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우메노 고부키 지음, 채지연 옮김 / 모모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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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매력 청춘 로맨스 소설"

우메노 고부키의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 을 읽고 



"나랑 약속해. 어른이 되겠다고"

-달달한 청춘 로맨스를 품은 반전 미스터리-

 

<피터팬의 모험>에서 등장하는 '네버랜드'에서처럼 우리가 영원히 아이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어느새 아이에게 어른으로 이미 커버렸고, 아이의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찌들고 타협했다. 하지만 문득 세상에 시달리고 지칠 때, 문득 나에게도 피터팬이 찾아와 나를 네버랜드로 데려가주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 『오른쪽에서 두 번째 여름』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어른도 아이도 되지 못한 채, 8년 전 그 날에 멈추어 있다. 그들의 비밀 기지인 '네버랜드'에 갇힌 채, 그들은 친구인 아마네 생일 파티에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으로 인해 그들은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뿔뿔히 흩어졌다. 특히 주인공인 기리는 첫사랑 아마네의 죽음으로 인해 그 슬픔과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빈 껍데기와 같은 나날을 보내며 열여덟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당신이 언니를 죽였나요?"

맴맴, 맴맴, 맴맴.

매미 소리가 뒤늦게 내 고막을 두드리고, 나는 포기에 가까운 허무함을 안은 채로 손에 들고 있던 짐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p.24

 

아마네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기리에게 갑자기 나타난 죽은 아마네의 여동생 유키네가 나타난다. 언니의 죽음은 사고에 의한 것이 아닌 타살이라고 말하며 언니를 죽인 범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언니는 살해당했어요.

그날, 네버랜드에 있던 누군가에게

 

8년 전 죽은 아마네의 생일 파티 날, 아마네를 절벽에서 밀어서 죽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건의 진실은 8년 전 그 날에 있다. 과연 그 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빈 껍데기같은 무력한 삶을 살던 기리는 그 사건의 진실과 범인을 알기 위해 타임리프를 통해 8년 전 그날로 돌아간다.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과연 가능하며 올바른 일일까. 그 과거의 행동으로 인해 미래가 바뀔 수 있는데 과연 괜찮을까. 이 책에서 작가는 이에 대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가도 괜찮다고, 미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과거로 돌아가 마음에 들게 바꾸면 된다고 말하는데 과연 옳은 일일까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가 아니라면 다시 바꾸면 그만이다.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하면 된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p. 163

 

이렇듯 기리는 모두가 만족할 만한, 즉 아무도 비극적인 결말이나 미래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후회할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서 아마네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아마네를 왜 죽였는지 등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가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아마네를 죽인 범인을 밝혀내고, 그 범인이 애초에 아마네를 죽이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듯 보였지만, 작가는 단순히 범인 찾기에 끝나지 않고 반전을 거듭하여 진정으로 피터팬을 기다린 웬디가 누구였는지까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우리는 결국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과거에 남겨진 웬디이자 팅커벨이기도 한 외톨이였던 그 누구에게로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이야기 속 피터팬의 모험이 완성되는 결과와 기쁨을 만나게 된다. 이런 반전이 숨겨져있을 줄이야 하는 충격과 함께, 이제서야 퍼즐의 조각이 모두 다 맞추어져서 드러나는 그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가 행복해하는 그 이상적인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피터팬을 기다리던 한 외톨이 소녀 웬디까지도 구해야하는 것이다. 

 

몇 번이나 산산이 깨져버린 우정.
누군가가 사라져 버린 미래.
짧은 순간에 불과했던 푸른 여름을, 환상처럼 행복했던 시간을……,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희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어.
“내가 데리러 가야만 해.”
‘이상적인 미래’에 작별을 고하고, 나는 창틀 너머로 몸을 날렸다.
어른이 되지 못한 채 과거에 남겨진 웬디이자 팅커벨이기도 한 외톨이인 너의 곁으로.

- p.348

 

의문의 살인 사건의 범인 찾기에서 시작하여 반전을 거듭하여 달달한 로맨스까지 결합하여 해피엔딩 결말로 끝날 이야기의 구성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 범인을 찾기 위해, 모두가 만족할만한 행복한 결말과 미래를 만들기 위해 타임 리프를 하는 과정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비록 우리 모두가 어른이 되겠지만, 이 책 속 '네버랜드'처럼 시간이 지나도 다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고, 우리의 추억 속에 언제나 존재할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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