강제, 행정벌 등, 5편 행정소송, 여기서는 행정심판, 행정소송(항고 1, 2, 3), 당사자 소송 등을 싣고 있다. 6편은 행정상 손해전보, 이른바 행정상 손해배상(국가배상)과 손실보상 등을 다룬다. 



위의 행정강제 내용을 보면, 오른쪽에 "함께 정리하기" 주요 개념과 포인트를 간략하게 핵심만 싣고 있다. 행정상 강제집행과 행정상 즉시 강제와의 구별은 중요하다. 아울러 사법상의 강제집행과는 어떻게 구별되는가, 행정상 강제집행이 가능한 경우는 사법상 강제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예외도 있지만... 


본문으로 옮아가면 개관, 1. 의의, 2. 구별개념과 관련 판례를 싣고 있어, 꾸준히 안내에 따라 학습을 하다보면, 반복되거나 중복되는 판례를 발견할 수 있어, 자연스레 반복과 확인을 할 수 있다. 학습방법에는 개인차가 있어 일반화시키기는 어렵지만, 입체적으로 반복, 주의, 확인 등을 거치면서 나름대로 기출문제를 접할 때, 핵심파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구성돼있다는 점을 유념하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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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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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일기를 모아 묶은 것처럼 이리저리 사방팔방으로 튀는 글이다. 소설의 시작은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그 안은 눈이 내리는 열대였다.”(12쪽) 포털은 문이다. 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현실 세상에서 정해진 규율과 규칙이라는 질서를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자, 이른바 정신세계에 문이 열렸다는 것일까?


자본주의, 그걸 증오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필름 몽타주를 사랑한다는 모순, 정치, 문제는 지금 독재자가 있다는 것인데, 백인들은 단 한 번도 독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백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독재자가 있다고, 그녀는 자신의 멍청함에 당황했다. 아직도 멍청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도 당황스럽다.


이 소설은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과 글쓰기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 변화를 유려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뒤통수에서 뭔가가 아팠다. 그녀의 새로운 계급의식이었다."(21쪽).매일 그들의 주의를 돌려주어야 했다. 물고기 떼에게 빛을 비추듯이, 새로운 증오대상을 향해, 전쟁범죄자일 때도, 과카몰레에 원재료 대신에 악질적인 대체물을 넣은 사람일 때도, 그녀의 관심은 증오보다는 빠른 희석이었다. 뭔가를 향해 끊임없이 주의와 관심을 돌리려는 시대를 들여다본다. 무엇이든 빠르게 타올랐다가 식어버리는 플레이밍 현상에 관한 논평이기도 하다. 내가 포털을 쓰는지, 포털이 나를 쓰는지, “개도 쌍둥이가 될 수 있는가”(28쪽) 라는 바이럴 트윗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그녀, 덕분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연하러 다닌다. 내부자들을 만나 공감의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외부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한다. “사회에 대한 당신의 기여가 이것입니까”(38쪽) 라고,

 

“그녀의 정신이 있는 곳에서 커서가 깜박거렸다. 그녀는 진실한 단어를 차례로 입력하고 그것들을 포털에 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진실하지 않게 되었다. 적어도 그녀가 진실하게 만들 수 있었을 만큼 진실하지는 않았다. 허구는 어디에 있는가? 거리감, 각색, 강조, 비율은? 단어들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 그 단어들의 사소함을 삶의 거대함에 받아들일 때만 진실하지 않게 되는 건가?”(179쪽) 


여전히 그의 정신은 커서 위에서 깜박인다. 그런데 이제는 무언가 달라졌다. 진실한 단어를 입력했는데 갑자기 그것들이 진실하지 않게 보인다. 적어도 그녀가 진실하게 만들 수 있었을 만큼 진실하지 않다. 더 진실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결과물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동 정신, 자아 전체,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세상 이야기, 누군가는 카페에서 누군가는 클럽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포털로 몰려든다. 포털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포털은 그런 곳이고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런 포털은 그는 오히려 귀환할 것이다. 


“도중에 누군가가 그녀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슬쩍 빼내자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자아 전체가 거기에 있었다.”(314쪽)


핸드폰 안에 담긴 그녀의 모든 것, 일상생활과 추억 그 모든 것은 자아 전체로 표현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 휴대전화 속은 또 다른 세상이다. 그곳에서 나는 주인공이며 나 자체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진다면 나 또한 없어지는 것일까? 초연결 시대의 양면, 그 어둠 속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그 안에 성실성, 진정성은 어떻게 규명해볼 도리가 없다. 다만, 그 안에 담긴 프로필만이 그를 가리키는 정체성이 될 뿐이다.


작가의 글쓰기가 단편, 단속적인 것은 포털을 통해서 글을 올리고, 올라온 글을 내 포털 속의 일기처럼 그려내고 있는데,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현상 하나하나를 보고 느끼고 글 속의 초점 인물인 그녀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서일까, 우리가 늘 경험하는 것이라서 이야기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일까, 도대체 이야기란 어떤 내용이어야 하나, 개인사의 시시콜콜함은 이야기될 수 없는 것인가, 누가 그렇게 규정한 것일까, 한스 게오르크 뮐러의 <프로필 사회>(생각이음, 2022)에서는 정체성 형성 원리의 역사를 다룬다. 성실성, 진정성, 프로필성, 성실성과 진정성은 다른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 공개적 프로필이 정체성이 되는 프로필 사회를 향한 작가의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게 이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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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인류학 강의 - 사피엔스의 숲을 거닐다
박한선 지음 / 해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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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 호모 사피엔스


인류학의 어원은 모호하여 잘모른다는 게 현재로서는 정답일 듯 싶다. 지은이 박한선은 의사로 분자생물학을 공부했고, 호주 유학을,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연구를 한 특이한 경력을 지닌 신경정신과 의사이면서 진화인류학 연구자다. 이 책은 서울대학 교양강좌 ‘진화와 인간 사회’ 교재이기도 하다. 


18세기 이후 인류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근대적 인류학이 발전하게 되는데, 이 무렵부터 인류학은 문화인류, 고고인류, 언어인류와 진화인류학이라는 네 가지 분야로 갈라지지만 문화, 유물, 언어 그리고 인간의 진화를 탐구하는 영역은 학제간의 연구 전통이 자리잡아왔다. 진화인류학은 간단히 인류의 진화경로를 탐색하는 것인데, 연구자들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인권”과 깊은 관련이 있는 주제들이 때때로 이슈가 된다. 피부, 사람은 피부에 따라 유전자도 성격도 문화도 전혀다른 것일까, 아니면 자연환경에 적응하려는 진화과정에서 피부색이 제각각, 이 또한 살아남기 위해 주변환경에 적응한 과정으로 생겨나는 표징인 것인가, 인종, 피부색,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지구적인 약속이 세계인권선언이다. 


진화인류학자들 중에는 본디 인종, 피부색이 다른 것을 환경 적응의 결과로 보지 않고, 네안데르탈인이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사피엔스처럼 다른 인류의 종으로 보려는 태도와 시각이 오랫동안 자리해왔다. 이른바 과학을 빙자한 차별인 셈이다. 과학의 발달로 이런 구분은 편견이요. 차별의식에서 생겨난 것일 뿐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우생학 또한 이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진화인류학과 과학의 만남의 과정에는 찰스 다원과 같은 이들의 노력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은이는 무지는 편견을, 편견은 혐오를, 혐오는 증오는 낳는다고 말한다. 과학적 증거에 바탕을 둔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어두운 본성, 나와 다른 사람을 동떨어진 존재로 폄하하고 우열을 나누고 싶어한다. 지배근성인가, 진화인류학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 그것들의 특성으로 만들어낸 집단의 역사를 과학적 관점으로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무심코 지나쳤던 각종 이슈의 밑바탕에는 바로 이런 인류의 본성이 늘 작용, 이성과 과학 그리고 편견과 길항관계를 형성한다. 백인종이 우월하고, 다른 인종보다 현대 인간으로 먼저 진화했다는 믿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고고인류학에서 루쉬 여성의 선조로 상징되는 여성의 피부색는 과연 무슨 색이었을까, 아프리카에서 나온 인류는 추운 곳과 더운 곳으로 생존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나선 것이라는데, 어떻게 사회를 이루고, 관계를 형성했을까, 1950년에 에리히 프롬이 쓴 <사랑의 기술>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자연의 일부이면서, 자연을 소외시키다가 오히려 집단, 무리를 이루었지만, 그 안에서 생겨나는 소외라는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 제대로 된 사랑, 지은이도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를 제목으로 사랑과 결혼, 가족, 개인이 마음과 집단 문화, 도덕과 종교를 주제로 어떻게 인류가 진화해왔는지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따져나간다. ‘신이 지배했던’ 중세를 지나, 인간을 탐구하는 시대,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 인간의 창조성을 되찾는 시대를 관통하는 특징을 찾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책구성은 4부 14장이고, 1부 진화인류학의 숲에 들어서기 전에에서는 3개의 장에 걸쳐 진화인류학이 무엇인지, 지구환경 변화에 따른 인류의 진화를 그리고 자연선택과 성선택을 살펴본다. 2부는 2장에 걸쳐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 호모에렉투스까지 사피엔스가 걸어온 수백만 년의 시간을, 3부는 걷고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 즉 인간에 관하여 4개 장에 걸쳐서 두발걷기에서 도구를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큰 뇌가 가져온 인간의 변화를 좇아가 본다. 4부 믿고 속이고 사랑하는 사회에서는 사랑의 법칙, 혼인을 둘러싼 규칙, 애착의 공동체 가족, 사회를 만드는 마음과 문화를, 그리고 도덕과 종교 이렇게 다섯 개의 장이 들어있다. 


이 책의 1~3부는 진화인류학의 역사와 대상에 관한 탐구였다면, 4부는 인류의 진화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의 각론이라 할까, 특히, 인종, 피부색을 둘러싼 우열 논쟁의 결론은 편견이며 왜곡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두고 있으며, 세계인권선언, 적어도 민주공화국이라 표방하는 국가의 헌법은 인종, 피부색, 종교를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선언하고 있으니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차별없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4부는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정신 문화라고 해두자. 우선, 사랑과 혼인, 가족, 사회와 문화, 도덕과 종교를 다루는데, 꽤 흥미로운 대목이다. 요즘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이슈, 사회적 담론 등과 관련된 것들이기에 진화적 관점에서 사랑은 개인적이든 거시적(사회적)이든, 혼인을 둘러싼 문화와 인간의 본능, 왜 건강한 사람에게 끌리는 가,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혼인 상대의 평가 등, 문화인류학적인 면과 겹치기도 하는데, 공동체로서 가족과 의미 등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 적지 않아이 책을 읽는 동안 평소 일반적으로(혹은 그저 무심코) 생각하는 진화인류학이란 이미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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