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존 프럼 지음 / 래빗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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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상상력이 만든  미래사회의 모습"



존 프럼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 돌리면>를 읽고 




"우주 너머의 상상력의 세계인존 프럼 테마파크가 펼쳐진다."





-한국과학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문윤성SF문학상 가작 수상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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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의 모습은 어떨까. 인공지능을 포함한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되고 있고 실제로  챗GPT,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의 서비스가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작가들도 SF 상상력을 발휘하여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 중에서 존 프럼 작가가 그리는 미래 사회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에 수록된 7편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작가는 인간에 대한 근본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 복제인간을 다루면서 인간의 자아를 어디까지 한정할 수 있을까. 인간에게 있어서 영생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사는 세상,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인간의 자유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가 등 쉽게 답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로 하여금 철학적 사유를 하게 하는 질문들을 끊임없이 우리에게 하고 있다. 



 

[노아의 어머니들]



아프간 사태로 인해 아프간 어머니들로부터 미군에게 건너진 아기인 노아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친어머니를 찾는 과정을 다룬 이야기이다. 그 과정 속에서 아프간이 처한 비극과 모성애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어머니인 하디아, 아렐라가 노아의 얼굴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은 어땠을까. 만약 노아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어머니들의 기분을 어땠을까. 진짜 노아의 어머니는 누구일까. 하디아일까. 아렐라일까. 그런 궁금증을 가지면서 정말 이야기에 푹 빠져 읽었다. 



"결과절망할 지 모르지만, 잃어버린 자식을 애도할 권리를 앗아가지 말라" 라는 아델라의 말을 통해 죽은 사람을 충분히 애도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중요함을 알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인 <노아의 어머니들>은 다른 단편들과 달리 SF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아서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좋았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성경 속 솔로몬의 재판이 생각이 났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통해 모성애와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를 말하고 싶었을까. 이야기를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지고 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져서 좋았다.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



표제작이기도 한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두가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최첨단 미래 세계를 배경으로 오로지 죽음을 위해 도망가는 복제인간의 이야기이다. 미래 세계 속에서 영생을 누리게 된 인간은 권태롭고 나태한 삶을 살게 된다. 이런 권태, 나태로 점철된 삶 속에서 인간은 오히려 영생을 포기하고 '게토'로 망명하기도 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삶의 희로애락, 노동의 보람, 죽음에 대한 경험하게 된다.



원본과 똑같은 의식과 신체를 가진 복제인간은 원본과 함께 존재할 수 없어서 죽음을 향한 소멸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 또한 소멸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어쩌면 실험용 쥐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의식과 신체를 지닌 복제인간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 또한 우리는 존엄성과 인권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야기를 읽으면서 누가 진짜 인간이고 누가 복제인간인지 혼동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인간에게 영생이란 무엇이며, 나는 과연 영생을 원하는가에 대해 질문해보았다.



나의 대답은 "No"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시간의 유한성이 있기에 우리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만약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우리도 이야기 속 사람들처럼 권태롭고 나태한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똑같은 의식과 신체를 가진 복제인간이지만, 엄연히 진짜 인간과는 구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하더라고 인간이 가진 존엄성과 고유성은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이 이야기를 통해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권태로운 현실 속 삶과 고통스럽지만 보람있는 가상현실 속 삶 속에서 사는 것 중 어느 삶이 더 나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너무 부유하고 풍요로운 권태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다소 고통스럽고 사는 게 힘들지만, 사는 보람이 있는 가상 현실 속 삶을 동경하여 영구 로그인하여 가상 현실 속 삶을 선택하게 된다. 만약 반대로 현실 속 삶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고 가상현실 속 삶은 너무 풍요롭고 살기 좋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가상현실을 선택할까. 그 게임속 가상세계가 좋아서 영구 로그인을 하게 될까. 



물론 현실의 삶이 힘들땐 나는 지금까지 살아보지 않은 삶들이 펼쳐지고 다양한 삶을 경험해볼 수 있는 가상현실을 꿈꾸곤 한다. 현실 속 삶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가상현실은 어쩌면 가짜의 삶이고 내가 몸담고 있는 현실 세계 속 삶이 잔짜 나의 삶이다. 나의 선택과 자유의지에 의해 내가 만들어서 쌓아올린 나의 삶인 것이다. 비록 힘들긴 하더라도 그런 나의 진짜의 삶이 더 좋다.




영생의 요람에서는 유한한 삶에 속박된 게토를 꿈꾸지만, 정작 게토에 내던져지면 영생을 갈구하게 되는 역설. 인간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여 있는 역설의 굴레 안에서 끝없이 맴도는 저주에 걸린 존재인지도 모른다.  



-p. 130,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중에서




[회귀]



만약 우리의 우주와 동일한 역사를 가진 일란성 쌍둥이와 같은 소우주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앞으로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소우주 밖의 관찰자가 미래를 관측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한 우주의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면 어떨까.




미래를 알면서도 똑같은 선택을 한 주인공의 선택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과 우주는 결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의 결과인 것인가. 



만약 우리가 사는 세상이 결정론적 입장에 따라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떠한 목표도 세울 필요도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선택과 자유의지에 상관없이 어차피 우리의 운명과 미래는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나의 삶이 그러하듯이, 앞으로 나의 미래 또한 나의 자유의지와 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삶이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듯이 말이다.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말했듯 자유의지란, 사실은 환상에 불과할까. 물리적 인과의 연쇄 작용은 자유의지가 끼어들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걸까. 설령 자유의지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것이 끔찍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정말로 자유로운 것일까.



(…) 어쩌면 자유의지는 인간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자유의지라는 것은 인간이 짊어지기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은 아닐까.



p. 207, 「회귀」 중에서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



디지털 세계로 이주한 인류의 기이한 죽음을 통해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의 죽음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내가 원하는 영면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육체적인 종의 끝을 맞이한 정신을 디지털화해서 연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삶에 대한 집착일까. 종의 보존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읽어보았다. 



특히 인간의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사유와 함께 어떤 죽음이 과연 나을 것인가. 육체는 죽었지만 정신은 디지털화해서 영생하는 삶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정말 과학기술이 더욱더 발전하면 우리의 죽음조차도 디지털화해서 시나리오를 선택해서 죽을 수 있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이제는 죽음조차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레이첼은 나의 진짜 인생이 시나리오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해주었다. 시나리오 속에서 나는 숱한 명곡을 히트시킨 거물이었지만, 현실의 나는 〈뷰티풀 어스〉 단 한 곡만을 성공시킨 ‘원 히트 원더’였다. 그녀가 몇몇 기사를 인용하며 들려준 나의 일대기는 형편없는 실패로 점철되어 있었다.

-「나의 디지털 호스피스」중에서


 

[신의 소스코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위에 더 높은 상위 차원이 존재할 수 있을까. 가장 상위 차원에는 과연 무엇이 존재할까. <신의 소스코드>애서 세계가 상위 차원이 만든 시뮬레이션이고 그 시뮬레아션은 디지털화된 '신의 소스코드'를 사용하여 프로그래밍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주인공 안나는 프로그래머이며 시뮬레이션 우주론을 활용한 게임을 개발해서 백만장자가 된다. 그런데 안나는 연인 쥬시를 찾아서 상위 차원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연 안나는 연인 쥬시를 만날 수 있을까. 안나의 연인 '쥬시'는 어떤 존재일까. 



 

정말 세계가 상위 차원이 만든 시뮬레이션이고 상위 차원으로 이동이 가능하다면 나는 상위 차원으로 이동할 것인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누군가 프로그래밍한대로 살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면, 우리는 지금과 변함없이 살 수 있을까. 



<신의 소스코드>를 통해 우리는 상위 차원, 시뮬레이션, 프로그래밍, 결정론적 관점 등곽 같은 용어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



우리는 얼마나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는가. 실패를 두려워하는 나르의 이야기를 통해 실패의 두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또한 우리에게도 슈퍼 마리오 게임과 같은 '실패해도 안전한 공간'을 통같은 '실패해도 괜찮다'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 있는가. 



과연 나는 실패에 대해 두려워하는 편인가. 나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그런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은 책인 것 같다. 책을 통해 '나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고, 실패해도 괜찮다' 라고 생각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덧니가 난 걸어 다니는 버섯과 부딪혀 죽고, 거북이 등껍질에 맞아 죽고, 파이프에서 미끄러져 구멍에 빠져 죽고, 시간제한에 걸려 죽었어. 실패하고 또 실패했지.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다음에 조금만 더 잘하면 된다고, 아니 다음에 더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고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어느새 다 잘 풀릴 거라고 말씀해주셨어.”



-「콧수염 배관공을 위한 찬가」중에서




이 책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을 읽으며 인간의 본질, 죽음의 문제, 인간의 자유의지 등 미래사회 도래와 함께 발생하게 될 철학적인 문제들에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양자역학, 원자와 우주, 미시 세계와 거시 세계, 곰둥이 외계인의 정신문명까지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전문용어가 나와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충분히 앞으로 우리에게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흥미로웠다. 또한 인간에 대한 철학적 문제까지 함께 다루어주어서 깊이는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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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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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테마 여섯 개 이야기들"



이경의  <오늘 밤 황새 당신을 찾아갑니다> 를 읽고 



인공지능과 사람, 서로 닮아서 더욱 낯선 당신

우당탕 함께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우리



- 2022년 문윤성SF문학상 수상작, 이경 작가의 첫 소설집  -



 


요즘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인공지능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어 노동 또한 기계화되고 있다. 이제는 돌봄 노동 또한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도 예측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 『오늘 밤 황색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은 여섯 개의 인공지능을 테마로 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6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 속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섯 개의 이야기들 중 <한반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표제작인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가 육아 SF 이야기라 그런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경 작가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기에 작가의 출산과 육아 경험이 듬뿍 담겨진 이야기들이기에 같은 육아맘으로써 더욱더 공감이 갔다.



나 또한 육아하면서 우울증까지 올 정도로 정말 육아 과정이 힘들었다. 그래서 매번 '내 몸이 열 개라면 좋겠네. 육아를 대신해주는 로봇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나의 바램처럼 작가 또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바램이 한밤중에 거실 한복판에 나타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황새 서비스로 구체화되었나보다.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한 사람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서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지금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이경 작가님 북토크에서 이경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혁명' 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보호자는 그때까지의 생활로부터 갑자기 뚝 잘려 나와 낯선 세계에 던져지게 됩니다. 아기와 나만 존재하며, 내가 아기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이 닥치죠. 많은 인원이 그 시간을 나눠 감당해주면 수고를 덜겠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아직도 이상에 불과하고요.

-p. 30,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중에서



정말 육아 과정에서 엄마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립감과 외로움이었다. 누구에게도 이 힘겨움과 고통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나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걸까.' 하며 끊임없이 힘겨워한다. 그럴때 보틀스 천사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처럼 잘 생긴 미남인 육아 도우미가 와서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육아도 도와주고 그러면 아마 우리 엄마들이 외로움과 우울증을 느끼지 않고 좀더 수월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텐데 . 그러면 지금의 저출산 문제 또한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여성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물어보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좀더 수월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마 그건 이경 작가님 말씀대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명절에 친정이나 시댁을 가본 엄마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양손엔 기저귀가방과 육아용품을 잔뜩 들고 뒤뚱뒤뚱거리며 겨우 버스나 기차에 탄다. 그리고 가장 당황스럽고 힘든 것은 아이가 갑작스럽게 버스나 기차에서 끊임없이 울 때이다.



그럴 때 정말 이 책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이야기에서처럼 '황새 서비스'가 있으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황새 서비스를 이용하면 엄마도, 아기도 가는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정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마는 그동안 안정을 취하고 가는 동안 편안히 쉴 수 있어서 엄마들에게 정말 매력 만점 서비스인 것 같다. 만약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많은 엄마들이 명절때나 평상시 외출할 때 정말 마음놓고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런 서비스가 없다니 너무 아쉽다. 더군다나 아직은 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하니, 설령 있다고 해도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아이디어와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먼 미래에는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쉬지 않고 서너 시간 들어도 괜찮답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사항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변경하고 적용하고 다시 확인하고 다음으로,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요.



-p. 100,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중에서



이경 작가는 인공지능을 육아 노동이나 돌봄 노동과 결부시킨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의 모습 속에서 돌봄 노동에 기여할 인공지능 로봇에 주목하였다. 육아에 힘들어하는 부모를 위해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아이를 데리고 이동할 때 편안하고 안정된 이동 서비스를 돕기도 한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에 등장하는 간병로봇인 IM-901처럼 통증에 지친 환자의 짜증도 받아주고 진심을 담아 환자를 간병하기도 한다.



또는  〈만물의 앎에는 끝이 없다〉에서 구공일의 친구 무형문화연구소의 기록 보조 로봇 구금산은 관객이 너무 지루하지 않게 굿을 '적당히', '잘' 마무리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제 인간과 로봇들은 서로 닮아가고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작가는 이 책 속에서 인공지능을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과 함께 공존하면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인간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는 말동무가 되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작가의 생각처럼,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꾀하는 윈윈 정책을 구사해야할지 모른다.



이 책에서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들처럼, 충분히 그들과 공존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된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에서 펼쳐진 인공지능도 인간과 같은 법적 지위를 볼 수 있을까, 인간성은 무엇일까 등과 같은 주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이 책  『오늘 밤 황색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속  낯설고도 사랑스러운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여섯 개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밝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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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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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잊혀진 진실과 목소리"




황모과의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를 읽고 

 




"그들은 무덤이 되어버린 세상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갔다."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SF 작가 황모과의 타임슬립 역사소설-



 1923년 9월 1일 11시 58분에 일본에서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리고 지진으로 인한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 속에서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살해했고, 관동대학살로 인해 죄없는 많은 조선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인 심지어 일본인들도 죽임을 당했다. 



2023년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은 조선인들을 대학살한 그런 만행과 과오에 대한 사과나 반성이 없었다. 대학살로 인해 죄없이 죽어간 수많은 사람들의 주검은 제대로 매장되지 못한 채, 어디에 묻힌지도 모른 채 그렇게 100년의 시간이 흘러왔다.



이런 역사적으로 뜻깊은 2023년에 이 책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를 읽으며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보고 진실을 제대로 아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만약에 1923년 관동대학살 이후 100년이 흐른 미래인 2023년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때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과연 역사를 바꿀 수 있을까?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주인공인 민호와 다카야의 타임슬립 여행 과정에서 보여준다. 역사적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서 한국인 청년 민호와 우익재단에서 장학금을 받는 일본인 청년 다카야는 싱크로놀리지라는 시스템을 통해 '타임슬립' 기술을 사용해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시기로 보내진다. 그들은 미래에서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잊혀진 진실을 규명하고 역사를 바꾸어 보려는 시도를 한다. 민호는 당시 식민지 노동자로서 많은 사람들을 구한 마달출과 김평세를 관찰하는 임무를 받았고, 다카야는 말 더듬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낙후 지역에 약을 공급하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본인 미야와키를 관찰해야 한다.



이 주인공들과 더불어 당시 대학살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낸 마달출과 김평세에 대해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가난하고 가진 것 없고 아무 힘도 없는 약자이다. 그들은 모두 식민지 노동자이지만,  함께 살아야 한다는 신념 하에 지진과 대학살로 위험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구해낸다.


"여그까지 와서 죽으면 억울해서 쓰겄나. 같이 살장께. 억울하지 않게 말이여."

-p. 89



강한 동지애와 형제애로 마달출과 평세는 형, 동생 하며 서로 아껴주고 서로를 위험으로부터 구해준다. 그런데 자연재해인 관동대지진이 왜 관동대학살로 이어져야만 했을까. 그런 불안과 공포의 상황이 얼마나 인간을 악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우리는 마달출과 평세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사악한 존재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달출과 평세처럼 선한 마음을 돕고 기꺼이 손을 내밀 줄 아는 따뜻한 마음도 가져고 있는 것을 보면 인간은 선한 존재이기도 하다. 관동대학살로 만들어진 아비규환의 지옥같은 상황 속에서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가 공존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강자가 약자를 죽이듯, 조선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 일본인 부락민과 같은 약자에게 행해진 무참한 폭력이었다. 


미래에서 타임슬립을 통해 온 민호는 대학살 속에서 마달출과 평세가 위험에 처한 상황을 목격하게 되고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도 매번 그들의 목숨을 구해준다. 



반면 일본인 청년 다카야는 민호가 그들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왜 민호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버릴까 라고 생각하며 민호의 그런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본인이 오히려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일본인이 조선인을 무참히 학살하는 것을 보고도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 민호는 죽고 다카야 혼자 100년의 시간 동안 살아남아 시간과 흐름에 따른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어야만 했다. 세 번의 루프 동안 여전히 다카야의 선택은 변함이 없어서 그는 끝까지 살아남아 형벌같은 시간들을 견뎌야만 했다.


죽지 못하는 신세로 죽음과 같은 생을 이어가다 두 번째 100년의 끝이 다가올 즈음 다시 카타콤베에서 눈을 떴다. 200년을 지나며 또 한 번의 시간 루프가 다카야에게 형벌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p. 131



 다카야는 과연 이 무한 루프 속에서 벌어지는 반복된 형벌을 어떻게 멈추게 할 수 있을까? 이 무한 형벌을 끝낼 수 있는 열쇠는 바로 다카야 자신에게 있음을 다카야는 비로소 300년 삶의 형벌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 외면하려는 자와 돕는 자 과연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관동대학살 속에서 사람들을 살리고 도움을 준 마달출, 평세, 미야와키를 통해 그 당시 사람들의 잊혀진 목소리가 들리고 억울하게 죽은 그들의 고통과 슬픔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무리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관동대학살은 일어났고, 그로 인해 역시 역사는 바꿀 수 없음을 알게 되지만, 그래도 그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역사가 변하고 더 나아짐을 보게 된다. 사람들간의 끈끈한 강한 연대와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서 잊혀지고 은폐된 진실을 규명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비록 학살과 혐오의 순간들, 광기로 인해 비극의 순간들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이 책에서 다카야의 반성과 달라진 태도를 통해 결국 민호와 다카야가 결국 함께 돌아가게 된 것처럼, 이제는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행동을 통해 과거의 비극에 안녕을 고하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를 맞이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책 『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을 읽으며 그 역사적 진실과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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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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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 사랑을 위한 시간 여행"

이희영의 <셰이커  읽고



"셰이커를 흔들면 그 여름 너에게로 가는 문이 열린다."

 


-이희영 작가의 첫 번째 타임슬립 판타지-



마법의 약을 마시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만약 그 시간이 어떤 사람의 인생을 180도 바꿀 수 있다면 대전환의 시기라면, 그 시간 이전과 이후로 인생이 바뀐다면 아마도 다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마치 지우개로 지우고 인생을 다시 쓰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더군다나 그 시간이 사랑하는 사람과 연관되어 있다면 말이다.

전작인  『페인트』로 40만 독자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희영 작가가 이번에는 타임슬립 판타지인  『셰이커』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그동안  청소년의 시선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아온 작가가 이번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인생의 깨달음을 준다. 

우리는 흔히 지나간 과거에 대해 '그 때로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살지 않을텐데' 라며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을 한다. 정말로 다시 돌아가게 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은 현재와 더 밝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작가는 주인공 나우가 다섯 번의 타임슬립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해답을 제시한다. 32살의 나우는 13년 전, 비극적인 사로고 절친한 친구 이내를 잃게 된다.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친구를 그리워하고 친구의 상실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간다. 더군다나 죽은 친구의 연인인 하제가 친구의 죽음으로 슬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나 힘들다. 그녀를 나우 또한 지난 13년 간 사랑해왔고, 이제는 짝사랑이 아닌 진짜 사랑으로 만들려고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고 한다.  
 

친구의 연인인 하제는 13년 전 친구와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고, 그때부터 사랑이 시작되었다. 자기 대신 심부름을 하게 된 친구 이내는 그 일로 인해 하제를 만나게 되고 그 인연으로 인해 이내와 하제는 연인이 된다. 만약 그 때 친구를 보내지 않고 자신이 직접 나갔다면, 그래서 하제를 만났다면, 이내 대신 자신이 하제와 연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하제가 자신과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 ?

그런 과거에 대한 후회와 자책을 하고 있는 나우 앞에 과거로 여행할 수 있는 초대장이 놓이게 된다. 32살의 나우는 우연히 마주친 고양이를 따라갔다가 한 칵테일 바를 발견하게 되고, 그 곳에서 신비한 색의 음료가 담긴 칵테일을 마시게 된다. 그리고 그 후 눈을 떠보니 자신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던 열아홉 세계에 도착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은 친구인 이내가 비극적인 사고로 죽게 되는 바로 그 때인 것이다. 사고가 일어난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친구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까? 친구의 사고를 막아 친구를 살려내서 비극적인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아니면 사랑을 이루기 위해 하제와 이내의 사랑이 시작되었던, 세 사람의 운명의 단추가 잘못 꿰어진 15살 그 시간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일까?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야, 운명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을까? 비극적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과거를 고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를 얻은 나우는 15살 하제와 이내의 만남이 시작되었던 그 때로 돌아간다. 이제 약속 장소에 나가는 사람은 이내가 아닌 나우가 되었고, 이내 대신 나우가 하제와 만나게 되었다. 과연 나우와 하제는 이내처럼 연인이 될 수 있을까. 얽히고 설킨 세 사람의 운명의 실타래를 이제는 풀 수 있을까?


다섯 번의 시간 여행을 하게 된 나우, 과연 나우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과거의 다시 그 때로 돌아가면 미래 또한 바꿀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랑과 우정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나우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한 가지 결론을 얻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 이 순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을 보라색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안에는 과거인 붉은색과 미래인 푸른색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우리는 오롯이 현재만을 살아간다고 믿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또 인간의 삶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더는 어쩔 수 없는 과거와 아직 오지 않아, 완벽히 대비할 수도 없는 미래에 때론 우리의 소중한 현재가 저당 잡힌다.
-p. 266


어제의 오늘이 모여서 현재가 되고 현재의 오늘이 모여서 미래가 되는 법이다. 지나가버린 과거를 아쉬워하고 후회하거나,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의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당신은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정도로 그 순간을 살고 있는가?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충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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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사의 두건 캐드펠 수사 시리즈 3
엘리스 피터스 지음, 현준만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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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살 살인 사건  범인은 누구인가"

엘리스 피터스의< 수도사의 두건> 을 읽고



"매혹으로 가득찬 중세 역사 미스터리"



*놀라운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의 캐드펠 수사 시리즈  번째 이야기
원작 완간 30주년 기념 전면 개정판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을 통해 앞으로 사건을 재치있고 현명하게 풀어갈 매력적인 캐릭터인 캐드펠 수사를 만나게 되었다. 두 번째 책인  『시체 한 구가 더 있다』를 통해서는 캐드펠 수사의 매력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수도사의 두건』을 통해서는 한 여인을 사랑했던 캐드펠 수사의 과거를 만나게 된다. 그의 과거의 연인이자, 단 하나의 사랑인 여인이 이 책에서 등장함으로써 우리는 미지에 쌓여있던 캐드펠 수사의 과거를 알게 된다. 탐정으로서 명석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추리력을 보이는 캐드펠 수사 또한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상당히 이성적이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그조차도 사랑 앞에서는 우유부단하고 감정에 이끌릴 수 밖에 없는 한 남자임을...


특히 이번 책에서는 캐드펠 수사에게는  살인 사건에 휘말려서 어려움에 처하고, 살인자의 누명까지 쓰게 된 연인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미션까지 주어졌다. 만약 그가 제대로 살인자를 밝혀내지 못하면, 사랑하는 연인의 아들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가게 되고 그녀에게 상실의 슬픔을 안겨줄 수 있을지 모른다. 전편이 전쟁과 정치 이해관계 속에서 움트는 인간의 이기심과 인간 군상의 비극을 다루었다면, 이번 책에서는 연인과 재회를 하고 되고 위기에 빠진 연인의 아들을 구하는 과정이 전개되어 더욱 흥미로웠다. 


수도원에 전 재산을 기탁하고 안락한 노후를 보내려고 찾아온 한 영주가 살해된다. 사인은  '독살'로 밝혀지고 범행에 쓰인 독국물은 캐드펠 수사가 제조한 맹독성 약물인 '수도사의 두건'이라는 사실이 판명된다.  그리고 이 살인 사건의 범인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캐드펠 수사 앞에 그의 연인이었던 한 여자가 나타난다. 우연히 과거의 연인과 재회하게 된 캐드펠 수사, 그러나 그는 재회의 기쁨조차 위기 상황에 처한 연인과 그의 아들을 구해야 한다.  살해된 연인의 남편인 영주와 그리고 그를 살해했다고 용의자로 의심 받는 그녀의 아들, 과연 캐드펠 수사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상황 속에서 정의의 칼날을 세워 올바르게 정의를 실현하고 억울한 누명을 쓴 연인의 아들인 에드윈을 구할 수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나게 되는 가족사를 와 함께 그동안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캐드펠 수사의 과거까지도 드러나게 된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재미를 배가 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책에서 캐드펠 수사의 모습은 명석한 판단력을 가진 탐정의 모습보다는 신에게 귀의했지만 여전히 옛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엑 대해 젊은 시절에 느꼈던 감정을 가지고 있는 캐드펠 수사, 수도원장을 차지하려는 부수도원장을 비롯한 수사들이 보여주는 인간적인 시기와 질투 그리고 그들의 이기적인 욕망, 살인자의 누명을 쓴 리힐디스의 아들 에드윈과 그의 조카인 에드위의 눈물겨운 우정과 용기, 비록 살인을 했지만, 죄를 뉘우치고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된 범인, 전작에 이어 다시 등장하야 정의의 심판을 내려주는 보좌관 휴 베링어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고 매혹적인 캐드펠 수사의 연인이었던 리힐디스 등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작품의 재미와 가독성을 높여준다. 

명석한 판단력으로 공명정대한 판결을 내려왔던 캐드펠 수사는 범인을 밝혀내는데 그치지 않고 진정으로 그의 죄를 사해주고, 그에게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까지 부여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신의 가르침에 따라 그는 모두를 위해 최선의 방법을 택하게 된다. 그가 택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길 바란다. 


“저 젊은이가 세상에 나가서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죗값은 내가 치러야겠지.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볼수록 그의 마음은 차츰 더 평안해졌다.”
-p.311



또한 이 책에서는 반가운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전작에서 정의의 사도였던 휴 베링어가 이번 책에서도 캐드펠 수사를 도와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왠지 캐드펠 수사와 함께 앞으로도 등장할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 

이번 책에서는 웨일스 지역의 언어 및 사회문화적 관습을 엿볼 수 있고, 웨일스 지역과 잉글랜드 지역 사이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캐드펠 수사 역시 웨일스 출신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스 두 지역 모두를 이해할 수 있었기에, 웨일스 지역에서 있었던 살인사건의 살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던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에서도 우리는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무엇보다 베일에 쌓인 캐드펠 수사의 과거까지 드러나서 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이어지는 다음 책에서는 캐드펠 수사의 어떤 매력을 발견하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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