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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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미스터리 재탄생한 동화들"

송시우의  <선녀 위한 변론> 을 읽고 


증인은 왜 피고의 날개옷을 찾으려고 했습니까?

-한국 미스터리 문학장의 멀티 플레이어 송시우 신작 소설집  -

 

우리가 알고 있는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법정 미스터리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선녀와 결혼하게 된 나뭇꾼의 이야기의 후속편이 이 책  『선녀를 위한 변론』을 통해 계속 된다.

 

한국 미스터리 작가로 알고 있는 작가의 상상력과 법정 미스터리가 합쳐져서 우리가 알고 있는 <인어 공주>와 <선녀의 나뭇꾼>이 법정 공방을 벌이는 특수 법정 미스터리인 <인어의 소송>, <선녀를 위한 변론>으로 재탄생하였다. 작가는 이 동화 스토리에 뜻밖의 의문의 살인사건을 포함시켜 살인자를 추적하면서 법정 공방을 벌이는 과정을 추가하여 스릴있는 현실감있는 법정 미스터리를 구성한 것이다. 

 

<인어의 소송>에서는 마녀의 저주에 목소리를 빼앗기고 인어의 꼬리 대신 다리를 얻어 통증을 얻은 인어가 등장한다. 그런데 인어는 꿈꾸던 왕자와의 행복한 미래가 아닌 뜻밖의 왕자의 죽음으로 인해 살인 피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과연 인어는 왕자를 죽인 것일까?" 라는 의문과 함께 인어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한 법정 공방이 현실성있게 벌어진다. 피고인 인어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사법 제도와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과연 인어는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을까? 과연 왕자를 죽인 것은 인어일까, 아니면 다른 누구일까?

 

설정 속에 사법 체계의 등장과 사법부의 권한 설정을 통해 인어 공주 이야기와 법정 미스터리를 접목한 방식이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우주의 원리에 일종의 국소적인 오류가 생긴 것인데, 왕국의 작동 원리 중 하필 사법 분야에만 그 영향이 미쳤다. 중세 하이트 왕국에 덜컥 근대적인 사법 체계가 들어선 것이다.

-p. 9

 

<인어의 소송>에서는 과연 누가 범인인지 밝히는 과정 속에서 변호사나 검사뿐만 아니라 셜록 홈즈같은 탐정 역할을 하는 몰트 백작이라는 사람도 등장한다. 사법 제도와 탐정의 추리를 통해 결국 범인이 밝혀지게 된다.

 

그런데 표제작인 <선녀를 위한 변론>에서는 심순애 변호사와 이수일 변호사 및 여러 증인들이 벌이는 법정 공방을 통해 범인을 밝히는 과정을 제대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선녀가 나뭇꾼의 살인자로 몰렸지만, 사법제도와 변호사의 도움으로 선녀는 누명을 벗게 된다. 선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법정 공방과 선녀를 위한 그들의 변론이 너무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마치 그 재판 과정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누가 나뭇꾼을 죽였는가? 모두의 의심대로 과연 선녀가 죽인 것인가? 

선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당신은 어떤 변론을 펼칠 것인가? 

 

“선녀에겐 정당방위 주장도 필요 없습니다. 선녀는 이쇠돌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심순애 변호사는 취재진 앞에서 항소장을 손에 들고 흔들었다. 항소심을 통해 선녀의 무죄를 밝히고 진실과 정의를 되찾겠다는 젊은 변호사의 선언은 왕국 곳곳에 닿아 들불처럼 번지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선녀는 무죄일까 아닐까. 내기를 거는 사람도 생겨났다.
-「선녀를 위한 변론」중에서

 

“법원은 이쇠돌이 선녀의 날개옷을 찢은 거라고 사실인정을 했는데, 도대체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p. 82, 〈선녀를 위한 변론〉

 

 

이 책  『선녀를 위한 변론』에는 법정 미스터리로 재탄생한 동화 이야기들 외에도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나 <모서리의 메리> 에서처럼  미스 마플같은 아마추어 탐정인 임기숙과 그녀의 반려견이 활약하는 클래식 미스터리도 수록되어 있다. 작가는 일상 생활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작고 소소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들려준다. 유머와 위트를 곁들어져서 이야기를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마지막 이야기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중편이분량으로 초등학생 유괴 살인 사건을 다룬 사회파 미스터리이다. 우리는 여덟 살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십대 김윤주의 심문과정을 통해 드러난 진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고교 자퇴생인 김윤주는 왜 이런 살인 및 사체 유기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고등학생이 혼자 이 모든 범죄와 악행을 계획하고 실제로 아이를 유괴해서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자신은 촉법소년이라 생각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한 김윤주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이 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범인찾기가 아닌 살인자 김윤주의 범죄 행동의 원인과 목적이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가상현실과 현실 세계를 혼동하고, 가상 현실 속 이야기를 실제 현실 세계에서 행한 김윤주를 과연 정신이상자로 볼 것인가? 아마 이것은 비단 김윤주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 해보인다. 동영상이나 소설에서 본 살인 장면을 모방해서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너는 금방 잊힐 거야.”
이규영은 맞은편 벽을 바라보며 슬프게 단언했다.
“앞으로 너보다 더 악한 아이가 나타나겠지.”
p. 268,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마치 이 책 『선녀를 위한 변론』은 나에게는 미스터리 종합선물세트 같이 느껴졌다. 법정 미스터리, 클래식 미스터리, 사회파 미스터리 같은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맛을 내어서 스릴과 재미를 느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표제작인 <선녀를 위한 변론>에서 보인 변론과 법정 공방 과정이 흥미로웠다. 마치 현대판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라고 할까.

사회파 미스터리물인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이야기는 가상 현실에 빠져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여 살인죄를 짓고도 죄책감과 후회를 하지 못하는 십대 청소년의 현주소를 생각해 보게 좋았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선녀를위한변론 #송시우 #래빗홀 #가제본서평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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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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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매력 청춘 로맨스 소설"

우메노 고부키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을 읽고 



"나랑 약속해. 어른이 되겠다고"

-달달한 청춘 로맨스를 품은 반전 미스터리-

 

<피터팬의 모험>에서 등장하는 '네버랜드'에서처럼 우리가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느새 아이에게 어른으로 이미 커버렸고,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찌들고 타협했다. 하지만 문득 세상에 시달리고 지칠 때, 문득 나에게도 피터팬이 찾아와 나를 네버랜드로 데려가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도 아이도 되지 못한 채, 8년 전 그 날에 멈추어 있다. 그들의 비밀 기지인 '네버랜드'에 갇힌 채, 그들은 친구인 아마네 생일 파티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인해 그들은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뿔뿔히 흩어졌다. 특히 주인공인 기리는 첫사랑 아마네의 죽음으로 인해 그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빈 껍데기와 같은 나날을 보내며 열여덟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당신이 언니를 죽였나요?"

맴맴, 맴맴, 맴맴.

매미 소리가 뒤늦게 내 고막을 두드리고, 나는 포기에 가까운 허무함을 안은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p.24

 

아마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죽은 아마네의 여동생 유키네가 나타난다. 언니의 죽음은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닌 타살이라고 말하며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언니는 살해당했어요.

그날, 네버랜드에 있던 누군가에게

 

8년 전 죽은 아마네의 생일 파티 날, 아마네를 절벽에서 밀어서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건의 진실은 8년 전 그 날에 있다. 과연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빈 껍데기같은 무력한 삶을 살던 기리는 그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알기 위해 타임리프를 통해 8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하며 올바른 일일까. 그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바뀔 수 있는데 과연 괜찮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이에 대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가 마음에 들게 바꾸면 된다고 말하는데 과연 옳은 일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라면 다시 바꾸면 그만이다.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면 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p. 163

 

이렇듯 기리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즉 아무도 비극적인 결말이나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후회할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서 아마네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아마네를 왜 죽였는지 등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아마네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고, 그 범인이 애초에 아마네를 죽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지만, 작가는 단순히 범인 찾기에 끝나지 않고 반전을 거듭하여 진정으로 피터팬을 기다린 웬디가 누구였는지까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우리는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과거에 남겨진 웬디이자 팅커벨이기도 한 외톨이였던 그 누구에게로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이야기 속 피터팬의 모험이 완성되는 결과와 기쁨을 만나게 된다. 이런 반전이 숨겨져있을 줄이야 하는 충격과 함께, 이제서야 퍼즐의 조각이 모두 다 맞추어져서 드러나는 그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하는 그 이상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피터팬을 기다리던 한 외톨이 소녀 웬디까지도 구해야하는 것이다. 

 

몇 번이나 산산이 깨져버린 우정.
누군가가 사라져 버린 미래.
짧은 순간에 불과했던 푸른 여름을, 환상처럼 행복했던 시간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희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내가 데리러 가야만 해.”
‘이상적인 미래’에 작별을 고하고, 나는 창틀 너머로 몸을 날렸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과거에 남겨진 웬디이자 팅커벨이기도 한 외톨이인 너의 곁으로.

- p.348

 

의문의 살인 사건의 범인 찾기에서 시작하여 반전을 거듭하여 달달한 로맨스까지 결합하여 해피엔딩 결말로 끝날 이야기의 구성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모두가 만족할만한 행복한 결말과 미래를 만들기 위해 타임 리프를 하는 과정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비록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겠지만, 이 책 속 '네버랜드'처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고, 우리의 추억 속에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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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빠진 로맨스
베스 올리리 지음, 박지선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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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매력 로맨틱 미스터리"

베스 올리리의  <내가 빠진 로맨스> 을 읽고 



"만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트 노쇼, 삼중 연애, 반전 과거까지
베스 올리리가 새롭게 정의하는 로맨틱 미스터리-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커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한번 쯤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초코렛을 주며 고백한다는 날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랑하는 연인이 아니더라도 친구 사이에도 초코렛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날, 사랑하는 남자에게 바람을 맞으면 어떨까? 여자는 한껏 발렌타인데이 초코렛과 멋진 이벤트를 기대하고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남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얼마나 황당하고 짜증이 날까. 상상만 해도 화나고 당황스러운 일이 세 여자들에게 일어났다. 

 

이 책  『내가 빠진 로맨스』의 세 여자는 같은 날, 같은 남자에게 바람을 맞았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것인가. 그것도 하필이면 모든 연인들에게 최고의 날인 발렌타인데이에 말이다. 그것도 남자는 양다리도 아닌 문어발로 삼중연애를 하면서 말이다. 

 

발렌타인데이에 세 여자 시오반, 미란다, 제인은 한 남자에게 모두 바람을 맞는다. 만나기로 약속했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고의적인 행동일까. 아니면 무슨 사고가 생긴 것일까. 전형적인 바람둥이의 스타일 같아 보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렇게 단순히 세 여자를 사귀는 바람둥이 남자의 연애 스토리라고 생각했다. 발렌타인데이에 여자를 바람맞히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그 남자의 구구절절한 변명과 사과에 넘어가 용서를 하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저러면 안 되는데, 왜 저렇게 또 넘어가지 하면서 엄청 열내면서 읽었다.

만약 이 책이 그런 내용이었다면 이렇게 많은 추천평과 찬사도 없었을 것이고, 소니 제작사 영화화 확정, 아마존 에디터 선정 화제작 같은 부제도 따라다니지 않았을 것이다.

 

거의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꺼운 분량임에도 시오반, 제인, 미란다 세 여자와 함께하는 삼중 연애 스토리가 이어져서 즐겁고 재미있고 읽을 수 있었다. 마치 가벼운 연애 소설을 본다고 할까. 아마 이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그만두었다면 아마 난 이 책의 내용이 이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을 뻔했다. 그리고 예상하기에 나중에 바람둥이 조지프의 정체가 탄로나서 세 여자 모두에게 버림받을 것이라고 예상도 했었는데, 여지없이 내 예상은 빗나가고 작가에게 한 방 크게 맞았다. 

 

이야기는 세 여자의 각각의 시점에 따라 전개되어 그 연애 스토리가 별개로 보였다. 즉 시오반, 제인, 미란다 시점으로 각각 따로 전개된 세 개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나중에 가서는 그렇게 따로 떨어져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로 이어지며 베일에 쌓였던, 의심스러웠던 조지프의 정체가 밝혀졌을 때는 말 그대로 뜨아아 했다. 작가가 이런 충격 반전을 마지막에 숨겨놓을 줄이야. 

 

작가는 시오반, 제인, 미란다의 시점을 통해 조지프라는 남자의 정체를 조금씩 밝히기 시작한다. 세 여자는 조지프를 만나면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은 점점 조지프에게 빠져들고 사랑하기 시작한다. 만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이 남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왜 그는 그날 오지 않은 것일까?

이런 의문점을 가지고 조지프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노력하다보면 마지막에 가서는 아! 하는 깨달음과 무한한 감동이 올 것이다. 그리고 조지프가 그렇게 나쁜놈이 아닌, 사랑했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면서 조지프가 한없이 매력적인 남자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떤 반전과 무한한 감동이 올지는 이 책을 직접 읽으며 스스로 찾아보기를 권한다. 

 

뻔한 사랑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었다가 마지막에는 충격적 반전과 무한한 감동이 찾아오는 이 책 『내가 빠진 로맨스』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

 

밝혀지는 비밀, 시험에 드는 관계, 마침내 발견되는 행복.
- 워싱턴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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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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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기쁘고도 고독하게 살아가는 일상 기록"

 

에쿠니 가오리 <당신의 주말 몇 개입니까> 를 읽고 



"혼자일 때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 때 고독은 왜 이리 끔찍한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기쁘고도 고독한 에세이-

 

흔히들 사람들은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한다. 결혼 10주년을 지난 지금에야 그 말에 100프로 공감한다. 연애때는 매일 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며 시간을 보내길 바랬는데, 결혼은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찌 항상 연애때의 설레임과 애틋함만 있으랴.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것은 아무리 부부 싸움을 해서 집을 뛰쳐나가도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런 감정과 생각이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느끼는 기쁘고도 고독한 감정일까.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이번에는 그녀 자신의 사랑의 모습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안정과 위태로움에 대해 16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16개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그녀가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비단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1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라면 사랑과 기쁨 속에 숨겨진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 또한 아이와 남편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이 시간 그런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고독의 시간을 오히려 반긴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간에 글을 쓰면 없던 영감도 떠오르며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이 샘솟아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결혼과 결혼 생활은 과연 무엇일까.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속에서는 행복과 기쁨만 있는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는 남편과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같은 장소에서 마치 다른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론 그런 남편의 무심함과 다름에 서운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 말처럼 서로 다른 풍경이기에 멋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서로 같은 풍경을 본다면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 올린 풍경에.

-p. 66, < 풍경> 중에서 

 

작가는 "혼자일 때의 고독은 기분이 좋지만, 왜 둘일 때 고독은 끔찍한 것일까?" 질문을 한다. 여행도 따로, 설날 명절 때 각자 따로 자기네 부모들과 설을 보내고, 공원 산책도 그녀는 혼자 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꿈꾸지만,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최근하는 남편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과 생각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결혼 생활을 보면,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은 아직도 연애 감정에 빠져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남편은 이미 결혼은 현실을 깨달은 느낌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현실적인 남자, 그들이 만들어가는 결혼 생활 모습 속에서 여자는 더더욱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여자도 생활에 쫓기고, 육아에 시달리면 그런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하지 않을까.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결혼 생활에 비하면, 나의 결혼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게 보인다. 작가가 아직 아이가 없기에 이런 여유와 낭만을 품고 있는 듯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의 사사로움, 그 번거로움, 그 풍요로움,

혼자가 둘이 되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p. 57, < 색> 중에서 

 

 

남편과 낭만적인 시간, 연애를 즐길 시간을 찾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해줄 수 있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결혼 생활이고, 이것 또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은 'struggle" 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p. 79, < 노래> 중에서 

 

작가의 말대로 정말 결혼 생활은 투쟁의 과정인 것 같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가치관도 다른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면서, 때론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이 투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의 콩깎지는 벗겨진 지 오래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젠 사랑이 아닌 정으로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견디고 인내하고 투쟁하는 과정이 결혼임을 결혼해서 살아보면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는 아직은 '사랑'을 믿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비록 물 한잔 자기 손으로 가져다 먹지 않아 일일히 물을 가져다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느끼며 남편 곁에서 잠들고 싶다. 

 

결국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p. 149, < RELISH> 중에서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에 열정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사랑의 기적과 기쁨을 믿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결혼 생활의 모습이 참으로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이게 보인다. 항상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사랑에 진심인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작가의 연애, 결혼관이 반영된 결과였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을 통해 작가의 모습이 아닌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로서의 에쿠니 가오리의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고, 그동안  궁금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일상곽 결혼생활, 사랑의 모습을 아낌없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작가님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마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과 결혼 생활에 대해 수다 떠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응원하며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신간도 기대해본다. 




소담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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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빛 - 제1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수상작
임재희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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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 이후 살아가는 우리들을 비추는 따스한 불빛"

임재희의  <세 개의 빛> 을 읽고 



개인적·사회적 비극 이후에도 이어지는 삶,
비극 이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비추는 작지만 따스한 불빛

- 제 11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  -

 

미국에서 총기난사 사건 소식을 접할 때면 예전에 읽었는 던 책 한 권이 생각이 난다. 그것은 바로 수 클리볼드가 쓴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이다. 1999년 4월에 발생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엄마인 수 클리볼드가 총기난사사건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요즘에도 뉴스에서 우리는 총기난사사건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가해자가 한국인인 경우에는 왠지 마음이 너무 불편해진다. 그 먼 미국 땅에 가서 왜 그 한국인은 총을 쏘며 죄없는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끝내 그 자신도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가. 그는 사회부적응자인 소시오패스거나 폭력적 성향이 심한 사이코패스인가?

 

이 책  『세 개의 빛』 속에서도 총기난사사건이 등장한다. 2017년 4월 16일 버지니아공대에서 한국인 유학생에 의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다. 이 책은 두 주인공 노아와 은영이 뉴스에서 그 총기난사사건 소식을 들으면서 시작한다. 그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입양아인 노아와 한국계 미국인 1.5세인 은영은 알지 못하는 혼란과 절망을 느낀다. 

 

같은 동양인이고,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자아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며 괴로워한다. 특히 노아는 어렸을 때 양아버지가 총으로 양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을 겪었고 그 뉴스로 인해 그때의 공포와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깊은 우울에 빠지고 그 절망감과 고통에 헤어나지 못한다. 끝내는 싸늘한 주검으로 짦은 생을 마감한다. 이에 노아의 여자친구인 은영은 노아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힘겨워하다가 노아의 흔적과 기록을 찾으로 한국으로 향하게 된다.

 

노아가 남자아이-1이라는  어떠한 존재감과 의미도 없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은영은 친구 현진의 도움으로 노아가 입양될 당시에 운영된 입양 기관을 찾아가게 되고 그 곳에서 흑인과 아시아인의 혼혈로 미국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리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리사와 현진의 도움으로 은영은 노아에 대해 좀더 많이 알게 되고 비로소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된다. 노아라는 이름 외에 동아라는 아름답고 의미있는 이름이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은영은 노아의 기록과 삶의 흔적을 쫓으면서 진정한 애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진정한 애도는 슬퍼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삶의 흔적과 발자취를 따라 살아생전 그를 추억하고 그의 뜻을 기리는 것이 아닐까. 단순히 한 사람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고 마음 편하게 좋은 마음으로 그 사람을 마음 속에서도 떠나보내는 것이리라. 

 

은영이 노아를 위해 현진과 함께 '남자아이-1, 노아, 동아' 라는 이 세 가지 이름으로 된 등을 달고 그의 길을 밝혀주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비록 노아의 죽음은 안타깝고 비극적일 수 있지만, 그를 사랑하고 추억하는 남겨진 사람들이 있기에 그 죽음은 더이상 슬프지 않다. 

 

또한 노아와 리사처럼 한국전쟁과 같은 시대적 비극에 의해 희생되고 힘든 사람들을 살았던 사람들에 생각해본다. 정든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땅으로 이민을 가야했던 은영의 가족이나, 실향민인 아버지의 죽음 이후 현진이 겪었던 삶의 고난들, 또한 버려졌다는 상처와 함께 파양 후 입양된 노아의 삶, 유년의 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는 리사의 삶 그들 모두의 삶이 시대가 낳은 비극적 결과인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온다.

 

작가는 이 책에서 이민자, 입양인, 여성, 흑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해석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그 사람들의 다양한 감정의 결을 천천히 공을 들여 보여준다. 작가는 그들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거나 재단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그 고통과 슬픔을 이해하면서 점차 화해와 회복의 길을 나아가야 함을 우리들에게 말해주는 듯하다. 

 

 

이제야 뭔가 다 본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이 여전히 내 등 뒤에 남아 있는 것도 같았다. 가끔 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가는 희미한 총성처럼 나와 함께 살아갈 것들이었다.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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