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지는 마음 현대문학 핀 시리즈 에세이 3
김멜라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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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에세이 3번 째 책, 『멜라지는 마음』
빨강, 초록, 파랑, 검정, 휜색, 회색, 노랑 색깔의 표지가 예쁘다. 그대로 축소해서 책갈피로 만들고 싶다. 색깔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가 됐다.

'멜라'라는 뜻이 뭘까?
'멜라 지는 마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 책은 작가가 한 달에 한 번씩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을 담았다. 어렵지 않고 무게 잡지 않아서 술술 읽힌다. 진솔하다. 내가 만약 에세이를 쓰게 된다면 김멜라 작가처럼 쓰고 싶다. 쉽고 과장되지 않고 솔직하게, 유난 떨지 않고.

좋아하는 것, 연인 온점, 가족, 어린 시절, 학창 시절, 친구, 이사하고 만난 이웃들, 일상의 이야기들로 꽉 채웠다. 작가의 담담하고 담백한 고백에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된다.

글 하나하나에 상대에 대한 마음과 이해와 배려가 담겨 있어서 읽는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닮고 싶었다.

작가가 좋아하는 수박에 관한 이야기는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정하지 못하는 친구의 음식 메뉴를 흔쾌히 골라주고 힘들 때 두꺼운 평전으로 삶을 다독이며 한없이 다정하고 힘이 되어주는 온점의 점프를 계속 받았으면 좋겠다.

'멜라지다'는 제주도 방언의 '찌그러지다'라는 뜻이었다. 오래전에 제주도에서 글을 쓰는 게 힘들 때마다 그 괴로움만큼 온점의 빰에 멜라를 가했다고 한다. 그 시간이 작가는 기쁘고 충만해서 평생 소설가가 못 되어도 된다고, 자신을 위해 기꺼이 멜라를 당해 주는 온점 덕분에 감사한 마음까지 들게 했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어떻게든지 소설가가 될거야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멋졌다. 찌그러지다라는 단어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예뻤다.

이렇게 예쁘게 찌그러지는 것이라면 거부할 이유가 없겠다. 멜라 지는 마음은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것을 바라보고 포용해 주는 순수하고 좋은 마음이었다.

찌그러지거나 구겨지는 걸 싫어하는 내게 작가는 말한다.
"괜찮아, 멜라져도 돼."(305쪽)
'찌그러지다'의 선입견을 벗어던진 날, 예쁜 단어를 배웠다.




● 나는 누군가와의 사이에 말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는 게 좋다.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소중히 여긴다. 그렇게 말하지 않는 것들이 내 안에 쌓여 문장이 된다. 나는 그 고인 물을 다 퍼내고 싶지 않았다.(12쪽)


● 서툴게나마 사랑을 말하는 나의 이야기가 또 다른 사랑의 말로 이어지기를 바란다.(19쪽)


● 이유를 말하는 대신 그 이유에서 점프할 순 없을까.(45쪽)


● 시간이 흘러도 생생한 슬픔을 홀로 견뎌야 하는 누군가를 위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사람이 먼저 다치는 어둠의 나락에 내가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107쪽)


●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건과 헤어지지 않을 수 있게 고장 난 물건을 고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140쪽)


● 어떤 방향과 속도로 떨어진다 해도 그 불규칙한 추락들도 결국 우리에게 돌아와 하나의 이야기가 될 테니까.(3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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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 숲속의 우드 와이드 웹
수잔 시마드 지음, 김다히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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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바라보고 있으면 예쁘다, 아름답다는 말 넘어 뭔가를 숨기고 있는 비밀스러운 신비로움이 느껴졌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라는 제목에 또 한 번 호기심이 생긴다. 나무에도 어머니 나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이 책은 숲에는 어린 나무들을 돌보고 크고 오래된 나무들과도 땅속 깊은 곳에 줄기로 서로 연결시켜 소통하고 공감하며 함께 성장시키는 지혜로운 어머니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숲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고 경이롭다. 어머니 나무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 숭고함에 마음이 울린다.

저자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산림학과 산림 생태학 교수이다. 삼림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삼림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녀는 자연이 숲을 통해 제공되는 솔루션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2015년 다가올 300년 동안의 어머니 나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어머니 나무를 보존하면 숲 바닥의 취약성이 지켜지고 지상과 지하의 탄소 저장고도 보호된다. 이 프로젝트는 어머니 나무를 보호하면서 산림을 관리하면 탄소 흡수원, 생물 다양성, 삼림 재생 능력까지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다면 어머니 나무는 어떻게 찾으면 될까? 그건 숲에서 가장 큰 나무를 찾으면 된다. 어머니 나무가 숲을 기르고 숲을 되살리는 지혜가 된다. 더 나아가 인간에게 최적의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방법이라는 것을 말한다.

● 숲은 지혜와 감성, 치유의 능력이 타고났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나무를 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나무가 어떻게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책이다.(18쪽)

책을 읽기 전에는 인간이 나무를 살리고 숲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를 나열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 18쪽 저자의 글에 동감하게 된다. 나무가 어떻게 숲을 이루고 인간을 구원했는지를 보여줬다. 결국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인간의 입장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숲을 바라보고 나무의 생각을 읽으며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며 공존해야 하는 일임을 일깨워 준다.

얼마 전에 산림청에서 소나무와 참나무 등을 베어서 관광객을 위한 자작나무를 심었다는 기사를 봤다. 무려 70년이나 되는 나무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여러 종의 나무가 함께 살아가는 숲을 한 종의 자작나무로만 숲을 형성하면 기후 측면에서 숲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일이고 숲의 생태적 기능을 무시하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걱정을 한다. 더 늦기 전에 보여주기 위한 숲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숲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숲과 나무는 묻는다. "우리가 없어도 괜찮겠냐고?"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나무의 숨겨진 능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숲에는 어머니 나무가 존재하며 나무들을 지혜롭게 돌본다는 것. 오래된 숲에는 탄소 중 50~90퍼센트가 지하에 저장되고 이산화탄소의 흡수도 훨씬 더 많기 때문에 나이 든 나무를 무조건 어린 나무로 교체하면 안 된다는 것. 숲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인류와 지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숲과 나무에 대해 새롭게 배워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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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패트릭 브링리 지음, 김희정.조현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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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전에 추천사를 읽지 않는다. 책에 대한 작은 선입견이라도 드는 것이 싫어서다. 대신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추천사를 꼭 읽는다. 내 생각과 느낌이 같은 글을 만나면 반갑고 다른 생각과 공감을 만나면 더 반갑다.

이 책은 추천사라는 말 대신 '이 책을 향한 찬사'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책을 읽은 작가들과 언론 매체들의 글들을 담았다. 기대가 더 커졌다. 그리고 완독 후 다시 읽어 봤다. 한 마디, 한 문장이 모두 다 맞는 말이었다. 편집자가 왜 '찬사'라는 단어를 써야 했는지 알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기대감을 줬지만 다 읽고 난 후 가슴 벅찬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해 줬다. 그러니 이 책을 다 읽고 반드시 찬사의 글을, 꼭 다시 읽어 보길 바란다.

● All the Beauty in the World
● 가장 경이로운 세계 속으로 숨어버린 한 남자의 이야기

사랑하는 형을 잃고 그는 화려한 뉴요커의 생활을 뒤로하고 세계 3대 미술관 중에 하나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10년 동안 수없이 많은 그림을 보면서 가족을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감내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메트로폴리탄을 넘어 바깥세상으로 나아 간다. 힘든 시간을 자포자기하지 않고 부정적인 시각이 아닌 미술관에서 그림을 마주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보낸 저자를 말없이 안아 주고 싶다.

미술관에서 보낸 그의 오랜 시간이, 10년이, 일 년이, 한 달이, 하루가, 한 시간이, 일 분 일초가 숭고하고 아름답지 않은 시간이 없다. 누군가를 위해 이토록 아낌없이 내어주는 마음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감동을 넘어 숙연해진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기보다는 조용히 흐르게 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책이다. 슬프다는 감정보다는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를 따라 메트로폴리탄의 전시실 여러 곳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두 눈을 크게 뜨고 조사하나 빠지지 않게 읽으려고 했다. 그냥 천천히 호흡하며 가다 보면, 봐야 할 것들을 보게 되는 이치를 깨닫지도 못한 욕심이었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도 다시 첫 장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그림을 마주하는 나의 일상에 언제나 패트릭 브링리의 그림 설명과 통찰이 떠오를 것이다. 만약에 그와 함께 본 그림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즐겁게 작품과 대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날을 기다리며 이 책에 온 마음을 담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책 속 문장 중에서 가장 위로가 되었던 문장은 저자가 경비원을 그만두는 날 미술관에 오는 관람객들에게 해 줄 조언이었다. 그 조언은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을 포함한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좋은 메시지였다. 필사하면서 다시 한번 마음에 담아 본다.

●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잖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322쪽)

●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도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3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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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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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는 2019년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편집하고 번역해 화제가 된 도서로, 피츠제럴드의 작가 활동 후기에 속하는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담았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궁금증을 유발하고 기대감도 상승시킨다. 단편도 기대가 되지만 소설가 쓴 에세이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했다. 또,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번역했다는 점이 이 책을 더 기대하게 했다.

목차 13편의 제목 하나하나가 다 궁금했다. 본문을 읽기 전에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책과 피츠제럴드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준다. 설명을 듣고 책을 읽으니 도움이 된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이 책의 전체 제목이 된 '어느 작가의 오후'였다.

<어느 작가의 오후>
아침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일어나 우편물을 확인한 다음 아침 식사를 하는 남자. 직업은 작가이다. 잡지에 실을 단편소설의 중간 부분이 너무 빈약하다는 문제 때문이라도 외출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는 빨간 색연필로 밑줄을 그은 좋은 구절은 파일에 넣고 나머지 글들은 찢어서 휴지통에 버린다. 그리고 외출을 한다.

써야 하는 단편소설이 있지만 전혀 급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여유로워 보인다. 글을 읽다 보니 조급함은 사라지고 '그래 급할 거 없잖아. 어차피 남아있는 오후가 있잖아.'라며 작가의 편을 들게 된다.

● 자신의 아파트 창문을 올려다본다. '성공한 작가가 사는 곳인가.' 그는 중얼거렸다.'그는 저곳에서 어떤 놀라운 작품들을 쓱쓱 써내고 있는지 궁금하군.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야. 그저 연필과 종이만 가지고 앉으면 되니까.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가서 일할 수 있고.'(211쪽)

자신의 집을 올려다보며 하는 중얼거림은 자신에게 어떤 글이든 다 쓸 수 있다고 힘을 주는 말처럼 읽혔다. 분명 그는 집에 들어가서 멋지게 소설을 마무리 했을 것이다.

이 단편은 한 작가가 늦은 아침에 일어나 오후에 외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담았다. 특별할 것이 없는 이야기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다가 보면 만나게 되는 작품 속 작가의 심리와 상황을 잔잔하게 묘사한 작품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책 속 작품들의 문체가 화려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과하지 않는 묘사들로 담백하고 자연스럽다.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그래서 끌리고 좋았다. 피츠제럴드의 글이 더 궁금해졌다.

한 작가의 글을 여러 편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고 편안하게 읽혀서 또 한 번 좋았다. 작가의 시선으로 미국의 1930년의 시대적 배경을 엿볼 수 있고 작가의 생각도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서 작가 피츠제럴드를 꼭 만나보길 바란다.




● 그는 모든 것을 넘어선, 자신의 슬픔조차 넘어선 어떤 느낌에빠져들었다. 자신보다 더 큰 무언가의 손에 내맡겨진 듯한, 편안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감각을 느꼈다.(108쪽)


● 다시 인생에는 다양한 형태로 찾아오는 공격이 있다는 나의 명제로 돌아가, 내가 망가졌다는 자각은 타격과 동시에 온 것이 아니라 유예기간을 두고 나중에 찾아왔다.(306쪽-307쪽)


● 겨울의 끝 무렵에 다시 쓸 거리가 없는 시기가 찾아왔지만, 그것은 기분 좋은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미국인들의 삶의 새로운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349쪽)


● 인생이 낭만적인 것이라는 믿음이야말로 너무 이른 시기에 거 둔 성공의 대가이다.(3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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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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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대부분 영화를 봤고, 소장한 작품도 꽤 있다. '판타지 세계를 끌어낸 50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 궁금했다. 어떤 책들이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책들도 있을까? 같은 책, 같은 공감과 생각이어도 좋고 다른 공감과 생각이어도 좋다. 기대하게 되는 책이다.

<책으로 가는 문>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상상력과 작화에 영향을 준 어린이 문학을 직접 소개한 책이다. '2013년에 국내 초역본으로 출간된 바 있다. 독자들의 요청과 지브리의 제안으로, 오랜 절판 기간을 깨고, 새로운 번역본으로 복간되었다.'라고 한다. 절판된 책이 세상에 다시 나온다는 건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기쁨 일이고 감사할 일이다.

1부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와나미 소년 문고 50선을 소개한다. 책 표지와 글, 그림, 옮김이까지 표시해 주고 책에 대한 느낌을 진솔하게 담았다. 그중에서 어린 왕자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 다 읽고 책을 덮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말하면 뭔가 소중한 것이 빠져나가 버릴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고 한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16쪽)
나는 반대였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 도서관에서 어린 왕자를 만났다. 어린 왕자 일러스트가 예뻤고 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하나하나가 좋아서 빨리 친구들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너무 멋진 책을 발견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걸 잃지 않으려고 입을 꾹 다문 감독의 마음을 충분히 알 것 같다. 같은 작품 다른 표현 방식이지만 분명 같은 공감, 같은 생각이었을 테니까.

2부에서는 책 50권을 어떤 책을 선택하고 배제했는지, 그림과 삽화, 책에 대한 기억, 어린 시절의 추억, 아버지 이야기, 자신에게 영감을 준 작품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풀어 놓았다. 특히 아동문학을 걱정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과 어린이를 위한 생각이 뭉클하게 했다.

● 아동문학은 '아직 희망은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이야기'라는 겁니다.(162쪽)

● 아이들이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해줍니다.(163쪽)

● 그들이 살아남는다면 그들 세대가 새 시대의 판타지를 만들 겁니다.(166쪽)

<책으로 가는 문>을 통해 감독의 철학과 가치관을 만날 수 있는 있다. 작품을 만들어 내는 거장의 감독이 아닌 어린이 책을 좋아하는 순수한 인간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추천해 준 50권을 하나씩 만나 봐야겠다. 아마 읽었던 책에서는 그전에 보지 못한 어떤 것을, 무엇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이 봐도 좋겠지만 그의 영화를 본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다. 독서모임 하시는 분들이 이 책으로 토론을 한다면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쏟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추천하고 싶다. 연말에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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