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 카프카 단편선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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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소외의 시대에서 지금 다시 읽는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읽고



"낯선 세계에 던져진 개인, 가족관계의 권력, 노동과 존재의 가치에 논하다"



-카프카 문학의 시작이자 정수, 세 편의 단편 걸작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며, 이 문장으로 소설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책 <변신>을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인 카프카에 대해, 불안과 고독의 아이콘인 카프카의 문학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변신> 출간 110주년을 맞이하여 불안과 소외의 시대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카프카의 단편선 <변신>
소담 클래식 <변신> 출간을 통해  지금 다시 카프카를 읽어보며  카프카 문학의 시작이자 정수인 세 편의 단편 걸작선 <화부>, <선고>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변신>을 통해 카프카와 카프카의 문학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나는 정말 외로워야만 합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단지 고독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증오합니다.
-F.카프카-


'나는 정말 외로워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카프카의 삶 자체는 불안하고 고독했다. 자신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결핍으로 점철된 삶이 그의 삶 속에 반영되었다. 즉 카프카의 삶이 소설이고 드라마였다. 특히 이 책에서 수록된 세 단편선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순응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적 관계가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선고>였다. <변신>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와 위계가 반영되었다. 세 편의 단편인 <화부>, <선고>, <변신>에서 화자인 '아들'은 카프카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 속에 자신을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

<화부>, <선고>, <변신>의 세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 아들은 카프카 문학의 핵심 주제인 가부장적인 권위, 소외, 죄의식, 정체성 위기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아들은 단순한 자식의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대표 되는 가부장적인 권위, 가족적 위계와 억압에 맞서지만 그 권위와 억압에 순응하거나 파멸되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 아들에 대한 의미를 더욱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카프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이해가 간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으로, 거칠고 위압적인 태도를 가진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카프카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법'이요, '진리'였다. <선고>에서 아버지가 아들 게오르크 벤데만에게 내린 '익사하라'는 선고처럼 아버지의 말은 절대적이고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 법이자 진리였다. '왜?' 라는 질문조차 할 필요가 없는 '무조건'이자 '절대적'인 것이다. 이유도 필요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와 아버지의 권력에 대한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선고>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린 선고는 가족 관계에서 아버지의 최고 권위가 무엇인지 선포한다. 그 선고를 통해 우리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법이며 아버지라는 권위를 재확인하게 된다.

그렇기에 카프카의 실제 삶에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법학을 공부하게 된 카프카는 평생 아버지의 권위와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선고>에서 아들인 게오르크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카프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탐구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억압하는 존재인 아버지에 대해서는 저항하거나 투쟁하지 않고 순응하고 복종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것이 카프카의 삶을 더욱더 불안하고 고독하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화부>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부재와 추방을 통해 간접적인 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거부와 절대 권위에 위한 추방과 단절 그리고 배제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 관계는 갈등과 억압에서 더 나아가 추방과 배제의 형태로 더 악화된다.

<변신>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극도의 소외, 경제적 착취 그리고 폭력적인 배척으로 이어진다. 아들인 그레고르가 인간의 모습을 잃고 '벌레'로 변신하게 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결말이 난다. 벌레로 변신하기 전에도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으며 아버지의 빚까지 갚아야 하는 경제적 도구적 인간이었다. 그렇게 가족의 유일한 재정적 기둥이었기에 무능력한 아버지와 비교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벌레로 변신한 후, 경졔력과 생산력을 상실한 후 가족을 위협하고 혐오와 공포를 주는 존재로 전환된다. 벌레같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무능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전락한 그레고르는 오히려 없애버려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오려 할때 지팡이로 위협하거나 발로 밟으려하는 등 노골적인 폭력을 사용한다. 결국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지고 그 사과가 그레고르의 몸에 박혀 결국 그레고르는 그 폭력에 의해 서서히 죽어간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그레고르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가족이 아닌 그저 혐오스러운 공포스러운 벌레를 죽인 것일 뿐이다. 더 이상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그들의 가족 구성원이 아닌 것이다. 그레고르의 죽음 후 가족 나들이 장면은 그래서 그런지 오싹하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고르가 사과의 상처와 굶주림으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은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인간성 상실과 소외를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 세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벌써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전차를 타고 교회로 나갔다. 그들만 앉아 있는 전차에는 따스한 햇빛이 가득 빛나고 있었다.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고서 그들은 장래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그들은 서로의 직업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세 사람의 직업이 모두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데다 특히 나중에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 
-p. 200


세 작품 모두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을 상실한 단절의 관계이다. 특히 <변신>
에서는 소외와 단절을 뛰어넘어 를 넘은 인간성 상실로까지 이어진다. 그 상실의 주요 원인이 노동이었는데 이를 통해 노동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그레고르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가족간의 관계 그리고 현대인의 소외를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겪게 되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인간성 상실의 주요 원인 또한 경제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카프카의 <변신>이 출간 1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낯선 세계에  던져진 개인과 가족관계의 권력 더 나아가 사회로부터 소외와 부조리한 체계 속 무력감 그리고 노동과 존재의 가치 등 카프카 문학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여전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소외, 갈등, 무력감 불안 등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1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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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공 이재명
이민혁 지음, 양세근 그림, 신유정 감수 / 소담주니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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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 팔에서 펼쳐진 꿈과 꿈을 포기하지 않은 소년공 "

< 소년공 이재명 읽고





"굽은 팔에서 펼쳐진 꿈.
소년 이재명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요즘 아이들에게 "꿈은 뭐니?" 커서 누가 되고 싶니?" 라고 물어보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대답한다. "꿈이 없어요. 되고 싶은 게 없어요." 라고 말이다. 꿈이 없다는 아이들, 무엇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에게 꼭 이 사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굽은 팔에서 펼쳐진 꿈을 꾸며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신호등이 되어준 그 한 사람의 이야기를, 꿈조차 꿀 수 없는 현실 속에서도 '신호등'을 만들어 자신처럼 아프고 억울한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다는 꿈을 꾼 한 소년공의 이야기를 말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대신 공장으로 가고 결국 팔까지 굽어버린 한 소년공의 이야기를...
그럼에도 자신처럼 아프고 억울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신호등이 되고 싶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은 한 소년공의 이야기를...

더 이상 산업 재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가난하여 학교 대신 공장으로 일을 하러 간 한 소년공...
프레스 기기에 팔이 눌려도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결국 팔까지 굽어버린 한 소년공...

하지만 그 소년은 딱딱한 세상 속에서 말랑말랑한 꿈을 꾸었다.
비록 자신의 팔은 지켜내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팔은 생명을 구해주려고 노력했다.
그레서 그는 억울한 사람들을 변호해주는 인권 변호사가 되었고, 
마침내 내란의 혼란 속에서 국민을 지키고자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도 그 가난한 소년공에서 대통령이 된 그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

책에서는 인권변호사가 된 모습만 나왔지만, 우리는 모두 안다. 그가 지금은 누가 되었는지,
한 때 가난한 소년공의 이름에 불과했던 그의 이름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특별한 이름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는 전 세계의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UN을 비롯한 각종 국제 회의에서 당당하게 연설하는
특별한 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그 한 사람을 볼 때마다 가난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한 소년공의 모습이 생각날 것 같다.
자신처럼 아프고 억울한 사람이 지켜주는 신호등이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지금의 우리나라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꿈을 꾸고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제 꿈은 사람들을 지켜주는 거예요. 내 팔은 못 지켰지만, 법을 배우면 다른 아이들 팔은 지킬 수 있으니까요."
-p. 10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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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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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광기와 죽음의 그림자"

애드거 앨런 포의<포 단편선 읽고



"인간의 내면은 왜 이렇게나 기괴한가"



-호러와 미스터리의 대가
불운의 천재 애드거 앨런 포의 음산하고 기괴한 단편 7선-

 

"공포가 당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공포에 다가서고 있다"



무척 눈을 뜨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눈을 뜨면 주위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무엇인가 끔찍한 게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보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더욱 무서울 것 같았다. 마침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눈을 번쩍 떠 보았다. 정말 두려워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짙은 어둠이 무겁게 내리누르며 숨통을 죄는 듯했다. 들이쉬는 공기마저도 숨을 턱턱 막았다.
-<함정과 시계추> 중에서-

눈을 감으면 무엇이 보이는가? 오히려 눈을 뜬 것보다 눈을 감았을 때 더 무섭다는 것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
눈을 떠서 보이는 공포보다 눈을 감고 보이지 않을 때, 상상 속의 공포가 더 무섭다는 것을...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 음산하게 휘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비명 소리!

보이지 않는 상상 속의 공포, 인간의 내면의 기괴한 심리, 인간의 미친 듯한 광기 이 모든 것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속에는 모두 담겨 있다. 공포 소설, 추리 소설의 대가 답게 기괴하고 음산한 7편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럽고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라는 말처럼, 인간의 내면은 얼마나 기괴한지, 인간의 광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인간이 광기에 미치면 얼마나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괴물 같은 존재가 되는지 등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파헤치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선함과 악함과 같은 인간의 양면성,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폭력성, 인간의 시기와 질투 등 인간의 내면과 심리를 탐구하고 있다. 

에드거 알렌 포의 공포는 숨겨져 있지 않다. 그의 작품 속 공포는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공포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공포 속으로 다가가고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일곱 편의 단편들 속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세 가지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어둠, 죽음 그리고 음산함이다. 이 세가지 요소가 잘 결합하여 기괴하고 음산한 공포 소설로 탄생하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의 결말 부분에 보여주는 심하게 부패하고 핏덩이가 말라붙은 시체와 시체의 머리 위에 앉아 있는 시뻘건 입을 크게 벌린 채 이글 이글 타오르는 듯한 한쪽 눈을 크게 뜨고 끔찍한 모습의 검은 고양이의 모습은 정말 긴장되어 가는 불안감과 공포감에 최고를 찍을 수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고양이를 자신의 광기에 미쳐 고양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내까지 끔찍하게 살해하고 벽 속에 넣어 시멘트로 발라버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의 기괴한 심리와 인간의 악한 본성 등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어셔가의 몰락>에서 작가는 사랑과 죽음을 다룬 기괴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침울한 분위기의 어셔가 저택과 어셔가를 중심으로 해서 벌어지는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몰락해가는 한 집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랑하는 여동생을 생매장한 것 또한 인간의 광기에 의한 것일까? 왜 이렇게나 인간의 내면은 기괴한 것일까? 이성으로서는 설명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 인간의 이해할 수 없는 본능과 무의식, 그것 자체가 바로 공포이자 두려움이 아닐까? 작가는 인간이 광기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음산하고 기괴한 배경 속에서 제시하여 그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수많은 파도가 부딪치며 외쳐 대는 고함 같은 것이 길게 들려오더니만, 발 아래의 깊고 어둠침침한 늪지가 어셔가의 무너져 내리는 파편들을 음흉한 모습으로 소리 없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p. 65,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에서는 적사병이라는 무시무시하고 치명적인 역병이 오랫동안 나라를 휩쓸고 사람들을 시뻘건 공포의 피로 물들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치 사람들을 공포와 죽음으로 몰아가는 존재처럼 적사병을 의인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온몸에 갑작스러운 고통이 덮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입과 코 등 온몸의 구멍으로 피를 펑펑 쏟다가 결국엔 숨이 끊어지는 모습의 병의 발작과 진행 그리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마치 눈에 보이는 듯하다. 

다만 죽음과 같은 암흑과 시체 썪는 냄새와 적사병만이 연회장을 가득 채운 채 이리저리 흘러 다니고 있었다.
-p. 79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마치 셜록 홈즈의 단편들과 같이 느껴질만큼 추리와 미스터리적 요소가 가득하다. 셜록 홈즈의 원형이자 안락의자 탐정의 효시인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하는데 마치 과거의 셜록 홈즈를 보는 것 같다. 나의 독서의 시작은 안락의자에 앉아서 냉철한 판단력과 날카로운 관찰력을 보여주며 미스터리한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셜록 홈즈의 탐정 소설로부터였다. 그런데 오귀스트 뒤팽이 셜록 홈즈의 원형이라니,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들이 마치 셜록 홈즈 탐정 소설들을 읽는 것처럼 친숙하게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파리의 몰락한 귀족인 뒤팽이 뛰어난 지성으로 경찰도 해결하지 못한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고 숨겨진 범인의 트릭을 밝혀내는 이야기들은 너무나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함정과 시계추>에서 작가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점점 아래로 다가오는 섬뜩한 시계추의 흔들림을 통해 느끼게 한다. 한 번씩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려오는 시계추의 공포, 그것보다 더 두렵고 섬뜩하고 피말리게 하는 공포가 어디 있을까?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통 머릿 속에서 펼쳐지는 불안하고 두려운 상상과 생각들이 더 큰 공포로 만들고 있다. 죽음 자체보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 속에서 더 큰 공포와 불안이 있음을 보여준다.

점점 아래로 다가오는 섬뜩한 시계추의 흔들림을 세어 보던, 그 죽음보다도 길고 긴 공포의 시간을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한 번씩 흔들릴 때마다 조금씩, 눈으로는 도저히 식별할 수 없는 정도로 아주 조금씩, 시계추는 나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함정과 시계추」 중에서



빛나는 재능으로 불멸의 족적을 남겼으나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에드가 앨런 포 작가!
비록 그의 인생은 불행했으나, 그가 작품 속에서 그린 인간의 광기의 그림자 속에 담긴 희망의 빛은 오랜 시간을 건너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소담 출판사의 소담 클래식을 통해 다시 태어난 포 단편선 덕분에 짜릿하고 스릴 만점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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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소담 클래식 5
프리드리히 막스 뮐러 지음, 안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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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고 아름다운 두 영혼의 사랑 이야기"

막스 밀러의<독일인의 사랑 읽고




"우리를 사랑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언어학의 대가 막스 밀러가 집필한 
단 한편의 순수 문학-

 

"세기를 거슬러 순수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전달되는 사랑과 관한 깊은 울림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사람들은 흔히, 쉽게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사랑해" 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고 너무 빨리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 사랑을 포기하고 쉽게 이별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또다시 사랑에 빠지며 "사랑한다" 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다시 사랑한다.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어린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완전하고 즐거운 사랑이 아니다. 
이런 사랑에 대해 이 책 『독일인의 사랑』에서 막스 밀러는 그런 사랑은 "공포와 빈곤을 지닌 사랑, 용솟음치는 격정과 불타는 정열을 지닌 사랑'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이기적인 사랑, 절망적인 사랑인 것이다. 시인이 노래하고 젊은 남녀가 믿는 사랑이란 바로 이런 부류의 사랑이다. 그것은 활활 타다가 꺼지고 마는 불꽃으로, 따뜻하게 해주지도 못하고 연기와 재만 남을 뿐이다. 
-p. 24

이 책 『독일인의 사랑』을 읽으며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두 영혼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는 사실을, 사랑이란 단순히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뿐만 아니라 '나는 너의 것이고, 너는 나의 것이다. "되는 영혼의 합일 단계까지 이르는 고귀하고 숭고한 것이다.
그 사랑은 '왜' 라는 질문이 필요없는 너무나 본질적이고 근원적이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듯이, 들판에 핀 꽃들에게 왜 피어났느냐는 질문이 필요 없듯이 말이다.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냐고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들판에 핀 꽃들에게 왜 피었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비추느냐고 물어보십시오.
나는 당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서고 걷는 것, 말하고 읽는 것 등을 배운다.
하지만 누구도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사랑이란 우리들의 생명과도 같은 것이어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온 우리 존재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 편의 시를 읽는 것 같다. 뚜렷한 기교나 독창적인 서술 방식이 쓰이지 않았지만, 언어학자 답게 쓰여있는 문장 하나 하나가 아름답게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과거를 천천히 회상하면서 이루어지는 여덟 개의 회상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시와 같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이 그 두 남녀의 사랑들을 더욱더 아름답고 고결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책에 쓰인 사랑에 대해 규정한 말보다 더 어떻게 사랑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으면서 조금씩 그 문장을 음미한다. 마치 음식의 맛과 풍미를 맛보기 위해 입 안에서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면서 먹듯이 말이다.


한 떨기의 꽃도 햇빛이 없으면 피지 못하듯, 사람도 사랑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낯선 세상의 냉혹한 진눈깨비가 어린아이의 마음에 처음으로 불어닥칠 때, 하느님의 빛과 사랑과 같은 부모의 시선이 사랑의 따뜻한 햇살을 아이에게 비추지 않는다면 어린아이의 가슴은 그 두려움을 어떻게 견뎌 낼 수 있을까?
-p. 22


화자인 '나'의 어린 시절로부터 첫 번째 회상은 시작한다. 그 어린 시절은 경이롭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는 시간이었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하고 어린 시절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 시절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그것은 적절히 표현할 수도 없고 해석할 수도 없을 정도로 지극한 행복감을 느끼는 영원한 삶인 것이다. 그렇게 작가는 첫 번째 회상에서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함을 노래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어린 아이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노래하는 문장들이 이어진다.


어린 시절은 그 나름의 비밀과 경이로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누가 그걸 적절히 표현할 수 있으며 그 뜻을 풀어서 해석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모두 이 고요한 경이의 숲을 지나왔다. 한때 그 지극한 행복감 속에서 눈을 떴으며, 인생의 아름다운 현실은 밀물처럼 밀려와 우리의 영혼에 흘러넘쳤다. 그때는 온 세계가 우리의 것이었으며, 우리는 온 세계의 것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영원한 삶이었다. 시작도 끝도 없고. 정지도 고통도 없는 영원한 삶이었다. 우리의 마음 속은 가을 하늘처럼 맑았고, 제비꽃 향기처럼 신선했다. 그리고 주일날 아침처럼 고요하고 거룩했다.
-p. 9


두 번째 회상에서 화자인 '나'는 성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운명적인 사랑인 '마리아'를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그의 사랑은 시작되고 두 번째, 세 번째, 마지막 회상에 이르게 될 때까지그들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랑은 마리아가 세상을 떠나게 될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떠난 후까지도 그 지고지순한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계속된다. 그렇기에 그의 사랑은 단순한 육체적인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결국 바래지지 않는 사랑이며, 비록 활활 타오르는 불꽃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타오르는 모닥불과 같은 은은하지만 꺼지지 않는 사랑이다. 그와 그녀의 사랑이란 '내 것이 너의 것이 되고, 너의 것이 내 것이 되는 영혼과 육체의 일치, 합일에서만 가능한 완전한 사랑인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신에 대한 믿음과 겸손으로 완전한 사랑을 구하게 된다. 이제 그 사랑은 한 개인의 사랑이 아니라, 인류애의 사랑인 것이며 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인 것이다. 


그러다가 인생의 폭포하는 것이 다가오게 된다. 그것들을 언제까지나 기억에 남아 있어 우리가 그곳을 멀리 지나 영원이라는 고요한 대양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을 때에도 먼 곳에서 그 폭포수가 쏟아지는 웅장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뿐만 아니라 그 소리는 우리에게 남아 우리를 앞으로 전진시키는 인생의 추진력까지도, 그 근원과 영향력을 폭포수로부터 얻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p. 39


한 방울의 눈물이 대양에 떨어지듯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인류라는 대해에 떨어져 수많은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을 에워싸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수백만의 '타인'들을.
-p. 166


그리고 인류애적 사랑은 자기 자신에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힘이 되고 마침내 신에 대한 감사로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 책 속 사랑보다 어떻게 더 사랑을 철학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사랑으로 이끄는 힘이 무엇인지, 사랑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이 책보다 다른 어떤 책이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마리아는 나의 마음을 이 세상에 묶어 놓는 유일한 존재였다네. 내가 참아 왔듯 자네도 이 삶을 참고 견뎌야 하네. 그리고 쓸데없는 슬픔으로 단 하루라고 허비하지 말고, 그들을 사랑하고 그녀와 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사랑했다가 마침내는 잃어버린 것까지도 신에게 감사하도록 하게나."
-p. 165-166


순수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울리는 사랑에 관한 깊은 울림이 세기를 거슬러 가슴 속 깊이 전해져 온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 하나를 다듬고 가다듬은 작가의 열정과 진심이 느껴진다. 정결하고 고결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을 천천히 읽다보면 그 문장들 하나 하나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과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된다. 언어학의 대가인 막스 밀러가 집필한 단 한 편의 순수 문학 작품인 이 책 『독일인의 사랑』!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현재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느끼는 것이겠지. 

사랑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랑에는 척도가 없다는 것, 사랑에는 많고 적음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사랑을 할 때는 온 마음과 영혼을 다 바치고 온 정열과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p. 22-2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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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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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혼종의 세계 속에서 미래 해법을 찾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1,2> 를 읽고



"멸망한 지구의 극소수 구인류, 그리고 키메라 신인류

이 이야기는 바로 5년 뒤 시작된다."

진기한 과학적 상상력과 인류에 대한 깊은 통찰로 빚어낸

이 시대 최고의 미래 소설



생물 다양성의 감소, 각종 전염병의 발생, 이상기후로 인한 각종 자연 재해 증가 등이 발생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자연과 인류의 공존이 깨져 버린 생존조차 보장할 수 있는 인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정말 이러다 인류가 멸망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학자들이 인류의 종말을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다.

또한 각 나라 사이에 늘어나는 갈등과 분쟁,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이유 등의 이유로 일어나는 끊임없는 전쟁, 핵 보유국의 증가 및 핵무기 개발 등으로 인류는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다 제 3차 세계 대전이라도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지구촌 전체가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책 『키메라의 땅』은 제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서 황폐해져 멸망한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항상 놀랍고 기발한 상상력을 가지고 구성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놀라게 해 온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구인류와 혼종의 세계를 통해 미래 해법을 물으면서 공존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더 이상 인류는 만물의 영장이 아니다. 더 이상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 다양성 피라미드에서 꼭대기에 위치하지 않는다. 인류는 질병이나 재난에 취약하며, 자연은 다양성을 통해 진화하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려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인류 또한 다른 생물처럼 호모 사피엔스만 남기보다 여러 인류 종이 공존하던 과거처럼 진화를 통해 다양해져야 한다고 말하며 이것이야말로 미래를 위한 해법이라고 그의 생각을 전한다.

이런 작가의 생각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혼종, 키메라가 탄생한다. 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흙, 물, 공기를 바탕으로 하여, 디거, 노틱, 에어리얼 이라는 혼종, 키메라가 탄생된다. 흙에서 살아가는 데 유리한 두더지와 인간의 결합, 물 속에서 헤엄치는 돌고래와 인간의 결합, 공기 속에서 날 수 있는 박쥐와 인간의 결합으로 그들은 탄생하여 그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기까지 한다.

한 진화 생물학자인 알리스의 인류에 대한 해법으로 극비리에 진행된 연구에 의해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신인류인 키메라를 탄생 시키는 것, 그 키메라를 통해 인류의 가능성을 이어지도록 하려는 것이 바로 그 연구의 취지였다. 처음에는 그 연구가 반대론자들의 극심한 위협으로 반대에 부딪혀 불가능해 보였지만, 프랑스 연구부 장관인 뱅자맹 웰스와 다른 과학자들의 도움으로 시행착오와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녀는 키메라인 혼종 3종인 에어리얼, 디거, 노틱을 탄생시키에 이르렀다.

멸망한 지구에서 살아남은 호모 사피엔스와 혼종 3종 에어리얼, 디거, 토틱 이 구인류와 신인류 3종족의 공존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멸망한 지구에서 하늘과 땅과 바다에 정착하게 된 3종족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이 신인류가 멸망한 지구에서 새로운 문명을 다시 세울 개척자 같은 존재인 듯 보였다. 그들에게는 인간이 가진 탐욕, 권력, 폭력성 등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공존해서 그들만의 문명과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통제와 배제를 택한 구인류의 형태와 비교하여 협력과 공존을 택한 신인류 키메라들의 생존 방식은 바람직하게 보였다.

키메라의 생존 방식을 통해 인간만이 주인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얼마나 위험하고 크나큰 착각인지 깨닫게 된다. 작가는 키메라들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하찮고 나약한 존재인지를 대비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다양성을 통해 탄생한 혼종들의 존재들이 미래에 대한 해법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혼종 또한 인간이 범했던 실수를 거듭하며 통제와 배제를 통해 갈등을 보여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던 혼종들은 점점 더 자신들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서로의 존재를 혐오하며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구인류와 공존을 꾀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주는 관계였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창조해 준 인류를 제거하거나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려고 하기까지 한다. 인류의 생존을 도와줄 조력자 역할을 해줄 줄 알았지만, 결국 그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인류와 공존하며 협력하는 에어리얼 공동체, 인류와 중립을 지키며 살아가는 디거 공동체, 인류를 제거 대상으로 생각하며 파괴하려는 노틱 공동체, 그리고 이 모든 갈등과 대립을 회피하는 마지막 혼종 아홀로틀 악셀을 보면서 어떤 방식과 관계가 과연 인류의 생존에 유리할 것인가? 우호적인 관계인가? 중립적인 관계인가? 파괴적인 관계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회피하는 관계인 것인가?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열린 결말로 대신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가가 결말을 통해 답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협력과 공존이야말로 작가가 추구하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결국 작가는 중립과 파괴 또한 그 선택지에 놓아 두었다. 그리고 마지막 혼종인 도룡뇽 아이 악셀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것도 같다.

지금까지 인간은 자연의 진화에 영향을 끼쳐 왔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변형하고 지배하려고 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 우리는 멸망이라는 위기 상황에 봉착하였다. 그 상황 속에서 인류가 나아가여 할 길은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연에 맡겨두는 것, 자연을 믿는 것, 자연과의 공존, 그것이 어쩌면 인류의 위기에 대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자연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려 하지 말고, 자연에 맡겨 두는 게 어떨까? 결국 자연이 제한적 정신을 지닌 우리로서는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저만의 해결책들을 찾아낼 것임을 알고, 자연을 믿는 게 어떨까?"

"이제는 처음 세 종이 실패하더라도 악셀이라는 대비책이 있어.

불꽃을 품은 작은 불빛이

악셀. 불멸의 도룡뇽 아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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