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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와 기름
단요 지음 / 래빗홀 / 2024년 11월
평점 :
"만약 당신이 세상을 끝장낼 수 있다면"
단요의< 피와 기름> 을 읽고
"만약 네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으면, 그러고 싶으냐?"
-문윤성SF문학상 대상, 박지리문학상 수상 작가인 단요 작가의 신학 스릴러 소설-
"만약 네가 세상을 끝장낼 수 있으면, 그러고 싶으냐?"(p. 412)
지구의 어떤 지역에서는 기근, 빈곤, 질병, 전쟁 그리고 그로 인한 분쟁으로 고통을 받아오고 있지만, 다른 어떤 지역에서는 재화와 음식이 넘쳐 나서 다 소비되지 못하고 사람들은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일상적으로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감한다. 생태계 파괴와 환경 오염 같은 세상의 종말의 징조가 보이고 있고, 갈수록 종말론의 실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정말 이러다 세상이 망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 종말이 오면 어쩌지?' 라는 불안과 공포에 떨곤 한다.
누군가 "만약 당신이 세상을 끝장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라고 묻는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과연 신과 같이 한 개인이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권리가 있을까?
이 책 『피와 기름』을 통해 작가는 세상에 정말 종말이 올 것인지, 종말을 통해 진정 구원은 이루어지는 것인가 등 종말과 구원 등 윤리적이고 신학적 질문을 하고 있다.
다소 무겁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종교적이고 신학적인 주제들을 미스터리적 요소와 스릴러 소설 장르를 결합하여 작가만의 도발적이고 대담한 서사로 풀어내었다. 주인공인 우혁, 신비한 능력을 가진 소년 교주인 이도유, 기업가이자 소년 교주의 추격자인 조강현 이 세 인물들이 얽혀서 만들어가는 스릴감 넘치고 서사가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주인공 우혁은 도박중독으로 인한 도박 빚으로 실직 상태이며 빚 독촉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30대 청년이다. 인생 낙오자, 도박 중독자, 스릴 중독자 등으로 불리며 친한 선배의 학원에서 논술 보조 강사로 일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그런 그 앞에 20년 전, 백운산 계곡에서 자신을 살려준 소년인 이도유를 만나게 되고 우혁은 뜻하지 않게 이도유와 얽힌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년 이도유는 중학생이었던 우혁을 살려주었고, 1999년 12월 31일을 종말의 날로 예언했고 이로 인해 서른 두 명의 추종자들을 집단 자살로 이끈 사이비 종교인 새천년파의 소년 교주였다. 사람들은 이 소년 교주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재림 예수'라고 믿었다. 이도유는 과연 죽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재림 예수이며 메시아인 것인가? 그리고 오랫동안 그를 추적해온 기업가이자 추종자인 조강현의 목적은 무엇일까? 그가 이도유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무엇일까? 이도유가 살려낸 우혁이 일상 밖으로 탈주하여 세계를 구하거나 멸망 시키는 여정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주인공 우혁의 더욱더 깊어지는 생각과 사유를 통해 그의 달라진 모습 또한 만나게 된다.
"저는 맘몬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좋음을 나눠 주고자 마음먹었습니다. 풍요로운 이들에게서 돈을 걷어 배고프고 주린 자들을 거둘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보다 좋은 곳이 될 터였습니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과연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1999년 12월 31일과 같은 세상 종말의 날이 또 온다면 우리는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 또한 신과 같은 신비한 능력을 갖춘 누군가 세상의 종말을 선언하고 끝장내려 한다면 그것은 과연 옳은 일일까? 아무리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세상의 종말을 선언할 자격이나 권리가 있을까? 진정한 구원은 세상의 종말로부터 오는 것일까? 아니면 지옥같이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는 이 세상 속에 참된 구원이 있는 것일까?
"저는 지구 반대편에서 30만 명이 굶어 죽더라도 오늘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만, 눈앞에서 100명이 죽는 건 견디지 못합니다. 무고한 사람이라면 100명이 아니라 10명이라도 어렵습니다."
우혁의 말처럼 비록 우리 인간이 비록 30만 명이 굶어 죽어도 오늘 저녁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존재이고, 이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그 고통에서 희망을 찾아내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서른 세살의 나처럼, 완전히 낭떠러지 앞까지 도착한 사람들을 붙잡아 세우는 일을 해보고 싶기도 하다." (p. 413) 처럼 세상은 아직은 살 만한 것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여 우리에게 죽음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세상의 종말을 통해 구원을 찾기보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서 우리는 진정으로 구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긴장감있고 스릴있는 사건의 전개와 신학과 윤리 그리고 철학, 묵시와 환상, 교육과 현실 그리고 구원과 종말 등 여러가지 소재들이 맞물려 매력적인 신학 스릴러 소설이 탄생하였다. 이 책은 재미와 스릴을 줄뿐만 아니라 구원과 종말 그리고 세계 윤리에 대해 묵직한 질문까지 던지고 있어 더욱더 매력적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