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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배우는 시간 -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더욱 빛을 발하는 침묵의 품격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서교책방 / 2024년 7월
평점 :
침묵이란, 침묵의 효용은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침묵을 지키며 가만히 상대와 주변 이야기에 귀를 기울려 보라.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이 열린다. 마치, 동물들의 말소리가 들리듯이 상대의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침묵”은 중요하다고, 때로는 금과 같고, 때로는 목숨을 구하기도, 영국의 비평가 토머스 칼라인의 유명한 말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과 고사성어에 나오는 침묵과언(沈默寡言), 함구무언(緘口無言), 출처어묵(出處語默) 따위는 사람이 처세하는 데 근본이 되는 일이다. 출처어묵은 나아가 벼슬하는 일과 물러나 집에 있는 일 또는 의견을 발표하는 일과 침묵을 지키는 일을 말한다. 말할 때 말하고, 침묵을 지킬 때 그렇게 하라는 말이다. 불가의 묵언수행 또한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 침묵의 효용이다.
1937년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또한 이와 맥이 닿아있는 말을 담고 있다. 대개 사람을 다루는 경우 상대를 논리의 동물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상대는 감정의 동물이고 심지어 편견에 가득 차 있으며 자존심과 허영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일상의 대화에서 직장 내 생활에 비즈니스협상까지 모든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 나만의 침묵(도구)을 배우는 것이다.
이 책<침묵을 배우는 시간>의 지은이 코르넬리아 토프의 <침묵이라는 무기>(가나출판사, 2019)와 각 장의 소제목이 바뀐 곳이 몇 군데 있을 뿐, 내용은 그대로다. 51꼭지의 침묵(배움)을 9장으로 나눴다. 1장 말 비우기 연습(4가지 배움), 왜 이게 필요할까? 말은 할수록 힘이 즉 약발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눈짓만으로도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데, 굳이 미주알고주알 잔소리를 반복적으로 해대면, 말의 알맹이보다 우선 소음이 듣기 싫다, 그러면 귀를 닫아버리기에, 벽에 대고 하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2장 침묵도 소통의 방식이다(6가지 배움). 듣는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3장 우리는 모두 ‘관종’이다.(7가지 배움) 맞는 말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서도, 말하는 자가 통제권을 잡는다는 착각 속에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소리를 내게 마련이다. 이것이 정도를 넘어서면 소음일 뿐, 아무런 영향가가 없다는 말이다. 4장, 비울수록 커지는 말의 무게(5가지 배움), 자중자애하며 자신과의 대화하는 법을 배우라고 한다. 5.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5가지 배움) 6장. 대화를 유리하게 이끄는 법. (8가지 배움) 7장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5가지 배움) 8장 말이 넘쳐나는 세상 속 침묵할 권리, (6가지 배움), 9장 고요한 관조의 힘, 지혜의 힘은 소란함이 아니라 고요에서 온다. (5가지 배움)
침묵하기 어려운 사회- 프로필 사회, 관종-
누군가에게 보이고 싶은 나, 보여야만 하는 내 모습, 그리고 보였으면 하는 내 모습, 나르시시스트는 아니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요즘은 자기 PR 시대라고, 건강하고 멋있게 보여서 안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그게 나인가 하는 점에서는 성실함도 진정함도 없다. 그저, 프로필성만이 남아있을 뿐이다.(한스 게오르크 뮐러, 폴 J.담브로시오<프로필 사회> (생각이음, 2022) 이런 현상은 개인적인 욕망이나 허영심을 넘어 정치적으로까지, 이른바 “관종”이다. 우리가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다. 어떻게든 주변으로부터 관심을 끌기 위해 끊임없이 말하고, 말을 해야 자기가 통제권을 쥐고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사진과 글을 올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
윗집 아줌마와 단둘이 있거나 직장 상사와 둘 만 탄 엘리베이터 안, 오랜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미팅 직전의 서먹한 분위기……. 이런 난감한 순간은 끝도 없이 많다. 오로지 어색한 침묵을 피하고자 주섬주섬 말을 늘어놓는 상황들. 이런 상황에서 말은 정보 전달의 도구가 아니라 그저 고문 같은 정적을 깨뜨리기 위한 소음일 뿐이다. 왜 우리는 온종일 떠드는 헛소리를 듣는 것보다 ‘침묵’을 난감하게 여길까? 정답은 조용할 때 찾아오는 생각이 두렵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두려움 떨쳐내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해서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동하기에 그렇다.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데도 말이다.
말의 무게를 싣는 법이란
말 대신 침묵하라는 것이 아니라, 말의 “양”을 조절하여 침묵을 효과적인 설득의 수단으로 사용하자는 것이 이 책의 본래 취지다. 지은이가 추천하는 최고의 침묵 비율(황금비율), “최고의 대화는 고스톱”이다. 스톱(Stop)-고(go)든 고-스톱이든 매한가지라 생각하지만, 말 1: 침묵 3이다. 입을 다물어야 상대방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상대는 조용해질 때의 두려움 때문에 말을 쉬지 않을 것이므로 아무리 에둘러서 말하더라도 본심이 드러나게 마련), 스톱-고 원칙을 실천하고, 간결한 문장, 그리고 침묵, 이른바 “침묵의 생활 습관화”를 하라는 말이다.
언어학자 뤼시 미셀은 <말의 무게>(초록서재, 2022)에서 우리와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말의 특징을 전한다. 구분 짓고 차별하고, 상처 주는 말, 세상을 만들고 나를 비추는 말 등이 그것이다. “침묵”이란 주제는 말의 무게로, 현대 사회의 자기 PR시대, 관종들, 가짜뉴스, 소통 없는 사회라는 여러 현상을 관통한다. 그저 침묵이 되지 않는다. 입이 근질거려서, 즉답하지 않으면 뭔가 찝찝해서, 침묵은 인내요.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고 신뢰를 얻는 도구 수단이며, 나 자신이 실수하지 않도록 살필 수 있는 여유이기도 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