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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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테마 여섯 개 이야기들"



이경의  <오늘 밤 황새 당신을 찾아갑니다> 를 읽고 



인공지능과 사람, 서로 닮아서 더욱 낯선 당신

우당탕 함께하면서 천천히 나아가는 우리



- 2022년 문윤성SF문학상 수상작, 이경 작가의 첫 소설집  -



 


요즘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이제는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를 그리는 것이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인공지능은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인간을 대신해서 일을 하고 있어 노동 또한 기계화되고 있다. 이제는 돌봄 노동 또한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것도 예측할 수 있을 듯 하다. 



이 책 『오늘 밤 황색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은 여섯 개의 인공지능을 테마로 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6개의 이야기들은 모두 인공지능 로봇이 등장하는데 작가는 인공지능이 다양한 분야 속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여섯 개의 이야기들 중 <한반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와 표제작인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가 육아 SF 이야기라 그런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경 작가 또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육아맘이기에 작가의 출산과 육아 경험이 듬뿍 담겨진 이야기들이기에 같은 육아맘으로써 더욱더 공감이 갔다.



나 또한 육아하면서 우울증까지 올 정도로 정말 육아 과정이 힘들었다. 그래서 매번 '내 몸이 열 개라면 좋겠네. 육아를 대신해주는 로봇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나의 바램처럼 작가 또한 그런 생각을 했고, 그런 바램이 한밤중에 거실 한복판에 나타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와 황새 서비스로 구체화되었나보다.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한 사람만이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어서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지금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지만, 이경 작가님 북토크에서 이경 작가님이 말씀하신대로 '혁명' 이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기가 태어나면 보호자는 그때까지의 생활로부터 갑자기 뚝 잘려 나와 낯선 세계에 던져지게 됩니다. 아기와 나만 존재하며, 내가 아기의 모든 것을 해결하고 책임져야 하는 독방의 시간이 닥치죠. 많은 인원이 그 시간을 나눠 감당해주면 수고를 덜겠지만, 아시다시피 그건 아직도 이상에 불과하고요.

-p. 30,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중에서



정말 육아 과정에서 엄마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고립감과 외로움이었다. 누구에게도 이 힘겨움과 고통을 속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고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어째서 나만 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하는 걸까.' 하며 끊임없이 힘겨워한다. 그럴때 보틀스 천사인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처럼 잘 생긴 미남인 육아 도우미가 와서 도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육아도 도와주고 그러면 아마 우리 엄마들이 외로움과 우울증을 느끼지 않고 좀더 수월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텐데 . 그러면 지금의 저출산 문제 또한 조금은 해결되지 않을까. 여성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물어보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좀더 수월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마 그건 이경 작가님 말씀대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를 데리고 명절에 친정이나 시댁을 가본 엄마들은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 것이다.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양손엔 기저귀가방과 육아용품을 잔뜩 들고 뒤뚱뒤뚱거리며 겨우 버스나 기차에 탄다. 그리고 가장 당황스럽고 힘든 것은 아이가 갑작스럽게 버스나 기차에서 끊임없이 울 때이다.



그럴 때 정말 이 책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의 이야기에서처럼 '황새 서비스'가 있으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황새 서비스를 이용하면 엄마도, 아기도 가는 목적지까지 편안하고 안정되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엄마는 그동안 안정을 취하고 가는 동안 편안히 쉴 수 있어서 엄마들에게 정말 매력 만점 서비스인 것 같다. 만약 이 서비스가 상용화되면 많은 엄마들이 명절때나 평상시 외출할 때 정말 마음놓고 이동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그런 서비스가 없다니 너무 아쉽다. 더군다나 아직은 비용이 엄청 비싸다고 하니, 설령 있다고 해도 이용할 수 없을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그래도 그런 아이디어와 인공지능 발달로 인해 먼 미래에는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아기의 울음소리를 쉬지 않고 서너 시간 들어도 괜찮답니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편안해질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사항을 확인하고 수정하고 변경하고 적용하고 다시 확인하고 다음으로, 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넘어가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으니까요.



-p. 100,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중에서



이경 작가는 인공지능을 육아 노동이나 돌봄 노동과 결부시킨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앞으로 다가올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미래의 모습 속에서 돌봄 노동에 기여할 인공지능 로봇에 주목하였다. 육아에 힘들어하는 부모를 위해 말동무가 되어주거나, 아이를 데리고 이동할 때 편안하고 안정된 이동 서비스를 돕기도 한다. 또한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에 등장하는 간병로봇인 IM-901처럼 통증에 지친 환자의 짜증도 받아주고 진심을 담아 환자를 간병하기도 한다.



또는  〈만물의 앎에는 끝이 없다〉에서 구공일의 친구 무형문화연구소의 기록 보조 로봇 구금산은 관객이 너무 지루하지 않게 굿을 '적당히', '잘' 마무리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이처럼 이제 인간과 로봇들은 서로 닮아가고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작가는 이 책 속에서 인공지능을 인간의 자리를 대신해서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과 함께 공존하면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인간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는 말동무가 되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그리고 있다. 작가의 생각처럼, 어쩌면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꾀하는 윈윈 정책을 구사해야할지 모른다.



이 책에서 등장한 인공지능 로봇들처럼, 충분히 그들과 공존하면서 행복하고 즐거운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된다. 물론 <비트겐슈타인의 이름으로>에서 펼쳐진 인공지능도 인간과 같은 법적 지위를 볼 수 있을까, 인간성은 무엇일까 등과 같은 주제는 좀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분명한 건 이 책  『오늘 밤 황색가 당신을 찾아갑니다』속  낯설고도 사랑스러운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여섯 개의 이야기들을 통해 인공지능과 함께 하는 밝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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