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퍼트리샤 록우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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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일기를 모아 묶은 것처럼 이리저리 사방팔방으로 튀는 글이다. 소설의 시작은 “그녀가 포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그녀를 맞이했다. 그 안은 눈이 내리는 열대였다.”(12쪽) 포털은 문이다. 문을 열자 정신이 한참 달려 나와, 현실 세상에서 정해진 규율과 규칙이라는 질서를 넘어서는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자, 이른바 정신세계에 문이 열렸다는 것일까?


자본주의, 그걸 증오하는 건 중요한 일이지만,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필름 몽타주를 사랑한다는 모순, 정치, 문제는 지금 독재자가 있다는 것인데, 백인들은 단 한 번도 독재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백인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독재자가 있다고, 그녀는 자신의 멍청함에 당황했다. 아직도 멍청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도 당황스럽다.


이 소설은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과 글쓰기를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 변화를 유려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


"뒤통수에서 뭔가가 아팠다. 그녀의 새로운 계급의식이었다."(21쪽).매일 그들의 주의를 돌려주어야 했다. 물고기 떼에게 빛을 비추듯이, 새로운 증오대상을 향해, 전쟁범죄자일 때도, 과카몰레에 원재료 대신에 악질적인 대체물을 넣은 사람일 때도, 그녀의 관심은 증오보다는 빠른 희석이었다. 뭔가를 향해 끊임없이 주의와 관심을 돌리려는 시대를 들여다본다. 무엇이든 빠르게 타올랐다가 식어버리는 플레이밍 현상에 관한 논평이기도 하다. 내가 포털을 쓰는지, 포털이 나를 쓰는지, “개도 쌍둥이가 될 수 있는가”(28쪽) 라는 바이럴 트윗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그녀, 덕분에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주제로 강연하러 다닌다. 내부자들을 만나 공감의 기쁨을 나누기도 하고, 외부자로부터 공격을 받기도 한다. “사회에 대한 당신의 기여가 이것입니까”(38쪽) 라고,

 

“그녀의 정신이 있는 곳에서 커서가 깜박거렸다. 그녀는 진실한 단어를 차례로 입력하고 그것들을 포털에 올렸다. 그러다 갑자기 진실하지 않게 되었다. 적어도 그녀가 진실하게 만들 수 있었을 만큼 진실하지는 않았다. 허구는 어디에 있는가? 거리감, 각색, 강조, 비율은? 단어들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 그 단어들의 사소함을 삶의 거대함에 받아들일 때만 진실하지 않게 되는 건가?”(179쪽) 


여전히 그의 정신은 커서 위에서 깜박인다. 그런데 이제는 무언가 달라졌다. 진실한 단어를 입력했는데 갑자기 그것들이 진실하지 않게 보인다. 적어도 그녀가 진실하게 만들 수 있었을 만큼 진실하지 않다. 더 진실하게 쓸 수 있었을 텐데 결과물은 그렇게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공동 정신, 자아 전체,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는 세상 이야기, 누군가는 카페에서 누군가는 클럽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포털로 몰려든다. 포털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 포털은 그런 곳이고 그런 곳이어야 한다. 그런 포털은 그는 오히려 귀환할 것이다. 


“도중에 누군가가 그녀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슬쩍 빼내자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자아 전체가 거기에 있었다.”(314쪽)


핸드폰 안에 담긴 그녀의 모든 것, 일상생활과 추억 그 모든 것은 자아 전체로 표현된다. 우리의 삶 속에서 휴대전화 속은 또 다른 세상이다. 그곳에서 나는 주인공이며 나 자체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진다면 나 또한 없어지는 것일까? 초연결 시대의 양면, 그 어둠 속 그림자를 비추고 있다. 그 안에 성실성, 진정성은 어떻게 규명해볼 도리가 없다. 다만, 그 안에 담긴 프로필만이 그를 가리키는 정체성이 될 뿐이다.


작가의 글쓰기가 단편, 단속적인 것은 포털을 통해서 글을 올리고, 올라온 글을 내 포털 속의 일기처럼 그려내고 있는데,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현상 하나하나를 보고 느끼고 글 속의 초점 인물인 그녀를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서일까, 우리가 늘 경험하는 것이라서 이야기조차 될 수 없었던 것일까, 도대체 이야기란 어떤 내용이어야 하나, 개인사의 시시콜콜함은 이야기될 수 없는 것인가, 누가 그렇게 규정한 것일까, 한스 게오르크 뮐러의 <프로필 사회>(생각이음, 2022)에서는 정체성 형성 원리의 역사를 다룬다. 성실성, 진정성, 프로필성, 성실성과 진정성은 다른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는다. 공개적 프로필이 정체성이 되는 프로필 사회를 향한 작가의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게 이 소설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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