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토피아 - 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 지음 / 요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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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속의 아이"

 

조영주의  <크로노토피아> 를 읽고 



"소원은 본래 세계로 돌아가 엄마, 아빠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제 6회 대한민국 디지털작가상 우수상 등을 수상한 조영주의 장편소설-

 

 

타임슬립을 통해 과거로 여행하면 어떨까? 당신이 만약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느 때로 돌아가고 싶은가? 가장 과거를 바꾸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항상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흥미로운 소재였다. 예지자가 되어 미래에서 과거 시간으로 돌아가 과거의 사건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치 신이 된 듯한 착각에도 빠지게 한다.

과거는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일까? 아무리 과거의 비극을 막아도 일어나야 할 일은 어떻게든 일어나는 것일까?

 

 

이 책  『크로노토피아』 속 주인공 아홉살 소원이 또한 과거로 돌아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붕괴를 막고 엄마, 아빠와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소원이 살고 있는 지금 현재에서는 앞으로 다가오는 아파트 붕괴로 인한 비극으로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없다. 과거로 돌아가 아파트 붕괴를 막으면 다가올 미래에서는 행복하게 가족들과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과연 소원이의 꿈은 이루어질까? 

 

 

이 책에서 소원이가 과거로 돌아가는 수단은 타임머신같은 시간 여행 기계가 아닌 아파트 엘리베이터이다. '이세계로 가는 법' 괴담처럼 섬뜩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이세계가 저승의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바로 아파트 주민들의 과거였다. 

 

 

이세계로 가는 법
1.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에 탄다.
2. 4층-2층-6층-2층-10층 순서대로 이동한다. 이동하는 사이 아무도 타면 안 된다.
3. 5층으로 간다. 젊은 여성이 엘리베이터에 탄다. 1층을 누른다. 어떤 대화도 하면 안 된다.
4. 엘리베이터는 1층으로 가지 않고 10층으로 올라간다. (젊은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 9층을 지나면 거의 성공한 것이다.
5. 이세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 p.10

 

 

보통 이 방법이 성공하기는 힘든데 소원은 다행히 성공하게 된다. 각각의 문을 통해 다른 삶, 인생을 살게 된 소원, 그 세계에는 엄마가 소원이를 학대하지도 폭행하지도 않는다.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소원이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되기도 하고, 원하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도 있다. 이세계의 삶이 거짓이라고 할지라도 소원은 계속 머무르고 싶을만큼 너무 행복하다. 

 

 

하지만, 2023년 7월 17일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지진으로 인한 아파트가 붕괴되어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게 되는 그 날이 말이다. 매번 소원은 아파트 붕괴를 막기 위해, 과거를 바꾸고자 노력을 한다. 건축학과 교수가 되기도 하고, 돈을 많이 벌어 아파트를 다 사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여러가지 방법들을 사용해서 수십번의 다른 인생들을 살면서 아파트 붕괴를 막기도 하지만 여전히 소원은 자신의 본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무한루프처럼 거듭되는 삶,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삶, 수십 번의 다른 인생을 살아도 소원은 돌아가지 못하고 이세계에 머물러있다. 어떻게하면 소원이는 본래 자신이 있던 그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은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저 산다는 말이 왜 이렇게 충격적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소원은 임례와 '그저 산다'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나누고 싶어졌다.

-p. 248

 

 

'그저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품 속 표현처럼 '대충대충 적당히 적당히'라는 말의 의미에 공감하게 된다. 삶이란 것은 결국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구원의 메시지를 소원의 무한히 반복되는 삶을 통해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걸로 만족은 못 하겠어요. 이 소설에서 저는 주인공이 결국 본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적었으니까요. 이게 올바른 결론이라고 느껴서 적었는데, 사실 제가 원한 건 이게 아니니까요. 제가 알고 싶은 건 그 모든 일의 끝에 왜 이 다른 세계로 오게 되었는가니까요.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겠어요. 저는 제가 왜 이런 일을 겪었는지, 이 세계로 오게 되었는지 알아내고 말 거예요.”

- p.290

 

 

또한 소원의 삶을 통해 우리는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해 생각헤보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사실은 거대한 시뮬레이션이라는 가설을 통해 어쩌면 소원이가 다양한 삶을 살았던 것조차 시뮬레이션된 것인지도 모른다. 작품의 제목인 '크로토피아' 의 의미와도 관련있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책의 맨 앞 페이지에 이 용어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한다. 

 

크로노토피아

 

시간의 변화에 따라 공간의 용도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공간이지만 낮에는 교실로, 밤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크로노토피아'를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 여행 속에 시뮬레이션 우주론의 심오한 사상까지 결합해서 다소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엘리베이터를 통한 이세계로의 여행과 시뮬레이션화된 삶과 인생 속에서 인간존재의 본질과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파트 붕괴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며 읽었는데, 그 속에 이렇게 심오한 인생의 진리를 숨겨놓았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 덕분에 인상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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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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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선으로 떠나는 명화 미술관 여행"

한이준의  <홀리데이 인 뮤지엄>  을 읽고 



“일상을 내려놓고 훌쩍 떠나고 싶은 날, 방방곡곡 명화와 미술관 여행

-도슨트계 라이징스타 한이준이 소개하는

10인의 거장들 그리고 국내 미술관 10선-

 

일상을 벗어나 훌쩍 떠나고 싶은 날, 미술관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미술관에 전시된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을 한동안 보고 있으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오르면서 마음 속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만약 미술관에 갈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다면,  이 책과 함께 랜선 미술관 여행도 좋을 것 같다. 

 

이 책 『홀리데이 인 뮤지엄』에서 저자인 도스트계의 라이증스타인 한이준이 소개하는 근현대 10명의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담아놓았다.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이끈 다섯 명의 거장들인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이중섭, 천경자와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르네 마그리트, 에드가 드가와 그들의 주요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거장들의 삶과 그들의 작품 세계 등을 다루면서 관련해서 가보면 좋을 10개의 국내의 미술관들까지 소개하고 있다. 해외 화가들 작품들은 국내에 없지만 연관지어서 둘러보면 좋을 미술관인 하슬라아트월드, 뮤지엄산 등의 한국의 보석 같은 미술관들을 소개하고 관련 정보들을 수록해놓았다.

 

그래도 국내의 근현대화가들인 박수근, 나혜석, 이쾌대, 이중섭, 천경자의 작품들을 만나기 위해서 갈 수 있는 미술관들이 연관지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공부한 후, 직접 그 미술관에 가서 작품들을 본다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다섯 명의 국내 근현대거장들 중 이쾌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고 작품들도 처음 보는 것 같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그는 남과 북에서 지워져야 했던 비운의 천재 화가였다고 한다. 그는 한국전쟁 이후 북한으로 건너갔고 당시 월북 작가의 이름은 남한에서 모두 지워져야 했다. 분단의 시대에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지워진, 그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었던 비운의 화가인 이쾌대의 생애와 작품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더군다나 그의 작품이 대구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나중에 시간이 나면 꼭 가고 싶다.

 

서양 화가에 비해 국내의 근현대화가들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워 보인다. 그들은 화가로서 뛰어난 재능과 소질을 가졌지만,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시대의 흐름에 의해 제대로 그 재능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았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만약 그들이 삶의 고통을 겪지 않고 화가로서 제대로 활동할 수 있었다면, 그들은 좀더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을텐데. 특히 여성화가이자 신여성이었던 나해석과 천경자 두 사람의 삶이 안타까웠다. 

 

이 책에 제시된 해외 화가들 중 르네 마크리트와 폴 세잔의 삶과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정형적인 법칙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고수한 그들의 예술관 속에서 진정한 화가의 모습을 보았다. 국내 작가들처럼 그들의 작품들을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품과 연관지어서 보면 좋을 강화도의 해든뮤지엄, 강릉시 하슬라아트월드, 원주시 뮤지엄산,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 등 국내 미술관들을 소개해주어서 좋았다. 특별한 이벤트, 생일, 공휴일때 사랑하는 연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가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비록 랜선으로나마 10명의 거장들과 함께 떠나는 명화 여행, 10개의 국내 미술관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렇게 거장들의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 것 같다. 일상에 지쳐서 힘들 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이 책에 소개된 미술관 산책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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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관 갑옷을 입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조동신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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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감찬 현종 숙명적 만남"

 

조동신의  <문관, 갑옷을 입다> 를 읽고 



" 고려의 현종은 왜 모두의 반대에도 강감찬에게 갑옷을 입혔을까?."

-고려와 거란의 3차 전쟁, 강감찬과 현종의 숙명적 만남-

 

 

고려 시대의 영웅이자, 최고의 장군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강감찬이 사실은 문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고려사》 <열전>에 의하면 그는 983년 성종 2년에 36세의 나이로 문과에 장원 급제했고 그 이후 관직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렇게 70년간 문관이었던 강감찬이 갑옷을 입고 그 이후 고려의 영웅으로 우리 역사에 화려하게 등장한다.

 

왜 강감찬은 문관이었음에도 갑옷을 입게 된 것일까? 왜 고려의 현종은 모두의 반대에도 강감찬에게 갑옷을 입혔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강감찬과 현종의 숙명적 만남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 책 『문관, 갑옷을 입다』에서 작가는 고려와 거란의 1차, 2차 전쟁, 왕권을 둘러싼 권력 쟁탈전, 왕권을 강화하려는 조정과 지방 호족간의 알력 다툼과 그 불만, 안융진 전투에서 악연으로 시작된 연쇄살인사건과 복수, 강감찬과 고려 현종과의 만남, 강조의 정변, 고려와 거란의 3차 전쟁 등 고려 초기의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작가는 고려와 거란의 1차 전쟁의 주요 핵심 전투였던 안융진 전투에 초점을 두어 그 전투에서 매복 작전을 주장하고 실행했지만 알 수 없는 사유로 전사한 낭장 박진과 뒤늦게 전쟁에 합류한 김치상, 김치득 형제, 양주의 호족 김웅, 김현 형제와의 악연에 대해 <프롤로그>에서 말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연 안융진 전투에 참가했던 이들의 악연은 무엇일까?

 

그 악연이 뒤에 이어지는 양주 호족 김현 살인사건과 양주 목사 김치상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 그들은 둘 다 술 한잔을 마신 후 광증을 보이며 날뛰다가 사고를 당해 죽게 된다.

그들이 마신 술잔에서는 공통적으로 검은 가루가 발견된다. 두 살인사건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된 검은 가루는 무엇일까?

 

 

한편 근친간 불륜, 사생아, 고아라는 출생의 멍에를 진 채 암살의 위협까지 받는 대량원군은 강감찬의 지혜와 도움으로 독살의 위협으로부터 구해진다. 이 일을 계기로 하여 강감찬과 현종의 숙명적인 만남은 시작한다. 그들은 여러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되지만,  강감찬은 기개와 지략을 발휘해서 사건을 지혜롭게 해결해나간다.이에 대량원군은 강감찬에게 깊은 감화를 받게 된다. 강감찬 또한 대량원군의 애민 정신과 총명함을 알아보고 그가 나중에 성군이 되실 것을 미리 예감하며 대량원군을 목숨을 다해 지키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의 만남과 인연은 이후 대량원군이 황위에 올라 현종이 되고, 강감찬은 현종을 보필하며 즉위 후 이어진 고려와 거란의 3차 전쟁에서 거란의 침입을 막아내며 고려 제일의 명장군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인 '귀주대첩'의 명장 강감찬, 고려의 영웅 강감찬 등은 그때 등장하게 된다. 

 

 

강감찬은 관복을 훑어보며 말했다. 황제가 된 대량원군은 자신을 구해 준 강감찬을 예부시랑(정4품, 오늘날의 차관 급) 으로 임명하였다. 그는 별수 없이 은퇴를 미뤄야 했다.

-p.281

 

지금까지 나는 고려의 위대한 장군의 모습으로써 '강감찬'을 알고 있었는데, 이 책 『문관, 갑옷을 입다』을 통해 강감찬이 위대한 장군이 되기까지, 강감찬이 현종과 숙명적인 만남을 하게 되기까지 과정까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픽션에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하여 더욱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역사공부를 하면서 강감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역시 '강감찬'은 명장일뿐만 아니라, 이순신 장군과 더불어 우리 역사 속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깨달으며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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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의 품격
김희재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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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에 관한 장르 앤솔로지"

김희재, 고명주, 지은, 남오은 <막장의 품격> 을 읽고



"인생 위에서 펼쳐지는 미친 욕망의 질주"

-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풀어내는

'막장'에 관한 품격있는 장르 앤솔로지-

 

한 때 막장 드라마에 푹 빠져 본방 사수하면서 열심히 보았었다.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가 된 듯이, 내가 마치 피해나 배신을 당한듯이 욕까지 하고 분개까지 하면서 그렇게 드라마를 보던 때가 있었다. 여전히 요즘도 막장 드라마가 안방 극장을 차지하고 많은 사람들리 그것을 보며 울고 웃는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이 책  『막장의 품격』을 읽으며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 속에는 세 개의 막장 드라마 스토리가 등장한다. 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막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품격있는 장르 앤솔로지를 엮어서 이 책 속에 담아놓았다. 그런데 마치 액자식 구성처럼 큰 이야기 속에 또 작은 세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당대 최고의 드라마 콤비인 이윤정 작가와 지민호 감독이 재회하게 되고 그들이 '막장'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드라마를 기획하고 집필하면서 세 개의 막장 드라마 이야기들은 시작된다. 그 드라마들은 이미 톱스타인 추예지와 정수호가 출연하기로 이미 약속을 한 상태이기에 당연히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은 추예지와 정수호였다. 그래서 잇따르는 세 개의 막장 드라마 속에는 그들이 여지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네 명의 베테랑 작가들이 만들어가는 막장 앤솔로지가 마치 하나의 연결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들이 막장 드라마를 기획하면서 집필한 세 개의 막장 드라마인 <남자를 나눠가진 여자들>, <안 되는 거 없고, 못 하는 거 없는 막장 조작단> 과 <귀혼>은 작품 속 주인공이 집필한 드라마라는 설정으로 제시된다. 하나의 이약기 흐름 속에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야기들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보통 앤솔로지는 일정한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따른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 같은 경우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들이 하나의 큰 이야기와 결합하여 하나의 장편소설처럼 느껴졌다. 

 

작품 속에 제시된 첫 번째 이야기인 <남자를 나눠가진 여자들>은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들이 남자를 나눠가지고 결국은 작당모의해서 그 남자를 죽이는 복수까지 감행한다. 남자의 배신으로 인연을 맺고 서로 협력하여 복수할 계획을 짜고 모습에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한 남자에게 버림받고,배신당하고 결국은 복수까지 설정에서 '막장' 드라마의 요소를 갖추었다.보통은 배신당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복수하는데, 남자의 아내뿐만 아니라 내연녀들까지 하나로 뭉쳐 한 남자에게 복수를 하는 설정이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과연 그들의 복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두 번째 이야기인  <안 되는 거 없고, 못 하는 거 없는 막장 조작단>를 읽으며 현실판 막장 조직단이 등장한다면 아마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든 정확한 복수를 해드립니다' 라는 목적 하에 막장 조직단은 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여자의 복수를 도와준다. <대국민 시어머니 오디션>을 통해서 신데렐라처럼 화려하게 변신한 여자는 자신을 무시하고 버린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 과연 이 막장 조작단의 복수작전은 성공할 것인가?

 

세 번째 이야기인 <귀혼>은 호러와 로맨스가 결합된 막장 드라미인데 귀신까지 등장해서 그런지 섬뜩하기도 했다. 돈 때문에 어쩔수 없이 뇌사 상태에 빠진 재벌집 큰아들과 영혼결혼식을 올려야하는 여자 주인공 추예지와 그녀를 사랑하는 재벌집 작은 아들 수호와의 안타깝고 애뜻한 로맨스와 함께 영혼과의 대화, 빙의 등 호러적인 요소까지 결합되어 막장 드라마라기 보다는 호러 영화를 보는 듯 했다. 과연 그들의 사랑은 맺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막장 드라마보다 현실은 더 막장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나쁜 놈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복을 받는 권선징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나쁜 놈은 나쁘고, 나쁜 행동을 하는데도 망하지 않고 더 잘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착한 사람은 여전히 나쁜 놈에게 당하고 고통 당하면서 힘들어한다. 현실도 막장 드라마처럼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면서 얼마나 좋을까. 

 

"현실에서 나쁜 사람들은 그냥 나쁜 대로 사는데, 잘 살아, 나쁜 사람끼리 어울려서, 드라마처럼 그렇게 마냥 착한 사람도 없어. 그냥 다들 적당히 나쁘고, 적당히 착해.

그래서 답답하고, 그래서 우울해지니까...현실이 그러니까 착한 사람이 상 받고 나쁜 사람이 천벌을 받고,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니까."

-p. 356

 

  
작품 속 주인공 윤정의 말을 통해 '왜 사람들은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윤정과 민호의 이야기 또한 현실 속 막장 드라마였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 속 이야기보다 더욱 혹독한 막장 드라마 같다. 그런데 현실 속 막장은 윤정의 말처럼 권선징악이 지켜지지 않기에 나쁜 놈인 민호가 벌을 받을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그는 그렇게 나쁜 짓하면서도 잘 나가는 감독으로 살지 않을까.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드라마에서처럼 현실에서도 권선징악이 지켜져서 나쁜 놈이 처벌받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현실은 드라마이기에 우리는 여전히 막장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이겠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품격있는 막장 드라마를 본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이야기에 푹 빠져가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이 책 속 이이야기들 중 정말 막장 드라마로 만들면 어느 이야기가 인기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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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2 안전가옥 오리지널 30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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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범죄 사건 수사 두 번째 이야기"

 

이경희의  <모래도시 속 인형들 2> 를 읽고 



'샌드박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심사위원 만장일치, 제 10회 SF어워드 장편소설 대상-

 

전작인 『모래도시 속 인형들』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샌드박스 시리즈! 이제 그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작에서 첫 선을 보인 평택지검 첨단 범죄수사부 검사 진강우와 민간 조사자 주혜리, 이번 책 『모래도시 속 인형들 2』에서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진강우 검사와 주혜리의 눈부신 활약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전작에서 뭔가 검은 음모와 미지의 존재가 숨어 있음을 어렴풋하게 느꼈는데, 이번 2권에서는 그 미지의 존재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강우와 주혜리를 교묘하게 조종했던 존재가 인공지능도 아닌 사람이라는 것, 그가 '여울'이라는 이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1권에서는 진강우 검사와 주혜리의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2권에서는 '진짜 사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해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  『모래도시 속 인형들 2』에서는 다섯 개의 사건을 만날 수 있다. 각가의 사건들은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듯 했으나, 나중에는 이 모든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이 사건들 속에 여울의 조작과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또한 1권처럼 속도감있는 전개와 마치 SF 영화를 보는 듯한 미래첨단사회의 모습, 기상천외한 사이버 범죄와 예상할 수 없는 결말 등을 통해 우리는 이경희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과 매력을 만나볼 수 있다.

 

 

최첨단 도시이자 서울을 능가하는 메가시티 평택에서 첫 번째 범죄 사건이 발생한다. 첫 번 째 이야기인 『집행인의 귀한 칼날』에서 민간조사자인 혜리는 개이밍 메가빌딩 PR타운 메가 게임존의 대표작인 <린 블레이드: 아이언 소울> 안에서 아이템을 복제해서 다른 플레이를 속이는 범인을 찾기 위해 게임 속 세상으로 뛰어든다. 과연 혜리는 게임 속에서 사기꾼인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이 사기꾼의 목적은 무엇일까? '여울'의 음모일까?

 

게임 속 세상이 진짜인지 가상 현실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리얼하게 전개되고 구체적으로 게임 속 스테이지 무대, 게임 아이템, 게임 레벨, 게임 캐릭터 등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마치 나 또한 게임 속 세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두 번째 이야기인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은 힐다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사건 수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치 밀실 살인과도 같은 힐다의 살인 사건! 과연 누가 범인인 것일까. 아무도 들어오거나 나가지 않은 밀실 속에서 힐다를 총을 맞고 죽어있다. 힐다의 죽음은 자살일까 타살일까. 타살이라면 그 범인은 로봇일까 사람일까? 민약 로봇이라면 <로봇 7원칙>을 스스로 위반하고 힐다를 죽이는 것이 가능할까?

 

 

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내가 선택지를 알려 줬잖아. 죽여. 힐다를 공격한 저 침입자를. 그가 힐다를 죽이기 전에 먼저 움직여. 힐다를 보호해야지. 알아. 인공지능은 인간을 해할 수 없게끔 설계되었지. [윤리]가 언제나 널 감시하니까. [로봇 7원칙]에 위배되는 [선택]을 하는 순간 [윤리]가 너를 [폐기]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일곱 번째 원칙이 있잖아. 할 수 있어. [윤리]도 이번만큼은 널 막지 못해. 솔직히. 인간, 죽여 보고 싶지 않아?
-「힐다, 그리고 100만 가지 알고리즘들」중에서

 

 

세 번째 범죄 사건인 『셋이 모이면』은 샌드박스 역사상 최초 재건축인 센탐 메가 포레 메가빌딩의 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그 속에 숨겨진 끔찍한 테러와 사악한 음모에 대한 이야기이다.  해와 달과 별 이렇게 셋이 모이면, 폭발한다는 설정이 너무 잔인하고 소름끼친다. 결국 손목에 찬 스마트팜이 폭발하여 손목이 날아간 버린 피해자들, 누가 이들의 피해를 보상해줄까. 또한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갈등과 음모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을 발견하게 된다. 과연 혜리는 이런 끔찍하고 잔인한 테러 속에서 사림들을 구하고 테러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을까. 이 테러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왜 하필 해, 달, 별이지? 범인은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규칙을 세운 걸까. 빌딩에서 나가라는 것도 아니고, 나가지 말란 것도 아니고. 인질극이라기에도 애매했다. 애초에 범인은 아무 조건도 요구하지 않았다. 범인이 바라는 건 그저 셋이 한자리에 모이지 말라는 것뿐이었다. 혜리는 3이라는 숫자에 주목했다. 왜 문양이 세 종류인 걸까. 둘이나 다섯이 아니라. 흑백이나 월화수목금일 수도 있었다. 별자리나 십이지일 수도 있고. 범인은 왜 하필 셋이 모여야 폭발하게끔 바이러스를 설계한 거지?
-p. 140, 「셋이 모이면」중에서

 

 

네 번째 이야기인 『복원 요법』는 지유와 시하 두 아이의 사연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서로 닮았지만 대칭적인 모습으로 태어난 두 아이, 그 아이들의 목숨이 위험하다. 그들은 사랑을 이루게 해 주는 시술인 복원 요법을 통해 서로 영원히 사랑하면서 서로 함께 살아가고 싶어한다. 과연 지유와 시하의 바램은 이루어질까? 복원 요법을 통해 그들은 사랑을 이루고 죽음이 아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마지막 이야기인 『세컨드 유니버스』에서 드디어 혜리는 매 사건들마다 존재했던 스마트폰을 통해 '세컨트 유니버스'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스마트 폰 속 존재와 만나게 된다.   과연 혜리는 미지의 존재인 '여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인 에필로그를 통해 유추해보건데 앞으로 주혜리와 진강우 두 콤비의 활약이 계속될 것 같다. 다음에는 어떤 범죄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어떻게 그들이 멋지게 사건을 해결할지 너무 기대가 되고 다음 3권이 기다려진다. 2권에서도 '여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남긴 채 막을 내렸는데, 앞으로 이어지는 3권에서 혜리는 과연 여울의 정체를 밝힐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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