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 기후위기 시대 펜, 보그, 스웜프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애니 프루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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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묻다


불타는 아마존, 지구의 폐였던 그곳에 사람들은 불을 놓는다. 생존을 위한 불이 아니라, 욕망과 성장을 남들보다 더 그리고 빨리 얻기 위해서 쓸데없이 불을 놓는다. 이 불기운이 북극의 하늘을 치솟아 올라 태양으로부터 지구를 지켜주는 보호막 오존을 찢어놓는다. 불은 태양의 강렬함으로 땅을 태우고, 산림을 말리고, 물도 가져가 버린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 애니 프루는 습지에 관한 에세이를 썼다. 시작은 어릴 적 추억과 눈에 보이는 것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예전에 습지에 살던 물살이와 나비, 아름답던 황금 거미도 이제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그의 생각은 점차로 습지 환경으로 동심원으로 그려가며 기후 위기의 첨예한 경계선까지, 그는 이 책에 펜(Fen), 보그(Bog), 스웜프(Swamp), 이른바 조금씩 모양을 달리해 제각각의 다른 이름이 붙은 “습지”를, 기후 위기 시대의 작은 희망을 담았다. 습지(wetland)란 낱말은 1950~60년대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 미국의 사냥관련법 개정과 철새 이동에서 나온 것이라고(옥스포드 영어사전은 이렇게 쓰고 있다), 토탄은 낙엽이나 갈대 등의 천연자원이 땅속에 묻혀 완전히 탄화하지 못한 석탄 혹은 이끼나 벼 따위의 식물이 습한 땅에 쌓이어 분해된 것으로 말하기도 한다. 연료로도 쓰이고, 미생물에게는 영양분 공급원이 되기도.


인간이 만든 재앙


코로나19의 대유행기에 전 세계 사람들은 안녕치 못했다. 호들갑스러운 언론은 중국의 우안의 재래시장 철장 안에 갇힌 천산갑이 주범이라고 난리를 쳤다. 결국에는 천산갑은 중간 매개체가 아님이 밝혀졌다.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논문을 낸 연구자들은 한결같은 견해는 유행병을 불러일으킨 진정한 원인 사회조직, 사회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인간과 동물의 접촉, 현대 인간 사회가 제공하는 증폭 구조라고 지적했다. 농업과 생태계가 서로 뒤섞인 상황에서 아마존의 불처럼, 미지의 생물이 사는 고대의 숲을 공격함으로써 바이러스와 접촉하게 된다. 서식처를 잃어버린 박쥐는 도시의 으슥한 곳에 있는 헛간과 다락방으로 옮겨와 살게 된다. 즉, 접촉, 개간, 시장, 국제무역, 이동 등, 인간의 무한한 성장 욕구가 부메랑이 돼, 인간 사회의 재앙을 일으킨다. 환경오염복구에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듯, 더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됐다. 


습지, 펜, 보그, 스웜프


습지의 역사는 습지 파괴의 역사다. 세계 습지의 대부분은 마지막 빙하기 때 빙하가 녹아 쏟아지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펜(토탄 생성 습지 중에서 개울, 강처럼 광물이 함유된 토양과 접촉한 물이 흘러드는 곳으로 수심이 깊은 곳), 보그(펜에서 말한 습지 중 강우가 수원인 곳으로 수심은 펜보다 얕다), 스웜프(토탄(土炭) 생성 습지 중 광물을 함유하며 나무와 덤불이 무성한 곳, 펜이나 보그보다 수심이 얕다), 바다로 흘러가는 길목에 있는 풍부한 자원 저장고였기에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렸다. 습지의 다양성은 그저 물과 공기처럼 당연한 그 무엇이었을 뿐이었다. 맹그로브 숲도 습지처럼 여겨진다.


지은이가 습지, 토탄의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탄소를 가두어두는 습지, 툰드라 지역 특유의 보그는 영구동토층 위에 자리를 잡고 수천 년 동안 탄소를 가두어두는 역할을 했지만, 기후 온난화로 동토층이 풀리면서 온실가스가 빠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세계 토탄지대 이니셔티브(2016년 마라케시에서 열린 유엔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토탄을 보존하고 대기 배출을 막기 위해 구성된 전문가와 기관들의 모임)의 목적은 토탄지대 국가들이 전 세계 육지의 3퍼센트를 차지하는 습지를 보존, 복원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침묵의 봄"에서 "습지에서 지구의 안부를" 화학물질사용금지에서 자연 복원에 이르기까지


환경보호론자들의 논의는 생태 자본주의를 넘어 생태복지국가까지 다양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형국이다. “탈성장”을 넘어서자고, 레이첼 카슨이 쓴<침묵의 봄>(인디고서원, 2019) 제초제와 화학물질 사용을 경고한 생태계 분야의 고전을 비롯하여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김영사, 2020), 조너선 밸컴의<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이도스, 2017), 발렌틴 투른과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의 <무엇을 먹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코리브르, 2017), 마이클 셀런버거의<지구를 위한다는 착각>(부키, 2021)에서 다루는 주제와 내용을 애니 프루는 습지에 함축시키고 있는 듯하다. 지은이는 많은 보고서와 책들을 참고하고 또 인용하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한국의 "람사르 등록 습지"와 세계문화유산 “한국 갯벌”


1997년부터 21년까지 람사르 등록 습지는 24곳이다.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 평창군 대관령 오대산 국립공원 습지, 영월의 한반도 습지, 전남 신안 흑산의 장도습지, 순천만, 보성 갯벌, 무안갯벌, 전북 고창, 부안 갯벌, 운곡습지 등이다. 이곳이 담수와 관련 있다면, 해수, 즉 바다 생태계와 관련해서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 순천 등 4곳에 이어, 무안과 고흥도 등재 절차를 밟는 중인데, 이곳에는 2,000여 종의 생물이 사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멸종 위기에 놓인 철새의 기착지로 보존 가치가 아주 높은 곳이다. 


신안 한 곳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발전기 설치로 물살이와 땅의 생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앞바다는 생태계 보고인 세계문화유산의 갯벌이 놓여있네, 보존과 파괴가 공존하는 섬 지역, 이것이 아마 한국의 환경 현실이 아닌가 싶다. 갯벌 끝 바다 위를 흘러 다니는 연간 2만7천 여 톤의 쓰레기, 가장 많은 곳은 역설적이게도 전남 신안군의 고이도다. 


기후 위기 시대, 습지에서 찾는 조용한 희망, 지금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우리다. 람사르 습지의 의미와 한국 갯벌의 의미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삼을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를 돌이켜 생각해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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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통찰 질문 152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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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에 관한 철학, 재물을 모으는 것은 그것으로 뭔 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지, 부의 축적 그 자체가 아니다. 클레이슨의 말, 자신의 수입의 10분의 1을 저축하라, 들어온 돈과 나가는 돈은 항상 균형을, 그러면 10분의 1은 항상 남는다. 이를 바탕으로 부를 쌓고 지키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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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통찰 질문 152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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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본질을 꿰뚫는 비결,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98년 전 약 100년 전에 조지 S. 클레이슨이 쓴 이 책은 수십 개의 나라에서 1,000종이 넘는 판본이 나왔다고 한다. 100년 다 돼가지만 인기는 여전하다. 다루는 주제가 “부(富)”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부”를 다룬다고 스테디셀러가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 책의 비밀은 바로, 고대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에서 영감을 얻은 그는 부의 축적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의 꿈을 실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벌 것인가, 위험 없이는 돈을 벌 수 없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말처럼, 경제학에서는 이를 멀티팩부터 모델”(APT=재정가격결정이론)로 부른다. 돈 벌 기회를 잡는 법을 투자와 도박을 구분하는 중요한 경계선이기도 하다. 클레이슨이 남겼다는 유명한 말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라” 버는 돈의 10%는 나를 위해 저금해두라고,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이 책은 부의 본질을 꿰뚫는 7가지 비결과 152개의 통찰 질문이 실려있는데 이를 2부 23장에 담았다. 이카드라는 인물을 통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1부, 부자가 되는 영원한 진리, 바빌론에서 찾다. 1~11장, 재물을 간절히 원했던 남자를 비롯하여 바빌론의 최고의 부자, 그리고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비결, 재물의 다섯 가지 법칙을 다룬다. 2부, 새로운 깨달음: 더 깊은 질문에서는 12~23장까지인데, 부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방법, 돈 문제를 분석하는 방법을 그리고 1부 1~9장의 이야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관한 질문과 답을 적어두었다. 이른바 해설 편이라고 해도 좋겠다. 


부자가 되는 비결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라


내가 벌 수 있는 돈보다 적은 돈으로 먹고사는 법, 경험 많고 유능한 사람에게 조언을 얻는 법, 돈으로 돈을 버는 법을 배우면, 돈 버는 법과 돈을 모으고 활용하는 비결을 터득한 것이다. 이를 풀어서 설명한 것인 “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비결”인데, 우선 첫 번째 돈을 모으기 시작하라. 지출을 조절하라. 셋째, 돈을 불려라. 넷째, 원금을 잃지 않고 지켜라. 다섯째 집을 장만하라. 여섯째, 노년이나 가장이 사망할 때를 대비하라, 일곱 번째 돈 버는 능력을 길러라. 이는 아주 보편적인 사고다. 뭔가 그만의 특별함은 바로 부를 대하는 그의 태도다. “사려 깊은 자에겐 재물 모으기가 그저 달갑지 않은 의무일 뿐이네. 하지만 해마다 그 의무를 짊어지다 보면 궁극적 목표에 다다르게 되지.”라고, 경주 최부자집의 좌우명과 겹쳐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물의 다섯 법칙


첫 번째 법칙, 누구든 수입의 10분 1 이상을 떼어 모으는 사람에게 재물은 기꺼이 찾아와 눈덩이(돈이 돈을 낳는 기하급수 법칙)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그 사람과 가족의 미래를 대비하는 재산이 형성된다. 두 번째 법칙, 재물은 근면한 일꾼과 같아서 현명한 주인이 안전하면서도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곳을 찾아 투자하면, 재물은 열심히 일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준다. 세 번째, 재물을 다스리는 법을 하는 현자에게 조언을 구해 신중하게 투자하는 자만이 그 재물을 지킬 수 있다. 네 번째, 재물 관리의 달인이 찬성하지 않거나 모르는 분야의 사업이나 일에 투자하는 자의 재물은 속절없이 사라진다. 다섯 번째 일확천금, 사기꾼과 모사꾼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자, 자신의 미숙함과 몽상에 기대어 투자하는 자의 재물은 날아 난다. 두 번째에서 다섯 번째의 법칙은 이른바 투자와 도박을 가르는 경계를 의미한다. 


클레이슨의 “사려 깊은 자에겐 재물 모으기가 그저 달갑지 않은 의무일 뿐이네. 하지만 해마다 그 의무를 짊어지다 보면 궁극적 목표에 다다르게 되지.”라는 말은 놀랍게도 경주 최부자집의 부에 관한 태도와 같은 맥락이다.


六然(육연)

自處超然(자처초연)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對人靄然(대인애연)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며, 無事澄然(무사징연) 일이 없을 때는 맑게 지내며, 有事敢然(유사감연)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하고, 得意淡然(득의담연)뜻을 얻었을 때도 담담하게 행동하며, 失意泰然(실의태연)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하게 행동하라.


이와 함께 6가지 제가(齊家)의 철학도 전한다. 첫째,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둘째,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셋째, 과객(過客)을 후하게 대접하라. 넷째,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다섯째, 최씨 가문 며느리들은 시집온 후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 여섯째,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부(富)”란 무엇이고, 어찌 다스려야 하는지, 동서고금을 묻지 않고, “부”에 관한 철학은 인간 중심이어야 한다. 부에 취해 먹혀들면, 본성을 잃을 위험이 있으니, 이 역시 리스크 관리라 해야 할까, 거상 임상옥의 “계영배” 넘치지 않을 정도를 늘 유지하는 것이 “부”를 대하는 태도요. 철학이다. “부” 자체가 목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클레 가슴의 말이 동서고금의 보편성을 담고 있기에 100년 세월 동안 인구에 회자하는 것이리라.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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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퍼실리테이션 테크닉 - 직접 쓰면서 익히는 퍼실리테이터 스킬 워크북
멜리사 알다나 외 지음, 박민정 옮김 / 유엑스리뷰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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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퍼실리테이션(도움, 조력)이 왜 필요한가? 모이면 중구난방, 어떤 주제를 제멋대로 입맛대로 해석해서 일을 그르치기 쉽다. 우리는 회의란 말은 알아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른다. 일방통행(업무지시), 브레인스토밍한답시고, 말꼬리 잡기로 빠지기 일쑤다. 


퍼실리테이션이란 무엇인가? 어떤 일을 하기 쉽게 만드는 행동, 책임자로서 한 집단이 결과를 도출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절차, 조직에서 결정적인 권력이 없는 한 명 또는 그 이상의 중립적인 사람들을 주축으로 움직이는 역동적인 기능의 총체, 이 책에서 내린 “퍼실리테이션”의 정의다. 


해결책을 찾아 집단 지성과 지혜를 모으는 과정


그리고 우리가 통상이해하는 퍼실리테이션도 들어있는데, 집단이 목표를 달성하고 전반적으로 유망하면서도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최대한 집단 지성에 의존하면서 회의 전, 중, 후에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는 행위, 간단하게 뭔가를 촉진하는 활동이며, 이 역할을 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조력자, 촉진자 등으로)라고 한다. 


이 책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익히는 과정이란 의미에서 여행코스라는 표현한다. 1번~4번 코스 일상 속 퍼실리테이팅에서 문화적, 조직적 변화 퍼실리테이팅까지 실로 넓은 범위에 이른다. 각 코스는 독립적이다. 영역탐험의 원칙이나 규칙도 없다. 당신 맘대로 해보라. 그래서 뭔가를 얻는다면 그것이 이 책의 목표다. 필요와 선호에 따라 선택가능한 4가지 학습코스가 실려있다. 


일상 속 퍼실리테이팅


일상 속에서 의사소통할 때 사심 없이 중립적으로, 그러나 공감하며 행동하기 꽤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심과 중립(대단히 어려운 요구, 팔은 안으로 굽혀지게 마련), 공감, 즉 아무런 의도 없이 예단도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터놓고.


이의 실천을 위해 복잡성을 비롯하여 정서지능, 공감, 적극적 경청, 질문하기, 갈등과 갈등 해결, 피드백, 유머, 그래픽 퍼실리테이션까지, 이런 과정은 나머지 단계에서도 기본적으로 유지된다. 단계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는 곳도 있지만….


퍼실리테이팅을 위한 6 단계


우선 1단계, 주변 환경 분석해 어디에, 어떻게 중점을 둘지 알아보기다. 조직, 개인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한다. 시스템 공학적인 접근법으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을 날카롭게 단련한다면 퍼실리테이터로서 개입해야 하는 의제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역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두 번째 단계, 여러 각도에서 인간 탐구하기


이른바 단면만 보지 말고 360도 회전하여 두루두루 살피기를 하라는 말이다. 편향과 감정 메커니즘을 숙지하면 모두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상 꽤 어려운 부분이지만, 


세 번째 단계, 여행자와 가이드의 마음가짐 및 자세 갖추기, 네 번째 단계, 효과적인 워크숍을 설계하고 퍼실리테이팅하기, 다섯째 단계 검증된 방식을 통해서 영감을 얻고 더욱 발전시키기, 여섯째 단계 퍼실리테이터로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여행자와 가이드, 곧 인간관계다. 퍼실리테이터의 품성론과 자질론으로 따져묻거나 평가하기에 앞서, 퍼실리테이터는 기본적으로 상담자로서의 기본태도[공감적 이해, 무비판적 수용(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진실성] 와도 관련된다. 물론 바람직한 자질론은 있다. 개인적으로 단단한 내면(정신력이 강해야), 중립적, 조직의 필요에 귀를 기울이고, 의도를 분명히, 자신감과 겸손한 자세, 문제 제기와 열린 마음 사이에서 자신의 균형을 잡는 태도는 상담자의 기본태도로 수렴되는 듯 보인다. 


실전 워크숍-심층 민주주의의 예-


퍼실리테이팅이 필요하다고 자주 거론되는 분야가 민주주의, 심층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는 다수의 뜻이 담겨있지만, 심층 민주주의는 단절이 아닌 전체적인 응집력을 위해 중앙의 목소리만큼이나 변방의 목소리도 고려한다. ‘전체’로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의식 그 너머를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게 핵심이다. 목표와 설정에 관하여는 우선 동기부여, 모두 참여, 갈등 해결, 집단 지성 발현,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제공을 제공한다. 새로운 배움을 위한 읽을거리, 반드시 피해야 하는 함정(심층 민주주의는 만장일치가 아니라 표현하고 함께 공유하는 작업이란 점을 놓치지 말라)과 관찰할 수 있는 의식의 3단계(일상적 실재, 꿈 영역, 본질)


다음으로 영감을 위한 진행 순서를 보면, 

-시작(5분) 워크숍의 주제를 분명히 밝힌다.

-단계 1(10분) 누군가가 주제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큰 목소리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그의 의견에 동의 혹은 반대하는지에 따라 각자의 의견을 말한다. 

- 단계2(15분) 초반 주제의 예시로 시작할 때를 제외하고는 1단계와 마찬가지로, 매번 의견교류 시간을 갖는다.

- 단계3(10분) 가장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참가자에게 의견을 밝히도록 권유한다. 

- 단계4(20분) 큼직한 아이디어가 나왔거나 실행에 옮길 해결책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 끝난다. 

- 마무리(2분) 각자 피드백하고 감사 인사를 나눈다. 

이 순서에 따라 실제 현장에서 진행해보자, 물론 이것은 예(例), 보기일 뿐이다. 

실전용으로 연습을 해볼 수 있는 워크북, 실제로 필요한 것만 올려놓았다. 물론 부족한 부분은 직접 공부하면서 채워나가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겠지만,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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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리샤르 콜라스 지음, 이주영 옮김 / 예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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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복, 세푸쿠


할복은 잔인한 예술이다. 누군가는 탐미적이라고 했지만, 단장의 고통, 깊이 찌르면 장이 터져 나오게 되니, 깨끗하게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는 실패한다. 피비린내보다 더 역한 몸 안의 것들이 밀려 나와 풍기는 악취는 고통의 또 다른 상징일지도, 주인공 에밀 몽루아 아니 볼프강 모리스 폰 슈페너, 그는 어렸을 때 집에 자주 왔던 일본인 의사이자 군인인 겐소쿠의 할복 장면을 몰래 숨어서 지켜봤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배반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도, 가족들이 살던 곳이 미군의 폭격으로 생사를 알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볼프강에게 명상법을 가르쳐준 뒤, 내 아들을 만나면 전해달라며 금화를 남기고, 그렇게 세상을 등졌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의 서막.


지은이는 일본에서 한 세대를 산 프랑스 출신으로 20여 년 동안 샤넬 재팬 사장을 맡아 온 명품브랜드 전문가이자 작가다. 이 소설<할복>은 어릴 때 세계 1차대전 겪었던 프랑스 피아니스트와 사랑에 빠진 독일의 의대생, 이 들 사이에 1931.7.8.에 독일인으로 태어난 볼프강 모리스 폰 슈페너, 2차 대 독일패전 후 프랑스로 간 그는 독일에서 유대인을 잡아들일 때 어머니가 숨겨준 에밀의 이름을 따고, 프랑스에서 만난 몽루아의 성을 따, 전후 혼란을 속에 만든 가짜 신분증의 에밀 몽루아로 살아간다. 프랑스 프레스-랑트랑지장 신문사에 입사, 기자로, 한국전쟁이 터지자 영국군 군함에 타고 한국으로 특파원으로 살다가, 사랑하는 여인 선희와 배 안에 든 태아를 잃고, 일본으로 도피, 1965.1.1. 일본의 상징 “황거”부근 언덕 공원에서 할복으로 생을 마감한다.


65.1.1 새해 첫날, 주일본 프랑스 대사관에서 15년 동안 일했던 R.C 앞으로 몽루아가 보낸 물건이 도착한다. 그의 35년 생애만큼의 자신의 기록을 담은 수첩 36권과 작은 함 속에 들어있는 금화와 함께 들어있는 메모, R.C는 수첩을 신정 휴가 동안 다 읽었다. 수첩 22부터 나오는 낙동강 전투, 몽루아는 전쟁터로 미군과 함께 움직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의 한국말을 잘하는 J.T, 뉴욕타임스의 베테랑 종군기자와 함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그에게는 삶의 끈을 끈질기게 놓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전쟁은 악마를 만든다


독일 나치군의 생체실험에 깊이 관련됐던 의사인 아버지, 전쟁이 그를 악마로 독일의 생체실험을 보고 간 일본군 장성의 제안으로 시작된 일본 731부대의 생체실험에 관여하다 주독 일본대사관으로 온 켄소쿠, 그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의미를 되새기며, 갈등을 겪는데, 이 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던 친구이며, 2차 대전의 동맹국 군인이자 의사였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관과 가치관은 상반된 것이었는데, 


볼프강의 아버지는 패색이 짙어지자, 피아노를 치던 어머니를 권총으로 쏴 죽이고, 지하대피소를 숨은 볼프강을 죽이려다, 끝내 죽이지 못하고 자살을 했다. 무작정 집을 나와 남으로 남으로 몇 개월 동안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그렇게 살아남은 볼프강, 외할아버지를 찾지만, 그는 독일군에게 레지스탕스의 정보를 넘기지 않고 죽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형처럼 멘토 역할을 해주던 유대인 소년 에밀도 같이 오다 독일군인지 소련군인지 몰라도 그들이 설치해놓은 폭탄에 걸려 죽었다. 또 볼프강만 살아남았다. 차마 죽지도 못하고, 또다시 죽음의 도사리는 한국으로 죽고 죽이는 한국전쟁 속에서도 끝내 살아났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평소 그를 지켜봤다는 사팔뜨기 여관주인이 선희를 죽인 자들의 앞잡이였을지도 모른다고 그에게 분풀이한다. 칼로 숨통을 끊었다. 그렇게 자신 안에 쌓였던 분을 풀어버리고 일본으로. 그 순간 그는 악마가 돼버렸다. 악마처럼 변해가던 아버지의 모습이 그에게 나타난다. 죄가 있든 없든, 자신을 향한 분노를 누군가에게로 돌려놓는 순간 악마가 그를 삼켜버린 것이다. 선불교의 명상으로도 그 안에 잠재된 악마를 끄집어낼 수 없다면, 다스릴 수 없다면, 그를 죽이는 것이다. 고통스럽게, 그가 할복을 선택한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2차 대전의 참상을 겪은 독일인 볼프강, 프랑스에서 새로 태어난 에밀 몽루아, 그에게 전쟁이란 질곡과 고통은 트라우마로 남았을까,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 사람은 죽는가, 스스로 배를 가르며 전해지는 고통 속에서 어머니를 그리고, 공산당에게 그를 대신해 죽어간 선희와 태어나지 못한 아이를 그리며, 표지에 쓰인 떠오르는 태양의 나라에서 할복으로 생을 마감한 한국전쟁 특파원 에밀 몽루아의 비극이란 동떨어진 표현이다. 그에게는 안정과 포근함 그리고 평화란 없었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풍경, 전쟁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모두 악마로 변해간다. 이성적이든 그렇지 않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한때 찾아온 행복감도 전쟁이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다. 행복을 잃어버린 주인공은 그렇게 증오했던 악마가 돼간다. 결국 내 안의 악마를 잠재우는 방법은 함께 죽는 할복뿐....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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