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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3년 9월
평점 :
"에쿠니 가오리의 기쁘고도 고독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기록"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를 읽고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3/1013/pimg_7526911564046785.jpg)
"혼자일 때 고독은 기분 좋은데,'
둘일 때 고독은 왜 이리 끔찍한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기쁘고도 고독한 에세이-
흔히들 사람들은 연애는 환상이고,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을 한다. 결혼 10주년을 지난 지금에야 그 말에 100프로 공감한다. 연애때는 매일 매일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며 시간을 보내길 바랬는데, 결혼은 좋든 싫든 한 공간에서 얼굴을 맞대고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찌 항상 연애때의 설레임과 애틋함만 있으랴. 그래도 한 가지 좋은 것은 아무리 부부 싸움을 해서 집을 뛰쳐나가도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런 감정과 생각이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에서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느끼는 기쁘고도 고독한 감정일까. 지금까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 에쿠니 가오리 작가가 이번에는 그녀 자신의 사랑의 모습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안정과 위태로움에 대해 16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16개의 이야기들을 읽어보면, 그녀가 왜 그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지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비단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아마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1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부부라면 사랑과 기쁨 속에 숨겨진 외로움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 리뷰를 쓰고 있는 나 또한 아이와 남편이 모두 잠들어 있는 새벽 이 시간 그런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고독의 시간을 오히려 반긴다. 그 시간은 온전히 나로써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시간에 글을 쓰면 없던 영감도 떠오르며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이 샘솟아 글을 쓰는 시간이 즐겁기도 하다.
결혼과 결혼 생활은 과연 무엇일까.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한 두 남녀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공간에서 살게 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속에서는 행복과 기쁨만 있는 것일까. 에쿠니 가오리는 남편과 자신은 전혀 다르다고 말한다. 같은 장소에서 마치 다른 풍경을 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때론 그런 남편의 무심함과 다름에 서운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녀 말처럼 서로 다른 풍경이기에 멋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서로 같은 풍경을 본다면 어쩌면 지루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 올린 풍경에.
-p. 66, < 풍경> 중에서
작가는 "혼자일 때의 고독은 기분이 좋지만, 왜 둘일 때 고독은 끔찍한 것일까?" 질문을 한다. 여행도 따로, 설날 명절 때 각자 따로 자기네 부모들과 설을 보내고, 공원 산책도 그녀는 혼자 한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하는 시간을 꿈꾸지만,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 늦게 최근하는 남편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과 생각의 여유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결혼 생활을 보면,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은 아직도 연애 감정에 빠져 낭만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남편은 이미 결혼은 현실을 깨달은 느낌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와 현실적인 남자, 그들이 만들어가는 결혼 생활 모습 속에서 여자는 더더욱 고독과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여자도 생활에 쫓기고, 육아에 시달리면 그런 사랑보다는 현실을 택하지 않을까.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결혼 생활에 비하면, 나의 결혼생활은 지극히 현실적이게 보인다. 작가가 아직 아이가 없기에 이런 여유와 낭만을 품고 있는 듯 같기도 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활할 때의 사사로움, 그 번거로움, 그 풍요로움,
혼자가 둘이 되면서 전혀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것.
--p. 57, < 색> 중에서
남편과 낭만적인 시간, 연애를 즐길 시간을 찾지만 그런 기대를 충족해줄 수 있는 남편의 모습에 실망감과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에쿠니 가오리 그녀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결혼 생활이고, 이것 또한 남편이 그녀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말이다.
결혼은 'struggle" 이다. 만신창이다. 하지만 바람이 불면 상처도 마르니, 일일이 신경쓰지 않기로 한다.
--p. 79, < 노래> 중에서
작가의 말대로 정말 결혼 생활은 투쟁의 과정인 것 같다. 살아온 환경도, 문화도, 가치관도 다른 두 남녀가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하고 서로 맞추면서, 때론 포기하면서 살아가는 과정이 투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의 콩깎지는 벗겨진 지 오래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지속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젠 사랑이 아닌 정으로 이 결혼 생활을 유지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견디고 인내하고 투쟁하는 과정이 결혼임을 결혼해서 살아보면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쿠니 가오리는 아직은 '사랑'을 믿고 싶다. 그리고 여전히 그녀는 남편을 사랑한다. 비록 물 한잔 자기 손으로 가져다 먹지 않아 일일히 물을 가져다주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챙겨야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남편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느끼며 남편 곁에서 잠들고 싶다.
결국 결혼이란 그럼에도 혼자이길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같이 있지 않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같이 있는 것.
--p. 149, < RELISH> 중에서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의 사랑에 열정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그녀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겠지. 사랑의 기적과 기쁨을 믿으며 살아가는 그녀의 결혼 생활의 모습이 참으로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이게 보인다. 항상 그녀의 작품을 읽으면 사랑에 진심인 주인공들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분명 작가의 연애, 결혼관이 반영된 결과였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이 책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을 통해 작가의 모습이 아닌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로서의 에쿠니 가오리의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고, 그동안 궁금했던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일상곽 결혼생활, 사랑의 모습을 아낌없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그 덕분에 작가님과 한층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마치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과 결혼 생활에 대해 수다 떠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응원하며 앞으로 나올 작가님의 신간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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