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변신 - 카프카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7
프란츠 카프카 지음, 배인섭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10월
평점 :
"불안과 소외의 시대에서 지금 다시 읽는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을 읽고
"낯선 세계에 던져진 개인, 가족관계의 권력, 노동과 존재의 가치에 논하다"
-카프카 문학의 시작이자 정수, 세 편의 단편 걸작선-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는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이 흉측한 벌레로 변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유명한 문장이며, 이 문장으로 소설의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유명한 책 <변신>을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가인 카프카에 대해, 불안과 고독의 아이콘인 카프카의 문학 세계에 대해 알지 못할지라도 말이다.<변신> 출간 110주년을 맞이하여 불안과 소외의 시대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야기 카프카의 단편선 <변신>소담 클래식 <변신> 출간을 통해 지금 다시 카프카를 읽어보며 카프카 문학의 시작이자 정수인 세 편의 단편 걸작선 <화부>, <선고> 그리고 너무나 유명한 작품인 <변신>을 통해 카프카와 카프카의 문학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나는 정말 외로워야만 합니다.
내가 이룩해 놓은 것은 단지 고독의 결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문학과 관계없는 모든 것을 증오합니다.
-F.카프카-
'나는 정말 외로워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처럼 카프카의 삶 자체는 불안하고 고독했다. 자신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결핍으로 점철된 삶이 그의 삶 속에 반영되었다. 즉 카프카의 삶이 소설이고 드라마였다. 특히 이 책에서 수록된 세 단편선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순응적이고 권위적인 가부장적 관계가 잘 드러난 작품이 바로 <선고>였다. <변신>에서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 관계와 위계가 반영되었다. 세 편의 단편인 <화부>, <선고>, <변신>에서 화자인 '아들'은 카프카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주인공의 내면과 심리 속에 자신을 많이 투영한 것으로 보인다.<화부>, <선고>, <변신>의 세 작품에서 등장하는 '아들'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이 아들은 카프카 문학의 핵심 주제인 가부장적인 권위, 소외, 죄의식, 정체성 위기 등을 보여주는 중요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아들은 단순한 자식의 존재가 아니라 아버지라고 대표 되는 가부장적인 권위, 가족적 위계와 억압에 맞서지만 그 권위와 억압에 순응하거나 파멸되어가는 존재인 것이다. 이 아들에 대한 의미를 더욱더 깊이 이해하고자 한다면, 카프카의 삶을 들여다보면 비로소 이해가 간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유대인 상인으로, 거칠고 위압적인 태도를 가진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인물이었다. 카프카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법'이요, '진리'였다. <선고>에서 아버지가 아들 게오르크 벤데만에게 내린 '익사하라'는 선고처럼 아버지의 말은 절대적이고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 법이자 진리였다. '왜?' 라는 질문조차 할 필요가 없는 '무조건'이자 '절대적'인 것이다. 이유도 필요 없는 것이다.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와 아버지의 권력에 대한 복종만이 있을 뿐이다. <선고>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내린 선고는 가족 관계에서 아버지의 최고 권위가 무엇인지 선포한다. 그 선고를 통해 우리는 아버지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법이며 아버지라는 권위를 재확인하게 된다.
그렇기에 카프카의 실제 삶에서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법학을 공부하게 된 카프카는 평생 아버지의 권위와 억압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선고>에서 아들인 게오르크의 심리와 행동을 통해 우리는 카프카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나는 누구인가' 라는 실존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탐구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억압하는 존재인 아버지에 대해서는 저항하거나 투쟁하지 않고 순응하고 복종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것이 카프카의 삶을 더욱더 불안하고 고독하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화부>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부재와 추방을 통해 간접적인 단절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거부와 절대 권위에 위한 추방과 단절 그리고 배제가 핵심을 이루고 있다. 그 관계는 갈등과 억압에서 더 나아가 추방과 배제의 형태로 더 악화된다.<변신>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극도의 소외, 경제적 착취 그리고 폭력적인 배척으로 이어진다. 아들인 그레고르가 인간의 모습을 잃고 '벌레'로 변신하게 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그들의 관계는 파국으로 결말이 난다. 벌레로 변신하기 전에도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으며 아버지의 빚까지 갚아야 하는 경제적 도구적 인간이었다. 그렇게 가족의 유일한 재정적 기둥이었기에 무능력한 아버지와 비교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벌레로 변신한 후, 경졔력과 생산력을 상실한 후 가족을 위협하고 혐오와 공포를 주는 존재로 전환된다. 벌레같이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무능하고 혐오스러운 존재로 전락한 그레고르는 오히려 없애버려서 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버지는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오려 할때 지팡이로 위협하거나 발로 밟으려하는 등 노골적인 폭력을 사용한다. 결국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던지고 그 사과가 그레고르의 몸에 박혀 결국 그레고르는 그 폭력에 의해 서서히 죽어간다. 하지만 가족 누구도 그레고르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 가족이 아닌 그저 혐오스러운 공포스러운 벌레를 죽인 것일 뿐이다. 더 이상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그들의 가족 구성원이 아닌 것이다. 그레고르의 죽음 후 가족 나들이 장면은 그래서 그런지 오싹하고 섬뜩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레고르가 사과의 상처와 굶주림으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갈 때,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은 오히려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에서 인간성 상실과 소외를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 세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벌써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전차를 타고 교회로 나갔다. 그들만 앉아 있는 전차에는 따스한 햇빛이 가득 빛나고 있었다. 등받이에 편안히 기대고서 그들은 장래의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그들은 서로의 직업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세 사람의 직업이 모두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데다 특히 나중에는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되었던 것이다.
-p. 200
세 작품 모두에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는 정상적인 가족의 기능을 상실한 단절의 관계이다. 특히 <변신>
에서는 소외와 단절을 뛰어넘어 를 넘은 인간성 상실로까지 이어진다. 그 상실의 주요 원인이 노동이었는데 이를 통해 노동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그레고르처럼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가족간의 관계 그리고 현대인의 소외를 결정짓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겪게 되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인간성 상실의 주요 원인 또한 경제적인 이유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카프카의 <변신>이 출간 11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강한 울림을 주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낯선 세계에 던져진 개인과 가족관계의 권력 더 나아가 사회로부터 소외와 부조리한 체계 속 무력감 그리고 노동과 존재의 가치 등 카프카 문학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여전히 지금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느끼는 소외, 갈등, 무력감 불안 등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11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카프카의 『변신』을 읽는 이유일 것이다.