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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2월
평점 :
"다시 뭉친 쓰리 걸스의 수다 삼매경"
에쿠니 가오리의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 을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5/0115/pimg_7526911564571014.jpg)
"우리, 참 오해가 많았던 인생이네."
-각기 다른 세 여성의 잔잔하고도 소란스러운 일상을 다룬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 소설-
몇 년 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면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한 친구들의 따뜻한 우정과 공감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학창 시절 소녀의 모습에서 노년의 나이의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우정을 나누는 친구들이다.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지 않은 노년층을 주인공으로 삼아서 개성이 강한 노년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사랑, 우정, 이별을 통해 노년에 대한 공감과 깊은 울림을 주었기에 많은 인기를 누렸었다.
이 책 『셔닐 손수건과 속살 노란 멜론』을 읽으면서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명의 여성의 즐겁고 소란스러운 수다가 들리는 듯 했다. 그동안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따뜻한 공감과 감동을 주었던 작가가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이른 세 여성들을 등장시켜 그녀들의 삶과 수다들을 통해 일상이 주는 평온함을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관계, 결혼, 이혼, 연애, 사별, 우정 등 인생 전반에 일어날 수 있는 관계와 사건들을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섬세한 문장을 통해 들려준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여성인 리에, 다미코, 사키는 각각 독특한 개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들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다르지만, 그들은 삼십 년이 지나도 친구이다. 대학 시절에 그녀들은 늘 셋이 붙어 다녀서 '쓰리 걸스' 라고 불리었다. 그렇게 그녀들은 뭉쳐 다니며 지냈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서로 헤어져 각자 인생을 살다가 삼십 년 만에 다시 '쓰리 걸스' 가 뭉쳤다. 풋풋한 대학생이었던 그녀들은 이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2번의 결혼과 이혼을 하고 해외 생활을 마무리하고 귀국한 돌싱으로 돌아온 리에,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고 시어머니의 간병을 하는 평범한 주부인 사키, 결혼하지 않고 어머니와 함께 사는 싱글 다미코, 이렇게 그녀들이 다시 재회해서 수다 소란스럽고 즐거운 수다를 떨며 그녀들의 이야기들을 시작한다.
30년의 시간을 지나 다시 만났기에 과거에 비하면 많이 바뀐 듯하지만 과거 그대로인 듯 보인다. 자유롭고 개성 강한 리에의 귀국을 계기로 그동안 다른 인생을 살았던 그녀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이며 쓰리 걸스는 다시 뭉치면서 그들의 인생과 일상이 서로 연결되어진다. 그녀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살아가는 일상은 다르지만, 그녀들은 여전히 서로의 안부를 궁금해 하고 함께 마나서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눈다. 소소하고 자잘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녀들의 모습들을 통해 깊은 공감과 편안함을 준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과거의 상상이 완벽하지 않고 모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여전히 과거 그 모습 그대로 있는 것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셔닐 손수건과 캔텔루프 멜론은 정체를 알 수 없어 상상과 동경을 부추기는 단어들이다. 셔닐 손수건은 고급 직물의 세련된 옷감의 부드러운 재질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부슬부슬하고 꺼칠한 느낌한 느낌의 손수건이다. 또한 속살이 노란 멜론일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 캔텔루프 멜론은 속살이 노랗지 않고' 빨갛다'라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도 또한 우리의 상상과 다를 수도 있고 상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 명의 여자들의 모습처럼, 그들의 살아가는 일상 또한 상상한 대로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변함없는, 그대로인 것이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계속 놀라면서 다미코는 옛 사진들을 바라본다. 셋 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간 같은데, 리에는 틀림없는 리에이고, 사키 역시 고집스러우리만큼 사키이고, 자신도 보나 마나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자, 왠지 으스스 소름이 끼쳤다.
--본문 중에서
아주 가끔 만나는데, 그리고 만나지 않는 동안은 각자 전혀 다른 생활을 하는데, 만나면 공기가 옛날로 돌아가는 게 신기하다고 사키는 생각한다.
--본문 중에서
또한 리에, 다미코, 사키 세 여성의 일상뿐만 아니라, 그녀들 주변인들의 이야기들로 흥미롭다. 다미코의 어머니 가오루와 다미코의 친구의 딸인 마도카, 사키의 아들, 리에의 조카 사쿠 등 다양한 주변인들과 그녀들의 일상들이 맞물려 시끌벅적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유쾌함과 재미를 주고 있다. 바로 그런 재미와 소소한 행복이 바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삼십 년 만에 재회한 쓰리 걸스의 수다 삼매경을 통해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고, 과거 내 친구들과 재회하고 즐겁게 수다를 떨 그날을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다.
잔잔하면서도 소란스러운, 소소하면서도 시끌벅적한 일상적 이야기를 통해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과 일상이 주는 평안함과 우정의 소중함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세 여성의 일상적 이야기들로 다시 돌아온 작가의 신작이 너무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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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